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열씨."
무슨일인지 성규형이 자신이 이때까지 빼는 모습을 한번도 보이지않던 잠복근무를 자기를 향해 부탁해 온 순간부터 느낌이 이상하더라 싶었다. 아니다다를까. 어릴때 얼굴이 사라지지않은 지금의 모습이였다. 그 날, 그 곳의 이성열. 그리고 지금 국회의원의 아들. 최성열. 그보다 자신을 향해 보던 그 눈이 거슬렸다. 어디 언제부터 알고 있는걸까. 그리고 왜 자신과 이성열의 만남을 만든건지.
"무슨 일이시죠."
"전에 요청한 출석에 응하지 않으셨더군요. 어제가 마지막이였는데."
"..그랬나요."
성열은 짧게 깍여진 순톱을 말아 쥐기 시작했다. 어릴때 자주 하던 짓거리였다. 매일 무슨일인지 알지 못했던 어릴때의 이성열의 친구 남우현은 성열이 불려가던 그 나무 문 옆 벽에 기대어 성열을 기다리기 일쑤였고 그런 날 알았던건지 몰랐던건지 한참 기다리다 발바닥이 아플때 쯤 성열은 문을 빼끔 열고 나왔고 항상 그런 성열 옆에 걸어다가 보면 그 조그만한 손을 하얗게 말아 쥐고 걷고 있는걸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날 잡으러 오신건가. 남우현?"
성열은 탁자위에 주먹을 올려놓고 검지를 풀어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또한 성열이 조급하거나 평소 표정이 들어나는 것을 조절하기 위해 하던 습관이였다.
"..아니, 도망치라고 예고하러 온겁니다. 이성열씨."
절대 그 날의 일이 세상의 빛을 바라보아서는 안되었다. 어떻게 이 날까지 살아왔는데. 그래서는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