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을 가득히 메운 퀘퀘한 냄새를 없애려 열었던 창문 너머의 밤 하늘이 잡티없이 너무 깨끗해보여 괜히 자괴감이 들었다.
피부에 닿는 차디찬 바람 때문인지, 새까만 밤하늘을 보며 젖어드는 쓸데없는 감성때문인지 괜히 삶에 대한 자괴감과 무력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백현은 조용히 호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았다. 어라? 창 밖을 보던 백현의 시선이 호주머니로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담배 한갑을 호주머니에 넣어뒀다는것을 확인했
던 백현이였다. 없을리가 없는데? 작게 중얼거리며 백현은 반대쪽 호주머니를 헤집듯히 휘저었다.
양쪽 호주머니를 확인하듯 한번 더 헤집고는 백현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삐그덕 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언제부터일까. 담배 한개피가 일상이 되버린것은. 담배를
찾으러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에 비친 짜증이 가득한 내 모습에 갑자기 또 실없는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가슴 언저리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보며 이때까지 나에게 안겼던년들
을 세알리고 있었던 내 자신에게 또 혐오감이 들었다. 철없던 유년시절. 뭣도 모르고 야하게 입은 사람들을 보며 창녀, 창놈이라며 손가락질했던 그때 생각이 나 또 가슴이
아릿해져왔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기엔 이곳에서 대주는 돈과 잠자리에 나는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 야 백강. 옷입고 나와. 손님이다 ”
“ 네? 손님이라뇨? 영업시간 끝났잖아요 ”
“ 이 놈 봐라. 돈 벌게되서 고마운지나 알아야지 ”
“ …… 그치만. 저 오늘 너무 피곤한데요 ”
“ 안 돼, 자식아. 저 손님이 돈이 얼만지나 알아? ”
“ ……… ”
좆같은 돈. 백현은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대충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입었다. 그리고 또 습관처럼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입에서 뿜어져 나온 희뿌연 연기가 눈 앞에서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쓴 향기가 코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야 빨리나와! 지배인이 그 새를 못참고 문을 걷어차며
재촉했다. 씨발새끼. 차마 지배인이라 대놓고는 못한 욕설이 입안에 조용히 맴돌았다. 백현은 피고있던 담배를 바닥에 거칠게 내던지며 발로 구깃하게 짓밟았다. 불씨가
사라지며 붉은색의 카펫에 검게 자국이났지만 내 알바 아니였다. 돈. 돈. 그놈의 돈.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구강스프레이를 입 안에 두 어번 뿌린후 영업용 미소를 싱긋
지어보인후. 백현은 문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
“ 아……. 안녕하세요 ”
밖으로 나가자마자 보이는것은 마치 친했던 사람처럼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남자였다. 이딴 술집에 와서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 모습이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는것
도 잠시. 속을 알수없는 새까만 눈동자에서 흘러넘치는 자신감은 짜증나면서도 백현을 위축시키게했다. 백현은 그 남자가 마음에 안들었지만, 호선을 그리며 예쁘게 웃음짓
는것은 잊지않았다. 이게 영업용 미소라는건 아는지 모르는지 내 웃음에 더욱 싱글벙글해져 아예 깍지를 끼며 날 바라보는 그 남자의 반짝거리는 눈동자는 젠장맞게도 너무
깨끗했다.
“ 제 이름 알아요? ”
“ 음 모르는데, 몰라요 ”
“ 제 이름은 박찬열이에요, 박찬열. ”
“ 아……. 제 이름은 ”
“ 변백현맞죠? ”
“ 어? 어떻게 알았어요? ”
“ 하하, 사실은 그쪽한테 관심있었거든요 ”
미친새끼 라고 튀어나오려는 욕을 겨우시 참고는 아 정말요? 하며 싱긋 웃어주었다. 자기가 내뱉은 말에 자기도 쑥스러웠던건지 볼을 살짝 긁는 그의 모습이 아쉽게도 전혀
호감있게 느껴지지않았다. 박찬열. 나는 사람을 꼬시려고 하루에도 몇백번이나 내뱉는 작업용 멘트들중 하나가지고 저렇게 쑥스러워하는거 보니 곱게도 자란것같았다. 게다
가 부자에. 더럽게 물들지 않은 고결한 눈동자.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이였다. 그래서 싫은걸지도.
“ 말 놓아요. 내가 한살높지만 흐허허 ”
“ 아 그럼……. 말 놓을게요 ”
“ 편하게 대해도돼. 나는 너랑 그, 그거 ”
“ 섹스? ”
“ 어…… 그, 그런거 하러 온거 아니니까 ”
“ 에이~ 뻥치지마. 그거 아니면 뭐하러 여기와 ”
“ 난 그냥 니가 마음에 들어서 온거야 ”
“ 진짜? ”
“ 응 ”
거짓말~. 백현은 나른한 목소리로 박찬열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움찔했으면서 괜히 시선을 다른곳에 돌리며 정의로운척 하는 박찬열이 마음에 안들었다. 이래도? 백현은
찬열의 허벅지를 손으로 살살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