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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한] 순수 01 | 인스티즈

 

 

 

 

 

 

 

 

 

 

 

순수 01 

 

 

W. 노리양 

 

 

 

 

 

 

 

 

 

 

 

 

끈적한 느낌이 싫었다. 얇은 장갑을 사이로 두고도 선명히 느껴지는 점성에 속이 메슥거렸다. 문득 장갑낀 손을 바라보자 그를 휘감은 붉은 액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새하얗던 장갑이 점점 붉은색 계열로 변해가는 것 역시 이질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진기를 든 오순경은 넋이 나간지 오래. 잔인한 영화도 못보는 사람이 현장조사에 따라 나선다며 우길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오순경, 사진 안찍어요?" 

 

 

 

 

눈을 끔뻑거리던 오순경은 짤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아, 죄송합니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상당히 기죽어있었다. 평상시 특유의 아우라로 경찰청 분위기를 띄워주던 모습과 전혀 다른 오순경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첫 현장조사부터 최악의 케이스에 걸려든 것이다. 현장에서 굴려질대로 굴려져 왠만한 사건에 무덤덤한 나 조차도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한데. 사후경직으로 살짝 굳은 시신을 더듬으며 이렇게나 회의감이 들었던 건 또 처음인 듯 했다. 어쩌다 이런 현장에 오겠다고 해서... 어깨라도 한번 두드려 주고 싶었지만 피로 철갑된 장갑을 떠올리며 마음을 접었다. 그 외에도 가지를 뻗쳐나간 여러 생각들이 들었지만 일단 조사를 끝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머릿속으로 꾸역꾸역 밀려오는 잡생각을 뿌리치며 다시 시체에 눈을 돌렸다. 

 

 

다소 체구가 작은 여자였다. 시신을 관찰하기 시작할때 심각하게 손상된 안면이 가장 먼저 보였다. 일그러진 코뼈와 짓뭉개진 입술, 아예 피부를 벗겨낸 듯한 뺨까지. 피로 점철되고 표피라곤 남아있지 않은 얼굴이었다. 어느 정도였는지 감이라도 잡아주자면 피해자의 얼굴은 원래 피부색을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성한곳이 없었다. 조막만한 얼굴에 얇상한 몸을 보니 제법 예뻤으리라 생각되지만 눈앞의 시신은 형체도 불분명할 만큼 어그러져 있었다. 난데없게도 이리저리 들춰봤던 문서들이 생각났다. 피해자의 신상명세서에 따르면 그녀는 스무살의 여대생이었다. 이제 피해자 A양이 되어버렸지만 그녀는 분명 대학생이었다. 하고싶은 것도, 해야하는 것도 많은 청춘이었단 말이다. 많은것을 봤고, 또 원래대로라면 더 넓은 세상을 보게되었을 두 눈은 보이지 않았다. 눈이 멀었다는 중의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움푹 파인 구멍 두개. 심지어 피까지 고인 그 흔적을 보자 알수없는 연민이 차올랐다. 

 

 

 

 

"반장님" 

 

 

"네?" 

 

 

"괜찮으세요?" 

 

 

 

 

어, 음... 괜찮아요. 나름 태연하게 말을 꺼냈지만 솔직히 전혀 괜찮지 않았다. 한시간 가까이 들여다 보는 빽빽하게 새겨진 상처들은 절대 그냥 생길 수 없었다. 크기도 깊이도 모양도 전혀 다른 상해들을 보자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어떻게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감도 잘 잡히지 않았다. 안구 하나는 피해자의 입 속에서 발견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손에 쥐인채로 짓뭉개져 있었고. 이번엔 연민이나 동정보다 호기심이 더 일었다. 누구일까. 이런 짓을 한 범인은. 범인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살인을 저질렀을까. 아니 애초에 이런 살해 방법을 어떻게 고안 해낸걸까. 머릿속으로 생각을 이어 나가면서도 증거 수집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안구를 꽉 쥔채 굳어진 피해자의 오른손을 펴고 최소한의 접촉으로 고정시켰다. 이내 오순경이 터뜨리는 플래쉬와 눈 앞을 물들인 붉은색의 향연에 머리가 아프긴 했다만 며칠간 처리해야될 일이 수두룩했다. 그 말은 즉슨 밍기적 댈 수가 없었다는 소리다. 피로 질척한 장갑을 고쳐끼며 약간 충혈돼 뻑뻑한 눈을 치켜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럿고 시체 주위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채취를 끝으로 증거 수집이 끝났다. 굽혔던 다리를 펴고 일어서자 저린 느낌에 휘청해 버렸다. 오순경이 재빨리 잡아줘 중심을 잡았으나 잘못했으면 시체 위로 넘어졌을 거란 생각에 오싹했다. 두시간 남짓하게 틀어박혀 있었던 범인의 집 지하실에서 여전히 냄새가 느껴졌다. 범인 성격이 깔끔했던 것인지 퀘퀘한 냄새는 전혀 없었다. 레몬밤과 베르가못이 섞인 향초 향기만이 얼핏 감돌 뿐이었으니. 다만 넓직한 지하실은 코 끝이 아릿할만큼 진한 피냄새로 가득했다. 옅게 풍기는 시체 특유의 냄새까지 가세하자 숨 쉬는 것이 괴로워졌고. 그 한복판에서 시체를 더듬던 나는 문을 열며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해 했다. 

 

 

 

 

"이게 현장조사 끝이에요?" 

 

 

"그럼요?" 

 

 

"영화보면 이것저것 많이 하던데. 시약 같은거 뿌리고, 발자국 찾고, 현장에서 부검도 하고..." 

 

 

 

 

발령된지 4달 된 오순경은 궁금한게 생기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곤 했다. 평상시엔 낯을 그리도 가리는, 거기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남자가 쌍꺼풀 진 눈을 크게 뜰 때 그게 은근 귀여웠다. 질문하는 내용마저도 신입스러운 것이... 그러고 보니 나도 첫 조사를 하고 상당히 당황했었다. 오순경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였을까. 오순경이 봤을 드라마와 영화 목록이 저절로 읊어졌다. 

 

 

 

 

"뱀파이어 검사, NCIS, CSI. 오순경 시즌 몇까지 봤어요?" 

 

 

"네?" 

 

 

"CSI에서 나오는거 거짓말 많아요. 그렇게 하면 나 잘려" 

 

 

 

 

이를테면 현장부검. 일단 법의관이 아닌 내가 부검을 한다면 유가족들에게 일차적으로, 메스컴을 통해 이차적으로, 청장님에게 삼차적으로 혼나다 못해 매장 당할 것이고 경찰청에서 쫓겨날거다. 더군다나 애초에 현장에서 부검을 했다간 피해자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슨 징계를 받을지 몰랐다. 짧게 정리해 보자면 모든 종류의 검시나 부검은 검찰과 법의관에게. 시체는 안전하고 멀쩡하게 지정 병원으로. 이게 올바르고도 모범적인 수순이란 소리였다. 물론 이 수순을 어겼다간 무슨 꼴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거고.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검사한테 넘기면 우리의 일은 끝나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약과 발자국은 범인이 흔적까지 지우고 도주했을 때 우리가 해야될 일이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범인이 현장에서 검거되었고 스스로의 죄질을 인정했기 때문에 구지 할 필요가 없었다. CSI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루미놀 시약 뿌려대는데... 아니 시체가 눈앞에 있고 피도 흥건한데 구지 숨은 핏자국을 찾아내는건 말 그대로 개고생이겠지. 

 

 

 

 

"그래도 이제 현장조사는..." 

 

 

"한동안 나오지 말아요" 

 

 

 

 

오순경 딴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 했나보다. 금새 풀죽은 얼굴로 소심하게 말하는 것이 다시 한번 안쓰러워 보였다. 하지만 말투는 노력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곰살맞지 못한 대답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그래도 이번엔 장갑도 없겠다 손을 올려 오순경의 결 좋은 머리를 여러번 쓸어내렸다. 손가락 사이로 진한 갈색 머리카락이 튀어 나왔지만 그 마저도 닿는 느낌이 좋았다. 무덤덤한 성격탓에 살가운 말은 못하지만 쓰다듬는 것은 나름의 위로였다. 처음에 다 그런거라고,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고 말 없이 토닥이는 것이다. 아, 물론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거지만 이렇게 배시시 웃는 오순경이 귀엽기도 했다. 풀 죽어있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오순경의 기분은 다시 윗동네로 올라갔다. 

 

 

 

 

"이제 경찰서로 가요, 반장님" 

 

 

 

 

최소한 이 냄새는 그만 맡고 싶네요. 오순경이 장난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이 몹시 많이 반영된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와 순경 몇명과 인사 할때까지 악취는 끈덕지게도 따라 붙었다. 산들바람에 섞여드는 역한 냄새에 저절로 미간이 좁아졌다. 

 

 

오순경은 언제나처럼 사소한 질문들을 늘어놓았다. 식사 하셨어요? 오늘은 황반장님 따라서 고기나 먹으러 갈까요? 그리고 네, 아니오로 일관하는 단답형 대답.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차문을 열자 그제서야 악취가 가셨다. 다소 인공적인 레몬밤 향이 폐부로 들어오자 긴장감에 뻣뻣했던 몸이 풀어지는 듯 했다. 

 

 

 

 

"오순경 면허 있어요?" 

 

 

"아, 있어요. 제가 할까요?" 

 

 

"부탁좀 할께요" 

 

 

 

 

조수석에 거의 눕듯이 앉자 한숨이 터져나왔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기만 수십번. 약간의 소음과 함께 차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한 시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충 대학을 다니기 시작했을때 쯤일까, 차를 탈때마다 창 밖만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지랑이가 올라올만큼 데워진 아스팔트를 멍하니 바라보고 빠르게 지나가는 중형차 두어대를 눈으로 좇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국 인디밴드의 데뷔곡. 묘하고 몽환적인 남자 보컬의 목소리를 들으며 창틀에 고개를 살짝 틀어 기댔다. 에어컨 때문인지 여름답지 않게 차가웠다. 

 

 

먹구름이 하늘을 반쯤 덮었다. 잘게 부는 바람과 오늘따라 더 눅눅한 공기를 보니 비가 올 모양이었다. 회색빛이 짙게 드리운 창 밖은 축축했고 이마를 대고있던 차창역시 옅은 물기를 드리웠다. 모든게 다 젖어있건만 별 느낌 없이 창 밖을 관찰했다. 문득 자신이 메말라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든 감정상태가 현재 갈증이 이는 목청과 비슷했다.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꼈고, 오순경과 대화하면서 소소한 즐거움도 느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잠깐 스쳐지나간 연민과 TV쇼에서 느끼는 것과 다름없는 즐거움. 목이 마른 와중에 청량음료를 들이키면 더 목이 마른 것과 마찬가지였다. 일시적인 감정, 그리고 더 심해진 갈증. 조수석 옆에 놓아뒀던 페트병을 집어들고 물을 마셨다. 입안에 시원함이 감돌았지만 남아있는 목구멍의 쩍쩍함은 별로 줄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째깍거리는 초침소리 사이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의 침묵 끝에 흘러나온 한마디는 짧았지만 달달했고 얼핏 다정함마저 느껴졌다. 안부인사가 파동의 형태로 공기중에 퍼져 나가듯 그의 조막만한 얼굴에도 미소가 퍼져나갔다. 선하게 약간 휘어지는 눈꼬리, 옅게 파이는 보조개와 발긋한 입술. 그의 미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복합적이었다. 예뻤고, 아름다웠고, 순수했으나 백지보다 깨끗한 순수함이 도리어 소름끼쳤다. 지나치게 순백해서 소름끼친다고 해야 할까. 모순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그 말만큼 순간적인 느낌을 잘 표현할 방법은 없는듯 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응시하는 둘에겐 묘한 위화감이 조성되었다. 나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그는 미소만을 유지했다. 눈의 웃음기를 빼자 크고 말간한 눈망울이 더 도드라졌다. 제대로 눈을 마주치자 순간적으로 머릿속엔 사슴이라는 단어가 연상되었다. 그래, 그 맑은 눈은 순수한 사슴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검정색에 가까운 암갈색 눈동자에선 일말의 요동이나 일렁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은발로 탈색한 그의 머리와 대비되어 더 깊어보이는 눈동자. 한참동안 이모저모를 뜯어보던 나였지만 유독 남자의 눈동자에 시선이 갔다. 쌍꺼풀이 진하게 진 것도, 길고 두터운 속눈썹도 관심 없었다. 다만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짓는 그에게서 감정을 찾아내고 싶었다. 왜? 나 자신으로부터 의문이 들었건만 대답할 수 없었다. 구지 대답해 보자면 그러고 싶었으니까? 난데없이 나타난 마이웨이적 사상 역시도 내가 이해할 턱이 없었다. 

 

 

 

 

"그럼 심문 시작하겠습니다" 

 

 

 

 

한참 동안의 아이컨택은 내가 고개를 숙임으로써 끝이 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더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나도 시간개념 이라는걸 가진 이상 본업무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다. 밖에 있는 오순경한테 욕먹을라. 평소보다 더 사무적이고 딱딱하게 심문 시작을 알린 후 박순경이 시크하게 작성해준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름은 루한, 스물아홉의 중국인으로 직업은 CEO, 출생지는 중국이지만 십대 중반쯤 한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평범한 집안의 외아들 (중국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로 태어났고 부모님이 한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점 외에는 걸리는 부분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선보는 남자 정보를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수석으로 외국어 고등학교 졸업, 영국 명문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역시 전체 수석으로 졸업. 훤칠한 외모에 엄청난 학벌, 삼십이 채 안된 나이로 자수성가한 그야말로 엄친아. 평소 행실도 바르고 고와 평판마저 좋던 그는 테이블 너머에 앉아 심문을 받고 있었다. 손목에는 은색 수갑을 찬 채로. 그리고 그 원인은 

 

 

그가 살인사건의 범인이기 때문이었다. 

 

 

 

 

"A양 납치 후 고문, 결국 살해. 인정 하십니까?" 

 

 

 

 

심문할 내용은 서류에 이미 형광펜으로 표시해뒀다. 형광노랑으로 칠해진 글씨를 사무적으로 읽으며 루한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밝은 조명 너머의 루한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해 보였다.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수갑을 찬 손으로 은발을 넘기는 모습에서 여유마저 느껴졌다. 질문이 끝나고 몇 초쯤 지났을까. 예쁜 입술이 벌어지며 나오던 대답은 간간히 웃음소리가 섞여있었다. 

 

 

 

 

"인정해요. 납치 했고, 살해 했고. 정확히는 그 여자가 죽어버렸지만. 아, 그런데 그 고무? 고물?" 

 

 

 

 

고문이요. 내가 정정했다. 확실히 한국말을 잘했지만 다소 어눌한 부분은 없지않아 있었다. 오랜 유학생활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추측해 봤다. 

 

 

 

 

"그래, 그거 고문. 고문은 안했어요." 

 

 

"그럼 피해자가 입은 상해들은요?" 

 

 

 

 

상해? 상해를 입어요? 그게 뭐에요? 루한은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질문했다. 오순경과 비슷한 습관이었다. 사슴같은 눈망울을 크게 뜨고 질문해대는 모습이 전혀 스물아홉처럼, 무엇보다 살인마처럼 보이지 않았다. 만약 이 남자를 밖에서 마주쳤더라면 나는 분명 루한이 아이돌쯤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십대 초반에 갓 들어선 아이돌. 이 남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한참동안 넋을 놓던 주민들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나는 루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한숨 뒤에 바로 능숙한 중국어가 튀어나왔다. 

 

 

 

 

[북경어로 진행할께요. 광둥어가 더 편하면 말해요. 그것도 가능 하니까] 

 

 

"오, 중국어 잘하시네요" 

 

 

 

 

계속 진행합니다. 루한의 칭찬을 가볍게 무시하고 심문을 다시 진행했다. 

 

 

 

 

[피해자가 입은 상해들은요?] 

 

 

[음... 그건 내가 만든거 맞는데? 그게 어떻게 고문이에요?] 

 

 

 

 

살을 찢고 난도질하고 도려냈는데 그게 고문이 아니었다? 미간 사이를 좁히며 인상을 찌푸렸다. 루한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도 안잡혔다. 나를 놀리려는 의도였는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고문이 아니다?] 

 

 

[그건 말이죠, 실험이었어요] 

 

 

 

 

实验. 한어병음으로 shíyàn. 내 귀가 잘못된게 아니라면, 아니 애초에 내가 중국어를 제대로 배웠다면 루한은 자신의 행위를 실험으로 치환시켰다. 당혹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사람의 한계를 실험해보고 싶었고, 할 수 있는 내어선 다 실험 해봤어요. 해부학 강의를 열심히 청강해서 진행은 좀 수월했죠. 시끄럽긴 했는데, 뭐 호기심은 해결했으니까] 

 

 

 

 

루한은 여전히 웃고있었다. 자신이 했던일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듯 손가락을 까딱였고, 마지막 대목에선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해맑았다. 그정도의 순수함과 해맑음은 연기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호기심을 해결했다는 뿌듯함. 그 외에는 일말의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피해자에 대한 한 점의 죄책감 마저도.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 전두엽 기능의 문제로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는 성격 장애. 영어로는 psyco-path라 칭하고 반사회성 성격 장애라고도 불리워진다. 루한은 사이코패스였다. 실험이란 단어 선택으로 그 사실은 너무나 명백해졌다. 그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수도, 공감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까보다 훨씬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폐부를 가득 채운 공기는 산뜻했건만 감정 상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걱정 말아요. 형사님은 손 안댈거니까] 

 

 

 

 

루한은 미소를 머금은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에게 손 대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 안해요] 

 

 

[그럼 형사님한테 손 댈일은 절대 없는거고] 

 

 

 

 

문득 의아함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루한의 말에는 묘한 암시가 묻어있었다. 루한은 감옥에 들어갈 것이고 나와의 접점은 없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루한의 말 속 묻어있는 암시에는 후에 만나게 될 것이란 암시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루한과 나 사이의 기묘한 분위기는 말로 설명하지도 못했다. 

 

 

 

 

[형사님은 나랑 닮았어요] 

 

 

 

 

루한의 또렷한 북경어가 귓속에 틀어 박혔다.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냥 흘려보냈다. 어쩐지 이해하기 싫다는 거부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냥 알아두라구요" 

 

 

 

 

루한의 눈꼬리가 다시한번 휘어졌다. 낭창하게 접힌 눈꺼풀에 깊은 눈동자는 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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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하고 분위기 이상한데 뭔가... 이상한 글 읽느라 수고하셨어요 

브금은 나의사랑 너의 사랑 라빈언니!! 

내한공연 가고싶었는데.... 

대신 엑콘은 스탠딩으로 감 ㅇㅇ 

아니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이 브금은 이 글 전반의 브금입니다. 어떤편에 틀어놓고 읽어도 어울리는! 앞으로 공개될 브금이 몹시 많지만 이 노래가 가장 많이 쓰일거에요 

 

 

연재는... 제 맘대로!!! 

주기는....그것도 제 맘대로!!! 

확실히 글솜씨가 부족하긴 하네요... 내가 담아내고 싶던 루한은!!! 좀더 사이코틱하고!!! 해맑은데 소름끼치고!!! 쓰다보면 나아 지겠죠... 그렇다고 믿어요... 

 

 

봐주신 모든분들께 5개국어로 감사인사를 올리며!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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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엄헝ㅜㅜ아침에봤다가지금다봄 겁나루한ㅂㄱㅂㄱㅋㅋ싸이코패스라니ㅜㅜㅜㅜ자니네ㅜ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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