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냐."
"…네"
괜히 나 때문에 또 잠에서 깬 건 아닌지 걱정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일주일. 조금은 가라앉았겠지, 하던 슬픔은 아직도 마음속에 그득히 차있었나보다. 밤이 끝에 달릴 때 쯤 일어나서 와닿지 않는 현실에 멍하니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라 울다 지쳐 잠이든게 일상이 되었다. 그로인해 뒤바껴버린 밤낮이 그를 피곤하게 하는건 아닌지. 오늘도 어슴푸레 하게 올라온 달빛에 얼굴을 비춘 후 인사를 나눴다.
"또 존댓말한다."
"아. 그. 죄송해.."
"나와서 밥먹어"
어색하다. 많이 어색하다. 여기로 온지 이틀됐었나. 식탁에 앉아서 까지도 눈물을 흘리려고 하니 말을 건네오는 그였다. '기억 못할거라고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는데. 많이 서운하네.'
알고보니 나와 어렸을 적 몇번 만난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것인지. 괜시리 미안해진 마음에 고개를 숙여버리자, 그렇게 풀죽게 할 의도는 아니였다며 시니컬하게 웃는다. 그리고선 나에게 반말을 권유한 그였다. 말이 좋아 권유지. 거의 협박수준이었나.
그 날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었다. 아무말 없이 나를 데려온 그가 우리 아빠한테 받았던 도움부터 시작해서 그의 가족사까지. 깊게 들어간건 아니였고 그저 모두 외국에 남아있어 자신 혼자 한국에서 생활한다는 이야기. 정도
그리고서 어색해하지 말고 반말을 하라고 자꾸 그러는데, 내 마음대로 어색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색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들 그게 마음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아직은 많이 서먹하다.
나갈 준비를 하고 외투를 챙겼다. 저번에 얇은 옷을 걸치고 갔더니 아무리 여름이라도 감기가 걸린다며 조금 더 두툼한 옷을 입고 오라고 한 그의 말이 생각났다.
배려해주는것이었을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의기소침해진 내가 말수도 적어지고 방 밖으로 잘 나오지 않으려고 할때마다 나를 데리고 밤에 외출을 강행했다. 나의 밤낮은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은 모양이었을까. 괜시리 미안해지는 마음에 애꿎은 단추만 가지고 꼼지락 거렸다.
"가자."
"네. 아니, 응."
칠흙같은 어둠속을 비춰주는건 휘영청 뜨여진 달뿐이다. 어두운 밤거리에도 그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나의 손을 잡고 휘적거리며 잘만 걸어간다. 그러다가도 내가 따라가기가 벅차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면 그 순간은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걸음을 늦추거나 주변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곤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워낙 말수가 적어진 터라 주변엔 정적만이 어둠처럼 내려앉았다. 눈은 점차 어둠에 익숙해졌다. 그 풍경을 아무 의미 없이 보던 나는 조용히, 그리고 잠식되듯이 아름다웠던 슬픈 추억들에 점점 빠지고 있다. 눈가에 서서히 눈물이 맺혀질 때 쯤 나를 기억의 늪에서 꺼내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밤이 좋아."
"아…"
"넌?"
"저도 좋아해요."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나의 볼을 꾹 찔러왔다. 그에 의해 고개를 돌리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은 옆모습만 보일뿐이다. 장난끼가 많아보일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의외로 개구쟁이 스러운 모습이 있구나.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는 그에 의해 눈이 마주쳤다.
"낮은 너무 피곤해."
"저는 밖으로 잘 안나가봐서 모르..."
"야."
"네?"
"너 또 존댓말."
오늘도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
"피곤해?"
"…조금..?"
사실 별로 피곤하지는 않았다. 괜히 어색한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일부로 피한것 뿐. 그런 생각을 하면 죄책감이 들어왔지만 어쩔 수 있나, 나의 낯가림만 탓할 뿐이었다.
식사를 조금이라도 하라는 그의 목소리에 됐다고 손사래를 치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뒤에서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뒤를 돌아볼 순 없었다. 또 뭐라고 말을 걸까봐 무서워서. 원래는 성격이 이렇게 까지 소극적이지는 않았는데.
참, 부모님이란 존재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나보다. 부모님의 부재에 이렇게 까지 내가 변하다니. 누군가 나에게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건 당연한거라고.
침대 끄트머리에 조심히 걸터 앉아 이불끝만 만지작 거렸다. 아 큰일났네. 오늘도 또 울다 잠드는건 아닌지.
방을 비춰주던 달이 구름에 가려지고 그렇게 나는 또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항상 똑같은 패턴이다. 이러다가 옛생각이 나서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난 외롭게 잠이들고.
참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지만 멈춰지지가 않았다. 매번 울지말아야지 다짐을 하면서 생각을 멈춰보려했지만 쉽지 않다.
또 울겠지. 뻔하니까.
이러다가 슬픔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죽어버리는건 아닌가 몰라.
프롤로그편과 비슷한듯 다른 분위기라서 많이 놀라셨나요?
프롤로그는 내용을 전개하기 위해서 썼던 내용이고 앞으로는 이렇게 전개가 될듯싶어요!
아직 종인이가 베일에 쌓여 있는데 점차 풀리게 될거에요ㅋㅋ
근데..ㅠㅠ저는 분명 로맨스물을 바라고 썼는데 왜 제 손은 따라주지 않는건지...ㅠ
너무 암울하게 흘러가는 듯 싶네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스토리상 그럴수 밖에 없네요
점점 달달해지길 기다려야겠죠..?
그리고 스토리는 점점 쓸수록 화가 길어질 것 같네요.
오늘은 조금 짧은편이라 아쉬워요..ㅠㅠ 다음화부턴 이번편보다 조금 더 길게 갈겄같습니다.
재밌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