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인간은 딱 질색이라니까, 항상 저들 멋대로야…"
"멋대로 나타났으면서 갈때도 멋대로 가? 괘씸한 인간. …이젠 내가 널 찾으러 간다. 어디에 있던, 꼭"
"나 봐봐 김성규, …창피하긴한데, 지금 무지 기쁘다."
"다 꿈이겠지 그래, 말도 안되지 드래곤이라니…"
"꿈주제에 생생하고 난리야, 자꾸 생각나게…"
"…우현, 씨…? 어째서… 왜 당신이 여기있어요? 이거도 꿈인가…?"
*** *** ***
붉게 물들었던 하늘이 노을과 같이 변하여 하루를 끝내가기 시작했다.
저의 공간이, 성규와의 공간이, 망가져버렸다. 성규가 그토록 좋아하던 맑은 연못도, 항상 같이 지내던 동굴도 다 폐허가 됬었다.
우현이 성규앞에서는 보여주지않던 인간의 모습으로 천천히 한 발자국 씩 딛였다.
"김성규."
"…"
"성규야,"
축 늘어져 힘하나 없는 성규의 몸을 들어올렸다. 굳게 감긴 눈커풀은 들어올려질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멍청한 인간이, 무슨 힘이있다고 끼어들어서는…
우현이 한 참을 성규를 바라보고 있던 찰나, 성규의 몸이 밝게 빛나며 사그라지듯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것마저 나한텐 허락되지 않는거냐…"
성규를 품에 꼭 안은 우현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 허공에서조차 손을 떼지못하였다.
조용한 눈물 한 방울이 폐허가 된 땅을 적셨다.
"이래서 인간은 딱 질색이라니까, 항상 저들 멋대로야…"
*** *** ***
차게 들어오는 바람에 성규가 오한을 느끼고 눈을 떴다. 으음… 아, 맞다! 우현씨?!
성규의 외침이 웃기게도 방모서리를 타고 사라졌다.
"내 방…?"
시계를 보니 6시 9분, 때마침 문 밖에서는 엄마가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규는 알 수 없는 공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고작 꿈인데… 왜 우는거야,
혼잣말을 내뱉으며 소매로 눈가를 벅벅 문질렀다. '고작' 꿈 따위가 아닌 생생한 느낌에 성규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김성규! 지각하겠다!
"다 꿈이겠지 그래, 말도 안되지 드래곤이라니…"
짜증이 서려있는 엄마의 외침으로 성규는 애써 웃으며 '평소'와 다름 없는 생활을 시작했다.
'평소'와 다름 없었지만, 뭔가… 낯설었다.
*** *** ***
우현은 드래곤의 모습을 한 채 그릉그릉 앓았다. 평소에는 겁을 먹어 다가오지도 못하던 엘프들이 우현의 주변을 맴돌았다.
우현은 성규의 생각에 신경 조차 쓰지 않았다. 고작 인간때문에… 김성규, 다시 만나면 발톱으로 찢어버릴테다.
맘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던 우현이 어제의 전쟁을 감쪽같이 감춘 청명한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다 보았다.
"드래곤 중에서도 최고인 내가,"
'우현님…'
"한낱 인간에게 빠질 줄이야."
'…'
"내가 졌다, 김성규…
멋대로 나타났으면서 갈때도 멋대로 가? 괘씸한 인간. …이젠 내가 널 찾으러 간다. 어디에 있던, 꼭"
엘프들이 말없이 우현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항상 긍지높고 용맹하고, 붉은 빛으로 아름답게 빛났었는데 지금의 우현은 쓸쓸해보였다.
*** *** ***
원래 세계 아니, 꿈에서 깬 지 몇 일이 지나도 성규는 계속 레드 드래곤이 생각났다.
야속하기도 한 이름마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정체모를 열병을 앓아 끙끙대었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아무리 억지로 잠을 청해봐도 우현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꿈주제에 생생하고 난리야, 자꾸 생각나게…"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눈물에, 성규가 감추기라도 하듯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 *** ***
푹 자고 일어난 성규는 오랜만에 몸이 가벼워진 듯 했다. 어젯 밤 꿈을 꾼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가지 확실한건 우현이 나왔고, 우현도 저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내뱉는 우현이 흐려지 듯 잠에서 깼다.
"아! 김성규 바보! 그 타이밍에서 꿈을 깨냐…"
하긴, 뭘 더 알아봤자 어차피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겠지만…
오랜만에 학교갈 준비를 하는 성규의 손이 깊은 생각과는 달리 제법 빠릿했다.
"아침 안 먹고 가니?"
"생각 없어요, 미안 엄마."
열병을 앓았던 터라 살이 빠진 성규가 힘없는 웃음을 지으며 집을 나섰다.
이른 새벽이라 공기는 맑았다. 부지런한 새들은 일찍에 잠에서 깨어 지저귀며 성규의 머리위를 맴돌았다.
"어,"
제법 이른 시간에 등교한 성규라서 누가 있을거란 생각은 못했던터라 열려있는 교실에 성규는 잠깐 멈칫했다.
가방을 벗으며 성규가 앞문으로 들어섰을땐 먼저온 아이는 맨 뒷자리에서 뒷통수만 내보인채로 엎어져있었다.
괜히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 성규였다. 꿈꿨더니 머리가 굳었나, 시간표가 생각이 안나네.
교과서를 정리하며 사물함을 가려던 성규가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우현'
명찰엔 그렇게 새겨져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커진 성규가 입만 벙긋거렸다.
"…우리반에, 아니. 못보던, 얼굴… 전학생인가? 아니면…"
"…"
"…우현, 씨…? 어째서… 왜 당신이 여기있어요? 이거도 꿈인가…?"
"나도 모르겠어. 한가지 확실한건, 꿈은 아니야."
"…왜, 왜…!"
"내가 말했잖아. 너 꼭 찾을거라고"
아, 생각났다. 우현씨의 마지막 말. '김성규, 널 꼭 찾을게.'
책상을 양팔로 짚은채로 성규를 내려다본 우현이 성규를 지긋이 바라봤다.
당황해서 울먹거리면서도 웃는듯 아닌듯한 성규가. 제 눈앞에 있는 김성규가 진짜인가 싶어서,
제법 길게 내려와있는 성규의 앞머리가 성규의 고갯짓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린다.
"김성규."
"…우으."
뭐때문인지 울음을 참으려는 성규가 꽉 막힌 목소리로 대답도 못했다.
손등으로 눈가가 빨개질 만큼 비벼댔다.
우현은 그런 성규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아내렸다. 성규가 눈물이 잔뜩 맺혀 어른거리는 우현을 올려다보았다.
제대로… 제대로, 우현씨 얼굴 보고싶은데. 자꾸 흐려져서…
"나 봐봐 김성규, …창피하긴한데, 지금 무지 기쁘다."
"흑. 우현, 씨… 흐…."
"우현씨가 뭐야, 여기선"
우현아- 라고 해야지. 우현이 소리없이 웃었다.
성규의 눈에 잔뜩 맺혀있던 눈물이 줄기를 따라 흘러내리고, 우현의 웃는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찼다.
*** *** ***
어.. 음..... 이게 아닌데
일단 일가야되섴ㅋㅋㅋㅋㅋ수정은 나중에 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