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이 지나 저녁어스름이 내려오는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던 백현의 눈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의 단정한 모습과는 어울리지않는 조금 헤어져있는 교복차림과 크고작은 생채기들을 달고 백현은 가만히 그네에 앉아있다.
바람에 흔들리듯이 가볍게 흔들리는 그네소리와
드문드문 들려오는 풀벌레소리와 여름이 다가오는지
조금씩 들려오는 매미소리뿐 정적만 가득하다.
저 멀리 놀이터입구에서 종인이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나에게 가까워지는게 보인다.
급하게 달려온 모양인지 머리가 조금 흐트러져있다.
종인이는 시간이 많이 지나도 그대로다.
갈색으로 염색도한거같다.이제 제법 대학생티가 나는 종인이는 남자인 내가 보기에도 잘생겼다
지금 내앞으로 다가온 종인이는 어느새 훌쩍자라
어른의 모습을 하고있다.
그에비해 나는 여전히 교복을 입고있다.
종인의 손에는 어디서구했는지 모를 달맞이꽃이 들려있다
종인은 조심스레 나로인해 조금씩 흔들리는 그네쪽으로 꽃을내민다
꽃을 받지않았다.
그의 눈빛이 점점 불안으로 떨리기시작했다
나는 조금의 미소를 머금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어느새 더운기운을 조금머금고있는 바람이 나를 감싼다.
기분좋은 여름풀내음에 용기를내 꽃을 잡았다.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뜬 내앞에는 울고있는 종인이있다.
"..백현아"
"잘지냈어 종인아?"
눈에 눈물이 가득고인 그는 간신히 목을 가다듬고서야
힘겹게 내이름을 불렀다.
나는 종인이가 항상 좋아하던 밝은 웃음으로 답했다
어느새 흘러간 2년이란 긴시간이 우리사이에 정적으로 내려앉았다.
그네를 조금 더 흔들며 시끄러웠고 하루하루 웃음으로 빛나던 고등학교시절을 떠올렸다
조금씩 잊혀져가던 그날이 떠올랐다
발이 조금 욱씬거렸지만 내옆에 있는 종인만으로도
조금씩 웃음이 나온다. 난 괜찮다.
다 쓸린 내발과 닳고닳은 슬리퍼를 쳐다보던 종인이 자신의 신발을 벗더니 내앞에 무릎을 꿇는다.
"..발이 이게 뭐야"
"나 괜찮아. 하나도 안아파 종인아 정말로."
손사례치며 말리는 나를 무시하고 종인이는 계속 울음을참으며 나에게 신발을 신켜줬다.
"..괜찮데도"
애써 웃음지으며 종인이는 나를 꼭 안아줬다.
몸은많이자랐지만 2년전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있는 종인이가 그립다 보면서도 너무그립다
옆에계속있고싶다
나도 멋지게 입고 더이상 상처도없는 몸으로 종인의곁에 남고싶다
어느새 손에 들려있던 달맞이꽃이 빛을 바래간다
시간이 다되어간다
2년의 긴 공백에 비해 너무짧은 만남에 허탈한웃음이나온다.
조금 다급해지는 마음에 급히 말을꺼냈다
"종인아 다음에 널볼때 넌 정말 더어른이되어있겠다.나는 이렇게 고등학생으로 남아있겠지"
"..백현아"
"잘지내는 모습보니까 좋다"
"백ㅎ.."
"미안해. 더 깨끗한 모습으로 왔어야되는데 이게 안없어져. 아무리 기도해봐도 없어지지않아."
하복을입고있어 드러난 살결위로 보이는 흉한 상처들을 백현은 자신의 등뒤로 감췄다.
"..이럴꺼면 차라리 춘추복이였으면 좋았을텐데 그치."
백현은 애써 웃음지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마지막이 얼마 남지않았음을 직감한 종인이 다급하지만조심스럽게 백현의 상처난팔을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백현아..백현아."
"..."
"백현아.."
"..응,종인아 나 듣고있어."
"그날로 다시 돌아가고싶어."
"나 정말 괜찮아. 이렇게 널 본걸로 됬어"
"너 진짜가면 나이제어떡해."
"너울어?"
백현의 몸을 꼭 끌어안고 어깨에 고개를 묻고 종인은 아이처럼 울고있었다. 잠시 고등학생때가 생각난 백현은
지그시 웃더니 종인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었다
"울지마. 다커서 울고그래.나중에 정말 나중에 올수있으면 또올께.그때는 정말 어른이겠다.그치."
"백현아..미안해"
"속상하게 왜그래."
"사랑해 정말"
"내가더 바보야"
손에 들려있던 달맞이꽃이 이제 형체를 잃어가고있었다.
급히 종인을떼어낸 백현이 종인에 입에 입을맞췄다.
"울지마 못생겼어.행복하게 살아.언제나 곁에 있을께.내생각 맨날하면 좋겠지만 가끔만해 알겠지?정말사랑해종인아.너무사랑해"
다시한번 종인을 꼭안고 그대로 백현은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진 온기에 종인은 허탈감에 주저앉아버렸다.
아직 곁에 백현의 향이 남아있었다.
아침일찍 학교에가면 항상 날 반겨주던 너의 잔잔한 체향. 2년이지났지만 여전히 생생한 그 향에 종인은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앞에는 백현이 잠깐 신었던 그의 운동화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뒤로 조금씩 흔들리는 그네와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백현의 흔적을 지워버리려는듯 세차게 내리기시작했다.
무슨일이 지나갔냐는 듯이 아무렇지않게 여름이 시작되었다.
내기억속 영원한 고등학생이였던 이제는 어른이된 종인이와 종인이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고등학생일 나는 서로 다른곳에서 또 새로운 여름을 맞는다.
안녕 나의 종인아
안녕 나의 19살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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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재밌게여기까지봐주셨다면정말감사해요♥ 내사랑님들
시험잘보고 만나요 안녕 두번째글쓰는건데 떨링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