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열흘째, 아직 별다른 조짐은 없어보인다.
내가 이렇게 착하고 어리버리한 신입사원으로 보여도
나는 스파이라고.
혼자 중얼거리다 나도 모르게 책상을 쾅 쳤더니
옆자리 사원이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하하,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돌아앉았다.
음, 일단 내가 일주일동안 알아낸 걸 살펴보면
여기 사람들은 이주일에 한 번씩 회사 단체 회식을 가지는 것 같다.
불참하면 절대 안된다고 내게 강조했으니 아주 중요한거겠지.
어쩌면 그 자리에 나가면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얘네 속셈이 대체 뭔지.
아, 근데 겨우 말단 신입사원으로 있으면서
뭘 어떻게 캐내라는거야. 짜증나네.
아맞다, 그리고 회장 옆에 왼팔, 오른팔이 있단다.
이름이 뭐래더라...제이? 제이였나. 제이랑...누구더라.
이 사람들이 중요하겠지. 이 사람들을 캐내야 되는건가.
우리 팀 사람들은 좋은 것 같은데 속을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대리님은 맨날 웃고 계시는데 진짜 웃는건지도 모르겠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주위를 둘러보다 창섭씨와 눈이 마주쳤다.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창섭씨가 내게 손을 흔든다.
나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창섭씨는 원래 사람이 저렇게 바보같은건가.
음, 일단 오늘 회식이 있으니 거기 가서 최대한 많은 걸 알아오자.
좋아, 나 육성재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그럼 대장님도 이제 날 무시못하겠지.
" 자 오늘 회식 있는 거 잊지 않았죠.
늘 모이던 장소에서 7시까지 봅시다. "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비장한 마음으로 외투와 가방을 집어들고 심호흡을 했다.
한창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호주머니에서 띵, 하는 문자알람소리가 들려왔다.
또 대장님인가.
' 전화 '
역시, 이 시크함, 어디가.
그럼 이따 봐요 다들,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회사에서 나와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갔다.
" 네 "
" 어때 "
" 오늘 그거있어요, 뭔가 많이 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
" 그거? "
" 아 제가 어제 말씀드린 거 있잖아요. 대장님 치매예요? "
" 아, 그거. 이 자식이. 말버릇 봐라. 아주. "
" 아이, 저 가야되니까 일단 다녀와서 말씀드릴게요. "
" 그래, 너 지난번처럼 연락도 없이 안오기만 해봐. 그럼 진짜 "
" 아 알았어요. 저 가요, 끊어요! "
더 잔소리 듣기 전에 서둘러 종료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차, 녹음기 잘 되는지 확인해봐야지.
좀 구식이지만 이거라도 가져가야지.
가방에서 펜 모양의 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르고 아아, 마이크 테스트 라고 중얼거렸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네. 가자.
" 여보세요 "
" ...대장님 "
" 어, 어때, 뭐 좀 얻은 거 있냐? "
" ... "
" 여보세요? "
" ...얘네 "
" 왜 그래 임마. "
" ...미쳤어요. "
?????이거 왜이래요 글에 왜 저렇게 하얀색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