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잎 흩날릴 때
모두가 유명메이커 백팩 가방을 메고 다닐 때, 그는 홀로 평범한 빨간 가방을 메고 다녔다. 낡아 헤어진 가방을 꽉 쥐고, 등 하교를 하는 그를 볼수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화창했다. 높게 뜬 해가 학교 운동장을 비추었다. 교문을 막 들어오던 그 녀석에게 햇빛이 스며들었다. 운동장에 듬성듬성 심어둔 벚꽃 나무에 피었던 벚꽃이 산들 바람을 만나, 벚꽃잎이 한 없이 날렸다. 고개를 숙인 체 운동화 코만 보고 걷던 그의 정수리에 벚꽃잎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간지러움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들자 하늘하늘 날리며 어깨에 또 다시 내려 앉았다. 또 부드러운 산들 바람이 불었다. 봄의 향내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번에는 그의 콧잔등에 벚꽃잎이 내려 앉았다. 눈을 내려 자신의 콧잔등을 내려다 보다, 자신을 간지럽히는 그 느낌이 좋은지 입꼬리를 슬쩍 올려 웃다가, 이내 가지런한 이를 내보이며, 눈을 접어보이며 웃었다. 그닥 높지 않은 교실 창가에서 턱을 괴고 내려다 보던 나는, 똑같이 웃어보였다. 가만히 그의 웃음 지켜보는게 흔한 나의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다. 단지 환한 웃음일 뿐인데, 나까지 기쁘게 해주는 그 웃음이 좋아서, 벚꽃의 향내를 품고 있는 그가 좋아서, 아아-, 너는 햇살을 머금었다. 그리고, 내 마음 까지 햇살이 들게 만들어주었다. 겨울은 길고, 봄은 짧다하였다. 힘찬아, 지금은 너의 계절이다.
다시 내려다본 운동장에는 산들 바람과 함께 힘찬이 자취를 감추었을 때였다. 창가에 있던 용국이 텅빈 운동장을 가만히 보다, 마음속으로 카운트 다운을 세며, 교실 맨뒤 창가 옆자리에 의자를 빼고 앉았다. 용국이 좋아하는 자리였다. 낮에는 나른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것과, 조금 멀리 떨어진 대각선 자리에 힘찬이 앉아있다 는 것. 그것들이 모두 용국이 이 자리를 고집하는 이유였다. 10, 9, 8 … 3, 2, 1 땡.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용국이 뻐근한 목을 느리게 돌리며 뒷문을 보았다. 오늘도 정확히 맞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용국이 홀로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빨간 가방을 두손에 꽉 쥐고 들어오는 힘찬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봄날, 어느날 갑작스레 찾아온 너는, 봄날에 산들바람 불듯 당연한듯이 내 마음에 실려왔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만큼, 갑작스럽게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일. 나는 그게 싫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