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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주말에 편히 쉬고 새로운 주일을 맞는 게 정상인데, 기범과 정신없이 쏘다니고, 또 관계를 가졌다. 허리가 지끈 거리며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
아 맞다. 여기 내 방 아니였지? 설마 어제 정말 그 상태로 자서 못 일어난 건가? 하긴 수능이 끝나고 처음으로 맞는 주말이 였으니까. 피곤함이 뭉쳐서 그럴 수 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옆을 보니, 기범은 없다. 벌써 학교 간 건가..? 빨리 준비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 기범의 방에서 빠져 나왔다.
“형, 일어났네?”
“어어.”
“진짜 곤히 자더라.”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며, 쇼파에 앉아서 종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저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거야!! 부담스럽게. 종현은 새빨개진 볼을 숨기기라도 하려는 듯 화장실로 빠르게 들어갔다.
화장실로 들어오자마자 확연히 보이는 모습, 아 맞다. 어제 이러고 잤었지. 기범이 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을 거 다.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 그리고 목덜미에 남아 있는 흔적을 바라보며 종현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종현은 칫솔을 들고서 치약을 묻혔다. 너무 많이 묻힌 거 같은데. 아무렴 그런 건 상관없다. 빨리 준비하고 나가는 게 관건이니까. 기범이 기다려 줄까? 일찍 일어 난 거 같던데.
괜한 고민만 늘어나는 거 같아, 종현은 고개를 절래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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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머리를 털며 나오자, 아직도 쇼파에 앉아있는 기범의 모습이 보였다. 교복은 다 갈아입은 상태로, 왜 이렇게 늦었어? 하고 물어왔다.
“미안, 내가 씻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려서.”
“머리 대충 말리고 빨리 교복 입어.”
“...응”
기범이 쓰다가 놔둔 건지 거실 콘센트 한편에 드라이기 전선이 꽂혀있었다. 집어 들고 작동시키자, 뜨거운 바람에 저절로 몸이 오소소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맨살이니까. 상의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상태니까.
“러닝셔츠라도 걸쳐라, 아침부터 힘들게 하지 말고.”
“흥! 누가 힘들다고 그래. 내가 제일 힘들지.”
“머리나 빨리 말려, 나까지 지각하면 진짜 가만 안 둬.”
“난 고3이고 수능 끝났으니까 늦게 가도 돼! 너 먼저 가면 되잖아.”
하지만 김기범의 고집을 꺾을 수 가 없다. 그걸 잘 알고 있는 터라, 살짝 머리끝이 안 마른 거 같았지만, 거의 마른 상태여서 드라이기 작동을 멈추고, 방에 있는 교복을 꺼내어 들고서는 급하게 갈아입었다. 아까부터 재촉해대는 기범이 살짝 신경 쓰이기도 했고, 이러다간 정말 지각할지도 모르고.
“다 갈아입었어. 이제 가자.”
“김종현답지 않게 빨리도 갈아입었네?”
“이게 다 사랑의 힘이야.”
“사랑의 힘은 개뿔.”
흥, 지가 이상한 말 하면 다 받아주니까, 많이 컸다. 이젠 형이 좀 해보겠다는데. 저렇게 나올 것 까지 없잖아. 종현은 기범이 저런 말 하면 다 받아줬는데, 뭔가 섭섭함을 느꼈다.
“몰라. 아무튼 빨리 나가자.”
“응, 잠시만 가방.”
종현은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기범은 테이블위에 올려놓은 상태로 쇼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던 탓에, 별반 준비할 것이 없었다. 캔버스를 대충 구겨 신은 기범이, 조금 늦게 나온 종현을 곁눈질로 째려보자, 종현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을 피했다.
“빨리 신발이나 신어.”
“응.”
종현 역시 대충 캔버스를 구겨 신은 뒤 이미 현관문을 열어젖히고서는 빨리 나와! 잔소리를 해대고 있는 기범에게, 지금 다 신었어. 라고 답한 뒤 기범의 손을 잡았다.
“이제 가자.”
“잠깐만, 우리 옆집. 이 시간대에 안 나오지?”
“응, 아마도 그럴걸...읍..”
기범이 갑작스레 입을 맞춰왔다, 당황스러웠지만 종현은 익숙하게 기범을 받아 들였다. 일상이 였으니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뭔가 설렌다. 첫 키스 마냥. 수줍게 기범의 혀를 받아들이고, 놓치지 않으려는 듯 혀를 얽매어 놓아주지 않고. 부드럽게, 색다르게.
“하아..... 그만하자.. 학교가야지.”
“....응”
“대책 없이... 더 하고 싶었지?”
“그런 거 아니야.”
“좋으면서 내빼기는.”
기범은 멍하게 있는 종현의 손목을 덜컥 잡았다. 안 갈 거야? 지각할 거 같은데. 뛰자.
“어어... 잠시만!!”
“잠시만은 무슨.”
그리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재빠르게 기범이 달리기 시작했다. 종현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그렇게 손과 손을 꼭 잡은 채로.
*
교문 앞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빙구 같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거기 너! 명찰. 이라고 외치는 윤호 선배가 보였다. 아 참 그러고 보니 기범은 넥타이가 없다. 사실 선배라고 말하기도 뭣한데, 얼굴은 빙구 같이 생겨서는, 서울대를 가겠다고, 고려대를 붙었는데 포기하고 재수했다고 들었다. 나라면 차라리 고려대를 가고 만다!!! 라고 매일 생각했는데, 학교 생활이 너무 즐거워 보이시는데..? 그냥 계속 재수하시는 게...
“헉. 선배 죄송해요. 이만 가볼게요.”
“태민이 봐서 봐주는 줄 알아.”
혹시나 해서 옆을 보니 태민이 엎드려있는 상태로, 형 떡볶이,, 떡볶이!! 사줄 테니까. 그냥 보내. 라고 외치고 있었다. 또 좋텐다. 특유의 빙구웃음으로 응 꼭 사줘야 해? 라고 웃으며 헤실헤실 거리는 윤호선배의 얼굴을 보자, 종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세어 나왔다.
“이제 들어갈게, 끝나고 문자해야 되?”
“쉬는 시간 마다 보러가도 되?”
“핏... 왜 그래 집에 가서 볼 건데.”
“아니, 보고 또 봐도 예뻐서, 계속 보고 싶어.”
완전 능글맞아..!! 기범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정신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뒤따라 올라오는 기범은 3층에서 사라져버리고, 종현은 벅찬 숨을 헉헉 거리며 몰아쉬며 겨우 5층까지 올라와 반에 들어왔다. 때 마침 치는 종이란, 아슬함의 묘미랄까?
“어?! 지각대장 김종현이다.”
“흥!! 오늘은 동생 때문에 늦은 거란 말야.”
“왜? 또 뭔일 있었어?”
“응 뭔일 있었지. 있었고말고.”
진기가 궁금한 모양인지 눈을 치켜뜨고 서는 종현의 옆구리를 꾹꾹 눌렀다. 그게 뭔데? 또 뭔일 있는 건가? 아니, 근데 뭔일 있는 사람치곤 너무 표정이 밝은 거 아냐?
“재결합 했다?”
“........ 진짜?”
“아니 실은 재결합 했다기보다는 처음으로 결합한 거지만..”
“아..”
“그리고.. 태민 이에게 고마웠다고, 미안하다고 전해줘.”
“미안하긴 무슨, 걔 주위에 깔린 게 남잔데.”
종현은 순간 적으로 벙쪘다. 그리고 진기의 말을 더 듣기 위해 재촉했다. 뭐라고..? 어째서? 그럼 난..!! 뭔데? 라고 말하자, 진기가 살풋 웃었다. 워낙 자존심이 강해서, 아무리 내 앞에서라도 슬픈 척 안하려고 해. 그래서 잘 모르겠는데, 너 나름 소중한 존재인 거 같아. 태민이가 요새 항상 너 얘기만 했거든, 그래도 민호라는 후배랑, 윤호 형이 랑도 조금 각별한 사인 거 같던데, 몰랐어?
“헉!!!!”
“전형적인 바람기질이지.”
“뭐야. 그럼 나 없어도 잘 살 수 있겠네!!”
“응, 그래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그래 오히려 이게 잘 된 걸지도 몰라, 나는 기범이에게 되돌아갔으니까, 태민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지..?
“아무튼 잘 되길 바랄게.”
“응..”
진기와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사이에, 담임이 들어왔다. 지루한 아침조회 시간. 독서를 하라고 시키는데, 요샌 수능도 끝났겠다, 자도 깨우지 않아서, 그게 좋다. 어제 무리를 했더니 많이 잤는데도 뻐적지근 한 게 잠이 오길래, 팔을 포개어 엎드려 얼굴을 기대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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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종현뿐만 아니라, 거의 반 전체가 전멸되어있었다. 그리고 교실 뒷문에서 익숙한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형!!”
“뭐야, 진짜 왔잖아?”
“매점가자. 맛있는 거 사줄게.”
“별로 먹고 싶지 않은데..”
“빨리.”
겁이 없는 건지, 기범은 멋대로 3학년 선배님들의 교실에 들어와 종현을 끌고 나갔다. 순간 교실에선 쟨 뭐야. 어?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뭐 그건 상관없다. 지금 종현이 기범과 함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한 시간 이니까.
“뭐 먹고 싶어?”
“아무것도 안 먹고 싶은데.”
“그러니까 살이 안찌지.”
“사돈 남말 하지마. 너도 말랐잖아.”
매점 안으로 들어선 기범이 대충 메뉴를 쓰윽 훑어보더니 아줌마에게 천 원짜리를 건네고서는 말했다. 딸기우유랑 모카 빵이요.
“안 먹는 다니까?”
“같이 먹으면 되지.”
“반 나눠서?”
“응”
아줌마가 건넨 모카 빵과 딸기우유 그리고 빨대 하나, 종현이 아줌마에게 저 빨대 하나만 더 주세요. 하고 말하자 기범이 불쑥 나타나서는 아니에요, 괜찮아요. 수고하세요. 라고 말하고선 종현의 손목을 잡고선 매점을 빠져나왔다.
“뭐 어때.”
“부끄럽잖아..”
“형 또 이상한 거에 설렌다.”
“......”
모카 빵 껍질을 뜯어 종현의 입에 물려주는 기범의 손이 나쁘지만은 않아,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모카 빵의 겉면, 그리고 안쪽에는 모카 크림, 생각 보다 맛있잖아...?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왜 멀쩡한 형 손 놔두고 내가 먹여줘야 되는데!!”
“그래서 싫어..?”
“싫은 건 아니고..”
“맛있다.. 너도 먹어봐.”
기범의 입에 자신이 먹던 모카 빵을 물려준 종현이 배시시 웃었다. 이러면 안 먹을 수 가 없다. 자연스레 먹게 된 기범이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종현은 그게 또 좋은 건지 헤헤 거리며 웃는데 그게 너무 예뻐서 기범은 자신도 모르게 종현의 볼에 입을 맞췄다.
“빵 맛있다며, 나머지 한 입은 형이 먹어.”
“아 맞다! 목 안 말라? 딸기우유 사놓고 안 먹고 있었네?”
“그거 형 먹으라고 산거야. 형”
“그래도오..”
딸기우유를 반쯤 열어젖혀 빨대를 꽂은 기범이 종현에 입에 빨대를 물려줬다. 종현이 할 수 없다는 듯 입에 물고서는 딸기우유를 빠른 속도로 비워나갔다.
“다 먹었어?”
“응”
“이제 가자 종 치겠다.”
“.....아쉽다.”
“아쉽긴 뭐가 아쉬워. 내가 쉬는 시간 마다 찾아갈 건데.”
“........엑..!! 그건 아니지!!”
“농담 아냐, 형 이제 내가 지켜.”
다시는 아무에게도 가지 못하도록, 지켜줘. 이렇게 내 옆에서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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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진심으로 폭풍 자괴감이요.ㅋㅋㅋㅋㅋㅋㅋ 엄청 못썻닼.ㅋ으악.ㅋ. 중딩소설같다.ㅠㅠ
그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이때 제가 쓴 글을 읽어봤는데..
트윈북준비로.. 같이 준비하시는분이.. 자기가 마지막편 한편 남겨놨다고. 저를 들들볶았다고 쓰여있네요..
우와.. 삼년전의 좋은 갭이다..ㅠㅠㅠ 지금 쓰라면 더 잘쓸거같은데.. 초고 건드리자니. 제가 역량부족이네요.ㅠㅠ
독촉당하지만 않았어도 이런똥글이 나오지 않았을텐데.. 그렇다고 그누나를 원망하진 않아요.. 지금보니 아쉬울뿐입니다..
빨리 쓰고.. 넘어가야겠어요..ㅋ ㅠㅠ
하지만.. 트윈북무산됬으니깐요.. 눈물 또르르르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