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선 넘기 여주방을 노크하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고개만 빼꼼 내민 재민이 여주를 불렀다. “ 누나 태용이 형이 밥 먹자고해. “ 여주는 누워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는 대답도 없이 재민을 지나쳐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오손도손 가족마냥 모여 앉아 밥을 기다리는 모습이 여주는 위화감이 들었다. 재현도 같이 앉아있었기 때문일까. “ 여주야 오늘은 집에서 쉬어. “ 태용이 수저를 놓으며 여주에게 말하자. 여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 왜. “ “ ...밖에 비와서. “ 말을 마친 태용이 여주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여주는 그 손길이 싫지는 않았는지 가만히 눈을 감고는 한숨을 쉬었다. “ 병원 혼자 갔다 올 수 있겠어? “ “ 응... “ 둘의 얘기를 듣던 재현이 궁금한 눈치였다. 여주가 그런 재현을 알아챘는지 재현을 보고는 나 비오는 날마다 정신병원가요. 라고 짧게 말한 뒤 밥을 한 술 떠 입에 욱여넣었다. “ 저도 오늘 오프인데 같이 가드릴까요? “ 재현의 말에 놀라 사레 들었는지 헛기침을 하며 가슴께를 치던 여주가 재민이 건네주는 물을 마시고는 애써 진정했다. “ 저 애 아니에요. 혼자 할 수 있, “ “ 다 큰 어른이여도 병원 혼자가는거 그거 엄청 서글픈거에요. 이따 출발 하실 때 저 불러주세요. “ 재현과 여주를 번갈아 보던 태용이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인상을 팍 쓰고는 괜히 해찬의 이마에 딱콩을 놓는다. “ 야. 밥 식기전에 먹어. “ 재민은 그런 해찬을 보며 비웃다 덤으로 같이 혼나고 말았다. 9. 노크 다들 일에 치여 부랴부랴 짐을 싸서 나가고 나서는 집이 무척이나 고요해졌다. 재현은 주로 컴퓨터를 통해 무언가 일 처리를 하는 듯 싶었다. 여주는 재현과 얘기를 제대로 나눠본 적은 없지만 가끔 살짝 열린 방문 틈 사이로 타자를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는 대강 생각했다. 재현은 식사 후 방에 들어가서 한참동안이나 나오지 않았고 여주는 거실 소파에 누워 비오는 창밖을 보며 누워있었다. 자꾸만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스물스물 여주를 괴롭히려했다. “ 비 오질라게 오네. “ 여주는 일부러 크게 소리 내며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을 내쫒으려했다. 급하게 담배를 찾으러 방에 들어간 여주는 담배를 넣은 외투를 들고 나오려는데 똑똑 거리는 노크 소리를 듣고 멈춰섰다. 병원 가실거에요? 재현의 목소리였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떼고는 알수없는 이상한 기분에 뒷머리를 헝클던 여주가 한 번 더 울리는 노크소리에 목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 갈거에요. 지금. “ 문을열자 자기를 보며 환하게 웃는 재현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보다 더 울렁거렸다. 10. 비 “ 네가 나랑 일을 같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 시키는 일이야. “ “ ... “ “ 할 수 있지? “ 여주는 태일의 말에 입을 쉽사리 떼지 못했다. 이 첫 임무를 수행 못하면 나는 너를 거둘 생각이 전혀없어. 마지막 기회라는 태일의 단호한 말에 쥐고있던 총을 더 쎄게 쥐었다. 그래, 이 날을 위해 내가 그 어떤 훈련도 참아가며 버텼는데 못할 것까지야. 태일이 건네준 익숙한 주소를 따라 여주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동네에 익숙한 집 지붕들,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았던 지붕들은 서로를 꽉 움켜쥐고 있는 듯 쉽사리 날아가진 못햇다.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치고 까마득한 계단을 하나 씩 오를 때마다 여주는 왜인지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낡은 집들 사이에 여주가 가장 익숙하다고 느낀 대문을 열자 소름 끼치는 녹슨 소리가 났고 마당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소주 병과 쓰레기들이 보였다. 마당을 지나쳐 열려 있는 문을 하나 더 열자 더욱더 여주를 익숙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술에 찌든 냄새가 여주 코 끝을 맴돌았다. 여전히 인생 밑바닥에서 허우적 거리며 살고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보이는 쓰레기 같은 인간. “ 아빠. “ 여주가 부른 아빠라는 사람은 여주가 말을 내뱉자 이미 술에 취해 둘 곳 없이 멍했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빠는 왜 이러고 살아, 아직도? “ 이, 이! 천하의 썅년! “ 혀가 꼬인 상태로 여주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힘겹게 일어선 남자는 여주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리고는 그 커다란 손으로 여주의 뺨을 내려쳤다. 여주는 그런 남자에게 반항하지 못했다. 몇십년을 맞아오며 컸고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가봤던 여주는 옛날 생각에 순간적으로 공포감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내 돈, 내 돈 어디다 놨어! “ 남자는 놀음에 미쳐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그 죽음으로 타낸 보험금 마저 다 탕진하고 성에 안찼는지 그 딸까지 죽이고 싶어했다. 여주는 매일 맞고, 맞고, 또 맞고. 도망치고 싶어도 우리 아빠니까. 옛날에 이쁜 딸이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던 아빠니까. 참고, 참고, 또 참고. 그렇게 몇 십년을 참다 결국 남자는 자신의 성욕을 위해 딸에게 손을 대려했고 가까스로 도망친 여주는 평화 고아원으로 도망쳤다. 자기 분에 못이긴 남자는 몇년 만에 자기 눈앞에 나타난 딸을 미친듯이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방에 굴러다니던 칼을 들고는 여주의 머리 카락을 움켜 쥐었다. 여주는 침착히 자신의 외투 안에 있던 총을 잡아 그대로 남자에게 겨눴다. “ 아빠. 난 더이상 과거에 살지않아. “ 남자는 총을 보고는 당황해 여주의 머리채를 잡던 손을 놓고 가까이 오지 말라는 듯이 이리저리 칼을 휘둘렀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고 남자는 휘두르던 칼을 여주에게 던지고 도망치려 마당으로 뛰어들었지만 빗물에 미끄러져 고꾸라졌다. 여주는 남자를 따라 마당으로 내려와 비를 맞았다. 그리고는 일 초에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잡아 당겼고 빗물이 핏물로 물들어져갔다. 남자는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의 가슴께를 쥐고는 고통스러워했다. 여주는 그런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남자는 겨우 신음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 뭔가 할 말이 있으면 해. 유언이라고 생각할테니까. “ “ ........딸... “ 무언가 더 말하고싶어하는 듯 햇지만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여주는 다정하게 들린 딸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다시 한번 듣고싶던 딸이라는 단어를 곱씹다 결국 어린 아이처럼 비를 맞으며 남자의 손을 잡고 엉엉 소리내 울었다. 11. 읽히다.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 거실에 앉아있는 여주는 가만히 자기 옆에 앉아 책을 읽는 재현이 불편했다. 굳이 자기 방에 들어가서 읽어도 될 것을 왜 여기서 읽는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 혼자있기 싫어하는 거 같아서. “ 여주는 속마음을 읽힌것같아 놀라 재현을 쳐다봤다. “ 그렇게 왜 여기서 책을 읽나 싶은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면 대답해 주고싶잖아요. “ 재현이 책을 살포시 덮고는 싱긋 웃으며 여주를 쳐다봤다. 여주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누가 혼자 있기 싫어해요. 라며 대답했지만 비만 오면 떠오르는 역겨운 생각에 여주는 내심 비가 올때 만큼은 누군가 옆에 있기를 바랬다. 매번 혼자가 편한 여주가 누군가 필요할 때는 비가 올 때였으니까. 하지만 그 누군가가 없었던 과거에는 매번 혼자 소파에 누워 비가 그칠 때까지 소리도 못내고 울었던 여주였다. “ 다음에도 같이 있어 드릴게요. “ 그래도 되죠? 라며 웃는 재현에게 여주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뿐이였다. -*- 욕망 정말 계속 풀고싶은데 일이 힘드니까 진짜 오래 앉아있는게 어렵네여,,,,,,, 읽고 댓글 달아주신 독자분들이 계셔서 놀랐어여!ㅠㅠ 감사합니다!! 아직 풀지 못한 욕망컨셉이 있어여,,,,, 저와 같이 욕망의 기차를 오래 타보아요.,,,, 아참!!!!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미리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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