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택운이 옆에 앉으렴."
나는 전학을 왔었다.고 1이라는 나이에 온 전학생이 신기한 듯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허나,그것은 단지 전학생이 신기해서 그런 것이 아니였다.그 이유와는 다른 호기심이 그들의 눈빛에 섞여 있었다.
나는 익숙하지 못한 그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며 맨 뒷자리까지 걸어갔다.
'연습생'
그들이 나를 동물원의 원숭이 쳐다보듯 하는 이유였다.
듀엣,그리고 정택운
프롤로그
나는 또래 아이들이 말하는 잘사는 집 딸이였다.쉽게 말해서 돈 많은 집의 외동 딸.
돈 많은 집의 엘리트들이 밟는 코스를 나는 그대로 밟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명성하다고 평가받는 나에게 부모님께서는 항상 많은 기대를 거셨었다.
"별빛아,엄마는 니가 이대로만 커줬으면 좋겠다."
"네."
"혼자 잘 할수 있지?"
"네."
굳이 멈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그대로 방치해뒀던 그 기대는 어느새 자라나 나에게 족쇄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평생 발을 묶어두고 변화의 기회조차 주지않는 그런 족쇄가.
그런 나는 언제나 모범을 보여야했고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려야 했다.
그때서야 잠시나마 나는 그 족쇄에서 풀려나 한발을 내딛을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갇혀버리고 말았지만.
"엄마."
"응?"
"나 노래 배워보고 싶어요."
"노래?"
틀안에 갖혀 살아왔던 내가 즐겨 하는것은 노래 부르는 것이였다.내 입에서 터져나오는 소리가 좋아서 나는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용량이 넘쳐나던 휴대폰의 다운로드 폴더를 채운 것도,비어있던 재생목록을 채운것도 다 잔잔한 발라드였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눈을 감은 뒤 노래를 재생하면 언제나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묘한 안정감과 감은 눈의 흑빛 세계에 그려지는 판타지가 좋았다.그리고 나는 어느새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I know I found in you my endless love'
Endless love.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였다.
겹쳐지는 화음이 평안하고 포근했으며 이상향을 떠올리게 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듣기도 했고 어느새 가사까지 외웠었다.노래를 배우고 싶은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고.
가끔 친구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부잣집 딸이라고 해서 친구가 없지는 않았다.단지 돈에 의한 상호작용 관계일 뿐.
"아이돌 노래도 좋아."
"아이돌?"
"응.아이돌.동방신기나 그런 아이돌 몰라?"
"별로.."
"너 취향 진짜 특이하다."
확실히 나는 또래 아이들의 축에 끼지 못했다.그냥 자체에서 뿜어져나오는 분위기가 축 처져있다고 얼핏 들은적도 있었다.
아웃싸이더.그게 내가 없을때 반 친구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이였다.
"내가 좋으면 됐지."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성격이 그렇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를 나 혼자 겉돌았던 걸지도 모르겠다.부모님은 내가 사교성도 좋은 다재다능한 아이인줄 알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넌지시 부모님께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오히려 내가 취미 한가지쯤은 가지기를 바라셨던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실 뿐만 아니라 응원까지 해주셨다.
*
"안녕하세요."
"별빛이?"
"네"
"반가워.나는 이재환선생님이야."
"잘부탁 드립니다."
"일단 앉아."
이재환.
부모님이 고용해주신 보컬 트레이너였다.
집에 돈이 넘쳐난다는 것은 이럴때는 좋은일이기도 했다.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최고의 강사.그리고 음식.옷.집을 만끽할수 있었으니까.
허나 오만해지지는 않았다.
언제 내 품에서 떠나갈지 모르는 일이었고 많이 지켜봐왔기 때문에.
"일단 처음이니까 테스트부터 해보자."
내 앞에 앉아있는 그는 익숙하게 컴퓨터를 켜고 녹음 프로그램을 켰다.
나는 말 없이 그 모습을 쳐다보았고 정적이 흘렀다.
컴퓨터로 무언가를 검색하던 그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마주했다.
"좋아하는 노래 있어?"
"Endless love."
"어..다른 노래는?"
"없어요."
흐음....
그가 다시 생각을 하는 듯 했다.나는 딱히 해줄 말이 없었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덥지 않도록 틀어놓은 에어컨 덕분에 공기가 시원했다.
센 에어컨 바람이 적응되지 않는지 그가 부르르 떨며 팔을 쓸었다.
"추우세요?"
"어?...조금?"
주변을 둘러본 뒤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테이블 위에 있는 리모컨을 발견하고는 일어섰다.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걸어가 리모컨을 손에 쥐고 에어컨을 껐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앉을 때까지 그의 시선이 나를 따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어..고마워."
"아니에요."
"일단 이 노래 한번 들어볼래?따라 부를수 있는지"
"네."
한참을 심사숙고하여 꽤 괜찮은 노래를 찾은 듯 했다.
그의 표정에 웃음이 피어나왔다.
그 얼굴을 마주한 나도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참...."
외국인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첫 글이네요.잘부탁드려요.
시험기간인데 학생독자분들은 공부 열심히 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부터는 음..길게 돌아올것 같아요.프롤로그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