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 당신 향해 밤새운 내 기도가 마음에 닿기를
사랑하는 성우형에게
형 너무 오랜만이지. 맨날 형한테 편지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너무 바빠서 미루다가 이제야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어. 어쩌면 편지 한 장 쓸 시간도 없이 바쁘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네. 바쁘다는 걸 핑계로 편지 쓰는 걸 최대한 미루고 싶었거든. 사실 나 아직도 형에게 무슨 말을 전해야 할지 정리를 못 했단 말이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내가 하는 이 넋두리가 감히 형의 휴식을 방해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어.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 와서 적어내는 첫 마디는, 형이 정말 많이 보고 싶다는 거. 너무 많이 보고 싶어. 나 나름 어른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형이 너무 보고 싶은 거 보니까 아직 많이 어린가봐. 형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칭찬도 받고 싶고, 가끔은 위로도 받고 싶은데, 이제 그러지 못한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10년 넘게 형이랑 떨어져 지내야 했던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을 다 보상받기도 전에 형을 떠나보내게 되었다는 게 사실 아직도 안 믿겨. 믿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는데, 아직도 자고 일어나면 형이 거실 소파에 앉아있을 것 같고, 얼른 씻고 나오라고 타박할 것 같고 그래. 많이 보고 싶다, 우리 형.
거기서는 별일 없이 잘 지내지? 나는 형이 보고 싶은 거 말고는 나름 괜찮게 지내고 있어. 우리 그동안 함께 한 시간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들이 더 길었잖아. 그때는 형 없이 어떻게 지냈을까 싶을 정도로 형이 너무 많이 그리워. 요즘 자주 드는 생각들이 있어. 내가 아니었다면 형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텐데, 괜히 내가 형 앞에 다시 나타나서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닐까, 그냥 나타나지 말걸. 형의 존재를 궁금해하지도 말고, 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말고, 그냥 형이 어디선가 잘살고 있기를 바라며 미련 없이 살걸.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형이 들으면 그런 게 어딨냐며 화를 낼 것 같긴 한데, 내 생각이 그렇다고.
형이 보고 싶어질 때마다 얼마 안 되는 형과의 추억들을 생각하며 겨우겨우 슬픔을 삼켜내려고 노력 중이야. 그런데 진짜 슬픈 게 뭔지 알아 형? 기억으로나마 형을 오래오래 추억하고 싶은데, 내가 형을 다시 만나러 가기 전까지 남은 긴 시간 동안 형을 떠올리기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다는 거. 같이 뭘 한 기억이 많기라도 하면 셀 수 없이 많은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달래면 되는데, 너무 어려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빼면 우리가 같이 있었던 게 채 2년도 되지 않는다는 거야. 내가 웬만해서는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이건 진짜 너무 잔인하잖아. 우리가 겨우 다시 만나서 좀 행복해지려는데,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우리 형을 이렇게 빨리 데려가 버리는 게 어딨어. 그리고 더 슬픈 건, 그 짧은 시간 동안 형 덕에 느낀 행복이 너무 커서, 곱씹고 또 곱씹어서 너덜너덜해진 기억들마저 마냥 아름답게 남아있다는 거야. 추억이라고 해 봤자 형 학원 끝나면 같이 마트에서 간식 사서 골목 걸어 올라가던 거나, 같이 바이크 구경하러 갔던 것들뿐인데, 그렇게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기억들마저 나한테는 너무 소중해서 몇 안 되는 그 순간들을 지겨워질 만큼 수도 없이 떠올리고 있거든. 형은 나를 볼 수 있는데, 나는 형을 못 보는 거, 이것도 진짜 불공평한 것 같아. 아닌가? 형이라도 나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네.
철없는 동생이라서, 형의 꿈과 행복을 빼앗은 걸로도 모자라 소중한 삶마저 빼앗아버린 못난 동생이라서 미안해. 형이 있는 그곳은 부디 아무런 걱정도, 부담도 없는 아름다운 세계였으면 좋겠다. 형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것도, 해 주고 싶은 말들도 너무 많아. 이제 형이 고생 안 해도 내가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줄 만큼의 돈을 벌어놨는데, 막상 이 돈을 써줄 형이 없네. 나 그동안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형을 떠올리면서 이 악물고 버텨왔어. 성공한 모습 형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단 말이야, 형, 나 보고 있지? 형에게 자랑스러운 동생이 되고 싶은 건 너무 큰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형에게 느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갚으려면 방법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여기서는 그러지 못했지만 거기서라도 형에게 나의 존재가 짐이 아닌 행복이었으면 좋겠어. 형이 거기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쟤가 내 동생이라고 자랑할 수 있도록 내가 더 열심히 할 테니까 계속 지켜봐 줘.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나중에라도 우리가 다시 만나면, 몇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없이 꼭 안아주라. 내가 너무 미워서 그러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몇십 년 동안 형을 기다려온 나도 참 안쓰러운 사람이니까. 이왕 다시 만나는 거 반갑게 맞아줘. 그때가 되면 내가 형보다 더 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네. 많이 낯설겠지만 부탁할게. 그리고 나 형이 안아주면 애처럼 엉엉 울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지금 미리 말해줬으니까 너무 놀라지도 말고, 그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형의 환한 미소를 다시 보는 날.
형, 오늘은 어느 쪽에 떠 있어? 어젯밤에 보니까 달 오른쪽 아래에 있는 것 같던데 오늘도 거기에 있어? 아까 집 오는 길에 보니까 오늘은 달 왼쪽 위에 있는 별이 제일 빛나던데 그쪽으로 자리를 옮긴 건가? 뭐 아무렴 상관없어. 형은 어느 쪽 하늘에 있든 간에 가장 밝게 빛나니까 내가 꼭 찾아낼게. 짧게 쓰고 마치려고 했는데 자꾸만 말이 길어져서 형이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긴 하는데 오랜만이니까 좀 봐 줘. 나이를 스물넷씩이나 먹은 철부지 동생의 어리광이라고 생각하고. 여전히 스물셋에 멈춰있는 우리 형. 내가 많이 사랑해. 보고 싶다. 금방 만나러 갈게. 거기서도 몸조심하고, 잘 지내야 해.
- 형이 너무 그리운, 스물넷의 다니엘이
+ 오늘도 말이 길어질 것 같은데 우리 여기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
오랜만에 나타난 주제에 또 요상한 글을 들고 와서 미안해요... 아마 여름쯤에 끄적였던 글 같은데, 올리지 말까 하다가 뷰티풀의 계절이 돌아왔고, 또 여러분은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니까,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우선 올려는 보자 하는 심정으로 폴더에서 끄집어낸 글입니다. 사실 저는 뷰티풀을 들을 때 언제나 워너원과 워너블을 떠올렸었거든요.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듣곤 했는데, 어딘가에서 뮤비의 내용대로 '어렵게 재회한 형제가 불가피하게 다시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다니엘이 느낄 감정에 이입해 들어보라'는 글을 읽은 뒤로부터는 정말 그렇게밖에 안 들리더라고요. 사실 쓰면서 내년의 저를 상상하며 앞으로 느끼게 될지도 모를 그런 복잡한 감정 또한 녹여냈습니다. 뮤비가 공개되었던 그 당시에는 저게 무슨 막장 드라마야...? 하고 욕,,을 했지만 지금 보니 꽤 슬프고 감동적인 것 같기도 하네요...⭐ (독자님들 : 그래도 그건 아니야.) 아무튼! 제가 사정이 생겨서 한동안 인티 자체에 들어오질 못했는데 우리 독자님들께서 저를 잊어버리신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네요ㅠㅅㅠ 제가 요늠 너무 뜸했어서 설사 그렇다 하시더라도 드릴 말씀은 없지만요😢 이번 글은 우울함만 가득 담겨있는 글이라 오히려 독자님들의 기분을 다운시킨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오랜만에 들고 온 글이 여주조차 등장하지 않는... 이상한 글이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실 다른 말씀 하나를 더 드려야 하는데, 올해 안으로 '사랑을 닮은 너에게'를 들고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직 제 현생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아서 마무리 된 뒤에 글을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워낙 손을 뗀 지 오래되어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차근차근 써내려갈 자신이 없더라고요. 제가 벌인 일이니 끝까지 책임을 다 할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 시기가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을 미리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여러분들이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신다면, 저 글을 놓지 않고 기다려 주신다면 언제가 되었든 완성을 지어 메일링까지 진행할 생각이에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시진 마시고, 그저 저의 현생이 빠른 시일 내로 마무리되길, 제가 다시 사닮너를 쓰기 위해 파일을 열었을 때 제 손가락이 몇 달 전 구상했던 그 내용을 막힘 없이 적어낼 수 있길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늦게 온 주제에 말이 많아서 미안해요. 정말 많이 보고 싶었고, 다음 글이 올라올 그날까지도 여러분이 많이 그리울 거예요. 남겨주시는 댓글에는 모두 답글을 달 예정이니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들을 고민 마시고 이전처럼 편하게 댓글을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공지에 마련해 둔 사담 글도 아직 유효하다는 사실 잊지 마시구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