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을때*
첫째 박제형. 나도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오빠 여자친구를 보는건 처음임. 나를 궁금해 한다길래 같이 밥이라도 먹을겸 따라 나감. 듣던대로 이쁘고 착한것...같긴 한데 어쩐지 묘함
“여기가 내 여동생 하루. 이쁘지” “안녕하세요” “어머 니가 하루구나 이야기 많이 들었어 근데 오빠 닮아서 엄청 예쁠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네” “네?” “ㅎㅎㅎㅎㅎ아니 귀염상이라구” 뭐지 돌려까는것 같은데 기분탓이겠지 함. 암튼 말이 끝나자마자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먹는데 오빠가 계속 이것저것 줌. “딸 이거 먹어 너 좋아하는거잖아” “아냐 됐어 오빠 먹어” 괜히 눈치가 보여서 앞에 앉은 언니를 보니 역시나 표정이 구겨짐 “하루가 애도 아니고ㅎㅎㅎㅎㅎ 그리고 그거 보기보다 살 엄청찌는거다?” 이언니 보게나? 듣다보니 빡치네 “좀 있음 대학갈텐데 너도 이제 관리 좀 해야하지 않을까해서.. 그렇게 가면 남자들 아무도 너 좋다고 안할걸ㅎㅎㅎㅎ” 이거 백퍼 멕이는거임. 어이 없어서 오빠 쳐다보니 그냥 표정만 별로 안좋음 괜히 서러움. 몇번이나 도를 넘는다 싶은 말들이 있었지만 오빠의 여자친구니까 참음. 괜히 기분만 망치고 음식점에서 나왔는데 오빠가 여자친구 데려다줘야해서 나 먼저 집에 가라함. 그래 여자친구가 먼저다 이거지? 나도 됐다 이거야. 옆에 의기양양하게 서있는 오빠 여자친구보다 오빠가 훨씬 미워. 한껏 토라져서 멀어져가는 하루 뒷모습을 보니 제형은 애써 참아왔던 화가 치밀어오르는 기분임. 막내가 있는곳에서 화내면 또 하루는 자기때문이라며 눈치볼 것 같아서 참아왔던건데
“하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왜?” “넌 말을 무례하게하는게 취미야?” “무슨 뜻이야?” “내 동생한테 그렇게 돌려말하면 내가 못알아들을줄 알았어? 내가 맨날 웃으니까 호구로 보이지.” “아니, 나는 말이 그렇다는거지” “그럼 나도 말 좀 그렇게 할게 헤어지자. 예전부터 느낀거였는데 난 너처럼 남 생각 안하고 행동하는 사람 질색이라” “고작 이거때문에 헤어지자고? 너 지금 진심이야?”
“고작이 아니지. 너 지금 사람 잘못 건드린거야 더 말하면 진짜 험한말 나올것 같으니까 먼저간다. 넌 연락처에 있는 그 많은 남자들한테 데려다달라고 하든지” “야 박제형” “제발 다시는 내 눈에 띄지마” 제형이 차갑게 말하고는 뒤를 돌아 하루에게 달려감. 어떡하지 우리 딸 기분 엄청 상했겠다. 데려오는게 아니었는데, 혹시나 우는건 아닐까 달려가는 발걸음이 더욱 빨라짐 둘째 박성진. “오빠 나 아파”
“또? 약먹고 이불 덮고 있어라. 좀 이따 갈게” 오빠가 여자친구 생겨서 요즘 나한테 소홀하긴했음. 항상 내가 일순위였는데 밀려난것 같기도 하고 조금 속상해서 요근래 자주 아프다고 꾀병을 부렸는데 그게 오빠는 좀 지겨워졌나봄 이젠 안속는단 말투로 대답함. 근데 오늘은 진짜 아프다구 이씨 “왜그래? 집에 가봐야돼?” “어? 아이다. 나중에 들어가도 된다. 영화시간 됐다 가자” 당연히 영화가 눈에 보일리가 없음. 김하루 또 꾀병이지 싶기도 한데 동시에 진짜 아프면 어쩌나 싶음.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영화를 보고 나옴. 우리공주 저녁은 챙겨먹었나, 아프면 죽이라도 사가야하나 싶어 핸드폰을 들었는데 배터리가 나가있음. “미안한데 핸드폰좀 빌리자” 여자친구한테 빌려 막내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받음. 이상하다싶어 셋째한테 걸어봄 “야 집이가? 하루 지금 어디” “형 어디야 왜 전화기 꺼져있어!” “나 밖인데 와? 뭔일있나?” “하루 연락 못받았어? 지금 아파서 응급실 와있어 빨리와”
신경질적으로 끊긴 전화를 내려다보니 아차싶음. 진짜로 아픈거였나 어디가 어떻게 아프길래 응급실까지 간거지. 아씨, 아까 연락왔을때 집에 가는거였는데 돌겠네 요근래 장난식으로 나한테 신경좀 써달라는 말이 넌 사실 장난이 아니었던건데
“미안한데 내 먼저 가야겠다. 나중에 연락할게” 운전하며 병원으로 가는 내내 후회함. 얼굴보면 뭐라고 사과해야하나, 많이 서운하겠지. 나 보기도 싫다고 하면 어쩌지. 막내 얼굴이 생각나면 날수록 엑셀을 더 세게밟음 셋째 강영현. “오빠 오늘 나 데리러오면 안돼?” “어쩌지 오빠 여자친구 아프다고 해서 지금 여자친구 집인데” “아 그래? 그럼 기다릴게” “늦을것 같은데 오늘만 둘째형한테 부탁하면 안될까?” “...응 알았어”
“착하다 우리 막둥이. 오빠가 갈때 맛있는거 사갈게” 원래 이렇게 부탁한 적이 없었는데 내가 여자친구 생겨서 그런가. 막내가 부쩍 예전보다 어리광이 많아진 기분임. 그건 그것 나름대로 귀엽기도하고. 가벼운 감기인 여자친구에게 약을 먹이고 이리저리 챙기다보니 벌써 열시임. 맛있는거 사가기로 했는데 내일 사야겠네 “막둥아 오빠왔어” 집에 왔는데 조용함. 불도 다 꺼져있고 둘째형이랑 아직 안돌아온건가 싶어 막내 방문을 열었는데 하루가 식은땀 흘리며 엎드려있음
“하루야 왜그래 무슨일이야 응?” “오빠아 흐어엉ㅇ” 얼굴엔 열이 오른채로 나를 보고 펑펑우는데 갑자기 뒤통수라도 맞은 기분임. 아파서 그랬구나. 그래서 데리러 오라고 한 거였구나. 얼마나 울었는지 눈도 퉁퉁 붓고 목도 다 나간것 같음.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서러웠을까. 급하게 둘째형한테 전화하니 핸드폰이 꺼져있음. 그럼 학교에서 집까지 이 몸으로 걸어온거야?
“아씨..” 가까스레 참고있던 욕이나올 것 같음. 둘째형한테 화나기도 하는데 일단 자기자신한테 제일 화가남 “미안해 오빠가 잘못했어 막둥아. 오빠봐봐 응? 내가 다 잘못했어” 숨 넘어 갈도록 우는 막내를 업고선 병원으로 향함. 진짜 못났다 강영현, 최악이다 정말 넷째 김원필. “오빠 그 언니랑 계속 사귈거야?”
“우리 막내 왜 심통이 났을까아? 오빠 여자친구 싫어?” “...응 싫어” “왜?” “몰라 그냥 다 싫어. 재수없어” “김하루” “진짜 싫어 오빠도 싫고 그 언니도 싫고 다싫어” “너 말버릇이 그게뭐야” “.....”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언니도 너랑 친해지려고 엄청 노력하는거 알면서 왜그래. 계속 그러면 오빠 화낼거야” “......”
“대답안할거야?” “....알았어 잘못했어” 사실 내가 말을 심하게 한것도 있긴한데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음. 얼마전에 우연히 오빠 여자친구 비공개 sns계정을 봤음. 근데 딱 봐도 내 이야기가 있는거 아니겠음. 내 앞에선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놓구선 글에는 남자친구 동생 싸가지없다부터 시작해서, 친오빠한테 꼬리친다. 벌써부터 시누이짓한다 등등. 참나 어이가 없어서 몇번 만났다고 이럼? 진짜로 그랬음 몰라 억울해서 말도 안나옴 오빠한테 말하자니 괜히 나때문에 싸울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나혼자 삭히는중. 이것봐 또 나한테만 뭐라하잖아 오빠는 “야 김원필” “어?” “이거 니 여자친구 계정 아니냐? 우연히 봤는데 얘 글써놓은거 완전 너희동생 이야긴데?” 동기가 보여준 핸드폰 속에는 하루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가 잔뜩 써져있음
“허?” 막내도 이걸 봤을까 그래서 나한테 그렇게 말한걸까. 생각해보니 이유없이 사람을 싫어할 애가 아님 “야 이거 뭐냐?” “이게 뭔..원필아” “당황하는거 보니 진짜 니가 썼나보네. 그것도 모르고 난 엄한 애만 잡았네” “미안 근데 그런 뜻이 아니야” “듣기싫어. 이제 난 미안해서 내 동생 얼굴 어떻게 보냐. 너 진짜 소름끼친다.” “원필아” “내 이름 부르지도 마. 너랑나랑 지금부터 사귀는것도 뭣도 아닌 사이니까” 난 그것도 모르고 너만 다그쳤네. 오빠한테 말 했어야지 김하루. 바보같이 혼자 끙끙 앓고 있었으면서 정작 나한텐 화도 안내고. 생각 하니까 미안해서 미치겠네 다섯째 윤도운. 아씨 저언니 또왔음. 나랑 윤도운이 남매인거 알고나서부터 우리반으로 등교함. 처음엔 먹을거나 화장품 같은거 가져와서 번호 좀 알려달라더니 이젠 협박까지 함. 덕분에 교실 분위기도 안좋음 “야 그게 그렇게 어렵냐? 그냥 번호만 알려달라고” “싫은데요” “싫어? 참나 너 뭐라도 되냐? 어디 선배가 말하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봐” “그럼 네모처럼 떠요?” “뭐? 이거 진짜 어이없는 년이네” “우리오빠 언니같이 날라리 같은 성격 싫어해요” 진짜임. 그리고 윤도운이 너랑 사귀면 난 걔랑 먼저 인연 끊을거임 사실 예전에 한번 내 친구 소개시켜주려고 한 적이있긴했는데 “오빠 내 친구중에 오빠 괜찮다고 하는 애 있는데 소개..”
“됐다. 니 내번호 뿌리고 다니면 가만 안둔다.” 진짜 가만 안둘것 같아서 그냥 관둠. 그쪽보단 이쪽 오빠가 더 무서워서요. 근데 이언니도 포기를 모름. 이젠 나랑 다니는 애들한테까지 뭐라고 함. 유치해 죽겠네 이러니까 더 주기 싫어짐 근데 오빠가 어떻게 알았는지 이 언니가 왔을때 우리 반에 찾아옴. “야” “??? 도운아” “니 잠깐 내좀 보자” 분위기한번 살벌함. 조용한 교실에서 모두가 우리쪽만 보고있음. “김하루 니는 나중에 집가서보자” 내가 뭘 했다고? 칭찬은 못해줄망정 억울하네
“니 정신 나갔나? 내 번호가 궁금하면 내한테 와서 지랄하던가” “아니 난 그게 아니구” “내가 모를줄 알았나.내 주변에 있는 애들 돌아가면서 괴롭히는거. 근데 간도크네 건드려도 내 동생을 건드리나” “미안” “괜히 엄한곳에 삽질하고 있는거 같은데 작작해라. 한번만 더 하루 어쩌고 소리 들리면 니나 내나 둘 중 한명 학교 생활 끝나는 날이니까”
김하루 니도 집에가면 혼날 줄 알아라.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말 했어야지. 다른 애들한테 듣고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졌는지 넌 모를거다. 그 뒷이야기** 첫째 박제형. 다행히 막내가 얼마 못갔나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걸 정리할 시간도 없이 하루 어깨에 손을 올리니 놀란듯이 쳐다봄. 눈가가 빨간게 역시 조금 울었나 “뭐야 여자친구 데려다 줘야 한다더니” 뾰로통한 말투를 보니 단단히 화난것 같음
“상처받았지. 미안해 그런소리나 듣게하려고 데리고 온거 아니었는데” “아냐 됐어” “진짜진짜 미안해. 근데 오빠는 다른 누구보다 우리 하루가 제일 중요하고 소중해” “이제와서?” “이제와서 아닌데~ 쭉 그래왔는데” 제형이 미안한 목소리로 막내 눈가를 닦아주자 어쩔수 없다는 듯 웃음이 터져나옴. 둘이서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짐 “나 근데 진짜 살쪘어? 다이어트 해야하나” “아니! 절대아냐. 걔 눈이 삐었나봐 딸래미 뺄살이 어디있다고 너무 예뻐서 질투하는건가봐” “오빤 여자보는 눈이 너무 없어” “그러게 그냥 하루 옆에서 평생 살까?” 나 안좋은 소리 들었다고 그 날로 헤어지는 오빠를보니 든든하긴 한데... 오빠 나도 시집은 가야지 둘째 박성진. “하루야 오빠가 미안” “됐거든요” “진짜 이제부턴 공주가 부르면 무조건 달려올게” “아 됐다고 운전이나 제대로 해 사고나”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저럼. 어지간히 미안하긴 했나봄. 성의를 봐서 이제 사과를 받아줄까 싶은데 내가 좀 쌓였었어야지. 마침 오빠 핸드폰이 울림. 발신자 보니 오빠여자친구임 “안받아도 괜찮아?” “공주랑 있는데 전화받을 시간이 어딨는데” “참나” 계속 울리는 전화가 신경쓰여 그냥 내가 받아버림 “여보세여 언니! 저 하루에여” “하루야 안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몸은 어때 괜찮아?” “ㅋㅋㅋㅋㅋ괜찮아요” “다행이다. 나는 성진이가 거의 울면서 뛰쳐나가길래 진짜 큰 일이라도 난줄 알았어” “우리 오빠가요?” 운전하고있는 오빠를 보니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모르면서 나 보면서 웃음. 뭐, 그만큼 걱정했었다니 이번만 봐줄까 “ㅋㅋㅋㅋㅋㅋㅋ오빠 울었어?” “내가? 아니?” “거짓말 언니가 울었다는데”
“진짜 쪼끔 눈물 난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화를 못내겠다니까 셋째 강영현. “막둥아 빨리 타” 저번에 아팠던 날 이후로 맨날 학교앞에서 기다림. 그땐 상황이 어쩔 수 없었던 거였고 나도 괜찮다고 하는데도 미안한지 맨날 퇴근을 나랑 같이 함. 한번은 오빠 여자친구랑 시간이 겹쳐서 같이 온 적이 있었는데 언니가 날 보고 귀엽다고 반함. 그때부터 맨날 같이 옴 “하루야 다음주에 같이 쇼핑하러 갈래? 코트 하나 사줄까?” “헐 언니 짱이에여” “히히 오빠보다 최고지?” “당연하죠”
“참나” 일부러 둘이서 꽁냥거리고 있으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 “그때 오빠한테 얼마나 서운했던지” “와 강영현 그렇게 안봤는데 인성논란 나겠네” 가끔 저번 일 가지고 놀리면 입 꾹 닫고 내 눈치만 봄. 불리할때 맨날 써먹음 “오빠 밑에서 고생이 많네 언니가 확 납치할까?” “완전 좋죠!” “저기요. 저 아직 여기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 막둥이 뺏길 생각 없거든요?” 암튼 셋이서 사이좋게 지내니 이것도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 넷째 김원필. “오늘은 데이트 안나가?” 주말마다 나가던 오빠가 웬일로 집에 있음 의아해서 물으니까 내 눈치를 보다가 나를 부름 “오빠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에에에? 왜?” 엄청 사이 좋아보이더니. 뭐 난 좋긴하지만 “막내야 혹시 걔 SNS봤어?” 한참을 뜸들이다가 물어봄. 오빠도 봤나보구나 그래서 헤어졌나봄 “나때문이지 미안해” 내가 괜히 미안해져서 사과하니까 오빠가 펄쩍 뜀 “니가 뭐가 미안해! 다 나때문인데 근데 봤으면서 오빠한테 왜 말 안했어” “아니, 그냐앙 좋은 일도 아니고” “나 많이 미웠지” “아니이” “몰라줘서 서운했지” “뭐, 쪼그음”
“미안해 이제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노력할게. 그치만 오빠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내가 서운하게 하면 말해줘야해 알았지” “응” 좋은 것만 보고 예쁜 말만 들어도 부족한데. 진짜 속상하다 끄덕이는 하루를 보니 괜시리 눈물이 날 것 같음. “우리 막내 바보같이 착해서 큰일이다 참.” 다섯째 윤도운. “크흠” “왜” “아이다” “할말있음 빨리 해 나 숙제해야해” 내 방에 들어와서 한참을 뜸들이더니 재촉하니까 드디어 이야기를 꺼냄 “야 요새는 걔 안찾아오제?” “누구? 아, 그 언니. 응 안와” “니는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내한테 말을 해야할거 아이가” “언제는 번호 주면 가만 안둔다며!” “야 그거는... 진짜 융통성없다 니도” “너 그 말하려고 그렇게 뜸 들일인거야? 이야기 다했으면 나가” “그게 아이고, 그 그 있다이가 그” “?” “미안하다 괜히 내때문에”
“아씨 와이라노” “너 설마 지금 울어?;;” 오랜만에 보는 오빠의 눈물에 덩달아 나도 당황해서 울것같음.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눈물이 나올까. 아무튼 둘다 부둥켜 안고 우는 바람에 방에 있던 오빠들 깜짝 놀라서 나왔다는건 몇년이 지나도 두사람에겐 이불찰 기억. Bonus! 오빠들의 이중생활.
1.
제형은 지금 책상위에 놓여있는 총을 손질하는 중이다. 진즉 어제 했어야 하는건데 이건 왜이렇게 해도해도 귀찮은지. 아, 여기 피 묻었네 쯧 짧게 혀를차고 수건을 들어 총구를 닦아냈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막내 특유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뭐해?” 헐. X됐다. 평소에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제형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어어? 그냥 이것저것 정리 하고 있었어” 잽싸게 수건을 총 위로 던졌지만 그 손보다 빠른 눈이 있었으니 “이건 뭐야? 장난감이야?” 하루는 호기심에 총을 들었다. 장난감이라고 하기엔 꽤나 묵직했지만 실제 총을 본 적이 있어야지 “나이가 몇인데 이런걸 가지고 놀아” 어릴때부터 오빠들속에서 자라왔기에 이런 총은 익숙했다. 하루는 빠르게 장전을 하고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겨누었다. 자칫 방아쇠를 당긴다면... 그 짧은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다. “딸 자,잠깐만!!” 제형이 갑자기 벌어진 일에 당황해 하루의 손을 저지하려했다. “빵! ㅋㅋㅋㅋㅋㅋㅋㅋ 왜이렇게 놀래? 둘째오빠가 밥먹으러 나오래” 하루는 장난스럽게 웃어보이고는 총을 다시 책상위에 올려두곤 나가버렸다. 문이 닫히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제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와 쫄려 죽는줄 알았네”
“보기보다 소질있는데?” 누구 동생 아니랄까봐. 그건 그거고 제형은 다시는 집에 총을 가지고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아마 조직 생활하면서 손에 꼽는 몇 안되는 아찔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
주변은 한창 피가 튀기고 고성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엔 성진이 있었다. 능숙하게 급소만 노리니까 주변 사람들이 다가올 생각을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성진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한껏 굳어있던 표정이 그의 말 한마디에 풀어졌다. “김공주 마치면 빨리빨리 집에 가라니까” 그가 손짓을 두어번 하자 옆사람이 핸드폰을 가져왔다. 놀랍게도 주변은 개판오분전 이었지만 그의 주변은 짠듯이 피해갔다. 그를 둘러싼 조직원들이 필사적으로 그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주” “오빠?” “응 오빠. 지금 어디고” “나? 집 가고있는데?” “또또 거짓말치제. 오빤 다 안다니까” “하여튼 귀신이라니까 친구들이랑 노래방 왔어” “맨날 가던데제? 오분있다 나온나 앞에 있으께” “이씽” “치킨시켜줄게” “알아써” 노래방이라 그의 주위 시끄러운 소리들은 들리지 않나보다. 그거 하난 다행이네. 성진이 옷을 툭툭 털고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내 먼저퇴근한다. 알아서 처리해라” 싱글벙글 웃는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섰다. 동생의 말 한마디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져도 되는걸까. 조직원들은 처음엔 그의 이중성에 소름이 돋았지만 이젠 성진의 막내사랑을 익히 알고있기에 포기했다. 어쩌면 정말로 건드려선 안되는 사람은 성진이 아니라 그의 동생인 김하루일지도 모르겠다. 3.
“흠흐응~” 아무도 없는 높은 빌딩 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영현은 장총에 소음기를 장착했다. 난 이시간이 제일 좋더라. 그의 총구가 향하는 곳에는 상대조직의 보스가 있었다. “미안해서 어쩌나”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엎드려 그는 자세를 잡았다.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때 “아 씨 누구야 일할땐 방해하지 말라니까” 전화가 울렸다. 신경질적으로 발신자를 확인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에 미소를 띈채 통화를 눌렀다. “응 막둥아 왜에” “오빠 지금 뭐해? 바빠?” 뭐, 바쁘긴 하지. “일하는 중이면 전화 끊을까?” “아니아니 괜찮아 말해” “퇴근하고 올때 아이스크림 사오면 안돼?” “막둥이 어제도 먹었잖아요” “하나만! 딱 오늘만 먹을게 응?웅?” “으이구 못살아 알았어 맨날 먹던거지?” “오예! 오빠가 최고야 사랑해 빨리와!” 애교섞인 목소리에 영현이 못이기겠다는 웃었다.
“흐응, 빨리 끝내야 겠네.” 그리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 영현의 어깨가 작게 밀려났다.그는 타깃이 움직이지 않는걸 확인하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옷을 털고는 서둘러 총을 챙겨 나갔다. 영현의 손엔 이젠 살벌한 총이아닌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들려있겠지 4.
원필은 이제 막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 들 참이었다. 동이 터 올때까지 다른 조직의 정보를 빼내느라 어찌나 애썼는지. 현장에서 뛰지는 않지만 머리쓰는 일이라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라니까. “오빠 자?” 눈이 막 감기는 찰나 하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왜에?” “나 오빠 노트북 좀 써도 돼?” “응 책상위에 있어” “알았어 금방 쓸게” 막내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는 소리가 들려왔다.노트북 필요하면 써야지, 하루꺼 고장났던가 새로 사줘야겠네. 그보다 뭐하려고 그러는거.. 잠시만, 내가 창을 다 껐던가? 저장은? 파일을 숨겨놨던가. 문득 드는 생각에 잠이고뭐고 눈이 확 떠졌다. “오빠 근데 이 뻐꾸기 파일은 뭐야? 설마 이상한거 보고 그래?” 제기랄. 내가 잘도 숨겼겠다. 하루가 클릭만 한다면 자신의 조직이 그간 해왔던 일들이 다 보여지는건 시간문제였다. 조직의 주가부터 조직원들의 행적까지 모두. 제일 큰 문제는 우리 형제들 이름이 모두 들어가있다는 거다 “그게 어...” “뭔데?” “...바이러스인가? 왜 그런게 있지 지우자 이상하네” 원필은 자신의 손으로 파일을 지웠다. “용량없네 휴지통 비우기 해” “어, 응 그러자” 원필은 조직원이고뭐고 막내에게 오빠의 노트북에 이상한게 있다는 오해를 풀고싶었다. 뭐가됐든 이미 늦었겠지만
원필은 눈물을 머금고 다시 삼일 밤낮을 복구하는데 애썼다. 하루의 의미심장한 웃음들을 애써 무시하며, 막내한테 안들켰으면 그걸로 된거지 이 웃픈 상황에 자기최면을 걸었다. 5.
“아씨 따가바라” 도운은 지금 거울을보며 등에 닿지도 않는 손을 뻗어 이리저리 낑낑대고 있는 중.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피가 맺혀 흘러내리는 상처를 애써 닦아내다가 힘에 부쳤는지 금세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썼다. “그새끼 대가리를 날렸어야 하는건데” 뭐, 거의 불구로 만들긴 했지만 귀여운 얼굴과 대조적으로 꽤나 험한 말이 입에서 나왔다. “야 오빠가 두부사오래” “아씨 김하루 노크도 모르나 니는 제발!” 하루가 갑자기 방문을 벌컥열자 도운이 당황해 티셔츠로 황급히 몸을 가렸다. “참나 뭐 볼거 있다고” 하루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주변에 어질러져있는 붕대며 연고며 집어들었다. “너 또 다쳤냐? 어디 봐봐” “아 됐다” “되긴 뭐가! 야 어디서 다쳤나? 맞았어?” “계단에서 구른거다” “도대체 어떻게 굴러야 이렇게 다치냐 으유!” 하루가 신경질적으로 그의 팔뚝을 때리고는 싫다는 도운의 상처를 억지로 치료했다. 조심히 좀 다녀라 넌 나 없음 어쩔래. 붕대의 끝을 마무리 지으며 하루는 마치 누나인양 말했다. 도운은 그런 하루가 가소롭다는 듯 이마에 아프지 않게 딱밤을 때렸다. “아씨 윤도운 죽을래!”
“쪼매난게 잔소리는 많아가꼬 내 아프니까 두부는 같이 사러가자” “오빠가 너한테 시킨거야” “오는길에 떡볶이 사줄게” “아프니까 오늘만 특별히 봐준다” 도운은 속일 수 있을때까지 속이고 싶다. 막내한텐 절대로 들키기 싫고 들켜서는 안되는 그의 직업을. 매일 웃게 하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걱정에 울게하고 싶진 않았다.
하루는 오랜만의 외출에 신이나있다. 이렇게 여섯명이서 다같이 놀러가는게 꽤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런 하루의 뒷모습을 보며 오빠들은 저마다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저기 멀리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그들을 발견하곤 달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형님들” “단체로 마실가십니까” 하루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영현의 뒤로 숨었다. 그도 그런게 우락부락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단체로 이들에게 90도 인사를 하고 있으니. “....망했네” “누구시죠? 사람 잘못 보신것 같은데^^” 제형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다. 하지만 살벌해진 눈까지 감출순 없었다. “예? 형님 아이 왜그러십니까” “형님 농담도ㅋㅋㅋㅋㅋㅋ” “사람 잘.못 보신것 같다고 말 했는데” 성진이 눈치가 있으면 썩 꺼지란 말을 돌려서 하자 그들은 그제서야 영현의 뒤에 숨어있는 하루를 발견하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조심좀 해주세요. 우리 애가 겁먹은것 같아서ㅎㅎㅎㅎ” 묘한 분위기에 영문을 모르겠는건 이 많은 사람들 중 오직 김하루 뿐일것이다. 막내는 후폭풍에 떨며 뒤돌아선 남자들의 모습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불쌍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겐 무서운 존재일지 몰라도, 하루에겐 세상 다정한 다섯오빠들은 오늘도 막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중! 막둥이들 안녕! 잘 지내고 있었어요? 감기 안걸리고? 댓글 일일이 못달아줘서 미안해요 ㅜㅜ 혐생에 치여서,, 확인은 다 하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저의 큰 힘이자 원동력이십니다 다들ㅎㅎㅎㅎ 이 시리즈를 쓰다보니 벌써 10화까지 왔네요 사실 독방에서 틈날때 짧게 쓰던 글이라 여기까지 연재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이건 모두 우리 막냉이들 덕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그 마지막까지 우리 함께해요❤️ 다들 건강 챙기는거 잊지마시구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었길, 모두들 행복할 수 있게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