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에 빠지면서도 어깨가 무겁다 했는데, 역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생님의 두터운 자켓이 덮여져 있었다. 나는 무게감을 주는 자켓을 슬쩍 내린 후 주위를 살폈다. 야자가 끝난 건지 아니면 쉬는 시간인지 반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복도 까지 조용한 걸 보니 아무래도 야자 2교시까지 다 끝이 난 것 같았다. 또 잠이 들어버렸네…. 책을 펴 놓고 또 잠이 들어버려 다가오는 시험이 걱정되어 한숨을 푹 쉬며 빈 반을 둘렀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또 낯익은 얼굴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보통 일어나면 앞을 먼저 보는게 맞지 않나?”
“아……. 그런가요?”
“멍청한 표정.”
“네?”
“공부는 안 하고 잠만 자니 성적이 그따위지.”
“그래도 중위권은 하는데….”
“3등급으로 어디를 가려고? 전문대 가려고? 아니잖아.”
“네…….”
대학 얘기에 입이 꾹 다물려진다. 난 한숨이 나왔다. 눈 뜨면 고3이란 말이 정말이였다. 공부를 해도 스트레스, 안 해도 스트레스인 나이, 고3. 난 정곡을 쿡쿡 찌르는 선생님의 말에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공부 못 하는게, 죄지.
“나와.”
“네?”
“계속 그렇게 있을려면 있고.”
“아…. 지금 시간이….”
“10시 40분. 야자 끝난지 50분이나 지났지.”
“헉….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퇴근도 못 하시고.”
“그보단, 집에는 어떻게 갈래? 버스도 끊겼을텐데.”
어쩐지 장난스러워보이는 웃음으로 내 머리를 툭 쳤다. 아…그러게요. 의외로 간드러지는 웃음에 어쩐지 심장이 뛰어 막차가 끊겼다는데도 별 생각이 들질 않았다. 역시 생각이 없다니깐. 머리를 절래 절래 저으며 내 멱살을 잡듯이 이끈 선생님이, 자신의 차로 밀어 넣었다. 부드럽지 않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거칠다. 난 잡힌 어깨가 아려오는 감각에 살짝 부은듯 한 왼쪽 어깨부근을 쓸어 내렸다.
“내 차에 탄 학생은, 너가 처음이다.”
“감사합니다.”
“안깨운 내 잘못도 있으니깐. 절대 너가 걱정되서 태워주는 게 아니라고.”
“알아요.”
“그냥 네 단임으로서 말이다.”
“…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지랄맞다고 할 정도로 깔끔한 성격대로 차도 온통 하얀색이였다. 어쩐지 신발 자국이라도 묻으면 한대 맞을 것만 같아 난 발을 살짝 올리고, 난폭하게 운전을 하는 선생님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어라, 근데 우리집을 말 안 했는데….
“여기서 좌회전 맞지.”
“어떻게 잘 아세요?”
“그야 너랑 나랑 같은 아파트니깐.”
“에? 정말요? 쌤은 상동에 사신다고 하셨잖아요.”
“이사왔다.”
“언제요…?”
“오늘부터.”
“예?”
“그러니깐 우리집 들려서 짐 좀 옮겨주고 가도록.”
하지만 집에서 걱정 하실텐데…. 속으로만 웅얼거린 말이였다. 차마 단호하게 고하는 얼굴에다 거절을 할 수 없어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한 몸을 두드리며 한숨을 몰래 내쉬었다. 골치 아프게 됬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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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늦은 거, 자고 가라.”
“예에?”
“자고 가라고. 늦었잖아. 어차피 내일 토요일이고.”
“하지만! 외박은 절대 안된다고 부모님이….”
“그게 문제라면 걱정 말아라. 내가 이미 전화를 해 드렸으니.”
“…허락 하세요?”
“그럼.”
“집이 코 앞인데 왜 궂이……. 전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 집에서 혼자 자는 게 무서워.”
“여태까지 혼자 자셨으면서 갑자기 왜 그러세요….”
“새집이잖아. 귀신 나오면 어떡해.”
귀신이 무섭다고 고하는 사람의 얼굴이라곤 믿을 수 없이 행복해보였다. 난 흐르는 땀을 제지하지 못하고, 멍하니 내가 옮긴 쇼파에 앉아 있었다. 자고 갈꺼지? 협박 같은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쇼파에 머리를 기댔다.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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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더 쓸지 모르는 조각 ㄲㄲ
그냥 시간 나면 덧 붙여서 또 올께욤 ><..
제목 좋은 거 추천 해 주시면 빨리 올지도 몰르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