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글라스를 뚫고 들어온 햇빛이 성당내부를 환하게 적시고 있었다.내가 서 있는 이 곳,성당에는 십자가에 걸려있는 예수와 단상,예배용 의자 그리고 나 뿐이었다. 원목과 갈색가죽이 적절히 섞힌 예배의자위에 몸을 앉혔다.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순백색에 무릎쪽에 살짝 주름이 진 내 몸 위에 걸쳐진 수도복이었다.목 위엔 은색의 십자가 목걸이가,손가락엔 묵주 금반지가 걸려있었다.얼마 안가서,아니 어쩜 지금 당장이라도 이 옷을 벗고 악세사리들을 풀어야 할 것 이다.십자가에 걸려있는 그 분을 향해 두 손을 천천히 모으고 떨리는 눈 꺼풀을 느리게 내렸다. "주님…" 매일 밥먹 듯 하는 기도였는데 두 손이 달달떨리고 심장이 피부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뛰기 시작했다.주님.제가 주님께 어떤 이야기를 감히 드릴 수 있을까요. "주님,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오직 주님의 사랑이란 큰 틀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받으며 그렇게 또 주님 하나만을 영원히 사랑하며 살아온,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할 제게 어찌 주님은 이렇게 큰 장난을 치십니까. "주님 제가 감히…" 같은 사내를 사랑합니다. 말을 채 다 끝내기 전에 나는 울었다.한방울씩 한방울 씩 내 무릎위를 덮은 흰 사제복을 적시던 것 이 이제는 얼굴 전체를 다 덮고도 모자란건지 숨쉬듯이 눈에서 물이 쏟아졌다. "가증스러운 것 을 알지만 용서를 구해봅니다.이 또한 주님의 뜻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저는 이제 더이상 이 곳에 있을 자격이 없는 미개한 사람입니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한 것.어겨서는 안 될 엄격한 규율을 어긴 것.내 감정을 다 이겨내지 못한 것.내가 이 수도원에서 나가야 할 이유는 충분히 넘쳤다.개중 가장 중요한 것 은 내 자리는 이 곳이 아닌 그 사람의 옆이기에. "아버지, 힘을 주세요, 도와주세요." 그 후로도 한참을 울고 기도를 했다.정말로 운명의 장난 같아서,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처음해본 사랑이 너무 깊어서,그 상대가 남자라서. 십자가에 걸린 예수를 향해 너무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다가도 체념한 듯 주님의 뜻이라면 다 받아들이겠다고,그러다가도 분이,이 감정이 안풀리면 엉엉 울었다.두껍고 단단한 줄이 날 조이듯 머리가 아려오기 시작했다.이렇게 아픈데도 그 사람 생각이 났다.바닥에 진 햇살이 전부 그사람 같았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로 젖은 사제복을 눈물에 젖은 손으로 벗은 나는 한 팔에 사제복을 걸친 채로,묵주반지를 뺀 채로 수도원 대신부님의 방으로 향했다. 이제 이 곳에 있을 자격이 없기에.내가 있을 곳 은 여기가 아니기에. - 천주교 신자 정국긔..짐니는 나오지도 않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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