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형. 딴남자랑 자니까 좋았어요?
세훈의 말에 급격히 굳어진 루한의 표정. 뭐? 너 뭐라했어? 루한이 표정을 구긴채 말하자 세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몸굴리니까 좋냐고.
'너…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애인도 있는 주제에 몸 굴리고온게 누군데!!!'
그리 아프지도 약하지도 않은 강도로 루한을 밀친 세훈. 하지만 갑작스레 밀쳐짐에 중심을 잡지못하고 넘어져버렸다.
넘어질거라 예상치못했는지 당황하던 세훈은 이내 다시 화가난 표정으로 돌아와있었다. …세훈….
'왜, 내가 안박아주니까. 발정났어? 어?! 씨발, 나 그럼 왜 사랑한다 했냐?'
분노에 찬 세훈의 목소리에 루한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세훈을 쳐다보았지만 세훈은 그런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욕을 중얼거렸다.
'세ㅎ…' '씨발, 그냥. 우리 헤어져요. 형. 난 걸레아닌 사람만나고. 형은 몸대주고 살아요. 아니다, 죽어. 그냥.'
그러고 세훈은 루한과 같이 살던 집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루한은 바닥에 덩그러니 혼자 주저앉아 멍한체 시선을 허공에 두었다.
두 맑은 눈동자속에서는 상처받았다라는 감정이 섞이자 불투명해진다. 그러고선 물방울이 한방울, 두방울. 넘쳐 흘러내렸다.
내가…못 믿어웠던거야…? 그런거야…? 어째서? 우리 사랑했잖아. 근데 믿을 수는 없는거야?
'하…하하…'
아무감정없이 웃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선 세훈과 자신이 지내던 방안에서 외투를 들고 나와서는 세훈이 박차고 나간 문을 열어 자신 또한 그 공간을 나갔다.
***
오세훈, 너 도라이냐?
자신의 친구 종인의 말에 세훈은 손에서 맴돌던 술잔이 깨졌다.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난 유리들의 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지다가 세훈의 볼을 스쳐지나갔다.
새빨간 피가 주르륵 하고 흘러내리자 종인은 놀란 눈으로 세훈을 쳐다봤다.
"너…정말… 루한형이 몸대줬다고 생각해?"
종인의 물음에 세훈의 깨진 잔에 향해있던 눈은 종인에게로 향했다. 그럼,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해야하는데?
세훈의 물기젖은 목소리에 종인은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말했다.
"루한형… 그럴사람 아닌거… 누구보다 니가 잘 알잖아. 다른 사람은 못믿어줘도 넌 믿어줘야 하는거잖아."
그 말이 끝나자 세훈의 고개를 떨구어졌다. 다 맞는 말이였다. 다른사람들이 루한을 믿지 않더라도 자신은 루한을 믿어야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을한 루한을 믿어줘야했다. 하지만 오해로 뒤덮힌 진실따위 보지않았던 세훈에게는 그저 연기로 보일뿐이였다. 종인의 말에 세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갔다.
"이럴거면서… 저새끼…."
***
세훈은 루한에게 얼른 사과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집으로 향했다. 어떻게 멀쩡히 집에 도착한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관문을 열어 재끼고 들어갔다.
하지만 반겨주는건 싸늘한 공기속 아주 미세한 음식냄새. 그 냄새를 따라가자 부엌에는 보통 세훈이 술먹는날처럼 해장할 것들이 차려져있었다. 자신은 그렇게 모진말을 내뱉었는데 루한은 술을 먹고 들어올 자신을 위해 차려줬다는것에 감동이였는지 코가 아려오는것을 느꼈다. 세훈의 눈에 들어오는것은 하늘빛의 메모지. 그안에는 루한의 서툰 한글을 쓴 글씨체가 보이자 세훈은 그것을 손에 들었다. 눈에 보이는 글자들은 ' 세훈, 믿지 못하게해서 내가…미안해. 이젠 안녕'.
"…."
그 쪽지의 내용을 보자마자 부엌을 나와 온 집안을 뒤졌다. 하지만 루한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째서일까. 왜 자신의 눈앞에는 해장하라며 환하게 웃어줘야할 루한이 없는것일까. 모질게 말한 자신이 미워졌다. 코가 아려오던것은 그세 눈물이 그것을 무마해주고선 흘러내렸다. 세훈은 마지막으로 가지 않은 곳으로 갔다. 이 집안에서 가장 자신과 루한의 추억이 존재하는곳. 그들의 방보다 추억이 더 많은곳. 그곳은 바로 세훈과 루한이 키우던 장미 정원. 정원의 중심. 항상 루한과 세훈이 티타임으로 즐겼던 탁자가 눈에 보였다. 그곳에는 루한이 엎드려있었다. 세훈은 루한을 발견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안도했던 가슴이 다시 불안전하게 뛰기 시작한다. …루한의 주위는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형…?" "…."
세훈의 부름에 루한은 고개를 들었고 밝게웃었다. 어느때보다도 밝게. 세훈…늦었네. 루한의 안부에 세훈은 루한에게로 다가갔다.
세훈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루한의 손목은 이미 피투성이지도 못해 살덩이가 그저 갈기 갈기 찢어져있었다.
"세훈… 다쳤어…? 안아파…?"
루한의 걱정에 세훈은 루한의 앞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루한은 그의 볼을 감싸며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세훈은 루한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 울었다. 형,형.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니까…병원가자… 응?
"… 왜 미안해… 내가 미안해. 세훈, 못믿게 한건 나잖아. " "…형, 병원가자. 응? 가자… 얼른. 나 불안해 죽겠어. 어? "
그의 말에 루한은 고개를 저었다. 안가도돼.이제…. 정신이 흐릿해져오자 루한은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세훈은 눈을 크게뜨며 여신히 안된다는 말을 내뱉었다. 형, 그러지마.어? 내가 잘못했어. 우는모습을 본 루한은 희미해져가는 정신으로 난도질된쪽의 팔로 그를 끌어안았다.
"나 어디안가,세훈. 그냥 잠시 잘게. 그러니까…울지마. 아파,내가. 응? 나 잠시 자고 일어나서 우리 놀러가자. 어디가 좋을까?"
아무렇지않게 말하는 그에 세훈은 눈물범벅인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세훈에게 싱긋 웃어주고서 세훈의 눈에 입술을 맞대고 그다음 코,볼…마지막으로 세훈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대었다. 그와동시에 루한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씁슬하고도 달콤한 그들의 마지막 키스였다. 그뒤로 루한은 뭐라 중얼거린고서 세훈에게 웃어주고선 눈을 감았다.
"형…? 눈…눈 좀 떠봐!!! 형, 자면 안돼. 응? 형!!! … 나 혼자 두지마.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이제 안그럴게. 나 원하는만큼 때려. 어? 눈 좀… 떠봐…."
루한을 끌어안은채 오열하는 세훈을 위로라도 하듯 부드러운 바람이 그들곁을 맴돌았다.바람에 의해 꽃잎들은 살랑살랑 흔들리며 날아와 그들 곁에 내려앉았다. 마지막이였다. 모든것이 마지막이였다. 아니, 마지막이여야했다.
***
'세훈아! 이거봐! 장미들이 예쁘게 폈어!'
'아, 오세훈. 너 진짜…… 뽀뽀해줘!!'
'졸업 축하해. 이제 취직해야겠네~'
'아, 변태! 오세훈. 너 접근금지.'
'아… 너, 질투지.'
'세훈아, 사랑해'
그대와의 짧은 인연은 달콤했었습니다. 그대와의 짧은 시간은 황홀했습니다. 그대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대에게 가고싶어요. 하지만 그대는 오지마라했죠. 하지만 제가 당신의 말을 듣는 착한남자는 아니라서요. 기다려요. 나도 갈테이니. 다, 내잘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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