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다.
욕실에 딸린 유일한 작은 창문으로 조금 멍하게 하늘을 내다보니 오후에 비가 올 것 같았다.
우산을 어디에 뒀더라... 아... 그거 망가졌지 참...하는 영양가 없는 생각만 하다 문득 탁생에 올려 진 시계를 보니 벌써 7시 50분이 다되어갔다.
우산을 찾는 것은 포기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고시원 공동 현관으로 걸어 나왔다.
34번...공동 신발장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칸은 고작 한 칸이었다.
오래신어 이리저리 헤져 볼품없지만 남한에 오고서 처음 번 돈으로 산 물건인 검정 운동화를 꺼내들었다.
뒤꿈치가 구깃해져 있는 걸 손가락으로 꾹 눌러 피며 신발코를 콕콕 두드려 억지로 발을 구겨 넣었다.
이상은 동무가 애써 준비해준 교복의 넥타이가 목을 죄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갑갑하게 죄는 넥타이를 조심 신경질 적으로 잡아당기며 고시원을 나서다 다시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아무래도 오늘은 비가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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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공사장으로 향했던 발걸음이 학교로 향하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북에서도 딱 한번 학교에 가본 적이 있었으나 먹고 살기 바빠 그 후론 나가지 못했으니 처음으로 나가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아...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전에야 아침 일찍부터 막노동을 다닐 수 있었지만 학교를 나가게 됐으니 막노동을 하는 건 어렵게 됐다.
편의점 같은 데서라도 일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제 남한 말도 어느 정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으니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녀봐야겠다...
오늘따라 잡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 고개를 회회 저었더니 어지러웠는지 휘청거리는 게 느껴졌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멍하니 앞을 보았더니 드디어 눈앞에 목적지가 보였다.
잘 닦인 유리창과 꽤나 높은 건물이 나를 덮쳐올 것만 같았다. 문일고등학교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COMMING SOON 201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