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저벅- 지호의 발소리가 좁은 골목안에 고요히 울렸다. 칙칙한 색의 시멘트 위에 형형색깔의 스프레이들로 쓰여져 있는 낙서들이 유독 많은 골목이였다.
커플들의 사귄 일수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람의 욕을 써놓은 낙서도 있었으며,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은밀하게 적어놓은 것 등등의 여러가지의 낙서가 있었다.
이러한 낙서들 때문인지 이 골목은 어두워진 밤만되면 흉흉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이 분위로인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게되서 양아치들의 모임으로 좋은 장소가 되는 곳이였다. 노란 머리를 몇번 털고 주위를 둘러보던 지호는 골목의 구석에서부터 하얀 담배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괜히 시비가 걸려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넘실거리는 봄바람덕에 간만에 기분이 좋았던 지호는 이 기분을 망치기 싫어 다른 곳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건 이미 담배를 다 피고 나온것 같은 험악한남자가 주위를 둘러보다 지호의 노란 뒤통수를 발견한 후였다.
“어? 저거 우지호새끼아니야?”
“우지호?”
지호의 이름을 들은 그들이 좁은구석에서 빠르게 밖으로 몰려나온것은 순식간이였다. 아, 씨발 또 저새끼들이야. 지호는 신경질적으로 그들을 쳐다보다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일을 가지고 종종 시비를 걸어와 항상 조져놓던 학교 학생들이였다. 자신은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 가득한 적대심을 본 지호는 기가차서 하- 하고 바람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저 새끼들은 지치지도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던 지호가 빠르게 그들의 숫자를 살폈다. 6명, 다들 우락부락한 덩치를 자랑했지만 어떻게든 혼자 싸워도 될만한 숫자였다. 어차피 숫자만 믿고 설치는 좆밥들이니까.
“뭘 갈궈 이 십새끼들아.”
무어라고 욕을 중얼거리며 지호쪽으로 서서히 몰려오던 그들이 지호의 말을 시작으로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덩치가 하나 날아갔다. 이리저리 허술하게 내뻗어 오는 주먹을 휙휙 잘 피하며 공격할 타이밍을 잡던 지호가 한명이 약간 멈칫한 순간을 노려 멱살을 잡고 빠르게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눈 깜짝할세 큰 덩치들이 나가떨어지자 나머지 인원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지호가 한심하다는듯 그들을 위아래로 훑고 비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양아치 하고 싶냐? 쪽팔린다 새끼들아”
“이, 이씨발. 저새끼 죽여!”
지호의 도발에 넘어 온 덩치들이 하나 둘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까의 본보기 때문인지 덩치들의 주먹엔 머뭇거림이 서려있었고 그걸 놓칠 리 없는 지호가 가볍게 두명정도를 때려눕혔다. 덩치가 아깝네, 병신새끼들. 섣불리 다시 달려들지 못하는 나머지 덩치들을 견제하며 주위에 나가떨어진 덩치들을 한심스럽게 보던 지호가 내뱉은 말이였다. 씨발, 씨발 하는 욕만 거칠게 내뱉고 달려들지 못하는 덩치들을 기다리다 지친 지호가 막 달려들려던 찰나 우왁스럽게 자신의 발목을 잡아오는 손길에 지호가 멈칫했다. 미간을 더 구기며 아래를 보니 언제 때려눕혔는지도 모를 덩치 하나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지호의 발목을 잡고있었다.
“뭐야씨발?”
신경질적으로 발목을 잡고있는 손을 밟으며 덩치를 떼려던 지호에게 그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방심하고 있던 지호가 막 방어자세를 취하려던 순간 덩치의 억센 주먹이 지호의 배를 강타했다. 욱! 배 안쪽의 내장이 뒤틀리는 느낌에 지호가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떴다. 때리면 때렸지 맞은적은 별로 없던 지호가 오랜만에 느끼는 아픔에 주저않아 배를 감싸쥐었다.
“허억, 허억.. 씨발 생긴건 존나 저좀 먹어주세요~ 하는것같이 야하게 생겨가지고 싸움만 쓸데없이 잘해요, 십새끼가.”
덩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배를 감싸쥐고 있는 지호의 머리카락을 쥐어잡아 위로 올렸다. 눈을 마주치더니 곧 덩치가 두툼한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지호의 고개가 돌아갔다. 지호의 하얀 볼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우리가 씨발, 니새끼 조지는 날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
덩치가 지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좆까, 씨발놈아.”
퉷- 지호가 덩치의 얼굴에 침을 뱉고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덩치의 손을 빠르게 쳐냈다. 저 개씨발! 안그래도 험악한 인상을 더 험악하게 구기며 덩치가 옷 소매로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냈다. 아직 따끔따끔하니 부어오른 뺨과 저릿하게 아려오는 배를 쓰다듬으며 지호는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역시 도착할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는 지호에 걱정하는 경의 문자가 잔뜩 와 있었다. 아 많이 늦었네-. 나머지를 어떻게해야 빨리처리할수있을까, 하고 머리를 굴리던 지호가 그냥 다 죽사발 만들지뭐, 하는 결론을 내곤 뒤로 약간 주춤물러서서 욕만 내뱉고 있는 덩치중에 한명에게 달려들었다. 긴 다리로 배를 걷어차고 쓰러진 덩치의 위로 빠르게 올라가 멱살을 잡고 주먹을 여러번 날렸다.
당황하고 있던 한명이 정신을 차리고 지호에게 달려들려하자 지호가 멱살을 놓고는 빠르게 옆으로 비켜섰다.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나머지 한명의 눈치를 이리저리 보며 옆에 쓰러져 있는 덩치의 배를 한번 더 발로 짓이겼다. 확실하게 끝맺음을 한 지호가 자신의 얼굴으로 뻗어오는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무릎으로 복부를 가격했다. 우윽! 괴상한 소리를 내며 덩치가 배를감싸쥐고 바닥에 쓰러졌다. 지호가 그런 덩치를 벌레보는듯한 시선으로 등허리를 한번 발로 차주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처음 인원보다 한두명 부족한것이 쓰러져 있다가 정신없는 틈을 타서 도망친게 뻔했다. 한숨을 내쉰 지호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전화와 읽지않은 메세지가 수두룩했다. 아까보다 오랜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에라 씨발, 기분 조졌네..”
지호가 아직 따끔따끔하게 부어있는 뺨을 쓰다듬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기분좋기만 했던 봄바람이 차가워졌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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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게식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