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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지민




높은 구두의 엉덩이를 겨우 가릴 만 한 치마에 허리라인과 바스트의 유연한 곡선이 그대로 보이는 

시스루 셔츠의 여자는 도도하게 다리를 꼬며 생글생글 웃었다

짙은 화장에도 본판이 예쁜 것이 티가 났다지민이 들어오자 조심스럽게 뛰어가 손을 잡았다

어떻게 됐어



이탈리아.” 

?” 

이탈리아라고.” 



봄이 끝나는 달에는 치파오도 입었고, 작년 겨울의 마지막 날엔 바니걸 의상도 입었다

마지막 달마다 컨셉을 잡아 분위기도 바꾸고 손님도 모을 겸 시작하는 이 가게만의 이벤트는 많은 남정네들의 늑대 같은 본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제비뽑기로 정하는 컨셉의 마지막을 항상 마담의 지시로 바뀌기도 하고 틀어지기도 하지만 이번 달은 특별히 마담이 아까는 지민에게 주도권을 잡았다

마담에겐 장난이겠지만 그녀들에겐 금전적 여유와 연결되어 있어 중요하다 못해 

이벤트만 잘 해도 몰래 들어오는 팁만 월급 뺨을 훔치니 그녀들은 지민의 말에 일제히 핸드폰을 켜 초록창에 이탈리아 전통의상을 검색했다



에엑, 이게 뭐야.” 



노출이라곤 쥐뿔도 없고 야하기는커녕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 의상들을 보며 어떻게 꾸밀지 머리를 굴렸다

지민은 한숨만 푹 쉰 채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제 자리인 바의 긴 테이블 안으로 들어가 매달린 와인 잔의 개수를 세고 진열되어있는 와인들을 확인했다

마담의 머리 위에 있는 검은 정장의 남자들도, 헐벗은 그녀들도 처음엔 지민을 마담의 아들이라 생각했다

이십 대의 멀쩡한 사내놈이 이런 더러운 빨간 골목에서 술을 팔며 다리는 벌리지 않으니 말이다

여자들은 장난스럽게 마담에게 다가가 아이는 언제 낳았냐는 등 아빠는 누군지 아냐는 등 저속한 농담을 했지만 

눈 하나 깜박 않고 자신은 저런 작고 힘없는 아이를 낳은 적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헛소문이 지민의 귀까지 들어가자 그런 시답잖은 거짓말 칠 때 봉 잡고 춤이나 더 추라며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호기심 가득한 조폭 놈 중 하나가 은근슬쩍 지민의 뒤를 알아봤고 흰 종이에 적힌 지민의 정보를 보고 손을 발발 떨었다


아들 둘과 토끼 같은 막내딸이 있는 가정의 보스인 그의 애인이란다, 애인

과거를 좀 더 알아보니 어머니도 였고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어머니의 가게에서 놀고 일하다 보스 눈에 띄어 픽업된 거라고

알 수 없는 아빠와 낳자마자 죽은 어머니의 부재를 가게 안에서 달래며 그렇게 살았다고 알려주는 종이를 다 읽고 

보스에게 죽지 않을 만큼 맞고 나서야 남자는 종이를 갈기갈기 찢었다

기지개를 펴며 옷은 어디서 사야 하나 고민하던 지민이 하품을 쩍 하며 남자를 보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어우, 소름 돋아




// 




결국 옷을 사고 알아서 꾸미라는 지민의 말에 여자들은 냉큼 집어 들어 가방에 곱게 접어 넣었다

웨이터 옷으로 갈아입고 귀여운 보타이까지 달고 나서야 웃는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 지민이 오늘따라 웃음이 헤펐다

자정이 넘어서야 그 이유를 안 마담은 방금 들어온 보스의 옆에 앉았다

보스는 지민의 앞에 앉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인사를 한 뒤 부드러운 칵테일 한 잔 달라고 말했다

지민이 알겠습니다, 손님 정중히 말하고 나서 럼을 기본으로 깔았다

가볍게 이것저것 섞고 동그란 모양의 잔에 따랐다. 노란색을 띠는 색과 향을 맡고 입에 담았다



이름이 뭔지 아세요?” 

글쎄” 

버진 키스.” 

…….” 

해달라구요.” 



마담이 누가 들을까 주변을 살폈다보스는 호탕하게 웃고 지민에게 쪽지를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빨리 쪽지를 훔쳐 품에 숨기며 마담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웃고 잔을 치웠다

아무도 없는 걸 알고 나서야 마담은 대담한 여우년이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조심히 옆으로 끼어들어 보스가 어쩐 일로 여기까지 왔냐며 한 여자가 호들갑을 떨자 네 일이나 잘 하라며 옆구리를 푹 눌렀다

여자는 재미없다며 자리를 떠 다른 남자의 품으로 들어갔다

한 입 가득 먹고 뱉은 마담의 담배연기가 지민의 몸에 달라붙었다

알아서 재떨이를 내밀자 씁쓸하게 웃으며 담배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마담의 립스틱 자국이 진득했다

며칠 전 지인과 함께 술을 거하게 마시고 지민이 마무리를 하려 마담을 룸으로 옮겼을 때 했던 대화가 생각나 턱을 괴고 눈을 치켜떴다



우리 아들 같아서 하는 말인데” 

그만 손 떼.” 

노친내라서 하는 말 맞아. 네 나이 겨우 스물둘이야. 대학도 좋은 곳으로 옮기고 떳떳하게 살아야지. 안 그래?” 

손을 떼기에 내가 너무 깊게 들어와서요.”

우리 엄마 같아서 하는 말인데” 

이미 받아들인 건 버릴 수가 없어요. 태생이 그러하듯이.” 



지민은 마담의 담배를 제 입에 가져다 대고 가득 마셨다. 지민은 그저 웃고 쪽지를 읽었다

평소 자주 가는 호텔로 오라는 보스의 필체마저 설렜다. 쪽지에 얼굴을 박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지금은 이 사람이 제일 좋으니까요

쪽지를 마담에게 건네고 인사를 한 뒤 테이블 안에서 나왔다

마담은 아직 남은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귀엽게 생겼네.” 

알아요.” 



윤기의 아래 놈들에게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피멍에 찢어지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흉터까지 남을 상처에 아주 조금 미안해졌다

그리고 제 아버지가 이렇게 어린, 그것도 남자와 섹스를 할 줄 몰랐지

한참을 때리다 체구가 심히 작아 확인한 윤기를 기겁하며 일단 끌고 나와 앉을만한 곳에 앉아 꼬맹이를 자세히 보았다

이 새끼 미자 아냐몸도 작은 게 우리 아버지는 어떻게 꼬셔서는


지민은 빨리 가게로 돌아가고 싶었다

밀린 일에 혹여나 잘못 날 소문에 생각만 해도 머리가 저려왔다찢어진 입술에 흐르는 피를 혀로 대충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종 울리는 것 마냥 잔뜩 울렸다. 사람처럼 걸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일단 고개를 푹 숙여 안녕히 계시라는 인사를 했다

윤기가 어딜 가냐는 물음 대신 손목을 잡았다. 아까 제대로 밟혀 저렸다

미간이 엉망이 된 줄 모르고 남자를 한참 노려보았다

윤기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약은, 바르고 가야지.” 



어이가 썰리는 문장에 팔을 격하게 뿌리치고 가게를 향해 걸었다. 시발 내가 누구 애새끼들 때문에 맞았는데

지민이 가게로 가는 동안 윤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내 아버지의 외도, 현장을 잡았고, 어머니는 아직 모른다

형은 약을 이용해 돈놀이를 하고 있었고, 여동생은 가족과 다르다며 장학금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공대생이었다

아버지의 모든 것을 물려받기에 좋은 상황이었다

형제들의 각기 다른 관심사, 입 막는 용이라도 줄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상황, 윤기를 소리를 질렀다

그래 바로 이거야


그 뒤로 윤기는 아버지를 대놓고 저격했다

오늘 밤은 어디 안 나가시죠? 술 냄새가 나네. 가게는 잘 되시죠? 결국 얼굴을 맞대고 진지하게 대화를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무엇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아버지가 가진 모든 것이라 말했고 뺨을 맞았다

윤기는 깔깔 웃다 시간을 들이겠다고 여유로운 사자의 하품처럼 회사를 나왔다

제 발에 저려 가장 작고 일을 크게 벌리지 못하는 바를 넘겼고 이제 시작이라며 주먹을 쥐는 윤기가 숨을 크게 마시고 내뱉었다

바 안의 여자들은 보스의 아들로 바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했다

잘생겼겠지? 도련님이 오시면 지갑은 빵빵하겠네

지민의 낫지 않은 얼굴을 보며 여자들은 깔깔 웃으며 기대치를 높였다



어서 오세요.” 



윤기는 들어오자마자 지민을 찾았다흉터 남을 상처가 낫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뻔뻔하게 앞에 앉아 블랙 러시안을 주문하자마자 지민이 피식 웃더니 바로 만들어 내밀었다

입술만 축이고 턱을 괴고 지민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꼬맹이가 아버지를 어떻게 꼬셨길래 홀라당 넘어갈까



그만 보세요.” 

터 남는다니까, 약은 발랐고?”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나만 물어보자.” 

뭘요.” 

우리 아버지 어떻게 꼬셨냐.” 



지민은 윤기의 귓가 가까이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글쎄요, 난 다리를 벌리지도 않아도 알아서 오더라고요

귓가의 입술을 떼고 윤기의 눈을 맞추며 입꼬리를 한 쪽만 올려 웃었다

윤기도 고개를 숙여 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일에 하는 이벤트, 준비 잘해

지갑을 열어 수표 두 세장을 돌돌 말아 지민의 목과 와이셔츠 카라 사이에 꽂고 나왔다


저놈의 집안은 꼬시는 방법이 똑같냐

지민은 수표를 꺼내 뒷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치웠다




// 




말일이라 손님이 너무 많았다

지민은 생글생글 웃으며 겨우 나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했다

밤이 흐를수록 손님들은 여자를 끼고 밖으로 나갔고 술만 마시는 손님들은 지민을 타깃으로 바꿨다

엉덩이를 톡 치기도 하고 보드카를 부어 지민의 옷에 부어버리기도 하는 등 진상 손님이 슬슬 나오자 마담과 형들이 나와 겨우 처리했다

젖은 옷이 찝찝해 탈의실에 들어가 입을 옷이 없을까 뒤적거리는 데 유일하게 남은 검은색의 이탈리아 전통의상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입다 너무 큰 사이즈에 어떡할까 고민하다 어깨 부근에 리본으로 묶고 어깨 한 쪽을 들어내는 의상이 부담스러워 한참을 만졌다

긴 치마였을 의상이 몇몇 여자들이 건드렸는지 허벅지를 겨우 가릴 만 하게 만들어놔 한참 고민하다 겨우 나왔다

힐끗힐끗 바라보는 시선이 부끄러워 빨리 테이블 안으로 들어가 곱게 앉아있으니 

역시나 남자들이 슬금슬금 다가와 지민의 까무잡잡한 허벅지를 한참 바라보다 입술을 혀로 축이고 앉았다


리본을 풀면 벗겨지는 거야? 풀어보고 싶네. 피부색은 원래 까무잡잡해

야한 농담에 지민은 그저 웃다 보드카를 달라는 남자의 말에 뒤를 돌아 잔을 꺼냈다

허리를 살짝 숙이자 낯선 손길에 화들짝 놀라 앞을 바라보니 남자는 실실 웃었다



만지기 좋은 살 이네.” 

그 살 주인 오늘 내가 꼬실 건데.” 



윤기가 뻔뻔스럽게 찾아와 남자의 손을 잡고 반대편으로 뿌리쳤다

남자는 내가 먼저 앉았다며 으름장을 놓자 윤기는 이를 드러냈다. 손님, 꺼지라고. 사장한테 이렇게 나오면 안 될 텐데? 여기에 다신 들어오고 싶지 않은가 봐

낄낄 웃으며 말하니 남자는 자리에 일어나 침을 뱉고 나갔다


진짜 잘 되네. 가게를 살피자 이미 많이 나갔는지 여자도 남자도 많지 않았다

윤기는 가슴팍에 숨겨놓은 장미 한 송이를 지민의 귀에 걸었다. 역시 잘 어울려

지민의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는지 움찔거리며 윤기가 꽂은 장미향을 맡았다. 검은색의 리본과도 잘 어울렸다


몇 없는 손님에 눈치를 보며 지민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진짜 큰일 날 뻔했네

입에 한 개비를 물고 라이터를 찾자 윤기가 대신 불을 내밀었다. , 이거 뜻이 뭔 줄 알아? 모르죠. 너랑 섹스하고 싶다고. 미친

지민이 피식 웃으며 담뱃불을 바라보았다.



뭐 해? 안 펴?” 



결국 담배 끝을 불에 가까이 부딪혀 한 모금 깊게 마시자마자 윤기가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질척하게 움직이는 혀 사이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왔다

관능적인 소리에 윤기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지민은 아이처럼 꼭 잡은 윤기의 자켓 끝을 꽉 잡았다


호텔 갈래? 그런 건 묻지 않고 가는 거 아닌가?





석진남준




또 지각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귀에 꽃은 이어폰의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는 녀석에게 소리라도 칠까 싶어 입을 열다 말았다

어휴 저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석진은 턱을 괴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공부를 그렇게 잘 하는 놈이 담배에 지각에 어휴. 신기한 놈일세

한참을 빤히 쳐다보다 위를 올려다보는 남준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입모양이 정확했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이 하는 짓과 생판 달랐다

석진은 손을 흔들어 답을 했다

저렇게 인사성도 바른 애가 담배에 주먹질에 다시 한 번 한숨을 훅 내쉬고 남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다행스럽게 학교로 들어와 석진은 그제야 교무실로 들어갔다

문학 중에서도 가장 흥미 떨어지는 문법 시간

남고의 5교시는 땀내에 쩔어 코고는 소리가 종종 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허리를 꼿꼿하게 펴 무식해 보이는 뿔테 안경을 쓰고 열심히 수업을 듣는 남준이 가운데에서 빛이 났다. 자리 배치를 잘 했구나

볼펜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밑줄도 치고 칠판의 색분필로 쓴 글씨들을 포스트잇까지 써가며 정리를 하는 것이 눈에 보이자마자 

석진은 아까처럼 교탁에 턱을 괴고 남준을 바라보았다

남준이 이내 주변을 살피다 이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왜요?” 

수업시간엔 이렇게 예쁜데.” 



왜 이렇게 말썽을 피울까

남준이 그러게요 보조개가 푹 파이게 웃었다. 웃는 것도 예쁜데. 그치

남준은 수업이나 계속하라는 듯 뿔테 안경을 위로 올리고 볼펜으로 책을 두드렸다

석진은 교실을 훑다 깨어있는 학생이 없자 책을 덮었다

김남준 선생님이랑 대화 좀 할까



아 왜요.” 

담배는 끊었어?” 



글쎄요. 애들 때리는 건, 참을 만 한가? 나름요. 수업 중에 도망은 왜 가는 거야? 날도 좋은데 교실에 있기엔 아깝잖아요

말대꾸하는 게 얄미워 미간을 찌푸리다 결국 너 자꾸 그러면 으름장을 부렸다



선생님이 쫓아갈 거야.” 

? 어디를요?” 

너 가는 곳.” 



남준은 콧방귀를 푹 뀌고 석진처럼 턱을 괴며 볼펜을 내려놓았다

내가 어디 가는 줄 알고. 모르니까 나도 같이 가야겠다, 그치

되게 위험한 곳 가면요? 그런 곳 못 가게 해야지. 뭐야 그게

아니면 선생님이랑 데이트하던가. 오늘 어디 아프세요? 아니. 그러면 나가질 말던가

석진이 작게 웃었다

남준은 어이가 없듯이 웃으며 책을 덮었다

저 지금 나가면 따라오실 거예요? . 이참에 지금 데이트하러 갈래? 미쳤나봐 진짜





석진남준




김남준은 항상 그랬다

하나만 파면 죽어라 파다가도 힘들면 가만히 앉아 베개를 감싸 안고 고개를 박아 한참을 들지 않았다

다독이려 가까이 다가가면 조금만 더 그렇게 있겠다는 행동으로 얼굴을 더 처박는다

머리를 한참 쓰다듬어주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도 베개를 가지고 남준을 따라 했다

이러면 어떤 기분이 드니. 무슨 기분으로 이러는 거니. 너는 왜 너의 감정을 학살하는 거니, 너무 커서 주체하지 못하는 그런 감정을



지쳐서 그래요.” 



그만 가라는 듯 눈을 보고 말했다. 안 가면 어떡할래. 그 자리에서 버텼다

베개에 턱을 꽂고 이마에 주름을 진 채 나를 바라보았다

김남준은 이마의 주름까지도 고독하게 섹시했다

왜 굳이 내 옆에 있어요? 글쎄 나도 모르겠다

어물쩍 넘기는 내가 웃긴지 피식 웃고는 다시 얼굴을 숨겼다

정 때문에? 이런 게 정이라면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 떨리고, 만지고 싶고, 안아보고 싶은 게 단순히 정이라면

나는 너를 정으로만 대해야 할까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감았다 떠도 너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숨 쉬는 어깨만 인사하듯 올라오다 내려왔다

그렇게 있지 말고



기대도 돼.” 



나한테 기대도 된다고

그렇게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나한테 기대도 된다고





정국지민




귀여운 외모 덕에 사람들은 그를 당연스럽게 어린아이처럼 생각했다. 미소가 맑고 긍정적이며 매사에 열정적인그게 다라고 생각하는 친구들과 동네 어른들은 지금 비를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정국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볼 것이다정국이 어디 아파? 저럴 애가 아닌데우산은 곱게 접어 가방 안에 모셔두고 물기를 가득 먹은 머리칼은 묵직했다생활복은 젖어 본연의 색보다 더 짙은 색을 띄었고 스니커즈도 더 붉어졌다


정국은 바다를 좋아했다. 세상에 태어나 바다의 색과 향을 가장 좋아했다. 그리고 저 깊숙한 사이에 상상의 동물인 인어가 살고 있다고 그리 믿었다. 수영하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유연하게 물살을 가르며 바다의 모든 것을 느끼는 인어를 부러워하고 존경했으며 인어처럼 되리라 생각했다


유월을 시작하는 열일곱은 쌀쌀했다. 꿉꿉한 날씨에 간을 하는 듯 소금을 뿌리듯이 살살 내리는 비와 그에 맞게 두드리는 소리가 정국을 바다로 이끌었다. 유치원 졸업한 뒤 발걸음이 뜸했던 이곳은 정국이 가장 아름답다 생각하는 바다의 한 조각이 보이는 장소였다. 방파제 아래에서 찰랑이는 바다가 가장 예쁘게 보이기도 했고 울렁이는 파도가 어렸던 정국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려서 아팠던 그 장소


가만히 서있다 다리가 저려 양반다리를 하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빗방울을 삼켜 몸을 불리는 바다가 어찌나 대단해 보이던지. 그렇게 생각 없이 바라보다 올라오려는 무언가가 보여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이 빠졌나? 지금이면 구하는 게 힘들 텐데. 어떡하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다 팔 힘을 이용해 상체만 일으키는 아이를 보고 어떻게든 되겠다 싶어 숨죽여 바라보았다


생긴 건 요 앞 중학교를 다니는 학생처럼 보였는데 몸이 제법 탄탄했다. 등 근육이 오랫동안 움직여 다듬어진 것이었다. 방파제 사이를 비집고 앉더니 하체는 물에 잠겨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손으로 바닷물을 만지기도 하고 손바닥을 넓게 펴 내리는 비를 느끼기도 하고. 눈을 감고 젖은 앞머리가 거슬렸는지 위로 올려버리기도 하는 아이는 오랜만에 산책 나온 강아지마냥 들떠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진동이 주머니에서 난리를 쳐 확인을 하니 가족의 전화였다. 집에 가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 아이를 바라보니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어쩔 줄 몰라 바다에 들어갔고 나는 멀리서도 빛나는 지느러미를 보았다. 해가 없는데도 빛나는 그것은 바다와 닮은 색이었다. 다리를 붕대 감은 듯 숨겨놓고 움직이는 곡선이 유연했다. 퐁당 들어가는 아이는 어디로 헤엄치는지 흐름도 보이지 않았다. 파도도 강하고 비도 내리고. 무엇보다 정국은 넋을 잃고 바라보다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찾았다, 나의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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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일등이라좋아한다)
10년 전
독자2
ㅠㅠㅠ기다렸어요ㅠ
10년 전
독자3
내가먼저뽀뽀할꺼야(팔목을잡는다)(박력)
10년 전
타니
오모오모!! 시상에낫!! ㅋㅋㅋㅋ 읽어줘서 고마워요!!
10년 전
독자4
어....국민글 홈에서본거같은데 스얼마..... 잘보고갑니다ㅠㅠㅠㅠ신알신도하고가여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타니
그 홈이 제 홈입니닼ㅋㅋㅋㅋ큐ㅠㅠㅠ 홈밍아웃ㅋㅋㅋㅋㅋㅋ 읽어줘서 고마워요 ㅠㅠㅠ
10년 전
독자5
헠......사랑해요 홈자주들릴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타니
오모오모 감사합니다 ㅠㅠㅠ
10년 전
비회원22.222
저 비회원이라 왠만해선 댓글 안다는데 ㅠㅠ 글이 너무 좋네여 ㅠㅠ 너무 제 스타일이에요 취향저격이라고 하면 표현이 되겠죠?? 앞으로 이런글 많이 써주세여..★ 초면에 뎨뎡한데 작까님 제가 정말로 ㅅㅏ랑해여...☆ 은혜롭다...
10년 전
타니
시상에나 ㅠㅠㅠ 이렇게 말씀해주시면 저 드러 눕자나여 ㅠㅠㅠㅠㅠ 어서 가입하세여 ㅠㅠㅠㅠ 나랑 같이 놀아여 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더 사랑합니다 ㅠㅠㅠㅠ 읽어줘서 고마워여 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작가님은 어쩜 이렇게 소재들이 하나같이 다 주옥같은지..정말 대다나세요ㅠㅠㅠㅠㅠㅠㅠ취향저격 탕!탕!진짜 너무 좋네요ㅠㅠㅠㅠ사랑함니다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ㅜㅠ
10년 전
타니
나는 왜 지금 댓글을 보았는가! 제 궁둥이를 매우 치세요!!! 정말 읽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ㅇ와우.. 이런 글 써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ㅠ취격 ㅜㅜㅜ
10년 전
독자8
와..... 글이 하나같이 다 분위기좀봐여ㅠㅜㅜㅜㅜ완전취향저격탕탕... 윽.. 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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