" 자기야 잘다녀와. "
" 알았어, 문 조심히 잠구고있고. 금방올게 "
쪽- 짧게 두 입술이 맞다았다가 떨어졌다. 아쉬운 듯 울상인 태형에 탄소는 태형의 갈색 머리칼을 흩날리듯 만졌다. 아쉬워? 가기 싫지?라며 태형에게
묻는 탄소는 다시 한번 태형에게 다가가 뽀뽀를 해주려던 참에, 옆집에서 문이 세게 열리고 빨간빛이 겉도는 머리를 하곤 딱 줄인 교복바지에 학생이란 신분과는
다르게 가방을 안 가지고 나오는 한 학생이 나왔다. 문을 열고 애정행각을 벌이던 탄소와 태형은 당황했지만, 급하게 태형의 다녀온다는 말에
탄소는 어색하게 다녀오라는 말만 하곤 급하게 문을 닫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걸렸으면 이동네에 소문이 쫙 났을거야. 아침부터 애정행각 부리는 신혼, 으-
띵동-
[ 13층입니다 ]
정국은 저 멀리 자신보다 몇 미터는 더 앞에서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는 태형을 멍하니 보다가 ' 학생. 안타? ' 라는 태형의 말에 정국은 황급히
뛰어 엘레베이터에 탑승했다. 문이 스르륵 닫히고, 엘리베이터에는 그 둘 뿐이였다. 아침이라 잠이 덜 깬듯한 태형의 모습에서는 피곤함이 느껴진다.
급하게 맨 넥타이는 이리저리 삐뚤어져 있었고, 와이셔츠의 깃은 다 세워져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형은 그저 꾸벅꾸벅 졸기에 바빴다.
" 저기요 … 아저씨? "
" ㅇ,어? 어 - 학생.왜 "
" 아저씨 신혼이에요? "
" 그건 왜 궁금한데? "
어, 그게… 태형에게 정곡을 찔린 정국은 그저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만다. 그냥. 이웃이니까 알아두려구요. 기껏 노력해서 생각해낸 말이였다.
정국의 말에 태형은 자신들을 생각해주는 정국이 기특한지,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곧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 신혼아니야. "
" 그럼요? "
"3년차 "
" 에? 진짜요? "
응,진짜. 라며 웃어보이는 태형에 정국은 곰곰히 생각했다. 어려보이는 두 사람의 외모에 갓 결혼한 신혼인줄만 알았건만. 그게 아니였다. 정국의 예상이
틀리고 띵동-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태형은 곧 바로 나가며 정국의 교복 명찰을 슬쩍 보곤 엄하게, 아들을 가르치듯 이야기했다.
" 너 전정국. "
" 네? 왜요. "
" 가방 가지고다니고, 슬리퍼 질질 끌고다니지마. "
거슬려.그리고 너랑 말하는데 담배 냄새가 입에 베여있어. 가글하고 담배 피우지마. 안 좋아. 알았지?라며 신신당부하곤 태형은 유유히 걸어가고,
곧 있어 정국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순간이었다. 빠르게 자신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경고를 주고 사라진 태형이었다. 그리고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무엇을 하지 말라고 경고를 준 사람이. 그리고 자신의 건강 걱정을 해준것이. 처음이었다. 태형이. 정국은 태형이 뜻깊게 다가왔다.
그저 예쁜사람의 남편. 그것만으로도 부러웠는데 인성까지 좋았다. 모든 게 완벽했다 태형은.
잘생긴얼굴에 큰키. 그리고 모든 옷이 잘어울렸고, 인성도 착했다. 아내에게 대하는것도 착하고 다정해보였다.
나도 그런 좋은 남편이되고, 어여쁜 아내를 얻을수있을까.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수있을까. 이런 불순한 생각을 하는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봐도 될까.
-
" 다녀왔어. "
" 어 왔어? 나 맛있는거 해놨다? "
" 왜이리 이쁜짓하지 오늘따라 "
흐흐- 서로를 향해 바보같이 웃어 보이곤 탄소는 태형의 손을 이끌어 식탁으로 데려와 의자에 앉혔다. 네가 좋아하는 불고기 해놨어. 맛있겠지? 나 최고지?
라는 탄소의 애교 섞인 말에 태형은 예뻐 죽겠다는 듯이 볼을 이리저리 잡아당긴다. 아프다며 놓으라 소리치던 탄소도 이 시간이 이 순간이
행복한 듯 그저 아픈 것을 잊어버리고 웃어버린다.
하하 호호 서로 행복해서 웃는 소리가 정국이 사는 옆집까지 들려왔다. 행복해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오늘 아침에 봤던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생각났다. 예쁜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태형이 부러웠고, 참하고 모든 게 완벽한 아내인 탄소와 사는 남편 김태형이 부러웠다.
" 시끄러워. "
많이 시끄럽다. 아니 그냥 거슬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심기가 불편한 정국에게 지금 들리는 행복한 소리는 모두 시끄러웠을 뿐만 아니라
불행한 소리였고, 듣기 불쾌한 소음이었다. 아파트 소음처럼.
뺏고 싶어. 김탄소. 그 여자를 김태형에게서 떨어트려 나와 붙여놓고 싶어.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그 여자를, 그 아줌마를
뺏겨서 울부짖는, 힘들어하는, 그리워하는 김태형을 보고싶어했다 정국은. 그리고 탐하고 싶어 했다. 그 여인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아무데도 못가게 꽁꽁 묶어놓고 싶었다.
가두고 싶었고 오로지 나만, 전정국만 보게 하고 싶었다.
그 여자를 처음 본 순간 든 생각은 그저 빼앗고 싶었고,
탐하고 싶었다. 이건 크나큰 욕망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