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love never lasts? first love lasts forever in your mind. That's the point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구요? 아니에요.첫사랑은 영원히 마음 속에 남아있잖아요. 그게 중요한거죠, 뭘.
피식피식 거리면서 웃다가 웃음이 터져 핸드폰을 잡고 그대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가 발을 동동 구르며 강승윤의 셀카였던 프사에 뽀뽀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상메를 바꾸는 김에 프사도 강승윤과 찍은 사진으로 바꿨더니, 2분인가 지나서 인가, 나랑 찍었던 또 다른 사진이 강승윤의 프로필 사진에 있었다.
그렇게 강승윤과 사귀게 되고 나서 어찌나 기뻤는지 그 독특한 향 때문에 먹지도 못하는 저녁 때 엄마가 깻잎을 먹으라 할 때 반항 없이 실실 웃으면서 쳐먹었더랬다. 우웩. 내 방실방실했던 얼굴 때문에 엄마는 얘가 뭘 잘못 먹었나.. 하고 생각했다 했다.
밥을 그렇게 다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 뭐를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항상 밥은 기억하고 사는데 그 날 처음으로 내 밥이 뭐였더라...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었지. 되게 맛있던 거였는데 엄마한테 물어보니 그 날 장을 못 봐서 그냥 깻잎무침하고 호박전 뿐이였다 한다.
엄마가 아들- 후식 이라는 말과 함께 달달한 사랑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보며 물었다.
"아들 기분이 왜 이리 좋아보일까??"
그 때 흥분해서 엄마 앞에서 잘생긴 담임선생님이나 첫사랑 얘기를 하는 10대 소녀처럼 강승윤에게서 받은 얼음 주머니 얘기서부터 강승윤에게 내가 뽀뽀를 했다, 그래서 카톡으로 고백받았다는 얘기까지 조잘대며 말했다. 엄마의 눈도 어느새 담임선생님 첫사랑 듣는 그 당시 내 나이대의 소녀로 변해있었고, 둘이 서로 강승윤 사진 보여주며 잘생겼네-, 그지 기타도 잘치고 노래도 잘해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었다.
어느새 떠들다 보니 시계바늘은 12시를 향해갔고, 엄마가 너무 집중하느라 피곤했는지 기지개를 쭉 피고 하품을 하며 아들 이만 자자- 내일 니 남자친구 고백 받고 처음보는데 피부 상해서 쓰겟니- 호호 하며 방을 나섰고, 그대로 침대로 쓰러져 핸드폰을 확인했다. 딱 누워서 핸드폰 액정을 보는데 카톡-하는 알림이 떴다.
강승윤인가
누구인가. 누구지 하는 생각을 1분 동안 했다. 또 다시 카톡-하고 소리가 났고 화면을 켜보니 강승윤에게 온 톡이 대화창에서 빛났다. 잘라고 이제 가슴을 진정시켰는데 이 남자는 나를 또 들쑤셔 놓는다.
내일보자.
잘자 굿밤.
이 2개의 메세지에 그 밤에 별 난리를 쳤었다. 초등학교 때도 귀찮다며 안하고 방학 숙제로도 안하고 말았던 일기를 처음 썼다. 전에 누나가 자기 남자친구 얘기 쓰려다가 그만 꺠져버려서 안 쓰게 되어 나에게 버리다 싶이 준 이쁜 하늘빛의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 다이어리가 저기 옷장 박스 안 어딘가에 굴러다닐텐데.
우선 강승윤에게 선배두잘자용 하고 답을 하고 이내 응-그래내꿈꿔 라는 답이 오고 내꿈꿔, 띄어쓰기 없는 이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세 글자에 그만 녹어 핸드폰을 껴안고 마녀처럼 혹은 소녀처럼 웃었더랬다. 그 화면을 캡쳐하고 인쇄해서 다이어리 두번째 장에다가 첫날 with SE 라고 쓰고 그 사진을 붙이고 내 기분을 문학소녀처럼 구구절절 썼었다. 아, 찾아보니 여기있네.
[오늘 강승윤한테 뽀뽀를 했다. 나는 내가 강승윤을 좋아하는 지 알고 되었지만 강승윤이 날 좋아하는 지 몰라서 그냥 생각도 안 하고 입을 맞췄다. 지금 생각해보니 미쳤네 으악 어쩌지 내일 강승윤 얼굴 어떻게 보지??!??!?!?!? 막 내일 얼굴 보고 내 얼굴 빨개지면 챙피한대애.... 아 맞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고백을 받았다! 두둥 남태현의 사랑이 시작되는 건가요- 빰빠밤 그러고 강승윤이 나한테 3타를 연속 직격으로 날렸다! 내일 보자 잘자 굿밤 내꿈꿔 우와.... 강승윤 짱짱 로맨티스트야 . 이게 당연한 건가아?? 강승윤 전에 여친 없었다구 했는데 어찌 이렇게 이쁜 짓을 하는지...ㅎㅎㅎㅎㅎ 아좋아라 이만 나는 내일 내 남..자친구!를 봐야하므로 그만 자야지]
풋풋하다, 정말. 지금은 어떤 사람이 이런 말 해줘도 안 설레던데 이 때는 내가 미쳤었나보다. 뭐 충분히 그럴만도. 그 사진 아래 화살표로 살짝 빼서 '강승윤♥' 이라고 적고 다이어리를 탁 덮고 책장 안에 꽂았다가 괜시리 들킬까 두려워 안에 본문 없고 그저 책 껍다구만 있는 그 껍다구 사이에 다이어리를 넣어 책장에 넣고 밀봉!! 하며 기뻐했었다.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아침이고 항상 찌뿌둥하게 일어나는 다른 아침들과는 달리 강승윤과 2일째 되는 날은 그렇게 개운했었다. 그 때, 모든 걸 강승윤한테 돌렸더랬다. 내가 이렇게 일어나는 건 강승윤 덕이야. 역시 강승윤. 하늘에서 내려왔나봐. 막 그런 미친 상상을 했었었다.
평소에는 헉헉 대면서 겨우겨우 통과하는 교문을 느긋하게 통과하는 내 모습을 보고 학주하고 선도부 중 내 친구가 왠일이냐-하며 팔을 툭 쳤다. 나는 그냥 강승윤 볼 생각에 실실 쪼개며 그 친구를 무시하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 친구 이름이 뭐였더라... 김진...아, 김진 뭐시기 였는데 아 맞다 김진우였다. 눈 크고 선도부답게 생긴 그런.
수업 시간에 평소에는 자서 못 듣는 거지만 그 날은 혹시 자서 눈 더 부어서 별로 안 큰 눈 작아보일까봐 자지도 않고 그렇게 멍-때렸다. 그런 내 모습에 이상해 하는건 내 짝을 비롯한 우리 반 모두가 이상해했고, 좋아하는 건 각 수업마다 들어오는 선생님들이였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했던 국어 선생님이 가장 기뻐했었던 것 같다.
난 그댁같은 사람 싫네요. 눈 좀 째져서 약간 여우상에 기타 잘치고 노래 잘하는 사람이 좋지. 그게 강승윤이고
이 생각으로 모든 수업시간을 보냈다. 종례가 끝나고 반장의 차렷경례-하는 말과 함께 애들은 야 누구야 하며 같이 집에 가는 사람들과 짝짝을 지어 반을 나갔고, 나는 가방을 매고 강승윤의 교실에 갔다. 강승윤의 담임은 학주였고, 종례만 30분, 청소만 30분 시킨다고 2학년 모두가 내년에 피하길 바라는 그런 선생이였다.
다들 학주의 오랜 종례에 꾸벅꾸벅 졸고 다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의 분위기였고, 수업 시간에 못 잤던 잠이나 자자 - 라는 느낌으로 다들 고개를 꾸벅꾸벅 자고 있는데, 강승윤만 다리를 덜덜 떨며 손톱을 씹고 초조하게 있었다. 손목을 걷어 시계를 한 번 보고는 학주를 한 번 보고 후-하고 한숨을 내뱉으면서 허벅지를 한 번 쓱 문지르고는 보는 사람조차 불안하게 만드는 그런 광경을 자아냈다.
강승윤이 뒷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날 보며 힝-하며 입꼬리를 아래로 쭉 내렸고 다시 앞을 보더니 아까의 그 불안한 행동을 계속했다. 학주가 그런 강승윤을 한 번 보더니 뭐 밖에 여자친구 기다리니 - 하며 물었고 학주의 목소리가 엄청 컸던지라 시끄러운 복도에서 폰을 만지며 끄적대고 있던 내 귀에 들렸다. 흠칫했다
다시 강승윤을 뒷문에 난 창으로 한 번 보니 강승윤은 한 번 흠칫하더니 아니요 하하하 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냈다.
"우리 승윤이의 스쿠울로맨스를 위해 종례 여기서 끝, 반장"
왠일이래, 저 학주가. 강승윤네 반 여자 선배고 남자 선배고 우와!!!! 하며 소리를 지르더니 승윤아 고맙다, 사랑해, 여친 나중에 보여줘 등등 각 종 강승윤을 찬양하는 멘트가 쏟아져 나왔다. 시계를 보니 종례는 이제 15분을 넘기고 있었고, 이건 내가 알고 있던 학주의 최단 종례시간이였다.
반장의 구령에 맞춰 인사를 하고 강승윤이 가방을 매고 쏜살같이 뛰어나왔다.
"태현아!!!! 선생님 너무 종례 늦게 끝내애흑흑"
강승윤이 말끝을 늘이면서 제 머리를 내 어깨에 갔다대며 흑흑 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태현이 내가 많이 보구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와써요오 우쭈쭈 귀여워라. 아 자꾸 그러시면 내 심장은 어찌합니까.
강승윤이 지 팔을 내 어깨에 두르더니 가자- 하며 연습실로 날 이끌었고, 나는 그냥 그 걸음걸이에 맞춰 걸었다. 연습실이 있는 그 복도는 동아리 사람 외에는 지나다니지 않아 불을 안 켜 낮이래도 조금 깜깜했고, 나는 몸을 더 움츠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어깨에 있던 팔을 허리에 감싸고, 내 볼에 뽀뽀를 했다. 뽀뽀를...아이남태현이쁘다-하는 강승윤의 말이 귀에서 웅웅대었다.
그 때, 사람들이 보면 어쩌나 싶어서 주위로 둘러 보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고, 나는 얼굴을 더 파묻었다.
"그러지 말아요오..."
강승윤이 하하 하고 웃더니 애교 부리는 거야? 하며 물었고 약간 삐지기도 했지만, 강승윤의 품에서 벗어나기 싫어 그냥 연습실로 들어갔다. 강승윤이 허리에 있던 팔을 불러 다시 어깨에 두르고 밴드부 선배님하고 인사를 나눴다.
짖궃기로 유명한 송민호라고 안경 쓴 선배가 욜-기류 좋다. 사귀냐? 하며 강승윤을 틱 치며 물었고, 나는 굳어있었지만, 강승윤은 그 선배에게 응 사귄다 부럽냐? 하며 말했지만 , 민호 선배는 그냥 이새끼 농담 많이 늘었네-하며 자신의 노트북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강승윤이 내 얼굴 앞에 제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나에게 말했었다. 그 날 나는 또 엄마랑 신나게 수다를 떨었었지.
"난 너랑 사귀는 거 떳떳하고, 난 지금 커밍아웃한거다. 사랑해. "
오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