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프스윗입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에요)
01.
우리 독자님들과 보내는 세 번째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요. 제가 ‘Oh My Rainbow’라는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두 해가 지나가고 있네요. 애초에 중단편으로 계획했던 글이 이렇게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우리 독자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댓글은 정말 큰 원동력이었고 지금까지 글을 놓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응원이었어요. 혼자서는 절대 이끌지 못했을 것들을 독자님들과 해냈다는 게 매우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슬퍼요.
단순히 연애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우울한 감정과 생각에 공감하시는 독자님들의 댓글이 많아질수록 글을 쓰는 입장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주로 새벽에 글을 쓰는 저는 문단이 막힐 때면 게시물에 들어가 남겨 주신 댓글을 읽곤 하는데, 어떤 날은 워드에 단 한 문장도 적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적도 있어요.
'어쩌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에 잠겨 댓글을 떠나지 못했던 새벽이 기억나요. 그중 '우주의 잔해처럼 떠도는 기분'이라는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래서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할 때 실제 넣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그 독자님이 아직도 제 글을 읽고 계실진 모르겠지만 그때의 전 공허함을 느꼈어요. 스크롤을 길게 내려야만 다 볼 수 있었던 문장들을 완전히 기억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저 문장은 앞으로도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각자의 고민을 완벽히 풀어줄 수 없었던 글이었을지라도 읽고 나신 후에는 아주 조금이라도 해소하셨으면 좋겠어요. 'Oh My Rainbow'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저의 그림자를 위로하는 글이자, 독자님들을 위한 '힐링' 같은 글이니 언제든지 편하게 읽어주세요.
02.
공감과 위로의 글을 쓰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음에도 가끔은 많이 무거웠고 힘겨웠고 고민이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그럼에도 ‘지훈’과 ‘승관’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문득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우리 독자님들은 어떠셨나요? 본인과 조금은 닮은 캐릭터라든지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가 있으셨나요?
네? 석민이요? 아니 사실 석민이가 했던 술주정 중에 ‘나 일본이야?’ 가 있었는데, 제가 미처 풀어내지 못한 떡밥인 거 알고 계셨나요? 모르셨죠? 일단 혹시 모르니까 저만 알고 있을게요. 맞아요. 여기서 털다가 스토리 꼬이면 떡밥 회수는 어려우니까요. 절대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 맞습니다.
솔직히 문맥상 시간상 풀어내지 못한 에피가 엄청 많아요. 지훈이랑 챕스틱 챌린지, 승관이랑 석민이랑 탁구 하다가 지나가던 지훈이가 이겨버리기, 여주랑 지훈이가 새벽 야식으로 막창 먹다가 별거 아닌 걸로 싸우고 학교에서도 으르렁대기, 기계치 순영이가 승관이에게 PPT 를 맡겼는데 얼마 가지 않아 보노보노가 교수님 메일 직통으로, 보노보노 때문에 D 받고 울던 순영이가 승관이의 맥북 들고 도주 , 축제에 놀러 온 정한이를 신입생인 줄 알고 '개'선배가 장기자랑 무대에 부르는 것도…….
일상생활로 풀어내고 싶은 건 되게 많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이디어를 드렸으니 이제 우리 독자님들 차례입니다. ‘하프스윗’으로 암호닉 신청하게 해주세요. 저 신알 버튼 맨날 들고 다녀요 (?
03.
개인적으로 지훈이와 승관이의 귀여운 모먼트를 좋아해요. 실제 주인공을 정할 때도 아 이건 무조건 이지훈과 부승관으로 조져야겠다 마음 먹고 들어간 거라 애정이 더욱 샘솟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둘의 모먼트,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훈: (예쁜 짓
뿌: (그냥 항상 궁금
훈: 아니 고기 큰 거 먼저 넣어줘야지
뿌: 자, 됐지?
훈: 아 ㅎㅎ 부승관이 저 까탈스럽대요?
뿌: (이지훈 저거 지금 분명 내 욕인데 (눈치
맞아요. 이런 느낌이에요. 서로 상호보완적인 완벽한 이들을 좋아합니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일단 우리 독자님들이 먼저 시작해주세요. 말씀드렸다시피 제 암호닉은 ‘하프스윗’이고 신알 첫빠입니다. 기억해주세요.
04.
텍스트 파일과 제본은 사실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근데 저 하나 뭐 여쭤볼게요. 솔직히 제 글은 브금과 움짤을 같이 봐야 그나마 괜찮지 않나요? 그래도 글잡에서 보는 게 가장 편하시지 않나요? 가끔 따로 음악을 틀어 놓고 보시나요? 종이책의 매력을 강하게 느끼시는 분이 계신가요? 궁금한 게 많아서 미안해요. 제 눈썹 지금 치켜 올라갔어요. 왜냐면 정말 궁금하니까. 답은 굳이 안 하셔도 돼요. 통합검색에 ㅂㅇㄱ 제본 검색해서 알아가면 되죠 뭐. 희희. (제 멱살 잡고 표지 골라 주실 독자님 구합니다 1/n)
05.
2016년을 시작으로 2017년을 지나 올해 2018년에도 늘 같은 애정으로 끝까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독자님들께 작게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제 본래의 목표대로 임무를 완수했다는 뜻이니 기분 좋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헤어짐의 인사는 최대한 짧고 간단하게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잘 안 되네요. 정이 들었나 봅니다. 사계절이 두 바퀴를 도는 긴 시간 동안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웠고 같이 걸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좋은 날들이었습니다
또 만나요, 우리
2018. 10. 21
하프스윗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