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 씨는 일을 이렇게밖에 못 합니까?
팀장실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심장 정 중앙에 꽂히는 짧고 강한 한 마디와 함께 책상 위로 보고서가 내리쳐졌다. 백현이 잔뜩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쩍쩍 갈라진 마음을 추스릴 새도 없이 종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귓전을 때린다. 애꿎은 입술이 꾹 깨물렸다. 어제 오늘 근무시간 내내 졸지도 않구 한건데..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은 결국 푸시시, 다시 속으로 꺼지고 말았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며 버릇대로 손가락을 꼼질거리자 대답하세요, 하는 재촉이 날아온다. 어.. 저, 그게.. 앞니로 꾹꾹 아랫입술을 깨물고만 있다가 마주치는 눈빛에 후다닥 고개를 숙여버렸다. 도무지 이런 날선 시선은 익숙해질래야 그럴 수가 없다. 특히, 우리 팀장님은 더더욱.
나가봐요.
예. 잔뜩 얼굴을 굳히고 손짓하는 폼이 여간 열이 잔뜩 오른게 아닌 것 같았다. 이런 날 굼뜨게 행동하거나 괜히 거슬리는 짓을 하면 안그래도 미운 오리새끼 신분인 제게 마이너스 점수가 더블로 떨어질 것이다. 급하게 팀장실을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칼로 잰 듯 숙인 허리는 곧았다. 투철한 직업 정신이라고 해야할까. 우왕좌왕 문까지 제대로 닫고 나서 백현은 휴 한숨을 쉬었다. 또 퇴짜 맞았어.. 팀장실 앞에서 보고서를 꼭 쥐고 마음 조리던 제 모습은 금방 서러움이 되어 눈물을 수반했다. 오늘도 종착지는 화장실이었다.
변백현 님의 말:
세훈아ㅜㅜ
오세훈 님의 말:
ㅇ?
변백현 님의 말:
진짜 사회생활 힘드러 죽게써ㅜㅜ
저 놈의 똥강아지, 또 울면서 네이트온 하네. 저 멀리 보이는 백현의 옆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눈가가 붉었다. 오늘도 있는대로 된통 깨지고 훌쩍거렸겠지. 세훈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팀장님이 오직 백현을 귀여워하는 맘으로 일부러 짓궂게 군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우는 꼴을 보니 영 마음이 편치 못했다. 계속 이렇게 있다간 언젠가 비장한 얼굴로 사직서를 낼지도 모른다. 세훈이 백현의 창을 흘끗 바라보곤 키보드를 두드렸다.
오세훈 님의 말:
팀장님
박찬열 님의 말:
예
오세훈 님의 말:
백현이 팀장님 때문에 울었어요
박찬열 님의 말:
예?
왜요?
오세훈 님의 말:
팀장님 뭐 초딩도 아니고..
자꾸 놀리면 쟤 회사 나갈지도 몰라요
지금도 힘드러 죽게써ㅜㅜ 하면서 저한테 찡찡거림
그리고 팀장실에서 찬열은 키보드조차 누르지 못하고 끅끅거리며 웃었다. 변백현 저거, 존나 귀엽네. 내가 괴롭혀서 울었다고? 아직도 버거운 호흡으로 블라인드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팀장실 바로 맞은편,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서의 백현은 정말 얼굴을 쪄놓은 듯 퉁퉁 부어올라있었다. 귀여워 미치겠다. 뚱한 얼굴로 코를 훌쩍거리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꼴이 영락없는 어린애다. 그런데 그것마저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겠다. 찬열은 블라인드를 한참동안이나 내리지 못했다.
이게 뭐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