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동원 |
"형 여기 좋죠?"
우리학교 캠퍼스는 벚꽃길로 유명한데 지금이 딱 벚꽃이 만개해서 가장 이쁠때였다. 공강시간을 떼우려고 과방에 들렸다가 흥민이에게 잡혀 여기까지 오긴 왔는데 남자둘이서 걸으니 기분이 여간 이상한게 아니였다. 어, 좋네 좋아. 대충 대답을 하고는 주머니에 두 손을 꼽고 삐딱하게 걸었다.
"형 나랑 여기 오는게 싫어요?"
나는 형이랑 오려고꽃 언제 피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 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보는 흥민이녀석 때문에 나는 머쓱하고 미안해서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는 녀석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싫기는 임마, 너무 좋아서 그러지.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하지? 괜히 저 멀리서 자철이형의 말이 들릴것같아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우리학교 벚꽃길은 가끔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가 될 정도로 정말로 예뻤다.
"짠!"
떨어진 벚꽃송이를 자신의 귀에 꼽고는 내 쪽을 바라보며 베시시 웃는 흥민이 녀석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귀엽기는. 녀석의 볼을 살짝 꼬집어주고는 벤치에 앉았다. 녀석은 앉지도 않고 벚꽃나무 아래에서 손바닥을 내밀고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려고 왔다갔다했다.
"그거 왜 잡으려하냐?"
설마 그거 잡으면 짝사랑이 이루어진다느니 뭐 그런거때문은 아니지? 껄껄대며벤치에 턱하니 기대어 흥민이녀석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니 아마 맞는 것 같았다. 흥민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나?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있는데 잡았다!하며 크게 소리치는 녀석때문에 화들짝 놀랐다. 주먹을 꽉 쥔 채 내 앞으로 온 흥민이는 내가 볼 수있도록 손을 폈다.
"벚꽃잎이요. 나 이제 짝사랑 이루어지려나봐요."
흥민이의 손바닥에는 꼬깃꼬깃한 벚꽃잎 하나가 놓여있었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녀석에게 너의 짝사랑 대상자가 누구냐고 물으니 녀석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작게 속삭였다.
"제 사랑 받아주실래요?" |
흥민/동원2 |
[오늘 무조건 골 넣을꺼야.]
평소의 존댓말이 아닌 반말로 온 문자에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조금 있으면 함부르크와의 경기가 시작된다. 옆에 자철이형은 우리팀이 강등권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오늘 나의 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던말을 또하고 또하고 또하는 중이였다. 더는 안될 것 같아 슬쩍 자리를 일어나자 자철이형이 이번에는 다른 동료에게 슬금 눈길을 돌렸다.
[비상구 계단]
락커룸을 빠져나와 비상구계단에 앉아서 녀석에게 짧은 문자를 날리고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의 일기예보를 보면 봄날씨를 찾아간다고 하던데 여기 독일은 아직 찬바람이 부는 겨울의 날씨였다. 한기가 돌아 팔짱을 껴 몸을 구부렸다. 철컹-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녀석은 제법 두툼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함부르크까지 온 소감이 어때요?"
날씨도 추운데 왜 얇게 입고있냐며 녀석은 제가 입고 있던 파카를 벗어 나에게 덮어주고 옆자리에 앉았다. 말을 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독일이 다 거기서 거기지, 다를건 또 뭐있어. 툭하고 내 뱉은 말에 녀석은 그렇죠?하며 살짝 웃어보였다.
"경기전에 이렇게 불러내도 되는거예요?"
발 끝에 있던 시선을 돌려 녀석을 바라보니 녀석은 여느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자철이형이 알면 혼날텐데. 둘이 마주보며 킥킥대자 조용하던 비상구가 울렸다.형, 나 오늘 꼭 골 넣을꺼예요. 또 한번 나에게 다짐하듯이 말하는 녀석의 뒷 머리를 헝클여주었다.
"나도 넣을껀데?"
요즘 나 폼 올라온거 알지? 내가 골을 넣을꺼다 아니다에서 이제는 내가 먼저 골을 넣는다며 서로의 몸을 쿡쿡 찌르며 간지럼을 태웠다. 그렇게 또 히히거리며 있다가 어느새 경기시간이 다가오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있다 보자."
아직 앉아 있는 녀석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고 녀석에게 파카를 건내었다. 파카를 건내받은 녀석은 다른 손으로 나의 손을 맞잡았다. 형 손 참 따뜻하다.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 손끝을 하나하나 쓰다듬던 녀석은손바닥에 짧게 키스를 했다. 경기 끝나고 봐요. 기다리고 있을게. |
주영/승기 |
차가운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잰걸음으로 아파트 입구로 향했다. 날씨가 여간 추운게 아니라 목도리도 했지만 다 소용히 없는것 같았다. 손을 호호불며 코너를 돌며 고개를 돌리니 오늘도 그 남자는 놀이터벤치에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누굴 기다리나싶어 몇차례 지나쳤지만 저러는게 벌써 한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같은 날에는 엄청 추울텐데라며 그 사람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발걸음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남자주위가 뿌연걸보아 담배를 피고 있는것 같았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시간에 퇴근을 해 어제처럼 놀이터를 지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역시나 어제처럼 그 곳에 앉아 뿌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저렇게 담배 자주 피워대면 건강에 안좋을텐데. 모르는 사람인데도 걱정이 되어 혀를 차며 빠른걸음으로 아파트입구로 들어섰다. 현관문을 열고 습관적으로 다녀왔습니다라며 인사를 하며 불을 켰다.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좀전까지 집에 누군가가 있었던것처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매캐한 담배냄새가 났다. 순간 소름이 돋아 몸이 경직됐다. 조용히 신발을 벗고 찬찬히 집을 살폈다. 다행히 없어진 물건은 없었다. 공기순환을 위해 베란다 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누군가에 시선에 밑을 바라보니 놀이터의 그 남자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다시 한번 돋는 소름에 소리가나게 탁하고 베란다문을 닫았다.
누군가의 출입에 신경이 잔뜩 곤두섰고 오늘은 더이상 안될것같아 일찍 일을 마치고 나왔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 꼭 지나쳐야하는 이 놀이터가 무섭다고 느낀건 처음이였다. 앞만 보고 가다가 삐그덕삐그덕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 곳을 보니 그 남자가 그네를 타고 있었다. 입에는 여전히 담배가 물려있었고 검은모자 아래의 남자는 이상하게 웃고있었다. 즐겁다는듯이. 그 곳을 도망치듯 빠른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어제의 그 일때문에 비밀번호도 바꿨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담배냄새가 나는지, 안나는지 알기위해 숨을 크게 들여마셨고 순간 턱 숨이 막혀왔다. 어제와 같은 냄새가 집을 잠식했다. 머리가 아파왔다. 베란다로 나가 커텐사이로 그 곳을 보니 그는 아직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 후로 나의 집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내것이 아닌 다른이의 물건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그리고 유치한 커플물건이 하나씩 자리잡았다. 어제는 침대위에 커플잠옷이 그리고 엊그제는 선반에 커플 머그컵이 저제는 소파에 커플쿠션이, 그리고 오늘은 내 칫솔 옆에 내 것과 똑같은 칫솔이. 하루는 날 잡아 그것들을 모두 상자에 담아 버리고 왔는데 그 다음날 거짓말같이 모두 돌아와있었다. 마치 제자리인것처럼. 놀이터의 남자는 여전히 검은모자 아래에 싸늘한웃음을 띄고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일이 있는 후 나는 불면증이 생겼다. 베개에 고개를 묻자 그 담배냄새가 났다. 그리고 나는 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나의 몸은 점점더 야위어갔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골골대는 내 모습을 보더니 제가 더 난리를치며 얼른 퇴근하라 했지만 난 그럴수없었다. 집에 들어갈수없었다. 가면 또 뭐가 있을까, 이번엔 뭘까. 실내공기가 후끈하리만큼 더웠지만 내 몸은 덜덜 떨렸다. 주위의 만류에도 끝까지 남아 야근을 했다. 평소보다 늦은시간이였다. 자연스럽게 그 곳을 보았고 거기엔 그 남자가 없었다. 기뻐해야하지만 난 더 불안해졌다. 마음이 급해졌다. 허겁지겁 뛰어 집 앞까지 다다랐다. 문고리를 잡았지만 문을 열수없었다. 갈라진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문고리를 살짝 돌리자 문이 열렸다. 비밀번호따위는 이미 무용지물이였다. 현관에 서서 어두운 집안을 살폈다. 여전히 매캐한 담배냄새가 났다. 집안으로 발을 들여놓을수가 없었다. 소파에 앉은 그 남자가 내 쪽을 보고 있었으니깐.
"오늘은 좀 늦었네." |
주영/승기2 |
오늘도 역시 어김없이 이어지는 구타에 최소한의 고통을 위해 몸을 동그랗게 구부렸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는것도 다 옛말이다. 이제는 얼른 이 행위들이 멈추기만을 기다릴 뿐. 놈들은 분풀이가 끝났는지 내 옆에 침을 뱉고는 자기네들끼리 낄낄거리며 창고를 나갔다. 진부했다. 항상 같은 장소, 항상 같은 폭행, 항상 같은 다른이들의 눈초리들.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주워 손으로 대충 닦고 고쳐썼다. 눈앞이 흐렸다. 창고 문앞에는 또 녀석이 서있었다. 나가려고 하자 녀석은 나에게 손수건을 건내줬다. 나는 고맙단 말도없이 그 손수건을 건내받아 대충 얼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돌려줬다. 녀석은 다시 그것을 받아들었다.
"언제까지 그럴건데?"
교실에 들어가기 전 언제 맞았냐는 듯이 단정하게 보이기 위해 넥타이를 다시 매고 셔츠를 집어넣었다. 녀석은 문에 기대어 팔짱을 끼며 그런 나를 지켜봤다. 나는 녀석이 단정해보이길 원했고 녀석은 그런 나의 바램대로 자칫 꽉 조여보일정도로 깔끔한 차림새를 보였다. 녀석에 물음에 글쎄 짧게 대답해주고 그 곳을 빠져나왔다. 회장님 생각도 해야하는거 아니야? 내 뒤를 느릿하게 따라오며 또 다시 던지는 질문에 걸음을 멈춰세웠다.
"내가 왜 아버지 생각을해야하는데?"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기분이 불쾌해졌다. 웃겼다. 검은무리를 이끌면서 폭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람을 내가 왜 걱정해야하는거지? 녀석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녀석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내 앞에서 아버지 이야기 꺼내지마. 그게 너가 내 옆에 있어도 된다는 조건이니깐. 당연하게도 내 말에 녀석은 표정변화가 없었다. 놈은 지독했다.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분명히 그 놈들한테 끌려갔는데 흐트러진 모습 하나 없이 들어오는 내 모습에 그들은 항상 나를 질려했다. 내가 그들에게 질린것처럼.
오후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챙겨 교문 밖을 나왔다. 내 뒤에는 당연하게도 녀석이 뒤따르고 있었다. 혼자 조용한공원을 한 바퀴 돌때도 녀석은 뒤에 있었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녀석은 그 옆 벤치에 앉아 나를 바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다 녀석이 시계를 보며 집에 갈 시간이라고 말하면 나는 그제서야 일어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게 우리의 일상이였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가방에 집에 넣었다. 아버지는 내가 안경을 쓰는 걸 싫어하신다. 무언가에 내가 가려지는게 싫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안경으로라도 내 자신을 가리고 싶었다. 커다란 대문은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지만 문은 열렸다. 대문을 밀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그들이 나를 반겼다. 그들 중 한명은 자연스럽게 내 가방을 받아 들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밖과는 다르게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에게 건내는 다녀왔다는 말한마디 없이 방으로 직행했다. 피곤함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덜컥 열리는 문소리에 녀석이라는 걸 직감했다. 마른 발소리가 울려퍼지고 녀석은 침대가 살짝 꺼지는 느낌에 녀석이 옆에 앉았다는 걸 감지했다. 녀석은 엎드려있는 나의 몸을 살짝 들어올려 교복상의를 윌로 올리고는 좀 전에 맞아서 생긴 멍위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차가운 느낌에 몸을 옆으로 트니 녀석은 엄살부리지말라며 부러 그 곳을 꾹꾹 눌렀다. 이것이 집에 오곤 난 뒤에 나와 녀석의 일상이였다. 녀석은 이것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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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여라 일주일만이네여
오늘은 함참이랑 주영승기를 데리고왔슴 불마크는 없음
함참은 좀 달달하고 주영승기는 사이코같고 음침하고 뭐 그래여
요즘엔 주영승기가 땡겨서 계속 얘들만 생각나네여..
아 그리고..
구자철 신부님과 행쇼.. 기구분자는 웁니다.
앞으로 기구는 쓰지않을테야.. 뉴뉴
소싯적 씽크빅 좀 하신분들 도와줘요 이제 내용이 바닥났어여 더이상 쓸게없어 헝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