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아저씨,아저씨 w.큰코가 지코 |
[다각/피코] 아저씨,아저씨 w.큰코가 지코
날 보면 항상 웃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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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 수험생 애인을 위해 학교까지 도중에 째고 나랑 경이를 끌고 선물가게들을 돌아다니는 유권. 내일이 사귄지 2년이 되는 날이라 특별하게 챙겨주고 싶다나 뭐라나. 다 좋다- 다 좋은데 왜 우리 둘까지 끌고 나오냐고.
"민혁이형은 바쁘니까 내가 챙겨줘야지. 그래서 말인데, 선물로 뭐가 좋을까?" "아무거나 사‥"
까지 말한 경이 유권의 무서운 정색 표정을 보곤 황급히 '‥면 안돼지!암, 안돼고 말고!'를 덧붙인다. 남의 애인 선물을 고르는데 흥미로워 할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고로 나도 그냥 손에 잡히는 거 아무거나 집어 유권에게 보여주었다.
"…지호야."
허탈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유권에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손에 들린 걸 봐보니, 바니걸 코스프레 용품이었다. 이런 옘병할 선물가게.
- "아직도 곡 작업 안 끝났냐?" "어, 그리고 시작한지도 얼마 안됐어." "그래도, 우리 지호 얼굴 상해서 어떡해∼"
심히 과장되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는 박경 자식의 머리에 딱밤을 놓아주었다. 토나와, 임마.
"아파! 가뜩이나 손도 매운게…근데 좀 쉬엄쉬엄 해라. 너 진짜 야윈 것 같아."
쉬엄쉬엄 하란 경의 말에 난 왜 문득 아저씨가 떠오른 걸까.
"‥야." "왜." "요즘, 나 이상해. 미친 것 같아." "넌 항상 미쳤었어, 미친 놈아." "개새..아오, 말을 말자."
그러면서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거리는 지호.
"‥그냥 그 사람 앞에만 서면 많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 "그 사람? 누구?" "‥있어, 그런 사람."
저럴 거면 말을 꺼내질 말던가, 저 미친 놈. 중얼거리는 경에게 그저 닥쳐- 한마디만 하는 지호였다.
***
2학년, 우지호. 이 두가지 만으로 아주 쉽게 그의 반을 알아낼 수 있었다. 2학년 5반, 우지호라. 무슨 깡인진 몰라도 무작정 그의 반을 찾아갔다. 그리고 보았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를. 비록 옆 모습이었지만 또다시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넋을 잃었다. 미치겠다, 정말.
그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다 또 한번 나와 눈이 마주쳤다. 계획된 운명이라 해야 하나, 어쨌든- 그는 나를 보자 똥씹은 표정이었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할까. 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건데. 히죽- 웃으며 우지호에게 인사를 건넸더니, 그는 내게 인사 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선사해주었다.
'1학년 4반, 표지훈이예요.'
되도록이면 크게 크게 입모양으로 말했더니, 그 역시 입모양으로 '어쩌라고'란다. 아, 저 까칠한 것도 매력. 진짜 어느 것 하나 안 빠지는게 없어, 우지호는.
'또 올게요.'
아쉽게도 종이 울려 어쩔 수 없이 손을 흔들고선 1학년 층으로 내려가는 지훈. 지호는 뭐 저런게 다 있나 싶다가도 미친 놈 답지 않게 웃는 것 하난 귀여웠다.…아,시발. 나도 점점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괴감에 빠져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토닥거려주는 박경 자식.
"안 그래도 머리숱 얼마 없어 보여, 우지호." "그래, 이 씨발놈아. 오늘 니 머리털 나한테 기부 좀 해봐, 씨발."
죄라곤 토닥거려주면서 진심 어린 걱정을 해준 죄밖에 없는 경이는 그렇게 지호에게 머리털을 한 웅큼 뽑히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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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앞이야. 오늘은 아이스크림이니까, 녹지 않도록 달려와! -아저씨]
답장을 썼다 지웠다를 몇 번 반복하다 그냥 네- 짧게 보내고선 얼른 가방을 챙겨 교문으로 향했다. 아저씨가 차 옆에 서 있고,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모든 건 어제와 똑같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은, 오늘은 여태컷 살아오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
낯선 그 감정을 느낀다는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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