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구남친을 다시 좋아하면 안되는 이유
도운이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고 나서 대략 일주일쯤 지난 지금 나는 구남친을 좋아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단은 헤어졌던 이유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연애의 온도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말 나오잖아.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서 사랑을 하는데, 결국은 97프로가 헤어진다고. 그렇다면 결국에 또 내가 도운이가 싫증 나서
헤어진다는 말인데, 이건 쫌 말이 안되고. 그럼 두번째 이유는, 음 그러니까 나는 네이버에 검색하려다가 까먹은 사람처럼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미 생각해낸 첫번째 이유가 너무 결정적이어서. 내가 내 말에 상처 받아서.
"좋아해 도운아."
'미안해. 우리 헤어지자.'
"많이, 좋아해.'
"나는 내가 생각했던 만큼, 너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
저번에 도운이한테 고백하러 가는데, 내가 도운이한테 마지막으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도운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내 자신한테 화가 났고, 도운이하고 헤어지고 나서 다시는 도운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거라 자신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도운이가 다음에 얘기하자면서 나를
밀어냈을때, 안심했던 것도 있었다. 차라리 이대로 도운이가 나를 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새로운 시작을 할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내 마음이 정돈이 되지 않았는데 무슨 고백을 하고 무슨 사랑을 하고 개뿔. 끝도 없이 생각했다.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전화가 윤도운의 것이기 전까지는.
"생각해봤어. 네가 그 말을 했다는 건, 그냥 장난은 죽어도 아닐테니까. 그러다가, 좀 화나더라. 너한테. 너는 내 마음이 장난같나"
"그건 아니야."
"알아. 너는 죽어도 거짓말 못하는 애라는거. 근데 그거랑 이거는 별개잖아."
"그치, 네가 화내는 거 나도 이해는 해. 나도 내가 미친년같다고 생각했으니까."
미친년같다는 내 말을 듣던 도운이가 웃었다. 내가 장난을 치거나, 까불거리면 결국에 나를 봐주면서 웃던 그 미소로 웃었다. 그 미소를 보고 깨달았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
이 약자라는데, 내가 결국 그 약자가 되가는 모양이다. 내가 좋아해라고 고백했던 그 밤 이후로 숱하게 고민했던 많은 밤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버린 걸 보니까. 그래서
홧김에 말했다. 아니, 백퍼센트 홧김은 아니였다. 어느 정도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인건 분명하다.
"그럼, 네가 나 좋아한만큼 나도 해볼게. 노력할게. 나도. 그니까, 너도 내가 노력하는 게 마음에 든다 싶으면,"
"그때 사귀라고?"
"어. 뭐, 너도 내가 좋아지면 사귀는 거니까 내가 노력해도 맘에 안든다 그럼 차도 돼."
"야, 그게 무슨."
"그럼 나 이만 가볼게. 어떻게 너를 꼬실지 계획해야 되니까! 아, 바래다줄까? 집에 혼자 가기 무서우면."
어떠한 노력도 이유도 생각도 필요없다. 내 마음 안에서 생각 안에서 윤도운을 좋아한다가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로 끝난 거면 이미 망설일 여유가 없다는 말이었는데
내가 이제서야 알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도운이 웃는 얼굴 봐서, 그게 동기부여가 되줘서. 그리고, 이제 고민하지 않아도 되서. 그리고 그날 도운이는 내가 바래다줬다.
구남친을 좋아하면 안되는 이유. 그런 거 없다 이 세상에. 앞으로는 노력할 시간만 필요할 뿐. 그래서 말인데, 어떻게 다시 꼬시지 윤도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