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봄인가요? 「첫 봄 ; 동네카페」 낮의 햇빛이 쨍한 육월의 여름날.하얀 셔츠의 가슴부분을 앞뒤로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어 보지만, 괜한 움직임에 땀만 더 낼뿐이지 그것을 뛰어넘기에는 바람은 매우 부족했다. 땀은 주륵 흐르는데, 나는 왜 밖에 서 있는 것 일까. 동네카페 앞, 나는 들어가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여자인 친구 하나가 이곳에서 기다리라 하여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시간으로 부터 약 10분이 지났건만 왜 오지를 않는것인지. 그렇게 친구인 지윤에게 원망 아닌 원망을 작게. 고이고이 씹어대니 꽤 찔렸는지 휴대폰이 간지럽게 진동했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제 욕을 해야 전화를 하는 빌어먹을 호랑이. "야, 공찬식! 일단 들어가서 빙수라도 시켜먹어라. 미안해서 이 누나가 쏜다!" "지랄말고 얼른 와라. 일단 들어가서 빙수 하나 시켜놓을게." "어야. 조금만 기다리라!" 전화는 금방 끊겼고, 이 짧고 굵은 똥과 같은 전화가 익숙해져 태연히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사람과 커피의 향이 뒤섞인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아, 향 좋다. 여자향도 나는게. 속에 썩혀두려 했던 음흉한 미소가 밖으로 나오려하니 곧바로 고개를 휘저어가며 표정관리에 힘을 쓰고는 주문을 위해 계산대로 갔다. 요즘 옆구리가 너무 시린 이유 중 하나가 이쁜 여자를 보면 올라가는 음흉한 입꼬리도 있을터이니 지금부터 관리를 잘 해야한다. 아리따우신 여자분들도 많은데 여기서 님을 봐야지. "세숫대야 팥빙수 하나요." "네, 만원입니다." "제 친구가 곧 오거든요? 걔가 낼꺼예요." "네 알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알바는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고는 곧 제 일터로 떠나갔고, 나 또한 휘파람을 불며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시원한 온도와 푹신한 소파. 최적의 조건이다. 몰려오는 나른감에 엎드려 테이블에 기대노라면, 별안간 하나의 향기가 스쳐갔다. 여자의 향긋한 꽃 향기도 아닌, 남자의 시원한 스킨향도 아닌. 중간의 중성적인 향. 호기심을 불태우는 향. 엎드려 있던 상체를 들어 뒤늦게 그 향을 찾아보지만, 매우 늦은 행동이었다. 향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을 홀리고는 떠나가는 향은 나의 벚꽃을 피워내기에 충분했고 나는 지금 옆구리가 매우 시린. 몇개월째 벚꽃을 피워내지 못한 하나의 나무였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다시 테이블 위로 엎드려 애꿎은 출입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다시금 향기가 다시 공기중에 떠다녀 놓칠세라 급히 상체를 들어 향을 좇았다. 향이 짙어지는. 태풍의 눈과 같은 향의 중심. 그 향의 중심에는 대걸레를 들고 움직이는 남자가 내 테이블의 앞을 지나가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 나는 혼란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남자? 그래. 분명 남자다. ...아닌가? 중성적인 향과 옅은 아이라인. 앙칼지게 올라간 눈꼬리와 앙 다문 붉은 입술. 여리해 보이는 몸과 무기력 하면서도 폐쇄적인 분위기. 모두 남성적인 모양새는 아니다. 똑 떨어지는 목선과 쇄골도. 매끈하게 동그란 어깨라인도. 그는 대걸래 정리를 끝냈는지 커피 조리대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런 그를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그렇게 그를 관찰하던 중에 그가 고개를 돌렸고, 약 5초간 눈을 맞추게 되어버렸다. 당황한 나는 먼저 그의 눈길을 피해 급히 먼곳을 바라보는 척을 했다. 피식- 웃는 소리. 그를 보지 않더라도 작게 웃는 그 사람의 표정이 눈에 선했다. 아, 쪽팔려. "세숫대야 팥빙수 나왔습니다." 손님이 많아 손이 부족했던 탓인지 약 10분 전에 시켰었던 팥빙수가 지금 나왔다. 꾸준히 먼곳을 바라보는 척 하던 눈과 고개를 돌리고는 몸을 일으켜 팥빙수를 가지러 계산대를 향하여 걸어갔더니 팥빙수와 함께 서있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한 삼류소설에서 본 적이 있다. 상대를 본 순간,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리고 그 사람과 나만이 온전하게 남아있고 숨쉬고 움직인다고. 그게 사실이었나, 눈을 마주치니 그것이 현실이 되어갔다. "죄송합니다. 주문이 밀려 빙수가 늦게 나왔습니다. 대신에 토핑 많이 올려드렸어요." 작게 움직이는 붉은 입술. 그도 남자고 나도 남자다. 이게 과연 옳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