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이야. 나 찬열이 형이랑 결혼 해야겠어. 어제 아침을 먹고 와서 이걸 못 먹은 게 한이다. 꿀밤을 한 대 맞고 나자 녀석은 조용히 숟가락질을 한다. 그가 아침을 차리기 시작한 뒤로 아침은 먹지 않는다. 집 안에 있는 빵이나 과자 등으로 대충 끼니를 떼우거나 생각이 깊어지는 날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녀석은 신나게 밥을 퍼먹더니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입모양으로 말한다. 뭐. 녀석은 말없이 수저를 내민다. 아침 안 먹어. 식탁에 앉았는데 밥을 먹어야지. 나 혼자 먹으니까 맛도 없고 불편해. 녀석에게 밥 먹을 때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며 식탁에 앉으라고 강요한 사람은 너고 지금까지 혼자 매우 맛있게 잘 먹었으며 전혀 불편해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주려했지만 녀석은 더 능글거릴 것이 분명하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하며 말한다. 먹고 설거지 해 놔. ㅡ 날씨는 덥고 할 것은 없다. 녀석도 나도 더위에는 젬병이다. 방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방은 데워진지 오래다. 아무래도 내 방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건 그의 계략인듯 하다. 그는 내가 방에만 있는 걸 매우 싫어한다. 선풍기도 없는 것을 보면 내 추측이 확실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에게 덥다는 것을 말할 일은 절대 없다. 녀석은 내 옆에 앉으려다 눈치를 보고는 바닥에 앉는다. 그리고 재밌지도 않고 소리만 시끄러운 개그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본다. 되도 않는 말장난. 싫다. 녀석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뒤로 넘어가면서 신나게 웃는다. 저게 재밌냐. 아무것도 안 하면 슬픈 생각을 하게 되니까. 말을 마친 녀석은 방청객들의 웃음소리에 맞춰 또 다시 웃는다. 녀석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 그렇지만 웃음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딴 거 안 틀면 나 들어간다. 협박조로 말하니 녀석이 삐친 척을 하며 채널을 한 칸씩 올린다. 그러다 뉴스가 나오고 녀석은 시발이라는 욕과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2명 사망. 리모컨을 들어 전원을 누른다. 집 안은 적막에 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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