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빠랑 헤어지고 아니, 정확하겐 이별을 하고 기차타고 서울로 올라갔어.
멍하니 창밖만 보면서 가는데 룸메 언니한테 전화가 왔음.
"여주야, 나 오늘 해외출장 발령받았어."
"어? 축하해!"
"고마워. 근데 문제가 나 해외출장을 2년 잡고 가거든? 장기프로젝트라.... 그래서 집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나 핸드폰 떨어뜨릴뻔
왜 안좋은 일은 한번에 덮친다고 하잖아?
팀장사건에, 오빠와의 이별에 이젠 언니까지....
"할 수 없지... 언제까지 빼야 하는데?"
"당장 다음달에 출장이야. 대신 언니가 방 구하는거 도와줄게. 진짜진짜 미안해."
"아니야.... 내가 언니랑 살면서 받은게 훨씬 많은데.... 괜찮아."
막막하더라.
회사는 스트레스고, 오빠랑은 헤어졌고 삶의 낙이던 뮤지컬에 대한 회의감에, 엄마에 대한 미안함에
울 기운도 안났어.
그냥 창 밖 보면서 멍때림.
다음 날 회사가서 사표냈어.
진짜 어렵게 취업한 곳인데 오빠랑 종대보면서 뭔가 잘못 살고 있단 생각이 더 우선적으로 들었거든.
나도 한때 선생님이 꿈이였던 적이 있었는데....(성적이 안돼서 포기했지만)
그래도 그 썩을 팀장놈 안 볼 생각하니까 후련하더라.
사표내고 언니랑 같이 빌라 알아봤어.
언니 인맥이 넓어서 그런가 깔끔하고 싼데로 금방 구해짐.
언니는 출장준비하고 나는 이사준비하고.
차라리 광주로 내려갈까 생각도 했는데 난 엄마 얼굴 똑바로 보면서 생활할 자신이 없었어.
언니는 나 이사하는것 까지 도와주고 출장을 떠남.
26살.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음.
옛 생각도 나고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구한 일자리는 학원강사였어.
그나마 제일 잘하는게 영어라서 영어학원강사ㅇㅇ
내가 맡은 반은 고등 전문반이라 평일에는 안가고 금토일에만 나갔어.
주중에 여유가 있어서 엄마한테 자주 내려가려구 일부러.
집구하고, 회사 때려치고, 새로 직장 구하고.
정신이 없어서 오빠 생각할 겨를도 솔직히 없었어.
첫 수업 마치고 광주 내려감.
우리 엄마는 나 대학 2학년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 분식집 운영하셔.
자식도 나 하나밖에 없어서. 우리 가족은 엄마랑 나 둘뿐이야.
"엄마! 나왔어!!"
"일년에 얼굴 몇번 볼까말까한 녀석이 요즘엔 하루가 멀다하고 내려오네."
ㅋㅋㅋㅋ 울엄마 츤데레 ㅋㅋㅋㅋ
엄마는 떡볶이 볶고 있었어.
"아잉 엄마, 나 떡볶이!!" 하면서 엄마 등뒤에서 꽉 안았어
"됐어 이년아. 얼른 가서 앞치마 입고와서 이거 니가 볶아."
"엄마, 나 차였다."
"뭐?"
엄마가 국자 딱 놓으면서 나 돌아봄.
"그 김준면인가 뭐시긴가 하는 자식이랑?"
"응. 헤어졌어. 한달? 전쯤."
"차였어? 찬게 아니고?"
"응. 차였어."
그말 듣고 엄마 나한테 꿀밤 먹였어ㅋㅋㅋㅋㅋ
"이년아, 헤어지더라도 니가 쿨하게 차야지. 왜 차이고 지랄이야 지랄이."
"힝..."
"이거 먹고 속풀어."
하면서 떡볶이 접시에 담아서 턱 하고 내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접시 가져와서 자리잡고 앉았어.
무심히 엄마 보다가 조리대 근처에 아빠 사진이 눈에 들어옴.
"엄마."
"왜."
"엄마는 어떻게 견뎠어?"
"뭘."
"아빠랑 이별한거... 어떻게 견뎠어?"
"견디긴 뭘 견뎌. 그냥 사는거지. 이러고 떡볶이 볶고, 튀김 튀기고, 만두 굽고 하다보면
남편이고 뭐고 생각할 시간이 어딨어."
"에이 거짓말. 아직도 저렇게 사진 놔두면서."
내 말에 엄마는 얼른 사진 치우면서 '자식이 못하는 말이 없어.' 이랬어 ㅋㅋㅋㅋ
귀여운 울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나 회사 때려쳤다."
"미쳤구나."
"응. 미쳤나봐. 근데 바로 직장 또 구했어."
"그래그래, 니는 열심히 돈벌어서 뮤지컬인가 뭐시긴가 보러 댕겨야지."
"학원 강사. 괜찮지?"
"니가 좋으면 엄마도 좋지."
"엄마, 엄마도 공연 볼래?"
"돼아쓰. 엄마는 아줌마라 그런거 보면 못써."
"아니야, 나 서울에서 공연볼때 엄마보다 훨씬 못생기고 뚱뚱한 아줌마들 단체로 공연보러 오는거 많이 봤는데?"
"그건 서울이니까 그런거고."
"광주에도 지방공연 많이 와."
"그런건 니나 봐."
"나 실은 엄마한테 데이트 신청 한건데.... 또 차였다."
그리고 엄마랑 나랑 마주보고 웃었어.
진짜 웃을수록 계속 웃음이 나서 나중엔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가게 일 도와주고 10시 넘어서야 문 닫았어.
엄마는 팔고 남은 분식이랑 소주 하나 가져왔음.
"이게 다 뭐래?"
"우리 딸 처음으로 차인 기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소."
소주 따고 한잔, 두잔, 엄마랑 마셨음.
"느그 아빠, 아직도 못잊었다."
"........ 알아."
"어찌 잊겠냐. 그래도 내가 사랑한 사람인데. 인간이라면 그정도 정은 있어도 괜찮은거야."
"........"
"그냥 있어 가만히. 잊혀지면 잊혀질 인연인가보다, 하구. 안잊혀지면 안잊혀질 인연인가부다.... 하면 되는거여."
"....... 엄마."
"므."
"사랑해."
엄마는 얼굴이 좀 붉어져서는 피식하고 웃었음ㅋㅋㅋ
"난 너 안사랑해. 착각하지 마시오."
"ㅋㅋㅋ 거짓말."
"닌 뮤지컬이나 좋아하잖아 자슥아."
"지금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 말하고 엄마 품에 안김
그제서야, 눈물이 났어.
오빠 얼굴.... 눈물이 많이 날수록 더 강하게 떠오르고.
마지막으로 입맞춰준 내 이마에 아직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고.
내가 다가가서 해준 짧은 입맞춤도.
오빠의 냄새도. 잡았던 손도. 나눴던 체온도.
눈물을 닦아주던 손길도. 아이같던 해맑은 웃음도.
안잊혀졌어.
내가 기억하는 건, 내 머리속에 내 몸에 남은건.
뮤지컬이 아니라.
그냥 김준면.
김준면 그 자체였어.
_
첫 월급 받은 걸로 뭘할까 고민하다가 〈김종욱찾기>예매함.
이젠 조금 외롭게 솔플을 하게됨.
종욱이는 기분전환으로 보려고 한건데 그게 첫사랑이 주제다 보니까 계속 오빠 생각남.
솔직히, 재미가 없었어.
굳이 작품이 재미가 없다기 보다 뮤지컬에 흥미가 확 떨어졌다 그래야하나.
암튼 기분이 싱숭생숭한게 좋지는 않았어.
3월 개학하고 학원도 바빠지기 시작했지.
이젠 뮤지컬도 안보고 열심히 일해서 돈 모았어.
학원 분위기 적응도 하고
학원은 늦게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니까 나랑 딱 맞고
매일 학생들 보니까 젊은 기 받아서 좋고, 애들 성적오르는 재미도 있고.
일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구나 란걸 많이 느꼈어.
선순환의 고리를 탄다고 해야하나?
열정 - 노력 - 좋은결과 - 기쁨 다시 열정, 이렇게ㅋㅋㅋㅋ
관심도 없던 수능 디데이를 챙기게 되고 한달 남짓 남겨놓고는 고3들은 다 학원 끊잖아.
수업 마지막 날에 찹쌀떡 돌리고 초콜릿도 돌리고
수능 끝나면 밥사주겠다고 약속하고 아이들 가는데 엄청 뿌듯뿌듯ㅋㅋㅋㅋ
우리 학원에 오빠학교 학생도 있었는데 난 신경 안쓰는 척 했어.
그래서 일부러 수능 응원도 여고로 갔지.
새벽에 교문앞에 유자차랑 사탕이랑 준비하고 있었음.
근데 저기서 익숙한 얼굴이.....
오빠였어.
수능 감독은 이 학교로 왔나봐.
못 본 사이에 살도 많이 빠지고 해쓱해진게 느껴져서......
가슴이 아프더라.
잠시 애들한테 간식 맡기고 오빠한테 갔어.
"준면오빠,"
내 목소리에 놀랐음
"이거,"
귤이랑 사탕이랑 건네줬어.
그리고 유자차 담은 조그만 보온병도.
"고마워."
"감독 열심히 봐."
내 말에 씨익 웃으면서 교문안으로 들어감.
여전히 웃는건 아이같고 예뻤음.
학생들 수능 결과 나오고 학원가에서도 정시입시 설명회나 논술 준비로 다시 바빠졌어.
그렇게 해가 또 바뀌더라.
1월. 오빠랑 나랑 헤어진지 1년째.
하나둘, 정시합격에서 추가합격자 까지 발표되면서 아이들과 같이 기뻐하고
나 대학 붙었을 때 보다 더 행복했음ㅋㅋㅋㅋㅋㅋ
2월이 되고, 난 11월, 수능날 봤던 오빠얼굴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박혀있었음.
입시 다 끝나고 학원에서 휴가받고 집에서 쉬고있는데 전화가 왔어,
"여보세요?"
"...어? 번호 아직 안바꿨네?"
종대였어.
"종대야?"
"응! 나..... 형이랑 헤어진지 오래됐는데 전화해서 놀랬지."
"응... 좀."
"근데 이건 형수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꼭 해야할 말이라서."
말단 스태프에서 그래도 조연출 정도로 승진했다 그래야하나...."
"와 정말? 축하해!!"
"응. 너가 나 힘들게 일할때 몇번 찾아와주고 응원해줘서. 고마워서."
"아니야... 당연한거지 그건."
"우리 작품 곧 있음 첫공해. 초대권 보내줄테니까 꼭 와줘, 알겠지?"
"당연하지!! 정말 축하해!!"
오빠와의 부재동안 내가 새로운걸 경험하고 자랐듯이 종대도 노력 많이 했겠구나란 생각 들고
정말 진심으로 기뻤어.
그러고 보니 그렇게 좋아하던 뮤지컬도 안본지가 일년이더라.
안봐도, 아무렇지도 않았어. 오히려 더 행복했다면 행복했지.
뮤지컬이 내 인생의 전부인 것 처럼 살 필요가 없었더라고.
종대가 올린다고 한 작품은 〈번지점프를 하다>였음.
벌써 삼연이더라....
오빠랑 나랑 같이 봤을 때는 초연이였는데.
장소는 연강홀.
입구에 피아노 보는데 또 울컥함.
그 동영상 아직도 내 폰에 저장되어 있는데....
표 받고 자리 앉아 있었어.
무대는 깜깜하고 오케스트라는 음 조절하고 있고. 어셔들도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고.
[오빠는 나랑 헤어져서 다음생에 다시 만나도 나 알아 볼 수 있어?]
[난 너랑 안헤어질건데.]
그 때 생각 나서 피식 웃었다.
벌써 우리가 이별한지 1년도 더 지났는데....
아직 왜 오빠랑 함께한 추억은 이렇게 한글자도 안빠져먹고 생생한지 ㅋㅋㅋㅋ
오랜만에 와본 공연장 냄새도 좋고 반갑고 종대 작품이라는게 기대되기도 해서
눈감고 천천히 호흡했어.
"이거 드실래요?"
누가 날 깨움.
눈 떠보니 호올스 레몬맛.
아차 싶어서 얼른 옆에 봤는데.
"이거 좋아하신다고 그러셨잖아요."
준면오빠였어.
오빠가 건넨 호올스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공연 시작함.
〈번지점프를 하다>
초연때랑은 좀 다른 느낌으로 슬펐어.
내 옆에 앉아있는 분과의 추억도 겹치면서 1막도 울고 2막도 울고.....ㅋㅋ
노래도 너무 잔잔하고 가슴을 후벼팠음.
달라진 연출 중에 좋은 부분은 종대가 했겠거니 하고 속으로 칭찬해줌.
공연 끝나고 난 기립박수 쳐줬어.
공연으로 진심으로 카타르시스 느낀거..... 이게 처음이였음.
사람들 다 퇴장 할 때까지 우리 둘은 자리에 멍하게 앉아있었어.
그렇게 서로 눈치만 보다가 같이 연강홀 빠져나왔어.
로비에 앉아있다가 오빠가 먼저 말 건넴
"우리 어디로 좀 갈래?"
오랜만에 오빠 차 탔어.
다행인지 바뀐건 하나도 없었음.
"그대로다.... 전부."
"응. 시간만 지났어."
시간만 지났다, 그대로다, 이 말이 무슨 뜻을 암시하는 건지.
우리는 말없이 다 이해하고 있었어.
한적한곳에 차 대고 그냥 그렇게 있었어.
"지난 일년은 어떻게 지냈어?"
"음.... 좀 많은 일이 있었어."
"이사 갔더라."
"응. 같이 살던 언니가 해외출장을 간대서.., 어쩔 수 없이."
"야,"
"응"
"보고싶었어."
"....."
"전화 기다렸어."
"...,"
"오랜만."
"바빴어."
"그렇게 지나간 1년은 네게 어땠는데?"
".... 행복. 새로운 삶."
"다행이네."
"오빠는?"
"그리움."
"...."
"공연도 재미가 없고. 우리반 애들밖에 의지할 데가 없어서 매일 학교 갔어. 거의."
".........응."
"진짜 미치겠는게. 난 널 지울수가 없었어.
생식세포분열 설명하는데 학생들이 묻는거야, 아기는 어떻게 생기냐고.
이미 알거 다 아는 사내새끼들이."
"재밌네."
"근데 거기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어.
네 생각 나서.
너랑 나누던 온기, 살결, 숨. 하나하나 내 몸이 다 기억하고 있어서. 말을 할수가 없었어."
나도. 그리웠어, 준면오빠.
차마 말하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대답했어.
"여주야,"
".....응."
"난 정말 너 없이 사는 방법을 도무지 모르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오빠.
내 마음 들킨 것 같아서 괜히 말 돌렸어.
"나 직장 나왔어. 최근엔 학원 강사로 일해."
"그 팀장때문에?"
"그것도 있고. 그냥 일이 재미가 없어서."
"멋지다."
"그렇게 새로 시작한 일이, 너무 행복했어.
공연은 자연스럽게 안보게 됐어. 꼭 그게 아니라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걸. 1년을 통해 배웠어."
"....그랬구나."
"오빠,"
"응."
"고마워. 진심으로."
내 말에 오빠는 또 머리 쓰담쓰담 해줌.
"여전히 귀여운데. 지금은 애기란 말 못하겠다. 어른이야."
"오빠 덕분이지."
그리고 마주보고 웃었어.
굳이 말로 안해도. 다 알겠는 기분.
우린 뮤지컬 때문에 서로를 좋아한게 아니라
그냥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우리의 사랑의 이유였다는 것.
1년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였어.
그렇게 헤어지고 난 다음 굳이 연락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어.
하지만 난 번점 회전문을 다시 돌기 시작했지.
초대권 있으면 그걸로 보고 없으면 내 돈 내서 보고.
엠디도 싹싹 다 사서 모았어.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ㅋㅋㅋ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준면 오빠도 자주 마주쳤지.
우린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같은 작품을 회전문을 돌고 있었어.
처음 만났던 상황처럼.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서로 극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평을 내리고.
그냥 딱 그정도 선에서.
우리 둘 다 그 선을 넘어가지 않았어.
그래도.... 오빠가 내게 준 호올스는 안먹고 잘 보관했어.
번점 막공날, 캐슷이 필미얀(강필석, 전미도, 이재균 배우 캐스팅의 준말)이였어.
우리가 번점 초연 봤을때 캐스팅.
그 때 헤어지지 않겠다 다짐한 커플은 이미 이별을 겪고 다시 만난 상황이였는데.
저 배우들은 초연, 재연에 이어 삼연까지 한결같이 출연하더라.
부러웠지... 솔직히.
막공 끝나고 무대인사를 하는데
종대가 진행 맡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미얀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도 다 한마디씩 하고. 종대가 스태프 대표해서 소감 말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정인우(강필석)가 번점 마지막 내레이션으로 무대인사는 끝남.
- 몇 번을 죽고 다시 태어난대도,
결국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 뿐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지녔기 때문이라죠.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레이션 끝나자 마자 눈물이 또 터짐.
근데 쪽팔려서 사람들 나가는 중에 난 고개숙이고 있었음.
숨죽이고 눈물 삼켰어.
좀 진정이 되고, 사람들 발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공연장.
누가 내 손 꼭 잡고 가슴에 안아줬어.
바로 알았지.
아, 준면오빠.
예전처럼 머리 부드럽게 쓸어주고 토닥토닥.
원래 공연장에 남아있으면 안되는데 종대가 배려해준듯ㅋㅋㅋ
난 얼른 눈물 훔치고 나서 올려다봄.
여전히, 오빠는 멋있어.
"여주야,"
"......."
"사랑해."
".........."
"널, 사랑할 수 밖에 없어서. 널 사랑해."
"....."
"안 헤어질거라고, 그 말 한거 잊었어?"
"......"
"다시 만나 사랑할거라고. 나 김준면은 너를."
"......"
"그렇게 널 사랑해."
그리고 키스했어.
진하게는 아니지만, 적당히 달콤하고 적당히 씁쓸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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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얼말럽 (퓨어/화산송이/낯선이/작가님사랑합니다/봄내음/잭프로스트/슈이♥/현수레기)
주말에만 시간되는 작가는 이렇게 또 주말에 폭풍 연재하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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