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채점 결과 문자해.]
저게 어딜봐서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문자죠? ㅎㅎㅎ
내가 아무리 과외쌤이랑 사귄다지만 삭막하기 그지없지 않니?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제목은 알콩달콩 콩 키운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가뭄 들어서 못 키울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
난 지금 열여덞이고 우리 쌤은 스물셋,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보다 한 살...이 많아!^^
제목에도 말했다싶이 영어 과외하면서 만나고 사귀게 됬는데 가끔은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있다보니까 더 챙겨주고 다정해서 좋은데
모의고사 치는 날이랑 시험 기간은 예외야 진짜 칼같이 수업만 하고 내 연락도 공부 이외엔 잘 안 받아줘....
처음에 우리가 시작하는 걸 쌤이 어려워했던게 자기 때문에 성적에 지장갈까봐 엄청 힘들어했던 걸 알아서 이해는 간다만 가끔 아니 사실 엄청 서운함ㅠㅠ
3월 모고 때도 다를바는 없었어ㅋㅋㅋㅋ큐ㅠㅠㅠㅠ 쌤 내 성적에 예민한것도 알고 나도 걱정시키기 싫어서 영어 나름 열심히 했는데
하필 영어 개떡친거야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그 날 모고 다 말아먹음ㅋㅋㅋㅋㅋ 기분 구린채로 폰 받았는데 위에 문자 하나 딱 와있더라구
가채점 결과 보고하라고...ㅎ.....평소같음 바로바로 문자하는데 그 날은 그냥 씹고 나 대기타는 수정이랑 오세훈이랑 놀러감ㅋㅋㅋㅋㅋㅋ
에라이 모르겠다 나중에 문자 보내지하고선 넘겼는데ㅋㅋ...그때였나요? 싸움의 발단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게?.......
놀러가서 노래방 달리고 삼겹살 먹고 오세훈이랑 둘이 미쳐서 철권하고 셋이서 카페 가서 빙수 하나 시켜서 수다로 스트레스 풀고ㅋㅋㅋㅋㅋㅋㅋ
오랫만에 신나게 놀다보니...ㅎㅎㅎ..... 진짜 시간이 훅 가있더라구 10시가 조금 넘은거야
그때 놀래서 핸드폰 학인하니까 부재중 전화 7건에 문자 10개가 전부 쌤한테 와있었어ㅋㅋㅋ큐ㅠㅠㅠ 아 망했다 하면서 문자 내용 확인하니까
[문자 안 하지.]
[망쳤어?]
[문자해 얼른.]
[놀고 있어?]
[전화도 안 받네.]
[보면 바로 전화해.]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놀아.]
막 이런식으로 와있더라구ㅋㅋㅋㅋㅋ근데 쌤 문자보면서 미안하지는 않고 짜증나고 화가 나는거야
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안나왔지 쌤은 사귄뒤로 성적에 항상 저렇게 예민하게 굴지 아무리 그래도 남자친군데
평소엔 이해가던 것들이 나도 기분이 상하니까 눈에 보이지 않더라구 여자친구 맘 생각해서 말 좀 부드럽게 하는 게 그렇게 힘든가부터 해서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ㅋㅋㅋㅋㅋㅋㅋ 버스 내려서 집 걸어가는 길에 폭발해서 바로 전화걸었어 오늘은 나도 따져야지! 이러면서ㅋㅋㅋㅋ
연결음 두번 가더니 바로 받더라구
'너 지금 몇시야.'
- 시계 봐요, 11시 좀 넘었는데.
'지금까지 뭐했어. 바로 문자하랬잖아'
진짜 목소리가 화난거 꾹 눌러담은 목소리길래 좀 쫄았지만 저땐 나도 서운하게 쌓여서 꿋꿋히 말함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그런 패기가 나왔는짘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하지 않아요?
'뭐라고?'
-쌤이 내 성적에 예민한 이유 아니까 나도 꾹 참고 열심히 하잖아.
솔직히 잘해주다가도 이럴때 확 바뀌는 거 적응하기 힘들고 섭섭한데, 근데 다 참았잖아.
왜 몰라줘요 그걸? 과외 학생이기 전에 나 여자친구 아니에요? 내 맘 생각해서 말 부드럽게 해주면 덧나 어디?
'잠시만, 000.'
-아니 말 끊지마요.
말하는 김에 다 말할게요, 보고싶다고 문자 좀 하면 공부 하라고 딱 끊어버리잖아.
내가 학생이어도 그래도 네 여자친군데, 나도 도저히 못 참겠어.
끊어요.
평소에 절대로 안 하던 반말 섞어가면서 소리 높여가며 쌤 말 다 자르고 쏘아붙이다가 끊었어
말하다보니까 더 속상해서 괜히 속에서 더 끓어오르고 우울해지고 ㅠㅠㅠㅠ 내가 원래 혼자 좀 깊게 파고드는 성향이 있어서 별의별 생각 다했음ㅠㅠㅠㅠ
애같이만 볼까봐 칭얼거리기도 싫었고 이런 문제로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진짜 우울함의 극치였어
핸드폰 계속 울리는데 그냥 배터리 빼서 가방에 던져 넣고 걷다 보니까 집에 다 온거야 괜히 들어가기도 싫어서
신발 앞 코로 땅만 툭툭 치고 있는데 앞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라구
쌤이었어
"걱정되게 폰은 왜 죽여놔."
"...지금 얼굴보기 싫거든요? 가세요."
"얘기 좀 해."
"하기 싫다니까요."
"너 이렇게 집 들여보내면 내 맘 어떨 것 같은데, 얘기 좀 하자."
전화랑은 또 다르게 목소리가 너무 다정한거야
가기 싫다구요 얘기 안해요 칭얼칭얼 거리면서 쌤이 손 잡고 가는데로 따라갔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년....사실 다정한 목소리에 이미 반은 사르르 풀린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내가 떼부린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로서 당연히 할 말 한건데 왜? 이러면서 쌤이 먼저 말할때까지 기다렸지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정적만 흐르길래 내가 고개 돌려서 쌤 보니까 나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더라구
새삼스레 심장폭행 당할 뻔 ....ㅎㅎㅎㅎ
"이제야 봐주네."
"...몰라요."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생각이 짧았어.
네가 보고 싶다고 문자 올 땐 바로 찾아가서 너 보고싶어.
수업중에 네가 나 힐끔 쳐다볼때마다 정말 수업하기 싫어져, 책 치우고 두시간 내내 얼굴만 보고싶어.
네 생각보다, 아니 너보다...내가 좋아 미치겠어."
눈 마주치면서 좋아 미치겠다고 하는데 진짜 그 눈빛이 정말 날 아끼는 눈이어서 떨려 죽겠더라
보고 싶다고 하면 공부하라고 답장만 받아봤지 저런 말 처음 들었거든
아까 어린애처럼 투정 부렸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지기 시작하고ㅋㅋㅋㅋㅋㅋㅋ얼굴 엄청 빨갰을거야 나ㅠㅠㅠ
사실 보면 나 생각해주는 거 뻔히 아는데 섭섭하니까 뭐라한 거 나도 아니까ㅠㅠㅠㅠ
얼굴 마주보기 부끄러워서 눈 마주치다가 고개 숙이니까 다시 자기랑 눈 맞추게 하고 말했어
"그런데 걱정되서 일부러 딱딱하게 대했어.
나같이 늙은 놈이 너 잘못하다 망칠까봐 무서워서.
내 말 듣는 네 마음은 차마 생각도 못하고 그랬어."
"뭘 망쳐요...아니에요 그런 거."
"너 맘 고생 시키려고 그런 거 아닌데 정말.
아까는 성적은 둘째치고 저녁까지 연락이 안 되서 그런거야, 걱정되서 죽는 줄 알았어."
"...내가 미안해요, 난 그냥 서운해서. 내가 너무 애같이 굴었나봐 그럼 안 되는데 ㅠㅠㅠ"
내가 너무 애같이 군 것 같아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눈치 보니까 끝까지 내 눈 보면서
"오빠가 미안해, 용서해줘. 고칠게."
이러면서 꼭 끌어 안아주고 계속 등 토닥토닥 해줬어 ㅠㅠㅠㅠ
그리고 자기가 이런 거에 서투니까 속상하면 바로바로 말하라구 하나씩 고치겠다고 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
내 애인 존멋ㅅㅠㅠㅠ딱 저 세마디 하는데 하ㅠㅠㅠㅠ 이래서 김민석이랑 사귀지 내가ㅠㅠㅠㅠㅠ품이 너무 든든하고 포근했다 ㅎㅎㅎㅠㅠㅠ
그 뒤로 그렇게 냉랭하게 안하고 말 이쁘게 하려고 노력함 ㅋㅋㅋㅋㅋ
보고싶다고 보내면 [나도. 공부하고 있어, 금방 가.] 이렇게 온다던가! ㅋㅋㅋㅋㅋㅋ예전에 그 단답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지 ㅠㅠㅠㅠㅠ
그렇게 서로 맞춰가면서 콩 키우고 있어 ㅎㅎㅎㅎ !
궁금한 얘기 있음 댓글에 적어줭 그럼 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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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썰이나 궁금한 건 댓글로 적어주세요! ㅎㅎㅎㅎ
첫 편이라서 분량 조절을 잘 못하겠네요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