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냄새가 좋았어요!" 경수는 잔뜩 흥분하며 물 속을 돌아다녔다. 나는 수조 앞에 앉아 웃으며 그의 얘기를 들었다. "냄새보단 향기라는 단어를 쓰는 게 좋아요." "향기..아 향기라는 단어를 쓰는구나. 인간들은." "뭐 둘 다 쓰는 단어인데 좋은 냄새는 향기라고 많이들 말해요." 경수는 수조 끝에서부터 잠수를 해 어느새 내 앞으로 와있었다. 그가 물 속에서 나올때 튄 물들이 바닥에 흥건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머리가 길어요! 막 이렇게 풀고 다녀도 예쁜데....근데요. 선생님. 나는 머리를 묶은 게 좀 더 예쁜 것 같아요!" 경수는 자신의 가슴께로 손을 대며 머리길이를 설명했다. 나는 가슴께까지 오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며 경수의 얘기에 집중했다. 그리곤 가만히 그녀를 떠올렸다.
이 프로젝트의 수장을 맡고있는 박찬열의 동생.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그녀는 가끔씩 박찬열을 찾아와 이 실험실 안으로 들어왔다. 16살 답지않은 침착함과 여성스러움으로 연구원들은 크게 그녀를 터치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수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들어와 박찬열의 곁에서 이곳을 둘러보고 나가곤했다. 가만히 그녀를 떠올리다 경수를 보니 수조에 팔을 얹고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동조해주길 기다리는지 그의 눈빛은 환하게 빛났다. "음, 내 생각도 그래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해요?" "네! 확실히 찬열이 동생이 예쁘긴 하죠?" 웃으며 헤엄치던 경수가 일순간 행동을 멈췄다. 그리곤 나에게 와 물었다. "누구요?" "아까 여기 들어온 여자애요! 걔 박찬열 동생이에요!" 나는 일급비밀이라도 알려주는 것처럼 소곤거렸다. 경수는 내 말을 듣더니 커다란 꼬리로 수면을 내리쳤다. "어!"
"나가요!" 놀라 벌떡 일어난 내게 경수는 차갑게 쏘아붙이곤 물 속 깊이 사라졌다. *** "또 걔랑 있었어?" "응! 아 근데 경수 좀 화난 것 같았어." "화?" "응! 이제 사람의 감정을 익히는거는 좀 된 것 같지?" 경수가 물 속으로 사라지고 난 뒤 난 젖은 옷을 말리려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박찬열은 날 뒤에서 끌어안았다. "왜 화를 냈는데?" "아니 그냥 나는 너 동생 예쁘다고 칭찬한게 다인데?" 박찬열은 날 돌려세워 말했다. 그게 다야? "너 동생 머리 묶은 게 더 예쁘대. 막 머리가 가슴까지 오는 것까지 기억 하던데."
내 머리카락을 만지던 박찬열의 손길이 멈췄다. "경수 인간되면 너 동생 소개시켜줘야겠다!" 난 괜히 신나서 방방뛰며 박찬열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리고 걔가 아니라 경수야. 몇 번을 말하냐!" 항상 박찬열은 경수를 '걔, 쟤, 얘' 라고 불렀다. 그렇게 부를때마다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박찬열은 고칠 생각을 안했다.
"지금 편드냐?" 갑자기 정색을 하며 다가오는 박찬열에 당황했다. 아니... 내가 여러번 말 했잖아. 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박찬열을 밀어냈다. 괜히 어색해진 분위기에 나는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아 경수가 인간 나이로 치면 몇 살 정도지?" "한 24살 정도." "헐 범죄라고 알려줘야겠네." 박찬열 동생과의 나이를 계산하니 이건 이 세계에서 용서되지 않을 사건이었다. 나는 장난스럽게 몸을 떨며 웃었다. "경수랑 너무 붙어있지 마." "왜?" 다시 내 곁으로 온 박찬열은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괜히 간지러운 느낌에 웃으며 손을 빼자 박찬열을 손목을 잡았다. "그냥 넌 내 옆에 있는게 제일 어울리잖아." 순간 변한 박찬열의 눈빛에 난 당황했다. 어버버거리며 당황하자 박찬열은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야. 그제야 난 어색하게나마 웃을 수 있었다.
"근데 장난이 아닐 수도 있고." 박찬열은 차트를 들고 나가며 날 향해 웃어보였다. 그냥 순간 싸한 느낌에 난 잡혔던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너네 집 가서 같이 저녁 먹자. 아줌마 안 본지도 오래됐네." 자연스럽게 박찬열은 날 살짝 안았다가 놔주었다. *** "경수야아" 수조 앞에 서서 경수를 불러보지만 경수는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톡톡 수조를 쳐봐도 경수의 꼬리조차 보이질 않았다. "아~ 오늘은 그냥 가야겠다."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내며 발소리를 내자 물 속에서 작게 파도가 일렁거렸다. 나는 그 파도를 보며 더 크게 말했다. "오늘은 경수가 안 보이네~ 가서 쉬어야지!" 그제서야 물 속에서 경수가 나왔다. 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 인어임에도 불구하고 경수는 물이 코로 들어가 켁켁거렸다. "아이씨! 어디가요!" 경수는 손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날 째려봤다. 나는 크게 웃으며 가운에 있던 손수건으로 경수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어차피 물에 사는 인어지만 그래도. "어젠 왜 화내고 숨었어요?"
"아 몰라요." 내 물음에 경수는 수조에 등을 기댄 채 날 보지 않았다. 나는 젖은 경수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물었다. "찬열이 동생 좋아요?" "예?" 경수가 휙 몸을 뒤집으며 날 쳐다봤다. 순간 가까워진 거리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내 코앞에 있던 경수는 소리를 지르며 물 속으로 사라졌다. 난 괜히 머리를 매만지며 웃었다. "아이고.." 헛기침을 해대며 나는 차트를 챙겼다. "이따 다시 올게요!" 빨리 이 공간에서 나가고 싶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거울 속 빨개진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난 호들갑을 떨었다. "미쳤네. 미쳤어. 돌았네. 돌았어." "뭐가 미치고 돌아?"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뒤를 돌자 의자에 앉아 날 쳐다보는 박찬열이 보였다. "어?" "뭐가 미치고 돌았냐고." 나는 눈 둘 곳을 헤매며 박찬열에게 다가갔다. "아니 그냥 아 뭐 별건 아니야!" 웃으며 박찬열의 어깨를 때리던 나는 박찬열의 책상에 놓인 모니터에 시선이 꽂혔다. 아홉개로 나뉜 화면은 모두 경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제야 난 실험실 속 감시카메라가 생각났다. "그냥 그냥 어쩌다가 그런거야. 그냥. 그래! 그냥이야. 그냥."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지 감이 오지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그냥' 이라는 단어만 둥둥 떠다녔다. 여기서 무엇을 말하든 분위기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바람이라도 피다 걸린 기분이었다. 화면 속에선 안절부절 못하며 물 속을 헤엄치는 경수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간지러운데 고개를 조금만 돌려서 박찬열을 보면 내 마음은 두려워졌다.
"너 지금 쟤랑 뭐했냐?" 박찬열이 자신에게로 날 끌어당기며 물었다. 박찬열의 표정은 한껏 굳어있었다. ------------------------------------------------- 이건 또 뭐야? 싶죠? 저도 이건 뭔가 싶습니다. 진짜 단순하게 쓰고 싶었는데 갱~~~장히 길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건 무조건 완결 낼거니까 걱정 마세여(새침)
걍 떡밥만 잔뜩 던져놨는데 이게 어떻게 갈지 모르겠네여. 공지에 퓨어한거 들고 온다고 했는데;;;ㅎ퓨어하진 않을 것 같고ㅎ;;;;;;;;;;;;;;;;;;;;;;;;;;;;;;;;;;;,; 경수랑 있을땐 로맨스인데 박찬열이랑 있으면 뭔가 호러같고;;;;스릴러 같은;;;;;;;;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