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번 번호 486번, 김명수." 자꾸만 빗길에 젖은 발이 미끌렸다. 저기 앞에선 땅 깊숙히서 올라오는 어둠에 먹힐듯이 서있는 김명수는 질퍽거리는 땅에 서있다는게 믿기지 않을정도로 포근하고 안정되어보였다. "너 맞지? 그곳에 있던 사람들, 아이들.." 또 다시 여기 오기 전 책상위에 널브러져있던 빨갛게 얼룩진 사진들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 비가 조금더 거세졌다. ".."/"당신들은 몰라. 그 아이들이 얼마나 울부짖었는지, 그 곳에서 얼마나 삶에 놓아지길 빌었는지." "김명수." "당신들은, 몰라." 처절한 찢김이였다. 고작해봤자 일곱 여덟살의 남녀아이들이 죽어나간 방식이였다. 옷은 형체도 알 수 없게 피에 얼룩져 나뒹굴고 있었고 팔 다리가 하나라도 성한 아이들을 찾는게 더 빠를듯 '아이' 라고 명칭 하는 무언가들은 구석 구석 쳐박혀 찌그러져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골라내고 구별해내 그 일이 일어났던 시점과 사라졌던 아이들을 수색한 결과 유일하게 그 곳에서 피로 얼룩지지 않았던 몇명 중 한명, 출번 번호 486번. 김명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