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브 투게더 !
: 같이 살다, 함께 지내다
" 엄마! 아빠랑 어디 가냐고! "
" ..여행 간다고 했잖아! "
오늘따라 더더욱 수상하기 짝이 없는 엄마였다. 한달 전부터 내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더니. 나는 짐을 싸느라 정신없는 엄마 뒤꽁무니를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계속 캐물었다. 그러자 엄마가 쥐고 있던 스카프를 바닥으로 내던지고 나를 흘겨 보았다.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 누굴 닮아 이렇게 시끄러운거야 ' 라며 중얼댔지만 다 들렸다. 아, 일부러 들으라고 말한건가.
" 나한테 말 안했잖아! "
" .... "
" 나 휴학하고 있는거 알고 있었으면서 둘만- "
" 아휴 정말! 10년만의 여행이다 10년만의! "
" .... "
사실 딱히 할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대꾸를 안한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뭔가 찔리는게 있어서 그런거다. 내가 엄마한테 어릴적부터 돈 벌면 아빠랑 함께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큰소리 떵떵 쳤었는데, 직접 돈을 벌어보니 내 하루 밥값을 해결하기에도 급급했다.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엄마에게 여행의 여자도 꺼내지 않았다.
" 엄마 그럼 나 요리는 누가 해주고- "
" 안그래도 엄마 친구 아들 한명 구해놨어 "
" 뭐? 남자잖아! "
엄마는 내 긴박한 소리침에, ' 우리집 원래 하숙집이였잖아 ' 라며 태연하게 받아쳤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미간을 좁히며 입을 꾸욱 다물었다. 뭐라고 반박하지.
" 너 이제 시집갈때 됐잖아! 그러니까 하숙생 취급말고 미래 남편… "
" 엄마!!!! "
엄마는 능글맞게 말을 건네다 내 예의없는 소리침에 귀를 꾹 막고 짐 가방을 한손에 들고 뒤뚱대며 마당에 주차되어있는 검은색 차로 향했다. 곧이어 엄마가 차에 타자 마자 아빠는 나를 향해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엄마는 아빠가 흔들어 대는 손을 양 손으로 붙잡아, 운전대로 내렸다. 그러자 아빠는 엄마를 보고 활짝 웃으며 차를 몰고 마당을 금방 빠져나갔다.
...어지간히도 여행 가고 싶었나보네.
* * *
선불 이랜다.
- 그럼 안쓰고 그대로 돌려주면 되잖아!
엄마가 여행 경비로 썼다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지은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폭소를 터뜨렸다. 평소였으면 웃지말라고 소리쳤을테지만, 오늘은 왠지모르게 한숨만 푹푹 나온다. 나는 성인이니까 부모님이 여행간건 그리
걱정스런 문제는 아니였다. 지금 나에게 가장 걱정스런 문제는 바로 하숙하러 들어오는 사람이 남자라는거다.
- 야 여주야
왜?
- 이건 신이 주신 기회일지도 몰라.
뭔 소리야
- 남자 복 없는 너를 향해 복덩이가 굴러..
이지은의 뒷 말을 더 들을 필요가 없을거 같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안봐도 이지은 문자이므로 핸드폰을 소파 구석에 내 던지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뉘었다.
휴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내 어깨에 얹혀진 부담감은 충분한거 같은데, 하숙생 덕분에 부담감이 몇근 더 늘은 기분이다. 나는 티비를 켜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흥미를 잃고 금방 리모컨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뭐 재밌는일 없을까 하고 어린아이 마냥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식탁에 발간된지 얼마 안된 아이돌 잡지가 눈에 띄었다. 나는 아이돌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간만에 눈정화 할까 싶어 냉큼 집어들고 소파로 향했다.
Q. 오늘 영화 〈첫사랑>의 시사회가 끝이 났다. 소감이 어떤가?
A. 오랜만에 내 첫사랑을 떠올리게 해 준 영화이다.
Q. 오, 흥미로운 대답이다. 그럼 그 첫사랑에게 한마디 한다면?
A. 야 김민석. 잘 지내고 있냐? 난 니 덕분에 못 지내고 있다. 니가 헤어지자고 한 이유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뭐? 여자로 안보여? 매력이 없어?
너도 없어. 이 XX야. 내가 너 나랑 사귈때 양다리 걸친거 다 눈감아 줬는데...(이하 생략)
Q. 잠시만, 이 발언이 잡지에 실려도 상관 없는가?
A. 전혀 상관 없다. 내가 방금 한 말들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적어라.
요즘 아이돌들이 막장이구만 막장이야. 잡지에 실린 인터뷰 내용에는 아무것도 정상적인게 없었다. 요즈음 아이돌계에 떠오르는 아이돌이 없다더니. 너도나도 뜨기 위한 경쟁에 휩싸여, 인터뷰에 이런저런 말 실수들을 하고 있었다. 그 중 제일 눈에 띈건 전 남자친구에게 욕을 하는 듯한 걸그룹 멤버의 인터뷰였다. 도대체 어떻게 헤어졌길래..
' 띵동 '
" 누구...택배 아저씨에요?! "
한참이나 턱을 괴고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요란한 초인종 소리 때문에 흐름이 깨졌다. 나는 한껏 짜증을 내다가 어제 시킨 원피스일까 싶어 헐레벌떡 달려 나갔다.
" 택배에요? 진짜 빨리 왔네요. 역시 22번가가 서비스가 큐울인거 같- "
" 택배 아니고 하숙생인데요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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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또 일을 벌였네요..ㅎㅎㅎㅎ..
새글 안쓰고 쓰던거에 집중하려 했는데! 너무 아이디어가 샘솟아서! 근데 저는 왜 쓰는것 마다 집에 관련된...; 저한테 집에서 살다 죽은 귀신이 붙은걸까요..
근데 옆집이랑은 완전 다른 글이에요! 이건 아예 민석이랑 삽니다! 대놓고!! (ㅇㅅㅁ)
아 그리고 하나 여담이 있는데.. 원래 제목이 폴 인 럽? 폴 인 유! 이거 였는데 너무 달달한 글 같아 보일까봐 바꿨어요ㅋㅋㅋㅋㅋ그렇다고 맨날 여주랑 민석이랑 싸우는건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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