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봄 내음이 났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길거리에 만발한 벚꽃들이 이제 완벽한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있었다. 한참 나른하고 졸리우는 12시, 시끄러운 시내안의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 노란머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섹시하게 쭉 찢어진 눈꼬리에 뭐가 그리 불만인지 인상을 가득 쓰고 걷는 남자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두번 위아래도 훑고 주머니속에서 진동하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왜”
[지호형, 또 학교쨌어요?]
“내가 학교를 째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지호라고 불린 남자가 얼굴을 구기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후, 나직한 한숨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학교, 와요.]
“꺼져, 명령하지마 표지훈.”
[명령 아니에요, 지금 학교 다시..]
씨발- 지호가 낮게 욕을 읊조리고 핸드폰을 신경질적이게 주머니에 집어 넣엇다. 지이잉- 지이잉-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이 요란했으나 신경쓰지않았다. 짜증과 슬픔이 뒤섞인 오묘한 표정으로 머리를 한번 쓸어올리고는 담배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입에물었다. 후우- 내뱉는 하얀 담배연기가 매케했다. 담배를 입에 물고있던 지호가 피우던 담배를 땅에 밟아 짓이기고는 짜증섞인 말을 내뱉었다.
“날씨 한번 존나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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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뭐야?”
지훈과 지호가 만난것은 한달 전 쯤이였다. 와이셔츠 단추 두어개를 풀어헤치고 자신에게 종종 시비를 걸어왔던 선배를 한참 떡이되도록 때리고 있을때 지호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얹어졌다. 인상을 잔뜩 구기고 뒤 돌아본 곳에는 지훈이 무표정한 얼굴로 지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만해요, 그러다 죽겠어요.”
자신의 어깨를 잡고 한참을 쳐다보기만하던 지훈에게 무어라고 욕을 퍼부으며 주먹을 날리려던 찰나에 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무미건조하게 내뱉은 말이였다. 허- 기가 찬듯한 소리를 내며 움켜쥐고 있던 남자의 멱살을 놓고 몸을 지훈쪽으로 완전히 틀고 노려보았다.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쳐다보기만 하는 지훈에게 짜증이 난 지호가 무어라고 욕을 하려던 찰나에 다시 낮고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말을 가로막았다.
“그쪽이, 우지호맞죠?”
“니가 날 어떻게 알아, 너 뭔데?”
“앞으로 한집에서 같이 살게 될 표지훈입니다. 그쪽 엄마랑 재혼하는 사람 아들.. 뭐 이정도쯤 되겠네요.”
뭐, 재혼? 지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그새 또 남잘 갈아 치웠던 건가-?, 기가차다는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자 지훈이 무표정하기만 하던 얼굴에 나도 모르겠다, 라는 표정을 짓고 어깨를 으쓱했다. 하- 씨발, 기가차서 말이 안나오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픽- 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낸 지호는 그저 멀뚱멀뚱 지호를 바라보고 서있던 지훈을 뒤로한채 어디론가 향해 가버렸다. 뒤에서 어디가요-? 라는 지훈의 물음이 들려온것도 같았지만. 지호는 신경쓰지 않고 그 곳을 떠나갔다.
지호의 어머니는 욕심이 많은 여자였다. 돈, 명예, 권력, 모든것을 누리고도 만족하지 못할 여자. 그런 여자가 지호의 어머니였다. 화목한 가정, 겉으로 보기에 번지르르 하고 이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던 그의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던건 지호가 갓 중학교를 올라갔을 무렵 의문의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였다. 지호의 아버지가 죽고 나온 큰 금액의 보험금. 지호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서 서럽게 이름을 부르며 대성통곡 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과 젖어들어간 목소리 그리고 한손에 통장을 꽉 움켜쥐고 슬쩍슬쩍 말아 올라져 가는 입꼬리 때문에 오묘하게 지어진 표정을 지호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장례식이 있고 난 후 몇일이나 지났을까, 지호의 어머니는 집에 혼자있는 지호를 내팽겨쳐두고 밖으로 겉돌기 시작했다. 자신의 끊임없는 욕심과 욕구를 만족시켜줄 새로운 남자를 찾아서 겉돌고 겉돌고 겉돌았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와 그래도 한달에 꼬박꼬박 들어와있는 통장의 돈을 보며 지호는 같잖다고 생각했었다. 별로 유쾌하지 않던 과거를 떠올리던 지호가 인상을 찌푸리고 막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을때, 그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집어든 핸드폰의 액정엔 '엄마', 낯선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지호야-.]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이 낯설었다. 엄마결혼해, 무덤덤하게 아무런 감정없이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지호가 피식 웃었다.
알고 있었어요, 이번엔 또 어떤 남자에요? 언제부터 이런거 나한테 알렸다고 새삼스럽게 전화하고 그래요. 아니면 나 결혼하니까 이제 그만 밖으로 싸돌아다니고 집에 쳐박혀서 짜져 있으란 말을 하고 싶었어요? 아니면 씨발 이제 너 있던말던 상관 없었는데 재혼하니까, 그러니까 이제 나같은거 있으면 방해만 되니까 밖으로 나가서 죽든 살든 하라고, 꺼지라고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뭐든, 씨발 원하는데로 다 해줄테니까 이런걸로 일일히 전화하지 마요, 역겨우니까-.
다다다다 랩하듯 말을 끝마치고 거칠게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을때 띠링- 하는 작은 소리가 어느 한 구석에서 울렸다. 깨진 액정 사이로 흘러나오는 약한 불빛이 유난히 밝아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구석으로 가 핸드폰을 집어들었을때 액정에 떠있었던건 어딘지 모르는 그러나 알것같은. 그런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주소였다.
깨진 액정 사이로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쓰여있는 글자들이 딱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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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어우 졸려서 뭔 글을 싸질러논건지 모르겠네여.. 다음에 쓸땐 안졸릴때 써야겠어요... 내가 님들한테 똥을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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