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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더보이즈 세븐틴
별들의무리 전체글ll조회 1491l 4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 동양식 호그와트가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입니다. 해리포터와 유사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세븐틴'이 최다 인원이라 출연 빈도 수가 높으므로 카테고리는 '세븐틴'으로 고정됩니다. 이야기의 주요 인물이 '뉴이스트' 혹 '프리스틴'일 경우 변동됩니다.

* 노래 없습니다. 이번 화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지 못 했어요. 나중에라도 찾으면 삽입하겠습니다!





음양학당 (陰陽學黨) ; 체육대회 (8)





괴귀산 밑에 있는 규원에게로 대 일곱, 여덟 명 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뛰어왔다. 모두 음양 고등 학당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규원은 그들을 보자 심각했던 얼굴은 뒤로 보내고 인자하게 웃는 얼굴을 보였다. 규원에게 모여든 이들은 바로 민현과 종현. 지훈을 제외한 사방신, 동호, 예빈, 시연. 그리고 나영과 승철, 결경이 그러니까 해태들이었다. 규원의 부름에 막 도착한 이들은 하나같이 아까의 규원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체육대회가 한 시간이나 미뤄졌을 때부터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규원이, 그것도 경도-경찰과 도둑- 경기장이었던 괴귀산으로 부르니 짐작은 확신이 되었다. 규원은 그들에게 다가가 웃음기는 빼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 왔네요. 지금 좀 급한 상황이니 바로 본론으로 말할게요"
"네"




예빈이 고개를 한 번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무슨 영문인지는 모릅니다만 괴귀산의 귀신들이 현재 폭주하고 있어요"
"네? 폭주요?"




종현이 되물었다. 규원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안에 여주 학생과 지훈 학생이 갇혀 있어요. 그런데 저는 보다시피 산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규원이 발을 산에 들여놓자 전기가 튀면서 규원의 발을 거부했다. 살짝 놀란 표정의 그들을 보고서도 규원은 아무렇지 않게 발을 제자리에 두고 그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이 산에 들어가서 여주 학생과 지훈 학생을 구해주세요"



'구해주세요', 구해달란 말은 순간적으로 인간을 겁먹게 한다. 무겁고도 무거운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혹여나 구하지 못하게 되었을 땐 최악의 감정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달려나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통 '난 다 구할 수 있어!'라는 정말 너무나도 무모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동이거나 겁먹을 틈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했다거나, 혹, 오래전부터 모든 두려운 감정을 이기고 달려갈 준비를 해온 것이겠지.




여덟 명의 학생들은 규원의 구해달란 말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였다. 그 이유가 앞서 말했던 저 세 가지 경우 중 하나 일 수도 있고, 논외의 경우일 수도 있다. 규원 역시 알지 못했지만 빙그레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규원의 미소에 다 같이 미소를 짓던 중, 시연은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인지 손을 들며 질문이 있다고 했다. 규원은 눈빛으로 질문을 수락했고 시연을 말하였다.




"그런데 교장선생님. .... 일신님은요? 일신님도 같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연의 말은 일신조차도 손대지 못하는 상황인 거냐고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음양 세계에서 '일신'은 무적이니까. 월신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이 둘이 손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가? 시연의 질문은 당연, 이곳에 모인 여덟 명의 학생들이 다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 규원의 대답을 기다렸다. 규원은 약간의 뜸을 들이고 입을 열었다.




"저도,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습니다"




규원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규원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일신님의 양기라면 괴귀산의 음기도 모조리 잡아먹고 남을 정도인데 이상하리만치 귀신들이 제대로 움직이는 게, 거기다 폭주까지.... 저도 이게 마음에 걸립니다만 상태를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어떠한 점도 모르겠죠"
"...."
"그러니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지금쯤이면 일신님도 답답해하고 계실 겁니다. 여러분들이 좀 더 나은 상황으로 판을 뒤집어주세요. 그게 그들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이거,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은데....? 여덟 명이 다 같은 생각이었다. 모두 일제히 산을 바라보았다. 침을 꿀꺽 삼켰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조금 더 이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체육대회, 거기에 응급상황 발생. 그리고 무적인 일신과 월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누군가 이 모든 상황을 일부러 만든 듯 모든 게 어이가 없게도 딱딱 들어맞았다.




"제가 지금 바로 여러분들께 산에 올라가서 해야 할 일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폭주 장소는 예빈 학생이 알고 있으니 예빈 학생을 따라가 의식을 시작해주세요"




규원의 실전 특별 수업이 시작되었다.


 




순영의 등에 업힌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훈은 머리카락 한 가닥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순영의 정수리 부근의 검은 머리뿐. 여주는 자연스레 손이 그쪽으로 옮겨갔다. 여주의 손가락 사이로 순영의 머리칼이 흐트러졌다. 양기가 많이 빠지면 빠질수록 머리색이 검은색으로 변한다고 했던가. 여주는 순영의 말을 곱씹었다. 두 가지 색이 공존하는 순영의 머리카락이 주는 오묘한 느낌에 여주는 계속 만지작거렸다.


왜 그렇게 만져 대? 순영은 여주에게 물었다. 여주는 순영의 질문에 손을 급하게 뗐다. 아니, 그냥.... 말끝을 흐리는 여주였다. 아까보다는 민망함이 훨씬 가셨지만 아직까지는 얼굴을 보거나 말을 섞기에는 민망했다. 순영은 여주의 마음이 적나라하게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입으로 전해주는 게 양기 전달이 훨씬 빨랐고 빨리 양기를 보냈어야 할 상황이었었다. 만약 손을 잡고서 느긋하게 보냈다면 이미 빙의하고도 남았겠지.



그리고 그건 입맞춤이라기보다는 인공호흡이었으니 괜히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 누구의 입술도 닿지 않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이 처음 닿은 게 조금 미안했을 뿐. 순영이 이때까지 살아왔던 날들 중, 여태껏 봐왔던 인간들은 '처음'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니 여주도 인간이니까 당연히 그걸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은 여주보다 더 신경쓰이는 게 있었다. '겨우 그 정도의 양기가 빠졌다고 머리색이 이렇게 변하나?' 순영은 궁금해했다.



시합 전, 예원이 걸어둔 금지 주술에 의해 힘이 약간 빠졌었는데 양기를 조금 정도 나눠줬다고 양기의 3분의 1이 빠진 것처럼 머리색이 변한다니.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던 방법이어서 지금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상황이 당연한 건지 순영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뭐, 이건 제쳐두고 제일 걱정스러운 건 지훈이었다. 자신과 떨어지기 전, 하필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탓에 마음이 어지러워졌을 건데 말이다.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귀신에게 먹히기 딱 좋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자아를 가지고 있는 빙의 상태로 봐도 무방하니 빙의야 되진 않겠지만 귀신이 사람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엔 여러 방법이 있으니까 말이다. 순영은 그 생각에 더 빠른 속도로 산을 휘저었다. 한 자세로 오래 업혔던 여주가 불편한지 뒤척거렸다. 순영은 그걸 알고 곧바로 다리를 멈추었다. 여주의 다리를 지탱하던 두 팔을 푸르니 자동적으로 다리가 떨어져 땅에 여주 발이 닿게 되었다. 여주는 순영의 등에서 내려와 기지개를 한 번 크게 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이지훈 찾을 수 있는 거야?"




여주의 얼굴은 약간 지쳐 보였다. 뭐 때문에 이곳에 갇히게 된 건지, 체육대회는 어떻게 된 건지, 밖에선 왜 우리를 찾지 않는 건지, 일신인 순영은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이지훈을 찾는 데만 열중한 건지 궁금한 거 투성이었지만 순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순영은 약간 찡그린 표정으로 산을 둘러보았다. 어디 있는지 딱 한 번만 표시해주면 찾을 수 있을 텐데. 순영은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손에서는 뼈가 우두둑 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니라고! 그만해!'


지훈의 목소리. 일신, 순영의 바램이 이뤄진 것인지 지훈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순영은 놀라 허공을 바라보았다. 머리 위로 참새 떼들이 짹짹거리며 지나갔다. 순영은 바로 소리가 난 쪽으로 뛰어갔다. 미처 여주를 업지 못하고서. 성급한 마음에 깜빡한 것이었다. 난데없이 무자비한 속도로 뛰어가는 순영에 여주는 순영을 불렀지만 순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여주가 부른 '순영'이라는 이름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순영이 엄청난 속도로 갑작스럽게 뛰어가 뒤따라 갈 생각도 못 한 여주는 이 상황이 그저 황당스러워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여주의 머리 위에는 새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았다. 갑자기 왜 뛰어가는 거야? 날 버리고? 낙동강 오리알 같은 자신의 처지가 우스워 여주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주는 순영이 왜 뛰어간 건지 영문을 몰랐다. 그리고 생겨난 하나의 문제. 난 뒤따라 가야 되는 거야, 여기서 기다려야 되는 거야? 문제가 떠올랐지만 아직도 이 상황이 얼떨떨해 얼빠진 표정으로 순영이 뛰어간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엄, 마....'


.... 뭐? 엄마? 난데없이 귀에 꽂히는 소리에 여주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작지만 정확하게 지훈의 목소리였다. 그 재수 없는 목소리를 어떻게 잊으리. 다만, 그 목소리가 지금은 너무 아련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이었다. 거부감이 들었지만 어찌 됐든 간에 지훈의 목소리는 확실했으므로 그렇게 선택지가 늘어난 두 번째 문제가 떠올랐다. 순영을 불러와야 할지, 여기서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이번 문제는 아까와는 다르게 즉시 답을 내놓았다. 일단은 이지훈이랑 합류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여주는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쪽으로 몸을 틀었다. 아주 잠시 생각해봐도 세 가지의 선택지 중 가장 상황이 나아질 것 같은 선택지였다. 여주는 순영이 사라졌던 곳을 한 번 바라보곤 당장 지훈의 소리가 났던 곳으로 달려갔다.



지훈에게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수풀을 헤치다 날카로운 가시에 손에 상처를 입고, 나무뿌리에 몇 번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고, 눈에 보이지 않던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고.... 여주는 일순, 후회를 했다. 내가 이지훈 따위를 위해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발은 멈추지 않는 여주였다. 근데 그렇게 작게 소리가 들렸는데 이렇게 멀리 있다고? 이름처럼 괴이하다, 진짜. 그렇게 고생고생하고 본 지훈의 모습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뒷걸음질하고 있었다.



쟤 뭐 해....? 여주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하얗게 질려 있는 지훈의 얼굴에 놀라 가까이 다가갔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인데 저기서 더 하얘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놀란 듯했다. 여주가 움직이면서 내는 수풀을 헤치는 소리와 떨어진 나뭇잎 밟는 소리 등등 시끄럽게 소리가 났지만 그 소리에 한 번 정도는 시선을 줄만도 한데 지훈의 시선은 오직 앞을 향해 있었다.


그 점이 의아해 여주는 지훈의 앞에 뭔가 있나 싶어서 지훈의 뒤로 가 지훈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여주가 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지훈은 여전히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여주는 한숨을 한 번 내셨다. 에휴. 얘, 진짜 왜 이래. 그리고 지훈의 이름을 불렀다. 야, 이지훈. .... 웬걸, 바로 뒤에서 이름을 불렀는데 지훈은 여주를 쳐다보지 않았다.



여주는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이지훈. 어라, 이젠 귀까지 막았다. 저 자식이 내 목소리 듣고 이러는 거야, 뭐야. 만약, 다 듣고 이러는 거라면 오늘에야말로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치고 말 거다.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지훈의 행동에 여주는 약간의 열이 올라왔다. 아, 혹시 귀신한테 홀린 건가. 가만히 지훈을 응시하다 순영과 입맞춤하기 전, 자신의 상황이 떠올랐던 여주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또, 내가 정신 차리게 해줘야지. 여주는 한쪽 무릎을 세우고 바닥에 꿇어앉았고 지훈의 어깨를 턱 잡았다. 이름을 크게 불렀다. 이지훈! 지훈은 드디어 여주 목소리에 반응하며 몸이 약간 움찔했다. 움찔한 지훈은 고개를 잽싸게 뒤로 돌렸다. 지훈의 얼굴을 자세하게 보게 된 여주는 조금 전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얘 얼굴이 왜 이래. 눈과 코가 분홍색으로 물들어져 있는 지훈의 얼굴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당황스러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눈으로 지훈을 바라보던 여주는 지훈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 괜찮냐?"
"...."




구해줬다. 김여주가. 이 악몽에서. 그 말이 지훈의 입안에서 맴돌았다. 차마 입안에 차있는 말을 내뱉지 못하고 목구멍 속으로 삼켜졌다. 지훈은 맥이 빠진 얼굴로 여주를 눈에 담았다. 상상도 한 적 없는 지훈의 얼굴을 보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서 더 부담스러워진 여주는 말까지 더듬으며 지훈의 상태를 물었다.




"아, 괘, 괜찮냐고....!"
"...."
"너, 막 혹시, 어.... 생각보다, 귀신에게 잘 홀, 홀리는 타입?"




덜떨어진 애 같다. 지훈이 한 소리가 아니라 여주가 혼자 생각한 거였다. 여주의 말에 한동안 대답이 없던 지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개소리 좀 하지 마"




지훈은 여주의 말에 어깨를 확 빼내면서 일어섰다. 손이 홱 쳐진 여주는 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지훈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이지훈은 울어도 이지훈이지. 순간 걱정해서 애써 말 걸어보려던 내가 멍청이였어. 꽉 쥔 주먹으로 지훈의 동글동글해 보이는 뒤통수를 콩하고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여주였다. 지훈은 혹시 여주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뭐라고 말할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더욱이 평소처럼 깔보는 시선으로 여주를 바라보며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미처 닦지 못해 눈가에 눈물을 매단 채로.



"일신님은 얻다 버려두고 너만 왔냐"



여주는 지훈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하지 않고 무언가에 꽂힌 눈으로 지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지훈은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행동에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여주를 쳐다보았지만 여주는 아랑곳 않고 다가갔다. 야, 일신님 어디가셨.... 여주의 행동에 지훈은 뒷말을 잇지 못하였다. 여주는 지훈의 얼굴로 손을 뻗어 눈물 한 방울을 쓱 하고 닦았다. 여주는 태연한 얼굴로 '몰라. 알아서 찾아오겠지'라고 말하였다.



지훈은 입을 꾹 닫았다. 눈가를 쓸던 여주 손의 온기가 따스워서 몸이 굳었다는 걸 속으로 엄청나게 부정하고 있었다. 사실, 그 온기는 여주의 온기라기보다는 순영이 나눠준 양기였는데 말이다. 어, 너 얼굴 빨개졌다. 혹시 감기? 지훈은 여주의 말에 5월인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몸을 휙 돌렸다. 아니, 5월에 걸릴 수도 있지, 5월 감기 환자 무시하냐? 여주는 이렇게 말해봤자 제 입만 아플게 뻔해 하지 않았다. 여주를 등지고 있는 지훈은 그래도 자기가 닦은 눈물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안 하는 여주가 참 다행스러웠다.


 '김여주를 우리 집안사람으로 만들던가, 아니면 김여주의 신을 뺏어오든가'


아.... 그게 왜 지금 생각나고 난리야.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명환의 목소리에 지훈은 머리가 아파졌다. 여주를 볼 때마다 명환의 목소리가 생각나 욕지거리는 내뱉던 지훈이었다. 그리고 왜 하필 이 상황에서 그 말이 떠오르냐고. .... 민망하게. '우리 집안사람' 이 말이 여주에게 대입하면 평소에는 언짢았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좀 그랬다. 지훈은 머리를 이리저리 헤집었다. 지훈의 이상행동에 여주는 이상하게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은 결국 저번과 똑같이 낮은 목소리로 욕을 읊조렸다. 요새 들어서 욕 안 하더니, 또 내 얼굴 보면 욕이냐? 여주는 한껏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멱살 잡고 대판 싸우고 나서부터는 지훈이 여주의 얼굴에 대고 욕하는 일은 요샌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만날 때마다 욕을 입에 올리던 때가 생각나는지 여주는 성내고 있었다. 지훈은 뒤돌아 여주를 쳐다봤다. 여주는 할 말이 많은 듯,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네가 지금 뒤돌아 있다곤 하지만 어찌 됐든 같이 있는 사람은 나니까 그거 다 나한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실제로 네가 나만 보면 욕하기도 했고"




귀는 어찌 그리 밝은지 분명 조용하게 속삭였는데 그걸 들은 여주가 웃겨 헛웃음이 나오는 지훈이었다. 여주에게 한 게 아니라 정확히는 명환에게 뱉은 것인데. 뭐, 당연히 여주는 그걸 알지 못하니 자신에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여주는 곧이곧대로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구태여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또 설명과 덧붙여 사과도 해야 할 것 같기에 그건 더 싫어 지훈은 다른 말로 여주의 입을 막았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39 - 체육대회 (8) | 인스티즈

"너 원래 그렇게 오두방정 떠는 캐릭터였나"




지훈의 말은 화를 내던 여주를 단숨에 조용히 시켰다. 자신이 생각해봐도 조금 방정 떨었던 느낌이었거든. 여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승관부터 시작해 성연, 석민.... 분명 이들에게 전염됐을 것이라고 믿는 여주였다. 조용해진 여주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지훈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생각에 빠졌다. 얼굴 보기는 껄끄럽지만 여기서 나갈 방법은 일신이 제일 좋은 방법인데 옆에 있는 이 바보 멍청이가 떨궈놓고 왔으니 찾으러 가야 하나.






순영은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왔지만 달려온 순영을 반기는 건, 순영의 주위에서 큭큭대고 있는 귀신들뿐이었다. 여주가 순영을 따라 달려가지 않았던 이유. 순영이 들렸던 지훈의 목소리는 여주에겐 들리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짧게 말하자면 순영의 눈앞에 있는 저 귀신들이 순영을 가지고 놀았단 것이었다. 머리색이 변할 정도로 양기가 빠져서인지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장난질에 놀아났다는 게 순영은 터무니없어 자조적으로 웃었다.



자조적인 웃음은 곧 냉소로 바뀌었다. 그걸 보고서 귀신들은 낄낄대기 바빴다. 완전 얕보였군. 순영은 이빨을 까득 갈았다. 원체 괴귀산의 귀신들이야 거만한 태도로 유명했지만 이렇게 일신에게 이딴 재미없는 장난질을 할 정도로 무모하진 않았었던 걸 아는 순영은 이 상황이 거북했다. 그리고 살짝 화가 났다. 여주를 데리고 오지 못한 건 제 불찰이지만 여주가 지훈을 만난 걸 모르는 순영은 셋이 뿔뿔이 흩어진 줄 알고 있는 순영은 굉장히 지훈은 물론, 여주도 걱정스러웠다. 상황이 꼭 누란지세(累卵之勢)였다.




"일신도 별거 아니네, 큭큭"
"와, 효과가 있네! 진짜 그 말이 사실인가 봐!"
"세상 꼬라지 잘 돌아간다~"
"내 말이. 주작은 반쪽짜리지 않나. 일신은 힘이 약해지지 않나"
"곧 세상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겠구먼"




귀신들은 순영을 조롱거리로 일삼으며 대화했다. 그 대화는 무척이나 순영의 심기를 거스르게 만들었다. 순영은 아니꼬운 눈빛으로 귀신들은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고 지껄인 것이냐"
"응?"
"지금 뭐라고 지껄인 것이냐고. 누가 별게 아니고, 누구의 힘이 약해져?"
"푸하하하, 다 들었으면서 왜 모른 척하고 그래! 당연히 너지! 누구야!"



귀신은 잔뜩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우롱했다. 한 귀신은 순영에게 다가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손을 순영의 어깨 위에 얹어 두어 번 토닥거렸다. 순영이 지금 이게 뭣 하는 짓이냐는 눈으로 귀신을 쏘아봤지만 귀신은 그 손을 내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순영에 그 구토 나오는 얼굴을 들이밀기까지 했다.




"요괴한테 죽을 뻔한 걸 보니 너도 힘이 예전 같지 않지?"
"...."
"아, 그런데 걘 요괴로 치면 안 되나...."
"...."
"아, 몰라! 그날 이후로 네 힘이 약해진 것도 우린 알고 있다는 거지! 요괴 같은 놈들도 널 죽일 수 있는데 굳이 우리가 너한테 굽신거려야 되는지 의문이 들어서 말이야"




순영은 귀신의 조롱에 대꾸할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동호야, 도착했어?"
"응, 근데 여기 거미 너무 무섭...."
"나영이는? 산 뒤쪽으로 갔어?"
"예, 회장. 도착했어"



시합 중에 사용했던 인이어로 민현은 다른 학생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뿌연 안개가 괴이하리만큼 경계 지게 끼어있는 곳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둥글게 자리를 잡았다. 여덟 명의 학생들은 나영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위치에 모두 도착했다. 그리도 하나같이 모두 자신의 밑에 있는 나뭇잎들을 다 치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치우고 나니 흙만 자리 잡은 바닥이 드러났고 민현이 때에 맞춰 물었다. 준비됐지? 민현의 귀에 꼽혀 있는 인이어에서 일곱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민현은 그 대답을 듣고 곧바로 말했다.




"그럼 시작하자"




민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들 나뭇잎 없이 깨끗한 바닥에 음양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규원이 가르쳐줬던 음양진을. 남학생과 여학생은 다른 음양진을 그리는데 왜냐하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자신의 몸속에 있는 양기를 최대치로 끌어내는 것이었다. 양기, 지금 괴귀산에는 양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음양인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 음기를 정화하는 것은 양기였고, 규원이 추측하기를. 순영에게 양기를 보내면 다시 제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그래서 양기를 이 괴이한 곳으로 쏘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술이 시작되고 사방신들과 해태들은 합장을 하며 양기를 뽑아내는 의식의 주문을 읊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퇴마인들에게는 분명히 보였다. 양기의 흐름이. 규원은 산의 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멀리 떨어져서 괴귀산을 바라보았다. 규원은 노란빛을 띠고 있는 양기가 검은색이 모여있는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게 보았다.




"온갖 권위 있는 척, 위엄 있는 척 다 하던데"
"...."
"진짜 네가 신인 것 같아?"
"...."
"네가 아무리 힘이 강력하고 세도 너는 그냥 신수일뿐이야.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신수일뿐이라고, 꺄하하하... 헙"
"이제 이야기 끝났나?"




옆에서 다시 빙글빙글 돌며 말하는 귀신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듣던 순영은 귀신의 얼굴을 한 손으로 잡아채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으로 끌고 와 말했다. 귀신은 당황한 눈치였다. 나, 날 잡을 수, 수 있어? 순영은 피식하고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것이냐. 힘이 없어졌다고 너네까지 손에 못 잡을 정도로 약해진 것 같았나? 순영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귀신은 순영의 손악력에 괴로운지 높은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귀신의 얼굴을 잡아챈 순영의 손은 있는 힘껏 쥐고 있다는 걸 알려주듯 부들거렸다. 귀신의 얼굴은 점점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맞아. 나는 그날 이후로 힘이 약해졌어"
"아아아아아악!"
"원래 힘이라면 너 같은 놈은 바로 찌그러져야 되는데 이렇게 붙들고 대화할 정도니, 많이 약해진 거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귀신의 얼굴은 순영의 손에 의해 구겨졌고, 순영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은 케첩 통을 짜듯 순영 손가락 사이사이로 쭉 하고 삐져나와 흘러내렸다. 순영의 손에는 회색의 액체도 아니고 고체도 아닌 무언가가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더 이상의 괴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순영은 손을 폈다. 이젠 정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을 가진 귀신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고 다른 귀신들은 색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아까 찌그러진 귀신과 같이 비웃을 땐 언제고 하나같이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만만하다며. 그럼 그때처럼 날 죽일 수도 있겠네. 덤벼봐. 요괴한테 한 방 먹은 일신인데, 귀신도 한 방 먹일 수 있을지 어떻게 알아?"




순영은 실실 웃으며 귀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순영의 자조적인 말은 귀신들이 방금전까지 했던 생각을 소리내 말한 것이라 귀신들은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귀신들은 색이 점점 옅어졌다. 그러나 순영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앞에 와있었고 하나하나씩 목을 잡아채 얼굴과 몸통을 끊어놨다. 순영의 눈앞에서 비웃어댔던 귀신들의 목과 몸이 다 끊어지고 나서 순영은 두 손을 탈탈 털었다. 좋게 성불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것들이 끝까지 성질을 건드려가지고 귀살(鬼殺)하게 만드네. 순영은 바닥에 널브러진 귀신들의 몸뚱어리들을 쓱 둘러보았다.



귀살(鬼殺). 말 그대로 귀신을 죽이는 것이다. 죽은 사람이 귀신인데 또 죽이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귀살은 영혼을 죽이는 것이다. 성불을 하면 온화적으로 저승으로 보내는 것이고, 구마를 하면 강제적으로 저승으로 보내는 것이다. 퇴마는 요괴에게만 해당되는, 저승, 이승 상관없이 소멸시켜버리는 것이고. 귀살은 퇴마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실 순영은 귀신들을 만지고 싶지 않았다.



순영의 양기는 귀살의 힘을 강하게 갖고 있어 만지기만 해도 귀살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웬만하면 잡지 않으려 한다. 이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승에도 저승에도 없이 소멸되어버린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라 별로 하고 싶지 않아 하던 순영이었었다. 그러나 그들이 하도 태도가 거만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덕에 순영의 손에 이승에도, 저승에도 없이 소멸되어버렸다. 옅어지지도 못하고 순영의 힘 앞에서 얼어붙은 한 귀신을 순영은 지그시 바라보았다.






지훈과 여주는 순영을 찾으러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하여 순영에게 도움이라도 주고자 순영을 찾기로 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으니 걷는 것부터 시작하고 보는 지훈과 여주였다.




"...."
"...."




상당히 어색한 공기였다. 만나서 서로 욕하고 싸우는 것밖에 안 해봤으니 단둘이 길을 걷는다는 일 자체가 어색할 만도 했다. 걷다가 발견한 무전기로 무전을 해보았지만 치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 아무런 진전이 없어 무전기를 버리고 다시 걸었고, 걷다가 발견한 기지에 들어가 보았지만 별 도움이 되는 것도 없어 다시 나왔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 둘이었다. 또, 둘의 성격상 어색하다고 이런저런 말을 꺼내놓는 타입도 아니라 침묵은 매우 길었다. 둘은 앞만 보고 걷기만 했다. 이따금씩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순영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그렇게 또 걸었다. 걷다가 지훈은 산의 낌새가 뭔가 달라졌음을 눈치챘다. 지훈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야, 안개가 좀 걷히지 않았냐?"
"어?"




무념무상인 채로 걷던 여주는 지훈의 말에 바보 같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훈은 그 찰나의 표정도 놓치지 않고 바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지훈의 표정에 여주는 더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옆에서 그렇게 부르면 바보 같은 표정도 지을 수 있지. 그게 뭐. 이 말을 함축적으로 담은 표정이었다. 그에 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여주 예상 외로 다시 친절히 말해주었다.




"안개가 좀 연해 지지 않았냐고"
"....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참...."




지훈이 말끝에 한숨을 섞었다. 여주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은 서비스였다. 여주는 다시 지훈의 머리를 콩하고 때리고 싶은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지만 억지로 참아냈다. 여기서 싸웠다간 겨우 만났는데 또 헤어질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또 아무 대화 없이 걷기 시작한 둘이었고, 더 이상 걷는 것도 지겨운지 지훈이 걸음을 멈추었다. 여주가 왜 그러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지훈이 말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신에게 의지하러 가는 건 지훈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뭐라도 해보자. 인정하기 싫지만 너 영력 하나는 쩔잖아. 뭐라도 하면 상황이 바뀌기라도 하겠지"
"내 수식어가 심히 거슬리긴한데 네가 낸 의견은 공감하니까 태클은 참아 줄게"
"아, 그거 참 고맙네"
"그래, 고마워해라. 그래서 뭐를 해볼 건데"




'인정하기 싫지만'이 거슬린 여주였지만 여주도 지훈의 말에 동의했다. 이 넒은 산에서 순영을 찾기는 쉽지 않을 거고 동화에 나오는 공주님 마냥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도 여주의 성격과는 멀었다. 문제는 뭘 해야 할지다. 지훈이 뭐라도 해보자라고는 했지만 도대체 뭘 해봐야 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훈은 여주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행동으로 답하는 지훈이었다.




".... 너 뭐 하냐"
"뭐라도 해본다고 했잖아"
"그게 수갑 차는 거냐"




지훈은 가방을 뒤적뒤적거렸고 무언갈 찾은 듯 표정이 밝아지더니 여주에게 두 걸음 정도 걸어가 여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여주는 지훈이 가까이 다가오자 흠칫했지만 그 뒤 지훈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졌다. 여주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수갑을 채우는 게 아닌가. 고작 한다는 게 수갑 차는 짓이냐. 여주는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터트리며 물었고 지훈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거 원래 경도 중에 잡힐 때 쓰려고 한 작전이었는데. 상황이 이래가지고 실행을 못해봐서 말이야"
".... 그 작전, 반칙 아니냐"
"반칙에 그런 말은 없었어. .... 아, 수갑에 이동 주술이 걸려있으니까 이동될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작동을 안 하나 봐"




지훈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이 말을 했다. 그에 빠직마크 한 개를 머리에 단 여주는 발끈하면서 말했다.




"아니, 그래 다 좋은데.... 왜 네 손목이 아니고 내 손목이냐고!"
"수갑 차면 꼭 뭔 죄를 저지른 것 같잖아"
"야, 그럼 난.... 후, 됐다"




여주는 지훈에게 할 말은 많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냥 입을 닫고 코로 심호흡을 하는 걸로 끝냈다. 여주는 자기 손목에 달랑거리는 수갑을 바라봤다. 여기는 어떻게 되먹었길래 이동 주술도 안 먹히는 거지? 사실 알고 보면 일신, 월신 다음으로 사방신이 센 게 아니라 귀신이 제일 센 거 아니야? 수갑을 바라보며 싱거운 생각을 하였다. 그래도 일단 하나는 알아냈다. 현재 이곳은 이동 주술이 먹히지 않는다.



.... 근데 우린 왜 이렇게 여기에 갇혀서 생고생을 하고 있는거지. 근본적인 문제가 떠오른 여주는 수갑이 차있는 손목을 내리고 지훈을 쳐다보았다. 여주는 자신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 일 때 상황이 떠올랐다. 그때 순영이 확실하게 지훈에게 뭐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들을 수가 있어야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중, 하나 기억나는 것은 순영의 냉한 목소리였다.




"야, 아까 셋이 같이 있을 때 순영이가 너한테 엄청 뭐라 했던 것 같던데. 뭐라했어?"
".... 갑자기 그건 왜"




지훈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여주는 그 점이 약간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궁금하니 계속 물어봤다. 괴귀산이 이렇게 된 원인이 너라고 막 그러지 않았냐. 너 순영이한테 뭐 들은 거 있을 거 아니야. 나도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알아야 되지 않겠어?  여주의 말을 조용히 듣던 지훈은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더니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39 - 체육대회 (8) | 인스티즈

"아까 내 얼굴 보고 아무 이유도 묻지 않았던 것처럼 이 상황에 대해서도 그냥 모른 척해 주면 안 되냐"




말투는 평소처럼 거만했고,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은 것 빼고는 평상시와 다를 게 없었지만 얼굴만은 그렇지 않았다. 아픈 얼굴을 한 지훈에게 여주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같이 여기 갇힌 주제에 왜 순영이랑 너만 이 사태에 대해 아는 거냐며 성질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게 아픈 얼굴을 하는 지훈에 여주는 고개를 휙 돌렸다. 지훈은 여주의 답을 기다리는 듯 뒤통수에 불이 날 것처럼 쳐다보았다.



여주는 퉁명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 알겠어. 모른 척해 주면 될 거 아니야. 여주는 그렇게 말하고도 속으로 틱틱대고 있었다. 태도도, 말투도, 목소리도 평상시처럼 할 거면 얼굴도 그렇게 할 것이지 얼굴만 저렇게 심각하게 할 건 뭐람. 진짜 부탁이라도 하는 것처럼. 오늘로서 지훈의 새로운 얼굴을 두 가지나 보게 되었다. 여주는 혀를 찼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었어. 아직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상대방을 알아가는 건 부담스러웠다. 그것도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런 걸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라고 하던가. 하여간 음양 세계 와서는 조용할 날이 없어. 여주는 애꿎은 자신의 팔자를 욕하며 지훈이 부탁했던 대로 열심히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모른 척이 안 됐던 건지 지훈에게 말을 걸어보며 애써 화제를 돌리려는 여주였다. 야, 이동 주술 안 되는 거 알았으면 이거 풀어, 빨리.




"나도 범죄자 된 것 같아서 기분 나쁘거든"




여주는 지훈에게 수갑이 채워진 자신의 손목을 보여주며 말했다. 지훈의 눈앞에 아직 채워지지 않은 다른 한쪽의 수갑이 '짤랑'하는 소리를 내며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에 지훈은 얄궂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한데, 열쇠는 학생회한테 있어서 열 수 없어. 계속 죄인인 기분으로 살고 있어봐. 그렇다고 네가 진짜 죄인은 아니니까. 지훈은 눈웃음 이모티콘을 실체화한 것 같이 웃었다.



그래서 여주는 바로 지훈의 멱살을 잡고 봤다. 솔직히 멱살까지 잡을 일은 아닌데 워낙 지훈이 얄궂게 말해야지. 지훈은 웃을 때가 더 얄미웠었다. 여주에게 멱살 잡힌 지훈은 금세 정색을 하며 '뭐 하냐, 놔라'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을 여주였으면 애초에 잡지도 않았다. 결국 이 둘은 어떤 상황을 맞이하던 끝은 싸움이었다.




-






[PLEDIS/플레디스] 음양학당(陰陽學黨) 39 - 체육대회 (8) | 인스티즈

"미친놈아, 그렇다고 나머지 한 쪽에 내 손목을 걸어버리냐?"
"무영 세계 체육대회에는 2인 3각이라는 종목도 있거든. 아, 그건 다리를 묶는 거긴 한데.... 쨌든 음양 세계 체육대회가 망한 이상 무영 세계 체육대회도 한 번 즐겨보자"
".... 미친놈"




여주와 지훈은 서로의 멱살을 잡으며 싸웠고 여주는 자신만 수갑찬 게 억울하다며 바로 지훈의 반대쪽에 수갑을 걸어버렸다. 지훈은 자신의 손목에 걸린 수갑과 바로 반대쪽으로 딸려오는 여주의 손목에 기가 막혀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주위에 또라이들만 달고 다니더니 얘도 또라이 다 됐잖아. 지훈은 속으로 내뱉지 않고 바로 입으로 여과 없이 말했고, 여주는 애써 반박하진 않았다.



주위에 또라이들이 많은 건 맞으니까. 그리고 조금의 후회는 하고 있었다. 진짜 미쳤나 봐. 뭔 생각으로 움직이기도 불편하게 수갑을 채웠지.... 음양 세계의 수갑은 웬만한 주술로는 끄덕도 하지 않아 부수는 것도 무리였다. 하아. 동시에 한숨을 쉬는 여주와 지훈이었다. 여주와 지훈이 나란히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잠시 휴전을 취하고 있을 때, 바람이 슬슬 불어왔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안개가 움직였다. '직관'이란게 남들보다 발달된 지훈은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직감이 왔다. 야, 일어나. 잔뜩 경계하는 얼굴을 하며 지훈은 일어섰고, 지훈이 일어서면서 들리는 여주의 손목이었다. 여주는 딸려 올라가는 손목을 보고 혀를 한 번 차고는 지훈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훈의 눈매는 매서워져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지훈을 보고 음양 세계에 대한 직관이 아직 덜 발달된 여주는 지훈이 왜 이러는지 알지 못했다. 지훈이 그러길래 괜스레 자기도 산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전혀 색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다.




"여기, 공격 주술 사용 가능했나"
".... 가능하지 않을까. 경도에서 원래 가능했잖아. 이동 주술은 사용이 안 되지만...."
"주화"




지훈은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쪽으로 주화를 날렸다. 지훈의 엄지의 끝에 나간 불꽃은 순식간에 뿌연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물과도 같은 울음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





- 다음 편에 계속





+ 체듁대회 10편 안으로 끝낸다. 진짜. (그래서 평소보다 분량 많음. 글자수가 10,000을 넘었다고 한다)

+ 2월 달 안으로 완결 낸다. 진짜. 빠샤.




일부러 수능 끝난 날 들고 왔어요!♡ 우리 고3 독자님들에게 수능 끝나고 보여주고 싶었달까요? 수능 끝난 선물.... 이라 하기에는 본편이라... 그렇게 말하기 그렇고 조만간 특별편으로도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다들 수고 많았다고 토닥거려주고 싶어요 (토닥토닥) 여러분, 삼 년 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 에밀 롕 3536 젠부 딸기빵 0846 마릴린 요플레 서랑 감자 딩동 랭 체리콘 뿌랑둥이 리아 밍 도달도달 뱃살공주 0916 래번클로 몬 웆 열일곱 사미 동쪽달 쿱쯔 522 0819 미키 뉴뉴러베 예밍 아기상어 ♥



더 나은 글이 되기 위해 오타, 맞춤법, 이해 안 되는 부분에 대해 피드백 받고 있습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답글 혹은 다음화 사담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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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요플레입니다ㅠㅠㅠㅠㅠ 와 세상에 이거 진짜 책으로 나와야할 것 같아요ㅠㅠㅠㅠㅠ 진짜 제가 읽은 판타지들 중에 제일 유잼인 것 같아여ㅠㅠㅠㅠㅠ 진짜ㅠㅠㅠ 요새 과제에 치여서 힘들었는데 이 글로 잠시 쉬어갑니당ㅠㅠㅠㅠ 진짜 감사하구 작가님도 항상 파이팅 넘치는 날들이길 바랍니당~♡♡
6년 전
독자2
머라구요 2월 안으로 완결이라그여ㅜ 맞다 롕이에용!!! 우리 이고 단행본 내버립시다.....ㅜㅜㅜㅜㅜ제가ㅜ ㅜ 살래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
6년 전
독자3
예밍입니다 안니...2월 안으로 완결이여...?ㅠㅠ너무 무서운 말인데요ㅠㅠㅠㅠㅠ 항상 현생에 치일 때 글 읽으면 힐링됐는데 왜 벌써부터 아쉽죠ㅠㅠㅠㅠ
6년 전
독자4
당동입니다 진짜 순영이 무시당할 때 너무 화났는데 뒤에 ㅜㅜ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사이다엿어요ㅜㅜㅜㅜ 지훈이가 조금 여주에게 너그러워질까요...! 그럴리는 없을까요...! 그래도 이번화는 계속 싸워도 조금이라도 가까워진 것 같은느낌인데 제 착각일지요...!
6년 전
독자5
0846이에여 왜 여주는 안따라갔나했더니 가짜였다니... 빨리 순영이 찾아야할텐데요 지훈이랑은 친해진 느낌ㅋㅋㅋㅋㅋㅋㅋ빨리 괴기산을 빠져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6년 전
독자6
래번클로예요! 순영이 머리가 까만색이 될 정도라니.. 작가님 정말 어떻게 이런걸 다 생각하시고 구상하시는지.. 체육대화 편 백만년 해도 괜찮습니다 언제나 사랑해요 흑흑..💙
6년 전
독자8
열일곱
와 진짜....이번편은 되게 오랫동안 기다린 느낌이에요ㅜㅜ2월달 안으로..와..되게 멀어 보이는데 왜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죠...지훈이랑 여주랑 케미...이씨......좋아...순영아, 그래서 애들이랑 합류 언제해..?그래서..양기는 잘 전달되고 있는건가..?주화에 반응하는 괴물들은 또 누군데..?으으으ㅡ으우ㅠㅠㅠㅠ궁금해 미치겠어요ㅠㅠㅠ
그 와중에 마지막 작가님 말 체육대회를 체듁대회ㅠㅠㅠㅠ머ㅎ에ㅛㅠㅠㅜㅜㅜ(노린 거면 어떡해?)

6년 전
별들의무리
안녕하세요, 열일곱님! 반갑습니당♡ 재밌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 마지막 말 오타 맞아요 전혀 노리지 않았슴돠 근데 생각보다 귀여워서 놔두려구여 힛^^ 좋은 꿈 꾸세여♡
6년 전
독자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둔다는 작가님이 더 귀엽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도 굿밤~~^_^

6년 전
독자10
헐 작가님 완전보고싶었어요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 반갑네요ㅜㅜㅜㅜㅜㅜㅜㅜ 아 여주가 개쎄져서 다 부수고다녔음좋겠다 아 지금도쎄긴하죠 근데 컨트롤의신이됐으면좋겠다 상상만해두믓지네요 애들이 무사히나와야할텐데ㅠㅠㅠㅠ 순영아보고싶다,,,,,,,
6년 전
독자11
밍입니다! 흑흑 2월 안으로 끝내신다뇨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저랑 100년 200년 함께 해주세요ㅜㅜㅜㅜㅜ근데 저는 저번주에 안올라와서..작가님 무슨일 있으신가 했는데..쏘스윗..ㅜㅜ일부러 수능 끝나고ㅜㅜㅜㅜㅜ흑흑 저는 수능 이미 예전에 봤엄ㅅ지만 넘나 스윗하신것..
아니 와중에 쥬니랑 여쥬 넘 귀엽고ㅜㅜㅠ근데 뭔가 수녕이가 일신의 파워를 다시한번 아주 웅장하게 보여줄 것 같아서 두근듀귾ㅎㅎㅎㅎㅎ
얼른 담펀도 보고싶어오ㅠㅜㅜ

6년 전
독자12
아기상어입니다! 자까님 기다렸어요!ㅎㅎㅎ 앗.. 근데 완결이요...? 왜..죠..?ㅠㅠㅠㅠㅠㅠ 으앙
6년 전
독자13
아닛 2월달 안으로 완결을 낸다구요???? 어허유ㅠㅠㅠㅠ 제가 읽은 판타지 중에 완쟌 쵝오!!!!!!!!!!! 작가님 글 읽고 맨날 힐링했눈데ㅠㅠㅠ 이게 끝나면 저는 뭘로 살아가야하나여,,, 오늘듀 잘 보고 가욤!!!!!!!!!!!!!!!!!
6년 전
독자14
2월달 안으로 완결?!?!?음양학당 완결나면 절 뭘 보고 살아야되나요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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