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처음에는 그저 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눈이 휘어지며 반달이 되는 너의 눈, 싱긋 올라가는 너의 입꼬리, 그러면서 보이는 너의 하얗고 고른 치아.
나는 언제나 그 모습이 좋아 그저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찰만큼 좋았다. 나는 그렇게 네가 좋았다.
그렇게 다음,
하지만 이 마음은 어느샌가 커지고 커져, 어느 순간 너의 옆자리를 원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바라게 되었다.
감히 바래서도, 원해서도 안되는 너의 마음을.
나를 보게 되었다. 이 마음이 너에게 닿을까 조마조마하여 불안해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를 좀먹는, 곧 너라는 존재마저 좀먹을 어리석은 마음을 위해 정리하려 한다.
정리를 해보려 한다.
좋았다. 바라 보게 되었다. 바랬다. 그리고... 정리를 하려 한다.
너만은, 이러한 나의 마음을 영원히 몰랐으면 한다. 부디,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