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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7/주니어] 첫사랑 | 인스티즈  

  

  


  


  


  


  


  


  


  

나에게 3년 전 여름은 아주 뜻 깊은 계절이었는데 아마 그 해, 그 학교, 그 학년에 그 애가 있었기 때문일 것 이다.항상 첫사랑을 떠올릴때면 그 애가 함께 생각난다. 한적한 도서실에 앉아 프랑스 유명작가 기욤뮈소의 소설책을 내려다보는, 길고 흰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는, 흰 색 교복셔츠를 입은 채, 하얗고 뜨겁고 아름답게 비추는 여름날의 태양빛을 조명삼아 주위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누가 엿보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글자 속에 빠져있던 고고하고 그 자체로 완전했던 그 아이가.  


  

겁이 너무나 많았던 나는 그 아이를 지켜보는 시간들 내내 말 한마디도 붙이지 못했다. 다만 할 수 있는건 점심시간만 되면 도서실에 찾아가 그 아이를 훔쳐보는 것 이었다.외국 서적은 좋아하지도,잘 읽지도 않으면서 그 아이가 소설책을 다 읽어 책꽂이에 꽂아놓자 마자 빌려 읽으면서 그 아이의 손때를 느끼기도 하고, 그 아이와 동질감을 가지고싶어그 아이의 품에 안겨있던 소설책과 똑같은 것을 구입하여 책을 읽어내리다 예상치 못한 줄거리와 감동에 눈물을 찔끔찔끔 쏟아내는 한 여름의 밤을 지내기도 했다.  


  

그 아이는 교복이 참 잘어울렸는데, 개중 하복을 입었을 때가 출중했다. 흰 피부에 흰 셔츠는 아주 잘 맞았고, 특히나 파란 카라는 그 아이의 청량하고 시원한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졌다. 그 아이는 여름과 참 잘어울리는 아이었다. 그래서 나는 삼년이 지난 지금도 여름만 되면 그 아이가 생각나나보다.


  

우리는-우리라고 하기엔 그 아이는 나를 모르지만-같은 학교를 다녔고, 같은 날 시험을 보았고, 같은 날 다른 교실에서 서로 공부를 했다.나는 공부를 할 때 힘에 부쳐 연필을 집어던지고 책상에 엎드리고 싶다가도 그 같은시각 다른공간에서 책을 들여보고 있을 그 아이를 생각하며 끝끝내 손가락에서 연필을 놓지 않았다. 연필을 놓는 시간이라곤 그 아이가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있을 점심시간뿐 이었다. 그 애를 생각하면 힘이 솟구치고 얼굴이 벌게져 푹 익었다.늦은 밤,잠을 자기위해 누우면 그 아이의 얼굴이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쉽사리 얌전해지지 않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먹었었다.어쨌든,그 아이덕이었는지 학창시절의 나는 실제로도 성적이 매우 우수했고, 지금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학창시절 성적이야기가 나올 때면,우스갯소리로 다 그 아이 덕분이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내 처음 사랑과 처음으로 홀로 가슴 앓는 사랑은 고등학교의 마지막, 그리고 십대의 마지막에 다가왔다.남들보다는 조금 늦었고, 남들보다 시간이 촉박했다. 입시라는 큰 벽이 생긴 우리에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조바심이 생겼고, 여름이 다 간 가을부턴 그 아이도 나도 자연스레 얼굴을 마주 할 일이 없게되었다.아마 그때의 우리는 인생에 다시 없을 나이었기에 매우 치열하게 공부했을 것 이다.  


  

그렇게 수능이 가까워지면서 그아이를 잊는 듯 했으나, 그러나 가끔 공부하다 그 아이의 얼굴이 아른거리면 머리에선 소설책의 한구절이 떠올랐고, 귀에서는 김광석의 노랫가사가 아른거렸다. [나는 왜 이렇게 긴 긴 밤을 또 잊지못해 새울까..] 김광석이 내 귀에대고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내 머릿속에선 그 아이의 얼굴이 퍼즐처럼 맞춰져갔다. 마침내 머릿속의 퍼즐이 마지막 조각까지 완벽하게 맞춰졌을 때, 입에선 알지도 못하는 그 애의 이름이 머물렀다. 처음으로 해본 사랑이 아름답다고 하는 이유는 정말 처음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이기 때문에,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는 것 일 것이다. 정말 처음이었다. 티비속 화려한 연예인이 아닌 일상 속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 누구보다 멋있게 느껴진 것도, 그 아이의 손에 걸쳐져 넘어가는 책장이 유독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매일매일 한시간 정도 되는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 것도,그렇게 오묘함에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도,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도 수많은 남자를 만나보았지만 그 때의 그 느낌은 나를 찾아와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 아이를 닮은 남자도 있었고, 그 아이보다 이목구비가 훨씬 뚜렷한 남자도 있었고, 그 아이만큼이나 책을 사랑하는 남자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흰 셔츠의 교복을 입은 책장을 넘기던 소년의 모습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그렇게 그 아이의 얼굴이 색이 입혀지지 않는 모노카메라처럼 머릿속에서 터져버리면, 그 땐 펼쳐진 문제집 위로 엎드려 한참을 끙끙 앓곤 했다.  


  


  


  

수능 하루를 위해 12년을 공부했었을 여느 고3들처럼 나 역시 내 공부의 끝을 맺는 수능을 보았다. 결과는 그럭저럭이었고, 그럭저럭한 성적에 맞추어 그럭저럭 가장 봐줄만 한 대학에 합격했고 그렇게 내 학창시절과 십대는 막을 내리고 있었다.  


  

다시는 그 아이를 못볼 줄 알았다. 수능이 끝나고 가끔 그 아이의 얼굴이 머릿속에 불현 듯 휙휙 지나가곤 했지만 웃음으로 삼킬 뿐 나는 도서실에 찾아가지 않았다. 아마 그 아이도 나처럼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웃으며 속으로 삼켰을 모습을 생각하니 좀 서글펐다. 그 서글픔의 정체는 조금의 그리움도, 조금의 슬픔도 담겨있었던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조금의 기쁨과 설익은 그 아이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움도 담겨있었다.그 상대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것에 대한 비참함도,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제서야 내 마음이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있었던 시기였던것 같다. 그 날들 이후로는 그 아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기욤뮈소의 소설책을 몇 번을다시읽어도 눈물 한방울 흐르지 않았으니까.  


  


  

졸업식이 다가왔다. 마지막 교복, 마지막 학교라고 생각하니 서운했다. 식이 시작하기 전, 뒷자리에 앉아 강당을 둘러보던 내 눈에 익숙한 인영이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 익숙한 색, 익숙한 느낌. 내가 언 일년정도를 사모했던 그 아이었다. 곧 내 눈 속 세상은 그 아이를 제외하곤 어두워졌다. 그 아이는 옆자리에 앉은 선생님께 꽃을 달아드리며 해맑게 웃고있었다. 그 아이가 입은 동복교복은 하복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아이와 잘 어울렸다. 조금 길어져 눈썹을 덮는 길이가 된 그 아이의 앞머리가 마치 우리의 흘러간 시간을 보여주는 증거물 같았다.빠르게 흐르는 세상, 빠르게 살아가려 아등바등 거렸던 우리들, 우리는 그 격변하는 시간과 세상에서 보란 듯이 살아남았고, 보란 듯이 앞으로의 생활을 책임 질 대학교에 입학했고,이 제 십대의 마지막을 책임져준 고등학교를 향해 작별인사를 건넬 만큼 커져있었다.  


  

.  


  

졸업식이 끝나고 부모님과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수십장의 사진과 추억을 남기고, 서로의 품을 껴안고, 눈물을 흘러보내고, 그래도 날아가지 않는 아쉬움에 눈가를 계속해서 닦고‥ ‥ .그렇게 난 고등학교의 품을 벗어나는 길을 향해걸었다. 졸업식이 끝나 나갈 채비를 하고,학교를 쳐다보고, 학교 정문을 향해 걷다가, 다시 한번 뒤 돌아 학교의 모습을 확인하고, 학교 건물에 걸린 학교이름을 불러보고. 한참 그러기를 반복하다 이젠 정말 가기로 결심을 했을 때, 나는 교문을 향해 걸어가는 남자 한명을 발견했다.  


  

  


  

그 아이었다.그 아이는 품에 그 아이만큼 아름답고 고귀한 꽃다발과 졸업장을 안은 채,교문을 빠져나는 길이었다.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온 세상의 시간이 그런것처럼 나의 시간이 천천히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세상은 마치 흑백처럼 보였다. 교문을 나서는 길을 걷는 그 아이의 뒷 모습을 보다보니, 지금 그아이를 부르지 않으면 앞으로도 평생 부르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그 때 그 아이가 나를 향해 뒤를 돌아보았다.  


  

…….그 아이와 눈이 마추쳤고,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 아이는 내가 뒤에 있는지 모른 채, 아까의 나처럼 학교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눈에 넣기 위해 뒤를 향해 돌아본 것 이겠지만 이유야 어떻건 아무래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처음으로 마주친 그 아이의 두 눈은 이젠 천진한 고등학생의 모습보다 엄연한 스무살의 청년의 잔상이 떠오를정도로 듬직하고 깊었다. 그 아이는 반달같이 접힌 눈으로 나의 눈을 뻔히 쳐다보더니,시선을 옆으로 옮겨 학교를 쳐다보곤 곧 몸을 제자리로 돌려 교문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 아이는 알고있었을까?내가 남몰래 처음으로 좋아해본 상대였다는걸.이름도 모르던 너를 내가 열렬히 좋아했다는 걸.  


  

그 아이가 교문을 나서고 내 시야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자,그제서야 나도 교문을 빠져나왔다.  

그 날 이후로 더 이상 그아이의 얼굴이 내 머릿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 아이는 고등학교의 향기를 타고 떠나 다시는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  


  


  

우리 집엔 유난히도 클래식하고 아날로그한 옛 음반들이 많다. 수납장 정리를 하던 중 우연히 김광석의 cd를 발견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친구들에게 늙은이 같다며 놀림을 받았던 노래들이었지만, 나는 그 노래들을 사랑했다. cd커버위에 수북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책상 위의 플레이어에 디스크를 넣고 재생시켰다. 김광석의 담담한 목소리가 방 안에 조그맣게 울려퍼졌다.

창 밖의 기온은 삼십도가 넘었고, 매미가 온 힘을 다해 울고있었고, 나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었다.  


  

감성에 빠져 첫 번째 트랙이 쥐도새도 모르게 끝나고, 두 번째 트랙이 시작해 첫 소절이 흘러나왔을 때,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내 텅빈 방문을 닫은채로] 그 아이를 좋아했을 때 쯤 질리도록 들었던 노래였다. 아아. 머릿속에선 삼년전의 오늘이 재생되어가는 중이었다. 하얀셔츠, 하얀소매, 하얀피부, 하얀손가락, 하얀책장. 하얀얼굴, 하얀웃음유난히도 하얗던 그 아이. [지나간 시간은 추억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 이상하게도 운동화 끈 풀리듯 삼년동안 잘 조여왔던 내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다시 그 아이의 모든 것 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색칠도 예쁘고 흠 없이 잘 되어갔다. 그때,그 아이의 모습을 훔쳐보던 그 때의 내 모습도 떠올랐다. 십대. 열 아홉 살. 고등학생. 교복. 웃는 얼굴. 소설책. 그 시절 나의 젖살이 덜 빠진 얼굴이 조금씩,천천히,서툴게 떠올랐다. 남학생을 쳐다보는 여학생. 남학생이 읽었던 책을 직접 사서 읽었던 여학생. 남학생 생각에 잠 못 이루던 여학생. 학교와 함께 남학생을 떠나보낸 여학생. 이제 다 커버린 여학생.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눈이 뜨거워졌다. 눈물이 많은편은 아닌데 갑자기 눈물이 툭툭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눈에선 눈물이 계속 흘렀고 플레이어에선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 고3을 함께 보낸 노래였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의 눈물에 담겨있는 사람은, 그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를 쳐다보는 나였단걸. [밤 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하나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삼년전 처음으로 사랑을 하고 처음으로 앓았던 그 여린 여자아이를. 나는 어루어 만져 주었다. 그래,그랬구나. 졸업 후에도 가끔씩 그 애의 모습이 나를 찾아오는 이유는. 여름날 초록잎이 무성하게 짙은 나무그늘아래 흰 셔츠교복을 입은 순수했던 열아홉살의 여학생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나였기 때문에, 그 시절의 서툴렀던 내가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이었구나.  


  

나는 그아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투박한 내 사랑의 첫 사랑이 꽤나 근사한 상대였고, 그 아이덕에 지루하기만 했던 학창시절이 마치 낙엽 떨어지는 가을날의 편지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웠고 행복했기에.  

삼년 전 티없이 순수했던 내 모습을 기억하며 나는 눈물방울에 담긴 나와 그아이와 학교를 조금씩 흘러보냈다.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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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진영이라니ㅠㅠㅠㅠ아련하고너무좋네요ㅠㅠㅠㅜ첫사랑진영이ㅠㅠㅠ
10년 전
독자2
읽는데 머릿속에서 진영이의모습이 너무 잘 상상되서 좋았어요.....ㅎㅏ...진영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련아련하니 좋네요...♥
10년 전
독자3
이거 보려고 컴퓨터에서 폰으로 갈아타고 읽었습니다 글이 진짜 섬세하고 작은 표현까지 정말 좋네요ㅜㅜ 진영이랑도 잘 어울리는 글이고 두고 두고 읽어야 겠어요ㅜㅜ
10년 전
독자4
너무아련해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아련아려뉴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와......진짜글잘쓰시네요진짜감탄했어짱짱
10년 전
비회원18.156
너무좋아요ㅠㅠ 정말 좋아요ㅠㅠ 감사합니다ㅠㅠ
9년 전
독자9
와..진짜 너무 잘 쓰시는거 같아요 읽다가 몰입해서 울뻔..
8년 전
Fancy
어..언제적글인데..읽어주니 황송할따름입니다ㅜㅅㅜ
8년 전
독자10
와...저 울었어요ㅠㅠㅠㅠ 펑펑ㅠㅠㅠㅠ 짝사랑만 6년했어서 그런지 와ㅜㅠㅠㅠㅠ 감정이입됐어요 아가새라 글잡에서 갓세븐 글찾다가 우연히 읽은건데 정말 글이 너무 예뻐요ㅠㅠㅠㅠㅠ 제첫짝사랑상대가 진영인것처럼 기억조작되는것같았어요ㅋㅋㅠㅠㅠㅠ
진짜 글에 감동받았어요ㅠㅠㅠㅠ 이렇게 좋은글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

8년 전
Fancy
2년전 글인데 읽어주시다니요..ㅠㅜㅠ 거마워요ㅜㅜ 소중한 댓글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10님 댓글에 감동받구가요ㅜㅜ
8년 전
독자11
답글까지ㅠㅠㅠㅠ 추운데 감기조심하시고 따숩게 입고다니세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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