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아침 이슬이 처마 끝에 소복이 내려앉는다. 고요하고 적막한 새벽 공기를 날카롭게 비집고 들어오는 소리가 있다.
"아가씨, 아니됩니다요. 이러다 들키시기라도 하면...
기억 안나십니까요. 아씨께서 궁에 들어갔다 길을 잃으신 날, 무려 4년동안이나 궁 출입을 금하신 대감 나리 아니십니까."
"괜찮다. 내 오늘 두 분 모두 멀리 외출을 하신다 들었느니라.
그리고,"
"..."
"이렇게 하고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
곱게 늘어뜨린 머리를 잡아 올려, 높게 묶은 머리 위로. 제 오라버니 방에서 몰래 가져온 갓을 뒤집어 쓴다. '어떠냐. 채린아. 영락없는 사내지?' 하고 웃어보인다.
채린이 잔뜩 울상인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갓 끈을 고쳐 매준다.
"참으로 독하십니다요. 꼭 저를 이리 걱정스럽게 만들어야 하시겠습니까. 아씨."
"걱정말거라. 내 정말 진시(辰時, 07시 ~ 09시) 까지는 돌아올터이니."
갈수록 의문이 생기는 채린이다. 제 상전이 이토록 아이처럼 떼를 쓴 적이 있던가.
일어나자마자 난데없이 저자거리를 구경하러 가겠다는 제 상전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말리고 또 말렸더니. 별안간 갓과 도포를 구해와서는 남장을 하고 나가겠다 한다.
허.. 참. 갓을 쓴다해서, 녹빈홍안이 어찌 다 가려지겠는가. 누가봐도. 제 상전은. 영락없는 계집이었다.
"이리 갓을 쓰고, 도포를 입으셔도. 여전히 꽃보다 아리땁습니다."
수줍은 듯 내리뜬 제 상전의 속눈썹이 새까맣고 탐스러웠다. 얼굴의 절반을 가린 갓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피부에는 윤기가 흘렀다.
그 위로 세찬 꽃미소를 흩뿌리며 입을 연다.
"내 그럼 조심히 다녀오리다."
잔뜩 사내 흉내를 내보이는 제 상전이나. 그 목소리마저 영롱한. 영락없는 계집이다.
그 고집을 꺾지 못하였으니. 진시까지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비는 일 밖에는 없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는 채린이다.
성균관 스캔들 04
궁에서 공주마마 혹은 내 언니를 만나고 난 뒤, 달라진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내가 나의 꿈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고한 자태로 앉아 수를 놓고, 화초를 가꾸는 일은. 애당초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었다. 그게 옳은 일이라 여겨 그리 했을 뿐.
허나. 지금은 다르다. 언제 깰지도 모르는 이 꿈을. 나는 최선을 다해 즐길 의무가 있었다.
그리하여 나를 극구 말리는 채린을 뒤로 한 채. 이리 사내 행세를 하고. 저자거리로 나왔다.
양반집 가택이 즐비하여, 늘 적막했던 공간을 벗어나 이리 시끌벅적한 곳으로 뛰어드니. 여태껏 느끼지 못한 사람냄새가. 나는 듯 했다.
"와.... 곱다."
"아이고. 어쩜 그리 여인네 마음을 잘 아시유. 그건 닷 푼."
"예?.. 아. 예. 닷 푼. 여기요."
좌판을 기웃거리다. 문득 내가 남장을 하고 있단 사실을 망각한 채. 여인네들의 장신구를 구경하고 있었던 찰나였다.
다행히도 나를 그저 정인에게 줄 무언가를 사러 온 사내로 보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떨결에 닷 푼이나 주고 사버린, 붉은 상사화와 노란 나비가 멋드러지게 그려진 손수건을 내려다본다. 혹여 누가 볼 까. 잽싸게 소매 춤 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렇게 한참을 정처없이 걷던 중이었다. 길을 잘 못 들었는지. 인적이 드믄 골목까지 와 버린 듯 했고.
불안함에 고개를 이리 저리 휘젓다 결국 한 사내와 부딪힌다.
"에이씨. 앞도 똑바로 못 보고 다녀?"
"...죄송합니다. 그럼 전 이만."
"잠시."
"..."
"꼴이 꼭. 계집이잖아?"
정체가 발각되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였다. 입술도 바들바들 떨렸다.
나를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놈을 고개를 들어 제대로 확인해보니. 한 놈이 아니었다. 적어도 두 세 놈은 되어보였다.
그들 사이를 뚫고 뛰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간격을 잰 뒤 냅다 달렸으나 그들 틈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한 놈의 손에 팔이 잡히고 만다.
“어이! 갑자기 뛰면 우리가 놀라잖수.”
“놓으시오!”
벗어나려 안간힘을 써보았으나. 그럴수록 붙잡힌 팔목을 더 아프게 옥죄여올 뿐이다.
"이리 곱게 생겨서 왜 사내 분장을 하고 다니실까."
"당장 놓지 않으면. 내 그대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하, 그 가느다란 팔뚝으로 뭘 어쩌겠다고. 앙탈은 이 쯤하지?"
"..."
"악!!!!!!!!!!!!!!!!!!!!!!!!!!!!!!!!!!"
안간힘을 써서 한 사내의 팔뚝을 물어뜯는다.
"이 새끼가!"
사내가 소리를 치자 다른 한 명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딱 한대였는데 갓이 날아가고 입 안에서 피가 터졌다. 그리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계집 주제에 감히,"
"..."
"내 오늘 네 년을 만신창이로 만들어주마."
땅바닥에 패대기쳐져 뒹굴었다. 온몸이 부서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일어서서 도망치려고 하였지만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채린의 말을 들을 것을. 이 조선 바닥을 얕잡아 본 내 탓이었다. 한 사내가 멱살을 잡고 나를 제 눈높이까지 들어 올린다. 이번엔 주먹이려나.
밀려오는 아찔함에 눈을 감는다. 1초. 2초. 3초. 속으로 시간을 잰다. 5초. 6초가 되도록. 나를 들어올린 사내는 미동이 없다. 결국 실눈을 뜨고 옆을 본다.
사내들이 공격을 멈추고 지나가던 한 남자를 일제히 바라보고 있었다.
의식이 흐릿하여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에 강한 턱을 가진 남자인 듯 했다.
지나가지 않고 우뚝 서서 이쪽을 물끄러미 구경하듯 보고 있으니, 사내들도 폭력을 멈추고 설 수밖에 없었다. 놈들 중 한 명이 말하였다.
“남의 일에 상관 말고 갈 길이나 가 보슈.”
“그러지.”
그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는 그들을 지나쳐서 갔다. 그런데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마지막에 서 있던 사내의 어깨에 자기 어깨를 부딪쳤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였다.
“이런 상놈을 봤나? 조용히 지나가는 양반의 어깨를 감히 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남자의 팔꿈치가 맞부딪친 사내의 얼굴에 작렬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가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자, 한 놈이 소리쳤다.
“잠깐!”
그 남자의 몸짓은 보통 싸움꾼이 아니란 것을 그들도 간파하였다. 그래서 품에서 단도를 슬쩍 꺼내어 보이며 협박하였다.
그러나 남자는 칼 따위는 겁내지 않았다. 아니, 죽음을 겁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상대들도 싸움깨나 한다는 놈들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그 남자의 한쪽 팔을 단도로 베었다.
피가 튀었지만 그는 소름끼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싱긋이 웃으며 말하였다.
“이놈들, 멀쩡한 옷을 찢어 놔? 네놈들한테 옷값도 받아야겠다!”
“이런 미친 양반을 봤나!”
“미친? 양반 모독죄도 추가다.”
그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피가 튀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의 팔과 다리에 사내들도 수차례 나가떨어졌다.
결국 땅에 나뒹굴던 놈들이 기다시피 도망을 갔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남자가 내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양반인 듯 싶은데. 어느 집안 자제이시기에 이리 홀로 다니신답니까. 그것도 이 험한 길로."
"제가 초행이다보니, 길을 잘못 들었나봅니다. 그나저나.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할지."
사내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킨다.
이윽고 나를 살려준 고마운 사내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서로의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그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혹. 가랑 도련님이십니까."
"..그 쪽은. 연아....?..."
고개를 들어 마주한 그 사내는. 일전에 내 오라비가 자신의 벗이라 소개한. 김종인이라는 자였다.
너무 놀라 서로의 눈만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종인이 먼저 손을 올려 내 부은 얼굴을 쓰다듬는다.
얼굴 반쪽이 시뻘겋게 되어 퉁퉁 부어 있고, 입가에는 입 안에서 터져 나온 피가 묻어 있었다. 상처보다. 그의 손이 닿는 곳이 더 화끈거렸다.
"옥빈홍안이. 이리되어 어찌합니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오는 투가 그의 눈빛에 고스란히 전해져. 왠지 모르게 심장이 간질거렸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자. 그제서야 단도에 베여 피가 흐르는 그의 팔이 눈에 들어온다.
황급히 소매를 뒤져 아까 좌판에서 구매한 손수건을 꺼냈다.
"저 때문에 도련님의 팔이 이리되셨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괜찮지 않습니다. 어서 치료를..."
"이걸로 되었습니다."
누가보아도 허접스럽게 묶어놓은 손수건을 가리키며 나를 향해 웃어보인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올려, 내 눈 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보인다.
여전히 퉁퉁 부은 내 볼을 보고 '하..' 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준면이 많이 속상해하겠습니다. 어여쁜 누이가 이리 되었으니."
"..비밀로. 해주시면 아니되옵니까?"
"남장 행세까지 하신 걸 보아하니. 몰래 나오신 것이지요?"
"..네. 오라버니도. 아버님도. 어머님도. 전혀 모르는 일이옵니다. 그저 저자거리를 구경하고 싶어.."
그러니. 이리 청하옵니다. 오라버니께만은 비밀로 해주십시오. 하며 또 다시 눈물을 보이는 준면의 누이다.
이래서 그토록 준면이. 제 누이를 감쌌던 것인가. 이 여인의 눈물에, 제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애당초 글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던 종인이었다. 병조판서(兵曹判書)인 제 아비의 뜻을 꺾지 못하고 성균관에 들긴 하었으나.
조금의 틈만 보이면. 오늘처럼 저자거리로 나와 방황하곤 하였다.
성균관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할 때도 있었으나. 오늘만큼은 그런 제 자신이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이리 아리따운 여인을 구하였으니.
사내 분장을 하여도.
처음 본 그 날 처럼 아름답다.
준면의 말처럼.
이 여인은 참으로 맑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제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오는 여인의 부어오른 볼을 다시금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여는 종인이다.
"내 비밀로 해드리지요. 대신,"
"..."
"저와 한가지 약조를 해주시겠습니까."
"물론이지요. 그 무엇이든."
"닷새 뒤. 눈썹 달이 뜨거든. 저를 만나러 와주시겠습니까."
제 물음에, 네. 라는 대답 대신, 꼭 <월하정인> 같겠사옵니다. 하며 해맑게 웃어보인다.
그 어여쁜 입꼬리를 따라, 종인의 입꼬리 역시 한없이 올라간다.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신윤복의 <월하정인>
닷새가 지났다.
내일이면 성균관에 입학한다.
그리고 오늘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자. 누구라 할 것 없이 웃음을 터트린다.
쓰개치마를 둘러쓴 내가. 등불을 비춰든 그가. 침침하게 내리 비추는 저 눈썹달이. <월하정인>의 한 장면이 아니던가.
"어이하여 얼굴을 그리 꽁꽁 싸매고 오셨단 말입니까."
"..아. 저."
부끄러워서. 하고 쓰개치마 안으로 더 깊숙히 얼굴을 묻는 ㅇㅇ을 가만히 지켜보다, 너울로 손을 뻗는 종인이다.
하지만 그 직전,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은. 용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였다. 종인이 조심스럽게 너울을 들어 올렸다.
붉은 입술이, 연분홍 뺨이 보일 때만 해도 두근거리던 심장이었는데, 까만 눈매를 접하자 쿵 하고 떨어진다.
"처음입니다. 이런 기분."
"..."
"누군가를 이리 애타게 기다려본 적도 처음이고. 바라만 보아도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을 느낀 것도 처음이고."
"..."
"그대로 인해. 저는. 매일이 새롭습니다."
"..."
"그대가 제 손의 꽃 같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 되겠습니까."
내 마음 하나 제대로 모르는 나는.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어설픈 웃음을 흘리자. 그런 나를 제 품에 꼭 안는 종인이다.
'저는.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것입니다. 그 대답.'
그리고, 나는.
드디어. 성균관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름."
"홍문관 대제학의 여식. ㅇㅇㅇ이라 하옵니다."
"통과. 안으로 들어가시게."
내 꿈이 시작된 곳이며.
그리하여. 더더욱 내게는 피하지도. 물러설 수도 없는 곳이다.
성균관 유생으로서 내게 허락된 시간은 총 넉 달.
그 넉 달이 지나면. 나는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아무도 답하여주지 않는. 답하여 줄 수 없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주먹을 꽉 쥐어보인다.
눈으로는 제 오라비를 찾으며, 드넓은 성균관. 이 곳 저 곳을 헤집고 다닌다.
구조며. 건물의 모양새며. 대한민국의 성균관 대학교 내에서 줄곧 봐왔던 것인지라. 돌아다니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서책을 즐겨 하는 제 오라버니라면. 어딘가에서 책을 들썩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존경각(尊經閣, 성균관 관내 도서관) 으로 향했다.
외관이야, 언제든 그 앞을 지나며 보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 내부를 보는 것까지는 불가능했었다. 그런데 이리 꿈을 통해 조선에 들어오니
존경각의 내부를 다 구경해보는 구나. 싶은 생각에 제 오라비는 뒷전에 두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서책들을 뒤적였다.
물론 온통 한문으로 어렵게 적힌 것들이었지만. 서책 하나 하나를 펼칠 때마다 은은하게 풍기는 먹 냄새가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이 책 저 책 뒤적이는 데 정신이 팔린 새에. 누군가 나의 뒤로 가까이 다가온다.
그 인기척 또한 느끼지 못하고 한참을 뒤적이다, 책을 덮고 나서야 내 뒤에 서서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한 사람을 발견한다.
"뭐가 그리 재밌으실까. 낭자께서는."
"..누..구...신지요."
"기억 한다며. 내가 누군지."
다시 만나면. 불러주겠다며. 내 이름. 하며 얼굴 가득 서운함을 띄우는 남자다.
내 모든 촉을 동원하여. 낮게 읊조린다.
"세자..저하..?"
"그 거 말고."
"..."
"민석이라고 불러달랬잖아. 내가."
내가 꿈 속에서도 그렸다는 세자 저하는. 달을 보며 매일 밤 수줍게 속삭였다는 민석이란 이름의 주인은.
달보다 더 아름답고. 기품있었다.
"네가 날 보러 오지 않아서. 내가 왔어."
그리웠다. 아주 많이. 하며, 그 아이같은 눈매로 웃으며, 나를 제 품에 쏙 집어 넣는다.
그 품에 따스히 안겨 있으려니. 내가 왜, 나도 모르는 시절 속에서. 밤마다 이 남자의 이름을 부르고 불렀는지. 알 듯도 싶었다.
한참을 내 귀에다 대고. 그리웠다. 보고싶었다. 그리 말해주는 이 남자 때문에.
온 몸이 녹아내린다.
한참을 그리 안고 있다, 들리는 인기척에 서로를 품에서 밀어낸 두 사람이다.
정신이 든 내가, 먼저 존경각을 빠져 나와, 내 짐이 풀어져 있을 동재(東齋, 성균관의 명륜당 동 쪽에 있는 집. 오늘날의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심 공주마마와 같은 방을 쓰길 원했으나,
무심한 하늘은. 처음 보는 듯한 계집아이와 한 방을 쓰게 하셨다.
"안녕? 난 방민아라고 해."
"아. 안녕. 나는 ㅇㅇㅇ이야."
먼저 사근사근 말을 걸어오는 민아 덕에. 우리는 급 속도로 가까워졌고.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벌써 해가 저물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들이닥친. 탈을 쓴 사내들 때문에 방에서 뛰쳐 나와야만 했다.
"저.. 저 사람들은 뭐라니?...."
"...아..이게 말로만 듣던 신방례인가봐."
"신방례?"
"말 그대로. 신입생 환영회 같은 거야. 각오는 하고 왔지만. 막상 닥치니까 무섭긴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라버니께 여쭤라도 볼 것을.
무방비상태에서 이 상황을 받아드리려니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자, 자. 모두 주목!!!!!!!!!!! 장의님이 나오신다."
탈을 쓴 사내가 큰 소리로 외치자. 성균관 내의 모든 유생들이 한 자리로 모여 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본다.
그리고 어둠 사이로. 하얀 옷을 입은 장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인사하지. 나는 이 성균관의 장의. 도경수다."
"경...수..?.."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새어나와버린 목소리를 손으로 막아낸다. 다행히 그는 듣지 못한 듯 했다.
사대부 가의 여식이라면.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이를 염두해 두고 한 말이었나.
이 남자와는 두 번째 만남 또한 그리 유쾌하진 않구나.
허나. 내 심장은 그에 동요한다.
"지금부터 신례(臣隷,=신하)들은. 밀지에 적힌 명을 수행한다. 시간은 삼 경이 되기 전까지다. 명을 가장 잘 수행한 자는 장의 경수의 이름을 걸고.
큰 상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만일 명을 수행치 못한다면. 그 자는 엄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조정에 출사한들 군왕의 어명에 수행치 못할 인사로 여겨
재회에 붙여 출제를 명하는 것이. 우리 성균관의 오랜 전통이다."
"..."
"나. 경수와 그대 신례들 모두는 이 성균관의 전통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탈을 쓴 채로. 큰 소리로 유생들을 불러모았던 남자가. 다시 목청껏 소리친다.
"듣거라. 너희 새 귀신들은. 밀지의 명을 잘 수행하여. 부디 성균관 유생으로 거듭나도록 하라."
"올커니!!!!!!!!!!!!!!!!!!!"
성균관 내의 모든 선유(先儒, 선대의 유학자)들이 환호한다.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내 오라비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내어 보지만. 자기도 도울 수 없다는 듯.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는다.
어이하겠는가. 이 또한 내 운명인 것을.
홀로 동재로 돌아와 마루에 걸터앉는다.
예쁘게 뜬 달을 잠시 올려다보다, 내 손에 쥐어진 밀지를. 조심스럽게 펼친다.
"경국지색(傾國之色). 춘추전국시대의 서시는, 그녀의 미모로 부차의 나라를 빼앗았다 한다.
성균관의 그대는, 성균관의 화중군자(花中君子)를 찾아. 그의 정을 담아오라."
하, 지금 나더러. 미인계(美人計)를 쓰란 말인가.
아무리 꿈이라도 그렇지.
어찌 유학을 숭배하는 성균관에서. 이런 명을 내릴 수 있단 말이냐.
그건 그렇고,
성균관의 화중군자(花中君子)라.
화중군자라 함은 '연꽃'을 달리 이르는 말이 아닌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이 물들지 않는 데서 유래한.
정을 담아오라 했으니. 틀림없이 사내를 뜻하는 말일 것이다.
허나.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생각을 해보아도.
"아,"
깨달음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내. 다가오는 두려움에. 고개를 숙인다.
죄 검은 옷을 입고 탈을 쓴 사내들 사이에.
하얀 도포를 휘날리며 꼿꼿한 자세로 말을 잇던.
진흙 속의 꽃.
화중군자(花中君子).
성균관의 장의. 도경수.
그 자를 유혹하라. 그리 적힌 것인가.
우쮸쮸쮸입니다 :)
드디어ㅠㅠㅠㅠ 성균관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
종인이와. 민석이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경수의 등장 및 약간의 예고..를.... ♥
다음편은 불맠..일까요? 아닐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등장인물이 많으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회에 다섯명의 남주를 모두 출현시키지 못해 매우 애석한 우쮸입니다.
다음편에는 종대와 준면이도. 제대로 등장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독자들이 계시군요*.*
지금 저는 대학생이구요! 현재 한학기 휴학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
여기서 돌발 퀴즈! 를 하나 드리자면,
우쮸쮸쮸의 전공은 무엇일까요 여러분? ♥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예상하지 못한 학과일 수도 있으실 거라는거?
맞추신 분들은. 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많이 없고...
요 다섯 명의 남주 중에. 정답을 맞춰주신 독자님이 가장 마음에 드시는 남주를 골라주시면!
제가 결말을 쓸 때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
ㅠㅠㅠ많이 많이 도전해주세요!!!!!!!!!!!!!!! ♥
암호닉 신청은 늘 받고 있습니다 :)
연재가 종료되면. 암호닉 신청해 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텍스트 파일을 제공해 드릴 예정이니,
많은 신청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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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불러볼까요? :)
찬여열 님, 모카 님, 뚜비뚜바 님, 대추 님, 글리소 님, 애정 님, 드래곤후르츠 님, 시우밍 님, 손터쿠 님, 슈웹스 님. 옥금 님, 오열 님, ⊙♥⊙ 님, 백현사마 님
우주 님, 찬열아안녕 님, 세젤빛 님, 시엔 님, 에일 님, 마름달 님, 꽃신 님, 파파야 님, 디플로 님, 롸이트 님, 땅콩빵 님, 타오네엄마 님, 초코빠 님, 봄나 님
제가 글을 쓰는 원동력은 댓글을 달아주시는 사랑하는 저의 독자님들이랍니다. 사랑합니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