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7
경수가 한숨을 내어쉬었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큰 눈을 도륵도륵 굴리며 친구들을 살피던 경수가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피곤해서다. 언제적 일인데."
"어? 알아 인마-ㅋㅋㅋㅋ"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친구들 사이로 경수도 웃어버렸다.
언제까지고 앉아서 떠들수는 없는 노릇 징어가 그들에게 전단지를 던져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대하는 꼴 좀 봐라."
"뭐. 니들 내 요리 먹고 싶냐?"
"ㅋㅋㅋㅋㅋㅋ놉."
전단지를 보며 이것저것 찾는 친구를 보며 한숨을 쉰 징어와 남편이 눈이 마주쳐졌다.
징어가 슬쩍 웃자 남편도 그런 징어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아이가 다섯살인 지금 그들은 아직도 신혼같았다.
제 8화
너가 알아선 안되는 것
답답하다. 일요일 새벽, 조금은 찬 공기를 맡으며 베란다에 서 있는데도 마음이 답답했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에 몸이 움츠러 들 때쯤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여, 여보세요?"
-징어야, 엄마야.
세상의 모든 게 멈춘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전화 속으로
들리는 목소리에 집중하게 됐다. 울음이 울컥하며 차오른다.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전화를 받게 될 줄이야.
"엄, 마? 엄마라구요?"
내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떨렸다. 시린 바람이 눈에 들어와 아프다. 그래서 눈 앞이 뿌예진다.
-우리 징어, 엄마 엄는 동안, 잘, 지냈어? 밥도 잘 먹고?
"응, 잘 먹었어, 엄마.
쉰 목소리인 엄마인데, 너무나 다정했다. 오랜 공백을 뚫고 나온 진심이 어린 엄마라는 단어에, 처음으로 위화감이 없었다.
아주머니에게 엄마라고 했을 때도, 조금은 들던 그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아픈 곳은?
"없어, 나 건강해.."
-친구는? 많이 사겼어?
"응. 많아. 나 성격 좋기로도 유명해. 엄마, 엄마는? 괜찮, 아?"
병실 안에서 엄마의 비명소리가, 내가 들어갈 수 없어서 망설일 때마다 들려올 때.
그때마다 수백, 수천번은 되뇌인 말.
괜찮아요?
엄마와 나. 둘의 목소리가 떨린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말들이 당연하면서도 당연한게 아니여서, 그게 너무 아파서.
그래서 떨려온다.
-엄마? 엄만 당연히, 괜찮지. 연수한테 얘기 들었어. 왜, 한번도 엄마보러, 안 들어왔어?
"엄마가, 많이 아프니까.. 나을 수 있는 병인데도, 너무 아프니까. 상했을 엄마 보면 울까봐.. 웃으며 볼려고 다짐했는데,
서로 아픈 모습 보여주며 울까봐.."
꼭꼭 담아왔던 마음들이 둑 터진 듯 터져나왔다. 나의 말을 들으며 엄마가 흐느꼈고, 그에 나도 흐느꼈다.
-우리 징어, 엄마 없는 동안에, 잘 지낸 것 같아서 너무 기뻐.
엄마의 말을 듣기가 힘들어졌다.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는 것과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놀란 표정의 경수가 보여서.
"엄마, 나중에. 아니, 다시 엄마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마음 추슬러지면, 그때 찾아갈게. 그때까지, 건강하게 있어야 돼. 알았지?"
-응. 그때까지.. 건강하게..
"끊어, 다시 통화해요. 엄마 괜찮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응. 먼저, 헉.. 끊을ㄱ..
끊는 순간 숨이 가빠져 온 듯 엄마는 말이 끊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끊는 순간까지 엄마와 나는 아프다.
손에 힘이 풀려 핸드폰이 떨어졌다. 크게 소리가 났지만 그닥 거슬리지 않았다.
천천히, 한 발자국씩 경수에게 다가갔다. 그런 나에게 먼저 다가온 경수가 날 안아서 달래주었다.
"왜 이렇게 울어, 울지마."
자기가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렇게 한참을 안아서 달래주었다.
진정하고 식탁에 앉았다. 아침 걸를까봐 경수가 사왔던 떡볶이가 다 불어터져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포크를 들어찍으니 그 손을 말린다.
"다 불었잖아. 먹지마."
"아냐, 맛있겠다. 잘 먹을게."
가만히 내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경수. 그런 경수를 보며 말했다.
"엄마가 많이 아파.."
"그분?"
"아니."
유치원 7살, 이혼.
초등학교 4학년, 첫 번째 새엄마.
"니가 뭘 잘 못 했는지 몰라?!! 어떻게 시험에서 한문제나 틀릴 수 있어?!"
오늘도 징어는 맞는다. 교묘하게 안보이는 곳 위주로 때리던 그녀는 회초리를 저 멀리 던져버리며 말했다.
"엄마가 그렇게 가르켰어?!! 어?! 사교육을 들이면 뭐해!?!"
"누가, 누가 엄마인데요?"
징어가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기가 찬 듯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 여자.
"나한테 엄마는 하나에요."
"니 버리고간 년이야. 난 니 미래를 위해서 이러는 거고. 그런데도 뭐? 엄마가 아니야?!"
"네. 아줌마."
그날도 징어는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맞았다.
징어의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그녀는 완전히 변했다.
"우리 징어 이것도 먹을까?"
고기를 밥 위에 올려놓는 그녀는 낮의 그녀가 아니었다.
징어의 아빠는 징어가 맞는 것을 몰랐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만 징어를 위해줬다. 가면뒤에 시커먼 속내를 숨긴 채.
초등학교 6학년, 두 번째 새엄마.
"징어야~ 어딨어?"
여자의 목소리에 빼꼼 방에서 나온 징어는 경계한다. 모르는 남자가 여자의 주변에 있었다.
"거깄었어? 징어야, 일루와봐! 엄마 친구들이야.ㅎㅎ"
그나마 징어가 마음에 문을 열었던 그녀였다. 징어는 망설임 없이 나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알지? 교묘하게 때려. 뭐, 범해도 좋고."
그날 징어는 다시는 상상하기도 싫은 일을 당했다. 그나마 믿었던 여자에게서, 배신을 당했다.
몸도 마음도 다친 그녀는 집에서 맨발로 뛰쳐나와 찾아간 곳은 경수였다. 아빠가 아닌 경수였다. 이제는 아빠조차 믿을 수 없다.
"씨발. 미친년 아냐?"
경수가 발끈하며 일어났고 징어가 그런 경수를 붙잡으며 울면서 말했다,
"나, 나 진짜 죽고싶어 경수야, 나 이제 어떡해..?"
중학교 3학년, 세 번째 새엄마.
"전 다른 고등학교 진학할건데요?"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징어에게 여자가 무신경하게 말했다.
"왜? 엑소고 명문고 잖아."
"10반이라며요. 일부러 그 반에 넣을려는 건 왜 그런건데요."
"그니까 날 엄마라고 부르라고."
"싫은데요."
눈싸움을 하듯 눈을 피하지 않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찔, 몸을 피하는 징어. 여자가 징어에게 다가왔다.
"방에 니 아빠 있어서 크게 못 말하겠는데, 어디한번 더 짓껄여 봐."
두려움에 부들부들 떠는 징어. 마침 아빠가 방에서 나왔다.
"우리 징어, 엑소고 가고 싶다고? 거기 명문고잖아-ㅎㅎ 여보! 우리 징어가 명문고에 진학하고 싶다네?ㅎㅎ"
"정말?ㅎㅎㅎ 잘 생각했어 징어야!"
유일한 자신의 혈육이며,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인 아빠에게 징어는 더 애착이 강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빠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던지, 더 바르게 행동했다.
아빠마저 자신을 버리면 자신은 완벽히 혼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 와중에 경수는 항상 징어의 곁에 있어주었다.
고등학교 1학년, 네 번째 새엄마.
징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몇 번의 이혼으로 상처받는 것은 분명 아빠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상처받는 것은 자신이었다.
아빠는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 항상 사랑의 반은 엄마에게로 향해져 있었다.
한 레스토랑. 징어와 아빠가 앉아있다. 툴툴거리는 징어의 눈에 미안하단 미소를 짓고 있는 아빠가 보였고 그 뒤로 아들까지 데리고 오는 여자가 눈에 보였다.
참나, 가지가지네 진짜. 징어의 눈이 아빠에게로 향해졌지만 아빠의 눈은 여자에게로 향해졌다.
"어머- 딸이 진짜 이쁘네? 말로만 들었지.ㅎㅎㅎ"
여자가 웃었다. 징어는 기분 나쁜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우리 아들 종인이야. 이름이 징어였지?ㅎㅎ"
"네."
첫만남이 있고 한달 후. 아빠의 표정이 다시금 미안함을 담고 있었다.
"미안하다 징어야.."
징어의 한숨 소리에 아무런 말도,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일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럼. 집을 구해줘요. 차라리 혼자 살래. 서로가 불편해 하는 것보단 그게 나을거야."
"넌 여자잖아."
"어쩌라고."
종인의 말에 징어가 날카롭게 쏘아 붙였다. 뭐라 덧붙이려는 종인을 막은 여자가 말했다.
"여자 혼자서는 위험하지, 징어야.."
"위험을 감수 할 만큼 난 지금이 불편한데요? 솔직히 그동안 말만 안했지 나 진짜 힘들거든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벌써 4번째에요. 그냥 집 한채 얻어줘요. 없는 듯 살게."
"...그렇게 하자. 우리 징어가 많이 힘들었었나 보네.. 대신 자주 가도 되지? 아무래도 딸이다 보ㄴ.."
"아직 인정한 거 아닌데요?"
"김징어!!!"
"아냐 여보! 아니야. 그래, 아직 인정하려면 멀었지."
"아주머니께 제 집주소 알려주지 마요."
징어는 철저히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애썼다. 마침 구실이 생겼고 드디어 집을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 친엄마
흥신소를 찾아간 징어는 자신의 앞의 명패를 바라보았다.
사장. 크리스.
뭔가 이름부터가 못미더운 곳이었지만 소문에 의하면 죽은 사람의 묘지도 찾아낸다는 곳이었다.
곧 크리스가 서류뭉치를 가져오며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엔 그의 비서 레이가 그와 징어에게 커피를 주었다.
"아직 어린애한테 커피가 뭐야. 녹차나 타와."
"아뇨. 전 괜찮아요. 그래서 찾으셨나요?"
"우리 타오가 한 실력하지."
저 멀리서 컴퓨터를 보다 자신의 이름이 나오니 손을 드는 타오. 그 모습에 크리스가 웃더니 곧 서류를 그녀 쪽으로 보여줬다.
그녀의 친엄마의 신상명세서가 있었다. 사진을 본 징어가 울먹임을 참으며 말했다.
"하.. 하, 맞아요."
"너가 주목해야 할 곳은 여기야."
그곳은 친엄마의 병원기록이 적혀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그녀가 크리스를 보았다. 크리스가 안타깝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직도 병원이더라고."
말도 안된다며 징어가 소리쳤고 잠시 귀를 막은 크리스가 덧붙였다.
"ㅁㅁ병원 503호."
고등학교 3학년, 현재
김종인에 대해서도 말하는 김에 다 말했다. 경수가 크게 놀라지 않는 걸로 봐선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만났어?"
조심스러운 그의 물음에 고개만 끄덕였다. 어느새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 덕분에 고개를 숙이고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말했다.
"최근, 에."
"어떠신데..?"
"아주 나빠. 죽여달라고 빌었어. 의사한테, 제발, 죽여달라고.."
"..수술은? 아직도..?"
"응. 아직도."
"왜?"
"있어.. 그런게.."
"..아직 거기까지는 말 못하는 거야?"
경수의 목소리가 아프게 들린다.
"미안. 나중에, 나중에 너도 나도 준비되면, 그때 다 말해줄게."
"나도?"
"어. 너도 준비되면. 그때 다 쏟아낼게."
"그래. 알았어. 그래서 언제 다시 뵙게?"
"글쎄,"
"나도 찾아뵐래."
"그것도 아마 내가 너한테 다 말하고 난 뒤겠지. 조금만 참아주면 안될까?"
"..그래. 하, 나 과외있어서 먼저 가볼게."
"응. 미안해."
"아냐."
경수가 손을 흔들며 나갔다. 마중하느라 현관까지 갔던 발을 이끌고 다시 식탁의자에 앉았다.
경수야, 너가 알면 너무 놀랄 일이 있어.
고등학교 2학년 그 후. 흥신소.
"근데, 왜..요..? 이거 그렇게 심각한 병 아니잖아요..?"
크리스가 징어를 보았다. 곧 가족관계가 적힌 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시 하나 주목 할 점. 가족 관계인데,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딸도 직업이 대학병원 간호사야. 근데 수술을 안하고 있어."
"....왜요?"
"타오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 아내가 수술이 잘 못 돼서 죽었나봐. 남편되는 사람이 의사를 못 믿어."
"그럼 더 악화되잖아요."
"그래도 어쩌겠어. 사람심리가 그런걸."
병원에 찾아간 징어는 병실옆에 있는 자신의 엄마의 이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 아닌가? 징어야? 맞구나 징어!"
익숙한 목소리에 옆을 돌아본 징어의 눈에 연수가 보였다. 가만히 바라보던 징어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언니안녕? 병원에 취직했다며, 여기야?"
"아니. 여긴 우리 엄마 병실."
일인용 병실이었고 연수는 그 병실을 가리켰다.
"....엄마?"
"응. 새엄마.ㅋㅋㅋ민망하다. 이 나이에 새엄마 말하니까.ㅋㅋ경수가 말 안했어?
우리 엄마 새엄마였는데.ㅋㅋㅋㅋ"
징어는 멍했다. 믿기 힘들다. 왜, 언니의 엄마야?
"아참. 경수한테는 비밀이야! 그놈이 알면 성낼거야. 다 늦어서 사춘기인지, 12살이나 많은 누나한테 자꾸 기어오른다니까?
경수가 새엄마 되게 좋아하거든. 대충 세계여행 중이라고 뻥쳤으니까 알아도 모른척 알지?"
"어, 어. 알지."
"근데 여긴 무슨일이야? 어디 아파?"
"아니. 안 아파. 그냥, 잠깐.."
병실안에서 징어의 친엄마, 현재는 연수와 경수에 새엄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말을 멈춘 그녀였고 잠시 한숨을 내어 쉰 연수가 징어에게 인사하며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징어는 한동안 그곳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복잡한 그 관계를 해석하려 애쓰며,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후보탈락> : 남편이 절대 아님.
후보1 김종인
탈락사유: 이복형제
<후보제외> : 가능성이 희박.
후보2 도경수
제외 사유 : 친엄마의 호적상 아들
<남은 후보> :추가 예정.
후보3 김종대
후보4 박찬열
허러러러럴 |
보셨나요 여러분? 많은 독자분들이 예상하시던 경수는, 사실 징어와 그렇고 그런 관계였습니다! 아시죠? 그래도 결혼은 할 수 있다는 거~ 아직 탈락은 아닙니다!ㅎ 그리고 죠기 보이시나요? 추가 예정?ㅎㅎㅎㅎ 네. 후보 추가!!ㅎ 드디어 그들이 나오네여>< 아실지 모르겠는데, 프롤로그를 잘 풀어보시면 추가 예정을 미리 예언한 게 있을거에욯ㅎㅎ 어익후, 사담이 길었네여..ㅠ (우리 중국멤버들은 이런 이야기에 넣기 좀 그래서 이렇게라도 출연시켜 보는 작까의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까? 안보이시면 말구요..ㅎ 이제와서 말하지만 상남자 루루 미안해...☆★ 어유 우리 이쁜 딸 루하니ㅎㅎㅎㅎㅎ)
++암호닉 입니돠! 시카고걸/체리/크림치즈/버블티/매매/죽지마/규야/정동이/슈웹스/구금/안녕/크런키/눈누난나/세젤빛/뭉구 사랑합니다 그대들♥ 말안해도 아시죠?ㅎ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