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도 카르엘이야? "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
코를 찌르는 역겨운 냄새에 성재는 코를 움켜쥐고 뒤로 물러섰다.
반면 민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직접 시체를 들춰보기까지 한다.
이내 시체의 목 뒷편에서 두개의 구멍을 발견한 민혁이
아, 하고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맞네, 카르엘.
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고 여전히 코를 쥐고
멀리 떨어져 있는 성재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 쯧쯧, 넌 명색에 형사라는 놈이. 안 쪽팔리냐? "
" 아, 저는 뱀파이어 감식반에서는 이딴 거 안할 줄 알았죠!! "
입만 살아서는, 민혁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성재를 쳐다보곤 자켓을 집어들었다.
" 어? 대장님! 가실거에요? "
" 빨리 따라와 "
여전히 코를 움켜쥐며 성재는 민혁에게로 달려갔다.
너 언제 철들래, 그리고 내가 대장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하는 민혁의 잔소리에
성재는 히히하고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대장님이니까 대장님이라고 하는건데요 뭐,
" 아 진짜 이런 건 줄 알았으면 나 뱀파이어 감식반 안들어왔지 "
사무실에 들어서까지 투덜대는 성재의 입을 툭 쳐주고 민혁은 자리에 앉았다.
카르엘, 요새 카르엘이 말썽이다. 열흘 새에 벌써 두 명이나 죽었다.
대체 무슨 속셈인건가 그녀석들.
" 근데요 대장님. 카르엘인가 타르엘인가 뭐시기. 그거 요새 왜 난리래요? "
독심술 하나, 타이밍 죽이네. 딱 맞춰 묻는 성재의 질문에 민혁은
오소소 소름이 돋은 팔뚝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 카르엘, 걔네 뱀파이어 집단인건 아냐? "
" 에이, 당연하죠. 그래도 뱀파이어 감식반에서 일하는데. "
" 어이구, 잘나셨어요. "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잠잠하다가 갑자기 걔네 왜 그런데요?
뱀파이어 집단 중 가장 조용하고 법 잘 지키는 녀석들이 걔네 아니었어요? "
" 내 말이 그 말이다. 여기 있은지 10년동안 잠잠하다 열흘 새에 이렇게 두 번이나 터지냐.
내 생각엔 아마 걔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박수를 치며 방정을 떠는 성재에게
아 시끄럽다 , 하며 민혁은 손사래를 쳤다.
때는 1700년 전 , 한 땐 뱀파이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 있었다.
인간들은 뱀파이어를 그저 조금 다른 특성이 있는 인간이라 생각했고,
뱀파이어 역시 인간의 피는 절대 먹지 않고 오직 가축의 피만 먹으며
인간에게 적대심 따윈 없이 한 종족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중세 전반에 걸쳐 전염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을 때
사람들은 전염병을 퍼뜨려 인간을 종말로 이끌게 하려는 속셈이라며
마녀와 더불어 뱀파이어까지 처형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죄없는 뱀파이어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고,
살아남은 소수의 뱀파이어는 인간에 대한 깊은 증오와 적대심을 품은 채 도망쳤다.
그 후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며 거리 곳곳에 시체가 널부러져 있는 건 다반사였다.
뱀파이어들은 사정없이 인간을 물어뜯었고 인간들 역시 그런 뱀파이어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했다.
하지만 더욱더 강해지는 뱀파이어들의 힘과 수많은 인명피해에
인간 쪽에서 먼저 협정을 요청했고
뱀파이어들 역시 점점 지쳐갔기에 협정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 협정을 맺은지 200여 년 이 지난 지금 21세기.
뱀파이어와 인간은 다른 종족으로 분리해 의료 기관, 교육 기관까지 나누어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인간이면서도 뱀파이어로 신분을 속여
생활하거나 뱀파이어이나 인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을 구별하는 뱀파이어 감식반이 생겨났다.
" 아으 진짜 나는 여기 들어오면 편하게 일할 줄 알았는데
맨날 시체 썩는 냄새만 맡고 이게 뭐야 "
성재는 펜을 돌리며 입을 삐죽였다.
그냥 사무처리만 하는 덴 줄 알았지, 이런 덴 줄 알았남.
뱀파이어 감식반에 들어온지 이제 3개월. 3개월만에 아니 열흘만에
벌써 두 건이나 살인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뱀파이어의 소행이란다.
머리아파, 짜증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성재는 책상에 엎드렸다.
" 야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임마. "
누구야, 등을 치는 손길에 성재는 짜증을 내며 손을 내저었다.
" 일어나라고!! "
딱, 민혁이 꿀밤을 때리자 성재가 아! 하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났다.
" 아 왜요!!! "
"아 왜요? 근무시간에 자 놓고 아 왜요? "
" 아니..."
다시 손을 치켜드는 민혁에 성재는 몸을 움츠린다. 아, 말로해요 말로.
" 너 할 일 생겼다. 카르엘. 스파이 좀 해라. "
뱀파이어 물 ㅜㅜㅜㅜ조아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