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9년 |
“지훈아, ……지훈아아…….”
열여덟, 어린 나이였던 우지호는 애처롭게도 매정히 떠나가는 지훈을 잡지 못했다. 그저, 그저 울먹이며 그의 이름만 두어 번, 불러볼 뿐이었다. 언제든 기대라며 내주었던 지훈의 넓은 등이 오늘따라 더 커보였다. ……후나, 지후……흐으, 나. 결국 꾸역꾸역 눌러담던 울음이 번졌다.
“잘 지내.”
잠시 멈칫한 지훈이 지호에게 남긴 말은 이거 하나였다. ‘잘 지내.’
휭.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
“자기야, 이게 예뻐, 아니면 이게 이뻐?” “……응, 둘 다 예뻐.”
지훈이 무관심한 표정으로 앞의 여자가 들고 있는 옷 두벌을 보며 말했다. 열여덟, 누군가와 똑같이 어리기만 했던 그 어느 나날 이후로, 지훈은 웃음을 잃었다. 누군가를 열렬히도 지독하게 사랑했던 그 옛날. 무려 9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훈은 그 시절에 얽매여 있었다. 지금 앞의 약혼녀도, 제 자신이 차려서 성공을 거두어 낸 회사도, 어느덧 하나 둘 씩 결혼을 해가는 친구들도. 모두가 변했는데 제 손목에 차고 있는 멈춰버린 시계처럼 지훈은 아직까지 자신 혼자만 멈추어있었다.
“진짜? 그럼 어쩌지…….” “…….” “안되겠다, 그냥 둘 다 사야지. 지훈씨,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금방 계산만 하고 올게.”
여자는 부산하게 직원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무심한 표정으로 쇼윈도 밖의 복도를 훑던 지훈의 시선이 어딘가에서 굳어버렸다. 아릿한 잔상인가 싶어 눈을 꾹 감고 고개를 흔들어 봐도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잔상 따위가 아니었다. 지훈이 그토록 그리워한, 몇 년간을 목매고 있던 제 지독한 첫사랑이 맞았다. 지훈은 당장에 그 매장을 벗어났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여기를 걸어가는 모습을 봤는데, 봤었는데. 지훈이 달려서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그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착각을 한 건가. 쿵하고 떨어지는 허탈한 마음도 잠시, 저쪽 구석진 곳으로 꺾어 들어가는 제 첫사랑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훈은 많은 사람들을 헤집으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조급하고도 절박한 마음이 드니 사람들을 치고 지나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다다랐을 땐, 자기 몸통보다 조금 더 큰 캔버스를 들고 낑낑대고 서있는 제 첫사랑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우지호.” “…….” “지호야.”
툭. 지호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들고 있던 캔버스를 떨어뜨렸다. 지훈이 숨을 고르며 그 앞에 가만히 섰다. 우지호, 지호야……. 너 맞구나. 진짜 네가 맞아……. 와락. 지훈이 멍하니 저를 올려다보고 있던 지호를 끌어안았다. 이것이 그들의 9년만의 재회의 첫 장면이었다.
|
02. |
“예뻐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형.”
어? 뭐라고? 놀란 내가 재차 묻자 녀석은 아무렇지 않은, 덤덤한 표정과 목소리로 ‘예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구요.’ 딱 이렇게 답했다. 뭔 개소리야.
“뭐? 너를 예뻐해 줄 사람?”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무작정 예뻐해 줄 수 있는 사람이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그럼 강아지나 고양이를 길러.” “그러려고 했는데, 동물은 털 알레르기 때문에 안 되겠더라고요. 사람이 필요해요. 안고자기도 딱 좋고. 얘기도 할 수 있고.”
가끔은 진짜 정말 표지훈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 지금 사람을 기르겠다 이 말이야? 애가 생긴 건 멀쩡해가지고 왜 이래. 여자 친구랑 그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나이 대에 결혼을 하라고 할 수도 없고. 집 구하러 다닌다고 바쁘다고 했는데도 꼭, 꼭! 할 말이 있대서 왔더니 이런 허무맹랑한 소리다.
“형, 집 구한다고 했죠.” “……어……, 그랬지.”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살아요.”
|
민망해서 삭제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랜 단편이던 중편이던 장편이던 완성하려 했던 글들인데 음... 이렇게 조각으로만 남겨두게 되네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ㅠ.ㅠ
눈테러 죄송하고 얼른 다른 글들로 정화하세요! 피코 만세!!!!!!!!! 피콜로들 뽜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