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outu.be/wE1xcehxd4Q
싸이코 머리채 안무에 삘받아 쓰는 썰 송경일은 신참 형사임. 짬밥이 얼마 안 되는 탓에 굵직한 사건 수사와는 연이 없고, 여성 청소년에 관련된 자잘한 신고나 잡일을 처리하는 정도. 그날도 주변 순찰을 돌고 커피나 한잔 타 마시며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쁘장한 여자 한명이 눈으로 경찰서를 두리번 훑어보다 주춤주춤 들어옴. 무슨 일이세요? 하고 물으니 아... 하고 말하기를 머뭇거림. 괜찮다고 다독이며 입을 트도록 하자 한참만에 나오는 말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거.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악질적인 놈이 틀림 없음. 전화와 문자. 카톡은 물론이고 협박 편지까지. 거기까지는 참을만 했다고 함. 근래에는 피 묻은 커터칼 조각들이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머리카락 뭉치가 들은 택배나 편지를 두고간다고. 벌써 두달이 넘은 일이라며, 자기 친구나 남동생이 밤새도록 숨어 지켜봐도 범인의 그림자도 못봤다고 함. 하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도착해있는 피 묻은 택배 상자... 이젠 집에 돌아가기도 무섭다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송경일은 의자에 걸쳐놨던, 팔에 흰색 라인이 있는 까만 점퍼를 집어들어 걸침. 그리고 여자에게 집 근처를 가봐야겠다며 먼저 걸어 나감. 도착한 집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 외곽에 있는 작은 단독주택이었음. 여자가 이정아 누나 왔어, 하며 집 안에 들어서자 무표정의 남자 한명이 방에서 나옴. 장이정. 이름 석자가 가지런히 박힌 명찰. 교복을 입은 걸 보니 최소 고등학생. 누나랑 좀 다르게 생겼긴 하지만 꽤 잘 생긴게 유전자가 좋은 집이구나 하며 송경일이 꾸벅 인사를 함. 우리 도와주기로 한 형사님이야. 누나가 소개를 하자 계속 무표정으로 송경일을 훑던 장이정이 그닥 믿음직해 보이진 않는데. 하고 한마디 툭 던짐. 그리고 방으로 슥 들어감. 죄송해요. 우리 정이가 낯을 많이 가려요. 아직 사춘기라 말도 저렇게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누나에게 괜찮다 말하는 송경일은 속으로 장이정 머리에 딱밤 열세대는 연속으로 먹이는 중임. 싸가지 없는 고딩새끼, 하면서. 기분이 너무 나빠 핸드폰도 버리고, 온 편지와 동물 시체들은 진작 태우거나 버려 증거는 남은게 없었음. 다음에는 사진이라도 찍어두세요 하고 누나에게 당부를 한 후 경일은 집 주변을 돌아봄. 확실히 유동인구도 적은 외진 장소라 몰래 우편물을 가져다 놓을 수 있겠다 싶었음. 잠복이라도 해야 하나... 집 주변을 다 돌아보고 무슨 일 있음 연락하라며 누나에게 명함을 건네준 후, 경일은 집을 나섬. 차에 막 타려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2층에서 자기를 쳐다보던 이정과 눈이 탁 마주침. 경일이 먼저 까딱하고 고개인사를 하자 이정은 한참 경일을 묵묵히 쳐다보다 휙 하고 몸을 돌려 사라짐. 저 고딩은 날 왜이리 경계하는 걸까. 혹시 내가 누나 스토커라 생각하는 건가... 경일은 머리를 긁적이며 차를 타고 다시 서로 돌아감. 그리고 며칠 뒤, 문서를 작성하려는 찰나 여자에게 문자가 옴. 너무 무섭다며, 오늘은 더 심한 것이 들어있는 상자가 도착했다며.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연락을 받고선 경일은 어제의 그 주택으로 향함. 도착한 집 문을 열어준 것은 이정이었음. 누나는 윗층에서 자고있어요. 아직 점심시간인데, 편한 홈웨어를 입고 집에 있는 걸로 보아 이정은 제 누나 때문에 학교에 못간 듯 싶었음. 오늘 도착했다는 그건? 경일이 묻자 이정이 얼굴을 확 찌푸리더니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림. 그리고 구석의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꺼내옴. 평범한 택배상자였음. 마음의 준비 하고 여는 게 좋을 걸요. 이정은 몇걸음 떨어진 후에 택배 상자를 흘낏 쳐다보며 말함. 경일이 갈색 상자를 집어드니 뭔가 묵직함. 그리고 역한 냄새가 조금씩 새어나오는 게 느껴졌음. 무언가 익숙한 비린내. 조심스레 닫혀있는 상자를 열자 보이는 건 난도질 당한 검은 고양이었음. 그것도 목 부분에 앙증맞은 흰 리본이 꽉 매어진. 고양이의 혀가 쭉 빼어진 걸 보아 아마 리본에 질식사를 당한 게 아닌가 싶었음. 생각보다 스토커는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놈인 듯 해, 경일은 다음날 아침까지 잠복을 하기로 결정내림. 소용 없어요, 내가 밤새 지켜봐도 코끝도 못 봤어 그새끼. 주택 주변 특성상 차나 주변에서 숨어 지켜보기엔 무리라고 판단한 경일은 이정의 방인 2층에서 하루를 지내며 잠복을 서기로 함. 커튼을 친 창 사이로 훤히 보이는 대문과 골목길을 내려다보며, 이런 위치에서 스토커는 어떻게 이정에게 들키지 않고 매일같이 상자를 내려놓는 걸까 의문이 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