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이 있는 작품입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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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첫 화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 주세요!
( https://www.instiz.net/writing?no=3515224&page=1&category=3 )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그때 네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찬란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날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우린 후회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71 이해
그의 입장을, 아니 그 자체를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지금의 내가 97년 만이었다. 장장 97년 만에 나는 반려였던 민규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물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그 당시의 그였으니 혼자는 무리였다. 그래서 윤엄마와 방으로 들어와 그에 대한 이해를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그날의 민규는, 그날의 기억이 없다는 거죠...?"
"응. 맞아."
"그러니까, 나만, 나만... 나만 힘든 거였네. 그는 조금도 힘들지 않았겠어."
"또 네 생각만 하지. 민규도 힘들었어. 알잖아. 원우가 기약 있는 희망이 나을 것 같다고 잡을 듯 잡을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거든."
"나만큼만 하겠어요...?"
"그건 아니겠지만 너만 힘들었던 건 아니라는 거야.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었나 보다. 애써 눈가를 벅벅 문질러 닦아내고 윤엄마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윤엄마는 우리 둘다 아껴주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편에만 서 계시는 구나. 윤엄마에게 내 죽음은...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아픈 손가락인 거겠지. 윤엄마가 잡고 있던 손으로 내 손등을 쓸어주었다. 아, 손잡고 계셨구나. 내 생각 다 읽으셨겠네. 가만히 쓸어주던 윤엄마는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
"백방으로 널 살릴 방법을 찾아냈어. 시간이 지나면 살아날 너인데, 언제 깨어날지도 모를 너를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찾다가, 지훈이를 만나게 된 거야. 아니지, 지훈이가 찾아온 거지."
"찾아와요...?"
"응. 마녀가 보냈다고 하더라고. 지훈이는 저승에 있는 너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였어. 너가 잘 지내고 있는지, 혹시라도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진 않은지.."
그때 생각에 잠긴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윤엄마였다. 아.. 그럼 지훈님은 저승에서 나와 함께 있었다는 건가..? 아니, 애초에 우리 같은 존재도 저승에 가는 거였나..? 답을 알기 위해 윤엄마를 바라보니 윤엄마가 씩 웃으며 말해주었다.
"응. 우리도 저승에 가지. 그래서 지훈이가 더 힘들어 하는 거야. 저승엔 후회만 남아있다고 말했었거든.
아.. 그럼 내가 죽고 저승에 갔고 그 안에서 지훈님과 함께 있었다는 건가보다.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처음 본 지훈님에 놀라지 않고 익숙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은 건가.. 나는 저승에서 망각의 강물을 먹고 깨어났을 테고 지훈님은, 나와 저승에 있던 기억들을 기억하고 있을 거고...? 설마, 계속 망각의 강물을 마시고 계시던 게 나 때문인 건가...?
"아니야, 아니야. 공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너가 일어나기 전에도 지훈이가 습관적으로 마시던 거였어. 아주, 틈만 나면 자기 때문이라고...!"
머쓱해져 히히 웃고는 사죄의 의미로 윤엄마의 손을 내가 잡았다. 똑같이 히히 웃은 윤엄마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내 맑게 웃으며 날 안아주었다. 둥가둥가 몸을 흔들며 안아주던 윤엄마가 차분히 내 등을 쓸어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다행이다. 많이 좋아져서. 이렇게 너와 민규 이야기를 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
그러게.. 근데,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아요. 찬란했지만 잔인했으니까.
#72 통닭
윤엄마는 병원으로 출근을 했고 남겨진 나는 철저히 민규의 입장에서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윤엄마가 내 편에 서 계시는 동안, 민규의 편은 누가 있었을까. 보니까 윤엄마도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민규랑은 접점 자체를 안 만든 것 같은데 그럼 민규는 혼자였던 걸까? 승철 아저씨는 내 친구 때문에라도 민규에게 악감정이 있었을 거고, 원우오빠는 워낙 죽는 걸 싫어하니 민규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붙잡고 있었을 테고.. 민규는, 어떻게 버틴 걸까.. 정신을 차린 민규는 내가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었을 텐데.. 대체 그걸, 어떻게...
"공주야~"
번뜩 방문을 보았다. 홍아빠가 검은 봉다리를 흔들며 들어오고 있었다. 이 냄새는, 통닭이다! 서둘러 일어나 달려가니 번쩍 손을 높게 들어 통닭을 위로 올리는 홍아빠였다. 이내 볼멘소리로 툴툴 거리는 홍아빠가 나에게 통닭을 건네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괜찮아. 일부러 너한테 환심 사려고 사온 거니까. 이렇게라도 해야 사랑받지 않겠어?"
"에이.. 뭘 또 말을 그렇게 해.."
대답 대신 맑게도 웃은 홍아빠는 책상 위에 봉지를 올려놓고 통닭을 꺼내더니 닭다리를 잡아 뜯어 나에게 건네주셨다. 그것을 받아들고 반대쪽 닭다리를 뜯어 홍아빠에게 건네니 크게 터진 홍아빠가 하는 말이 아주 미웠다.
"난 또 닭다리 두개 들고 먹는 줄 알았네."
"에이. 내가 그럴 애는 아니죠."
"건배나 할까?"
건전하게 닭다리로 건배를 하고 한 입 베어 문 순간 그 풍요로운 기름진 맛이 온 미각을 지배했다. 저번에 먹었을 때도 느꼈지만 통닭은 냄새를 맡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의 조화가 음양의 조화만큼 어울리는 음식은 단언컨대 통닭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치킨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정신없는 그때 갑자기 들리는 홍아빠 웃음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라보니 홍아빠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어서 먹으란다. 왜지..? 의아한 와중에 뭣 때문인지 알 것 같아서 머리를 만져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귀가 쫑긋이고 있는 거였다. 아.. 조절 잘 해야할 텐데. 나중에 밖에서 갑자기 귀 튀어나오면 어쩌지..
"즐거웠던 기억이 쌓이니 좀 낫지?"
"에? 아.. 응. 훨씬 좋아진 것 같아요."
"응. 그렇게 보여서 다행이야. 아참, 정한이한텐 비밀이야. 통닭 사준 거."
"당연하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니 만족한 듯 날개를 뜯어 나에게 건네주는 홍아빠였다. 한참을 통닭을 뜯었을까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들고 있던 통닭을 떨어뜨렸다. 물론 늑대인간의 날렵함으로 바닥에 닿기 전에 잡아냈고 나의 민첩성에 홍아빠가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주었다.
"역시 우리 공주. 아직 안 죽었어~"
"전화부터 받지요..? 애처롭게 울리는데요.."
하필 벨소리도 기본 벨소리라 따르릉 하는 소리가 애처롭기보단 지겹게도 울렸다. 내 귀.. 가뜩이나 기분 좋아서 나와 있었는데.. 아차, 싶었는지 다급하게 받은 홍아빠의 표정이 차게 굳었다. 누군데 그러는 거지..?
"왜 아까 안 받고 이제야 전화를 걸어? 변명 생각 했어?"
심지어 홍아빠 답지 않은 날카로운 말이었다. 어... 어떡해야하지...? 악마오빠의 전화인가 싶었지만 진즉에 차단을 해버린지라 그럴 리는 없었다. 그럼, 누구...
"변명 집어 치워, 최승철."
이렇게 날카롭게 말하는 곳이 승철아저씨라고...?! 너무 놀라 홍아빠를 보았다. 홍아빠도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는 거였다. 곧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더니 차분히 하는 말이 누그러져 있었다.
"아, 그랬어..? 음, 지금 옆에 있는데 바꿔줄까? 네가 대신 사과할래? 그래, 그럼."
핸드폰을 건네는 홍아빠에 기름 묻은 손을 보여주니 괜찮다며 들이밀었다. 최대한 기름이 묻지 않은 쪽으로 핸드폰을 집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00야. 아저씨야.'
"네. 안녕하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있었던 일 사과하려고 전화 걸었어. 민규가 직접 사과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잖아. 그렇지?'
"네..."
'지금 해도 되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민규 지금 울다 지쳐 잠들었어. 너 선택 존중한대.. 이제 민규도 알았으니까 다신 만날 일 없을 거야. 너도, 너무 힘들지 마."
"네..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응... 미안한데 나 또 홍지수한테 혼나기 싫거든..? 대충 끊어줄래?'
"네. 들어가세요."
'응, 정말 미안했어.'
승철아저씨의 사과를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뭘까, 이 느낌은.. 찝찝하게, 그와의 연이 끝났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그때 네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찬란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날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우린 후회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73 귤 좋아
전날 보다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었다. 음, 찝찝했으나 어쨌든 끝이 난 거니까. 사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당장 내 눈 앞에 닥친 일이 나에겐 더 큰 불안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왜 공주방에서 통닭 냄새가 진동을 할까, 지수야?"
우리들은 인간보다 감각이 예민한 게 화근이었다. 그 말인 즉 윤엄마에게 통닭 먹은 거 들켜버렸다. 홍아빠는 지각이라는 어색한 연기를 펼치며 나가버렸고 남겨진 나는 변명 거리라도 찾으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내 눈에 띈 것은 승관이었다. 승관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화들짝 놀라더니 곧 결심한 듯 이상한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아니, 형. 생각을 해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이슈가 뭐게?"
"뭐?"
"바로 치킨이야. 왜냐? 치킨이니까. 근데 또 요 시장에서 파는 통닭은 매니아 층에서 아주 인기 있는 제품이란 말이지."
"......"
"그러니까 내말은, 우리 누나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아주 작은 이벤트랄까?"
맥락 없이 줄줄 새어나온 저 말들은 내가 들어도 어이가 없었다. 혹시가 역시, 윤엄마 또한 온 몸으로 어이없음을 표출해내는 거였다. 승관이는 머리를 굴리다 못해 자멸하기로 했는지 단 한 번도 편을 들어준 적 없는 지훈님 뒤로 도망을 간 후였고 방금 들어온 지훈님은 무슨 일인지 모르나 무조건 승관이가 잘못했다며 윤엄마 앞으로 승관이를 데려다 놓았다. 결국 내가 나서기 위해 일어나는데, 지훈님이 날 부르는 거였다. 미안, 승관아. 난 이게 더 중요해서.
"이거 먹어."
검은 봉다리 안에서 꺼내 건넨 것은 귤이었다. 승관이에게로 쏟아지려던 화살은 철저히 지훈님에게로 향해지는 것이 윤엄마의 시선으로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넌...! 얘가 뭐로 혼나고 있었는지 알기나 해?!"
윤엄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귓등으로도 안 듣는 지훈님은 내 손에 귤을 올려주고 다른 손에 귤이 가득 든 봉지를 끼워주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전 지훈님이 윤엄마에게 말했다.
"그 분한테 여쭤보니까 이제 인간 음식 먹어도 된대. 약도 필요 없을 거라고 했어."
그분이라 함은 지훈님의 극존칭 대상.. 마녀언니구나. 아침부터 마녀언니한테 다녀온 건가.. 손에 들린 귤을 바라보다 지훈님이 준 거니 먹기 위해 껍질을 깠다. 포기한 윤엄마가 손을 휘휘 저으며 출근 준비를 하러 들어갔고 안심이 되는 마음에 껍질을 까는 속도에 불이 붙었다. 다 까고 이제 막 입에 넣으려는 그때 승관이가 굳이 그걸 들고 도망갔다. 누나 도와주려다 윤엄마에게 잔소리 얻었으니까 자기가 먹겠다고. 물론 승관이는 그러지 못했다. 방문을 열고 나온 지훈님이 승관이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다.
"부승관."
"아, 형 진짜 너무하는 거,"
"부승관."
"권력 남용이야 그거!!! 아냐, 내 입이 방정이야. 미안!! 누나 먹어. 아~~~"
내 입에 귤이 들어오고 나서야 지훈님은 만족한 듯 싱긋 웃더니 들어가 버렸다. 내 사람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다. 지훈님은 다정하신 것이 분명하다.
#74 우리의 저승
이제야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민규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부터가 나에겐 크나큰 변화였으니까. 민규에 대한 이해를 끝냈으니 다른 것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우리 같은 존재도 저승에 간다는 것. 매일 흘려듣기만 해서 그저 그렇구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죽어있었던 거였다. 워낙에 내 죽음을 부정했던 터라 단 한 번도 자각한 적 없는 부분이었다. 이런 곳에 지식이 아주 없는 나이기에 스승님 한 분을 모셨다.
잘못 모신 것 같았다. 아침에 통닭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윤엄마와 홍아빠, 승관이를 제외하니 남는 건 이석민이기에 이석민을 모셨는데 스승님 흉내를 내는 게 퍽이나 얄미워 보이는 거였다. 근데 석민이는 잡지식이 많아서 유능하긴 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우리도 저승에 간다고 들었어."
"엥? 너 아는 거 아니었어?"
"아니. 잘 몰라."
"우리도 인간이랑 똑같아. 똑같이 저승에 가고 후회를 하고 환생을 해."
"저승에 가면...?"
"음, 가면 저승사자를 만나겠지? 아주 나빴으면 끝없이 후회를 하게 둬. 억울하고 불쌍하면 금방 환생을 시켜. 물론 망각의 강물을 먹어야만 환생이 가능하니 먹고 나서 환생하면 그때의 기억은 없지. 현생의 우리는 망각도 없는지라 죽기 전 기억도 생생하고."
"나는 어떻게 된 건데?"
"넌, 음... 학연, 지연, 혈연이 있잖아. 넌 지연이었지. 지인 찬스! 정한이 형이 하도 힘들어하니까 마녀님이 소개해줬다고 했어."
아... 그렇게 된 거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가 끝났다고 석민이에게 전하니 석민이가 입술을 달싹였다. 필시 할 말이 더 있다는 신호였다.
"할 말 더 있어?"
"흠, 이건 그냥 내가 생각했을 때 이상한 건데, 따지고 보면 지훈이 형은 우리 집에 같이 살 필요가 없잖아. 그저 너 잘 있는지 안부인사 같은 거 전해주려고 공적으로 만난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인 건데... 심지어 저승사자가 얼마나 이타적이어야 되냐고 말할 정도로 살 부대끼고 살아갈 종족이 아닌데.. 처음엔 분명 10번만 전해주고 간다고 했거든? 10번이 30번이 되더니 1년이 되고 결국 같이 살게 된 거라니까? 대체 거기서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엥?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서로 고개를 갸웃거리다 됐다며 관뒀다. 둘이서 답이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뭐. 아무래도, 오늘 지훈님께 여쭤봐야겠다. 여쭤보는 거 핑계로 지훈님도 봐야지.
#75 어쩌나
새벽. 모두가 잠든 새벽에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는 척 하느라 옴짝달싹도 못했더니 몸이 찌뿌둥해 기지개를 쭉 키고 침대에서 내려와 소리가 안 나게 아주 살짝 방문을 열었다. 앞뒤양옆을 살펴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최대한 빠르게 그러나 소리 없이 지훈님 방 앞에 섰다. 내가 지금 이 곳에 있는 이유는 저승에서의 지훈님을 여쭙기 위해다. 잠도 안자고 버틴 내 자신이 용한 이때 문이 벌컥 열렸고 너무 놀라 스프링 튕기듯 놀라 자빠질 뻔했지만 지훈님이 간신히 잡아주셨다.
"....좋은, 새벽이에요, 지훈님."
"뭐해?"
"잠시, 이야기 좀..."
나를 바로 세워 준 지훈님은 손에 들린 컵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먼저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한 뒤 부엌으로 발을 돌렸다. 아직도, 강물 마시나 보네.. 괜히 착잡해 부엌에서 시선을 돌려 지훈님 방으로 들어갔다. 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지훈님의 작사노트였다. 방금 부엌에 가셨으니 한 30초의 시간은 있겠지? 목을 쭉 빼고 작사노트를 살펴보았다. 대개 긍정적인 말들이 대부분이었고 개중 '아싸'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아싸를, 가사에 쓰시나..? 의아했으나 곧 지훈님이 오실 수도 있으니 저번에 누워본 적 있는 침대에 살포시 앉아 지훈님을 기다렸다. 곧 지훈님은 약간 노란 물이 담긴 컵을 들고 들어왔고 그 컵에 시선을 꽂은 채 조심히 물어보았다.
"저승의 강물도, 오염이 심각한가 봐요. 먹으면 식중독 거릴 것 같은데 이참에 끊어보심은...?"
"...보리차야."
"아..."
보리차구나... 보리차...?
"끊으셨어요?!"
"노력중이야."
"너무 잘되셨어요!"
"목소리 좀 낮춰."
"네에...!"
바로 목소리를 낮추는 날보고 픽 웃은 지훈님의 눈이 책상으로 꽂혔고 티 나게 놀라 흠칫 한 지훈님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뇨. 봐도 되는 거예요? 그럼 봐도 될까요?"
"아냐. 나중에."
후다닥 작사노트를 덮는 지훈님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나의 웃음에 지훈님은 같이 웃더니 의자에 앉아 보리차를 마셨다. 난 그런 지훈님을 확인한 뒤 일어나 지훈님 방문을 닫았다. 그런 날 눈으로 쫒던 지훈님이 선수 쳤다.
"안 알려줄 거야."
"예? 뭔지 알구요...?"
"이석민한테 들었어. 저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을 거잖아."
"아...! 그거 물으려고 지금까지 잠도 안 잤는데...!"
나의 격한 반응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보리차를 마시는 지훈님이 얄미워 보여 째려보았다. 그런 나를 보고 픽 웃은 지훈님이 급 정색을 하며 말하는 거였다.
"이젠 째려보기도 하네?"
"아니... 궁금하잖아요. 지훈님은 항상 저승의 강물을 마시며 잊고 싶어 했는데, 그 기억 중에 나도 있으니까.."
"...너가 그랬잖아. 기쁜 기억으로 슬픈 기억을 누르라고."
"...그 말한 저에게 싫다고 해놓고선..."
"내가 언제? 내가 언제 네가 싫대? 나 한 번도 너한테 싫다고 한 적 없어. 나한테 한 적은 많아도."
"그때도 그랬고 저번에도 그랬거든요. 구질구질해서 싫어한다고 했고,"
"아, 그건 미안."
"...굳이, 두 번 상처 주시고..."
"아니, 그땐...! 그땐, 네가 걔 좋아하는지 알고 정 떼려고... 안 그래도 심하게 말한 거 같아서 사과하려 했는데, 너가 웃길래... 큰 상처는 아닌가 싶었지.."
우와... 지훈님이 변명을 막 줄줄 내뱉는다.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니 지훈님도 느꼈는지 고개를 숙이는 거였다. 아, 뭔가 되게 간지럽다. 심장 부근이 막 간지러... 잠깐만. 내가 민규를 좋아하는지 알고 지훈님은 정을 떼려고 심한 말을 했다는 거잖아. 정을 떼려고.. 이미 정이 많아서.. 애정해서..?
"저 좋아해요, 지훈님?!"
나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든 지훈님이 놀란 토끼눈을 한 채 나를 보았다. 아, 아닌가보네.. 머쓱해진 그때 지훈님의 말은 내 심장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어쩔 건데."
세상에.
***
세상에. 이럴수가. 삽질커플 드디어 만나나 봅니다~
풍악을 울려라!!!!!!!!!!!!!!!!!
얘네 서로 마음 확인하는데 까지 장장 15화가 걸렸네요. 흑흑8ㅁ8
예쁜 사랑 했으면 좋겠네요!
아 사실 얘네도 새드엔딩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시즌 1도 새드라..ㅎ
해피로 가려구요^0^/
그래서 스토리 갈아엎다가 마땅한 생각이 안나서 걍 새드로 뽑으려다가 또 갈아엎다가 난리를 치느라 늦었습니다..ㅎ
*암호닉입니다*
[암호닉은 다시 받고 있습니다!]
뿌랑둥이, 오솔, 순찌, 잼재미, 16328, 선쿱, 수리수리, 유한성, 루미너스, 순수녕,
예에에, 2217, 귀여워더, 빙구밍구, 순주, 치킨낳은달걀, 뿜뿜이, 쑤하지니, 쿠조, 천사가정한날,
돌하르방, QQ, 당근먹는꿀벌, 버밀리온, 때마침봄, 햄찡이, 조끄뜨레, 메뚝, 꼬솜, 체리쉬,
로블링, 볼살, 성장통, 슬곰, 소다, 하리뿌, 으헤헿, 몽자, 하금, 급식체,
촨설, 이지훈오빠, 팽이팽이, 전주댁, 명호엔젤, 찬이, 소보루, 왕댜, 다흰,
시옷, 트윅슈, 아몬드봉봉, 쿱포랑이, 물민, 한콩, 햄찌는귀엽찌, 호시시해, 문홀리, 전레몬🍋,
소매자락, 여우비, 하람, 봄유, 도담, 플로라, 프레그런스, 아움, 뿌채꽃, 푸르던,
숨숨, 양양, 호시탐탐, 뚀잉뚀밈, 수액☆, 동공팝핀, 캠핑뽀이, 코코몽, 윤살구, 미키,
에뜨왈, 뿌쿠, 우셩,
(맨 위 사진은 보나님께서 주셨습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