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들어주세여~
[EXO/찬열경수] 망향 01
01 끝 : 죽음
죽고싶었다. 나를 따돌리는 아이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죽음밖에는 없는 듯 했다. 전학을 가서 내 아픔을 씻을 수 있을까. 아니 그곳에 전학을 가도, 또 자퇴를 한다해도 또 소문이 돌겠지. '쟤 전학교에서 걸레였대.', 지긋지긋한 남들의 쑥덕거림과 손가락질. 방 한켠에 쪼그려 앉은채 두 손으로 머리를 잡아뜯어봐도 아이들의 소근거리는 모습과 비웃음이 머릿속에 맴돌며, 쉬이 벗어나지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내 인생은 꼬여버린걸까. 남들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학창시절이라고들 하던데 내 인생에 있어서 학창시절은 부글부글 불이 붙은 지옥이다. 항상 날 걱정하시는 부모님 생각에 이를 악물고 학교를 다니곤 있지만 이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
모두가 잠든 새벽, 스탠드 불빛에 의존한채로 A4용지 하나, 볼펜 하나를 꺼내어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아빠 먼저 가는 나를 용서하지 마요.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갈때마다 내가 죽고 난뒤 슬퍼할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종이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져 죽으면 많이 아플까,한번에 죽지 못하고 아프게 서서히 죽게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보다 내가 죽고 난 뒤 둘만 남겨질 부모님 걱정이 앞섰다. 줄줄 흐르는 눈물 때문에 흐려지는 시야를 손등으로 훔쳐내어 환히 밝혔다. 우습게도 내 죽음 앞에서, 나보다 남겨질 사랑하는 사람들, 남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부모님께 사랑한다고,고마웠다고, 그렇게 또박또박 글자를 다 쓰고나서 잠깐 멈추었다. 너희, 날 괴롭혔던 너네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 내가 죽음으로써 너희도 불행하기를. 나만큼 고통스럽기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나만큼 괴롭기를.
우습게도 내 18년 인생이 내 손에 끝나게 생겼다. 덜렁 한 장의 유서를 두번 접어 책가방 안에 넣어두었다. 내가 죽고 난뒤, 정리하다 발견하겠지. 그게 경찰이든 엄마든, 아빠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내 방을 한번 슥 둘러본뒤 방문을 열고 나왔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엄마 아빠가 자고 있을 안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들어온줄도 모르고 주무시고 있는 부모님 얼굴이 안쓰러웠다. 어느새 깊게 패인 주름이 슬펐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날 가장 사랑해줬던 사람들, 죽기 전에 눈에 꼭꼭 담아둬야지. 또 다시 차오르는 눈물에 황급히 방을 나갔다. 방문을 닫고 그제서야 끅끅 우는 소리를 내었다. 풀릴 것 같은 다리를 애써 추스리며, 밖으로 발길을 향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오르는 길,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혼자라는게 두려웠고, 아플게 두려웠고, 이 세상에 미련이 남아 두려웠으니..
엘레베이터가 맨 윗층에 멈추고 한동안 그 안에 있다가, 다시 닫히려는 엘레베이터 문을 턱 잡아 다시 열리게한 뒤, 떨리는 마음으로 내렸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그 계단에선 이미 아무 생각이 없었다. 쉽게 열리는 옥상문을 활짝 열고, 깜깜한 밤 하늘 아래, 시원하게 불어 오는 바람을 맞았다. 천천히 가장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난간까지 와버렸다. 고개를 쭉 빼 내려다보니 아찔한 높이였다.
그리고, 이제 죽으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내 한 손에는 오늘 나누어준 학교폭력신고번호가 적힌 종이와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이 꼭 쥐어져 있다.
오늘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 영상을 한 시간 정도 봤었다. 두 시간을 잡고 한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사실상 한 시간 정도 영상을 보고 나머지 한 시간은 느낀점을 나누어준 종이에다 쓰는 것이었다. 영상이 틀어지고, 영상에서 나오는 잔인한 따돌림의 현장에 여자애들 몇몇이 간간히 '어후,너무하네'하며 소리를 내었다. 저게 너희가 내게 하는 짓이야. 자기네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은 잊은 건지,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영상의 왕따아이를 불쌍히 여기며 나누어준 하얀 종이에 깨작깨작 뭐라 써내려간다.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다 내 앞에 홀연히 놓여진 백지상태의 종이를 바라보았다. 쓸 말이 없다. 난 그저, 너네가 저걸 보고 날 괴롭히는 걸 그만두었으면 좋겠어. 아니 무언가 느끼는 게 있다면 그 강도를 낮춰주기라도 했으면, 그랬으면 더이상 바랄건 없을텐데. 그런데 그게 너무도 큰 바람이였을까. 아이들이 영상을 집중해서보다가 지루해졌는지 내 등을 뚜껑이 열린 볼펜으로 쑤시기 시작한다. 볼펜심이 아프게 박히기 시작하는데도, 뒤에서 아이들은 킬킬대기 시작한다. 내 바로 앞에 서계신 선생님은 내가 보내는 도움의 눈길을 무시한다. 학교폭력을 완화하기 위한 영상이 틀어진 교실 안에서 학교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선연히 그려지는 아까 그 모습에 두 눈을 가볍게 감았다. 그래, 이제 다 털어버릴련다. 이 더러운 세상, 새처럼 하늘을 날아, 다 털어버릴련다. 난간에 아찔하게 올라섰다. 발끝이 부들부들 떨리며 긴장감에 종아리 근육이 수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끝이다. 정말 끝이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내 마음을 대신해 주는 것같았다. 한동안 그대로 가만히 서서 바람을 맞다가, 그대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엄마...미안해."
울음섞인 작은 말을 내뱉으며, 그대로 낙하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건 아니였다. 주르르륵 즐비한 아파트 창문을 빠르게 지나치며 앞으로 다가올 죽음을 후회하며, 두 눈을 꼭 감았다. 살껄, 살아서 엄마에게 잘할껄. 미처 직접 하지못했던 '사랑한다.' 그 말을 왜 여태 못해줬는지, 아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네?"
"...."
떨어지는 도중 멈춰진 내 몸, 여전히 내 머리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향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래로 추락하고 있던 내 몸은 둥실 떠있다. 귓가에 들리는 남자의 낮은 목소리에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뜨니 내 바로 앞에 아빠다리를 한채 둥둥 떠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커다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날 쳐다보며 말하는 남자.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소리를 버럭지르고 말았다.
"다..당신 누구예요?! 뭔데 이렇게 떠있어요?"
"너도 떠있잖아."
"....."
너무나도 맞는 말에, 할 말은 없었다. 별수없이 입을 꾹닫는 내 모습에 남자는 씩 웃더니 어떤 걸음 없이, 마법처럼 내 코앞까지 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왜? 내가 신기해?' 당연히, 신기하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떠있을 수가 있어요. 그 말을 꾹 삼키고, 그저 노려보듯 남자를 경계하는데, 내 경계하는 태도가 우스웠는지 하하하고 낮게 웃으며 내 앞에서 떨어져나갔다.
"난 요정이야."
"....."
"살고 싶지 않아?"
"...별로요.."
"그럴리가.난 분명 후회한다는 소리를 듣고 온건데?"
그가 요정이라는 말에 놀랄 틈도 없이 다시 살고 싶지 않냔 그의 질문에 눈을 피하며, 별로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런 내가 우스운건지, 넌 내 손바닥 안이란 걸 증명하듯, 내가 후회한다는 소리를 듣고 온건데?하며 능글맞은 미소를 보인다. 알고 왔다는데, 내가 거기서 뭐라고 더 말해. 할 말이 없어져 그저 입술을 꼭 깨물자, 그가 다시 내 앞으로 오더니 내 머리카락을 부비며 낮게 말했다.
"난 네 요정인데."
"...."
"여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
"괜찮아, 다 괜찮아."
"...흐으.."
"대신 새 삶을 줄게,어때?"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따뜻하게 내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 대어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내가 떨어지던 그 자리, 공중에 멈춰진채로, 우리는 차가운 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었지만 그는, 그 요정은 따뜻했다. 괜찮아, 위로하는 그 말에 결국 그의 품속 안에서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 나는 새 삶을 주겠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린애처럼 펑펑 우는 날 안아 다독이던 요정은 내 머리를 몇 번더 쓰다듬더니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밝은 빛이 나를 감싼다.
02 rewind
내 손을 감싸는 부드러운 느낌. 아아. 그 느낌과 상반되게 급작스레 찌릿찌릿 아려오는 허리 통증에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떼어냈다. 내가 눈을 뜨자마자 "의사선생님!선생님!일어났어요!우리 애 일어났어요!"하는 중년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에 저 멀리서 여러 사람들이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살았다. 나는 살아있다. 그렇지만.
날보고 글썽거리는 저 여자는 내 엄마가 아니다.
그리고 좀 더 힘을 줘 고개를 돌리니, 내 입에 붙어있는 산소호흡기 너머 검은 바지에 검은 셔츠를 입고 팔짱을 낀 채, 웃음을 머금고 날 지켜보고 있는 요정이 보였다.
.
AM 10:04
하얀 1인 병실 안, 자세히 보니 키가 꽤나 큰 요정이 누운채 자기를 죽일듯 노려보고 있는 내 앞에 씨익 웃으며 서있다.
"이제, 아무도 없으니 말해봐요. 이게 어떻게 된건지."
"뭐가 문젠데? 너 살아있잖아."
"그런데 왜 내 몸이 아니냐 이거죠. 후회하냐면서요, 다시 살게 해주겠다면서요!!"
"새로운 삶을 주겠다고 했지 널 다시 살린다는 말은 안했어. 네 진짜 몸이 죽었는데 어떻게 살게해."
말도 안돼...내가 죽었다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이렇게 다른 몸이면, 후회하는 일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꼭 말하고 싶었는데. 울컥 차오르는 눈물에 침대 위에 앉은 채, 무릎을 끌어모아 무릎위에 눈물을 부벼 지워냈다. 그런 날 가만히 내려다보던 요정이 아까보다 딱딱한 어조로 말한다.
"어쨌든, 지금 니가 움직이는 그 몸이 이젠 네거야."
"하,"
"네 새로운 삶이라고."
너무도 차가운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듯 했다. 그에 여전히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먹이며 말했다. 내 진심을, 속으로만 생각했던 그 후회의 대상을.
"....이러면, 엄마한테 사랑한다고도..못하잖아요.미안했는데..다시 일어나면 잘해주고 싶었는데..."
"....죗값이라 생각해."
"....."
"네 목숨을 함부로 한 죗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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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분 생명은 소중합니다. 학교폭력 신고는 117. 하악 이런 판타지써보고 싶었다능..하악하악..하윽..차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