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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IGHTER








[워너원/옹성우]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 인스티즈


Guilty Pleasure


나를 혼내줘요, 아름다운 얼굴로.








“이번에 들어온 신입, 되게 괜찮지 않아?”

“괜찮은 걸 넘어서 너무 좋지.”




잘생겼지. 매너 좋지. 일 잘해. 내가 지금까지 본 신입 중에선 상위 퍼센트일 걸. 옆에서 김 대리님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나 진짜 옹 사원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내가 진즉에 결혼을 하고도 남았을 텐데. 그를 향해 아쉬워 하는 소리가 난무했다. 처음에 우리 팀에 들어와서 좋다고 하더니, 칭찬을 입이 닳을 정도로 해댔다. 그 다음은 이제 제 꺼가 아니라 아쉽다는 소리라니. 뻔하디 뻔한 레파토리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여자친구 있대요.”

“헐. 진짜?”




사람은 자고로 그랬다. 세상에 잘난 사람은 많은데 자신의 것은 없다 여겼다. 제 몫으로 주어진 건 쳐다도 보지 않았으면서 항상 남의 떡을 더 크게 보고. 또 이상의 것을 원했다. 이를테면 저 옹성우가 우리 마케팅 팀 내에서 그림의 떡, 못 먹는 감. 뭐 이런 식으로 터부시되는 것처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들 표정이 얼어붙었다. 매번 점심 시간 마다 여자친구랑 통화하시는 거 다 들으셨잖아요.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려 내 책상에 앉자 다들 몰랐다는 식으로 슬퍼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모르긴, 알면서도 모르척 하고 싶었던 거겠지.




“선배.”




순간 내 책상 위로 놓인 커피가 보였다. 따뜻한 카페라떼 맞죠? 싱긋 웃는 옹성우의 입꼬리가 꼭 여우 같았다. 아, 고마워. 대충 대답을 하면서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나만을 향해서 ‘선배’라는 호칭을 써왔다. 보통은 직급을 부르든가 선배님이라고 꼬박꼬박 존칭을 쓰던 그가 유독 나만을 편애한다는 소문이 한 때 돌았던 것도 다 이 때문이었다. 유독 나만 편애하기는. 내가 만만해서 그렇겠지. 



옹성우가 우리 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가 마케팅 팀의 막내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그의 직속선배가 되었다. 같은 막내끼리 친해지라며 회식 때부터 부추기던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좀처럼 성격이 유하지 못했다. 싫은 건 싫다고 말을 해야 했으며, 아닌 건 죽어도 아니었다. 먼저 다가가는 사람은 더 아니었거니와 세상에 아무런 의도 없이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게 나였다. 나라는 인간이 이리 생겨먹은 판국에 내가 옹성우와 친해질 리가 만무했다. 




그랬던 내가 옹성우와 얽히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속 쓰려...’




그 날의 아침에도 난 여전히 손을 뻗어 담배를 찾았다. 아침엔 커피와 담배. 그게 아니면 이 험악한 세상을 버티기란 썩 힘든 일이었다. 떠지지도 않는 눈을 대신해서 자연스레 손을 뻗자 잡히는 건 담뱃갑이 아닌 사람의 손이었다. 그것도 나보다 두 마디는 더 큰, 내 손가락을 유하게 감싸오는 손. 




‘아직 일곱 시 아닌데.’




여자도 아닌 남자의 목소리다. 내 귓가를 파고 들어오는 목소리는 잠에 잠겨 있다가 제 주인의 성격을 빼닮은 나른하기 그지없는 말투였다. 그 때서야 그렇게나 떠지지 않던 눈이 떠졌다. 그리고 겨울이라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시간, 어슴푸름한 빛에서 본 건. 




‘옹성우?’




그였다.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았었다. 왜 내가 그와 함께 있는 건지. 문득 본 내 몸은 왜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는 건지. 무의식적으로 이불을 끌어올리자 그 시트보다 먼저 내 허리를 감싸는 팔이 있었다. 서른하나라는 나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남자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팔 하나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내치는 건 생각도 못하고선 그저 그를 멀뚱히 쳐다보는 게 다였다. 그 때 내가 본 옹성우는 회사에서 보았던 그와 많이 달랐다. 여자친구에게 잘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어디를 가나 예의 바르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를 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름 살아있는 도덕책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았는데. 그동안의 내 믿음이 우스워졌다. 그래서였나.




‘너, 여자친구 있잖아.’




모든 말을 다 건너뛰고 이따위의 말이나 뱉었다. 하물며 내가 원나잇을 하든, 여타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남자를 잠을 자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니었는데. 짝이 있는 걸 뻔히 다 아는 사람과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건.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내가. 남은 기겁하는 얼굴을 하며 온갖 걱정을 다 하고 있는데 날 보던 옹성우는 사방이 다 울릴 정도로 크게도 웃어댔다. 그게 왜요? 라면서. 



그게 왜라니.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그를 보고 나까지 웃음이 나왔다. 그래. 우리 술에 취해서 실수했나보다. 더 생각을 하고 말고가 없었다. 이건 누가 봐도 실수였다. 얼마나 급했는지 바닥에 걸레짝처럼 널부러져 있는 옷 중에서 내 셔츠를 찾아서 겨우 꿰어 입었을까. 내 몸을 돌려 엇비슷하게 맞춰진 단추를 다시금 잠가주던 옹성우는 그 새, 내 쇄골 부근에 제 흔적을 남겼다.




‘같이 자자고 했던 건, 선배였으면서.’

‘뭐?’

‘그게 어떻게 실수가 되요?’




여적 목 근처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그의 어깨를 부여 잡고선 묻자. 얼굴만 살짝 들어올릴 뿐, 좀처럼 쉬이 멀어지지 않았다. 얘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선배는 술김에 그랬어도 난 아닌데.’

‘야.’

‘저 술 안 마셨어요, 어제.’




그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말을 하다 말고 귓불을 깨물던 숨결도, 내가 무슨 자신의 애라도 되는 것마냥 옷을 입혀주는 손길도. 따지고 보면 실수가 아니라 고의지. 웃음기 가득한 그 때의 옹성우가 아른거렸다. 그가 날 얼마나 만만하게 보고 그런 식의 말을 꺼냈는지는 알 겨를이 없었다. 난 옹성우가 아니었고. 그런 일이 있고서도 회사에서 뻔뻔하게도 선배, 선배하면서 날 따라다니는 그런 행동은 죽어도 하지 못하겠으니.




“내일은 여자친구 올라온대요.”

“아, 그래?”

“근데. 우리 언제까지 모텔로 가요?”




하지만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과 못하는 건 판이하게 달랐다. 그가 내게 했던 말이 맴돌았던 결과는 결국 그를 거부하지 못하게 했다. 싸구려 모텔은 이제 좀 질린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옹성우와 내가 몸을 통해서 나눈 정은 꽤나 깊었다. 난 그의 골반 사이에 점이 있는 걸 알았고 그는 내 등에 아직 사라지지 않는 몽고반점을 좋아했다. 여자친구 오면 한동안 못 볼 텐데. 




“오늘은 호텔로 가요.”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는 운전대를 틀어 근방에 좋은 호텔 앞으로 향했다. 옹성우는 날 만만하게 본다. 회사에서 선배가 좋다고 사근사근하게 다가와 놓고선 퇴근 후에는 금세 나를 제 차로 끌어 오는 걸 보면 그건 맞는 것 같은데.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네?”

“회사에서 뭔 일이 있던 건 같지는 않고.”




호텔에 들어와 체크인을 하고 외투를 벗기가 무섭게 내 몸 위로 올라오는 옹성우의 미간이 구겨져 있었다. 그 사이로 손가락을 갖다 대며 말을 하자. 이제는 아랫입술까지 나와 있었다. 쓸데없이 다정해. 그런 말을 했다. 동문서답이 따로 없지. 내 물음에 그는 금세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날 잡아 먹을 듯이 다가왔다. 입술이 채 맞물리기도 전에 차가운 기운이 피부에 닿았다.




“내일 여자친구 온다며. 기분 풀어.”

“진짜.”




눈치가 없는 건지, 둔한 건지. 그 말에 무어라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걸 마지막으로 우리 사이엔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았다. 달뜬 신음 소리와 익숙하게 맞부딪치는 살결.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옹성우와 몸을 섞다보니 우리가 처음 만난, 처음 했던 그 때의 기억 속의 나와 옹성우가 간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때도 지금처럼 키스할 때는 제발 눈 좀 감아달라던 그의 부탁이, 지금에 와서야 생각이 나는 것 보면. 옹성우는 비도덕적인 사람일지언정 태생은 따뜻한 놈이었다. 난 그걸 한참이 지나고 나서 깨달았다. 나와 그의 관계는 딱히 정할 수가 없었다. 사내의 선배와 후배. 그리고 섹스파트너인가. 그러기엔 그가 너무 다정한데. 나보고 다정하다고 뭐라 할 게 아니었다.




“눈 화장 다 번졌다.”




내 눈가를 쓸어 주는 손길이 부드러웠다. 단순히 섹스를 한다고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와 하는 모든 것들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다정했다. 거친 그의 몸짓을 받아내다가 침대 헤드에 머리를 박을 때면 그의 손바닥이 어떻게 알고 그걸 막아왔다. 모든 체위는 날 위해서 존재하는 듯했고 참 신기하게도 옹성우와 함께 있으면 다른 걸 넘어서 편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제외하고 나서라도 그와 단둘이 있으면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이 무색하리만치 좋았다. 회사 상사 욕을 해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너무 고민이 많아도 안 좋은데. 하며 날 안아주는 게 퍽 애인 같았다.




“여보세요.”




하지만 애인 같았을 뿐, 애인은 아니었다. 그의 여자친구가 부러웠다. 부러워하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부러웠다. 그 자리가 꽤나 갖고 싶었다. 내 주제에. 넘볼 구석이 되지도 않으면서. 원래라면 관계가 끝난 이후에 그와 내가 각자 씻고 나오면 바로 집으로 향했다. 애초에 호텔이 아니라 모텔로 간 이유도 그랬다. 숙박을 할 것도 아니고 대실이면 족한 사이었으니까. 근데 오늘은 호텔에 온만큼 바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룸서비스라도 시켜 먹을까 싶어 메뉴를 보고 있자 소파에 편히 기댄 옹성우는 제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알고 있던 그와 꽤 비슷하게. 다정한 폼새로.




“내일이면 보잖아. 오면 전화해. 내가 데리러 갈게.”




웃음 소리가 들렸다. 안 봐야지, 안 들어야지.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밟혔다. 진짜 꼴볼견일 거 다 아는데. 질투라면 질투를 하는 듯했다. 기분이 좋지 못했다. 룸서비스는 이미 생각외의 일이었다. 메뉴판을 내려놓고선 소파로 향했다. 




왜요.




입 모양으로 물어온 그는 내가 다가가자 당연하게 꼬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 그의 허벅지 위로 올라가 할 수 있는 한 그를 세게 끌어안았다. 훅, 하고 끼쳐 오는 샴푸 냄새가 여타의 호텔 특유의 냄새가 났다. 과일향인가. 나와 같은 향이 나는 그가, 나와 같은 가운을 입은 그가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걸 깨닫는 건 그다지 상쾌하지만은 않았다. 알고 있었으면서. 옹성우에게 여자친구가 있는 걸 먼저 안 사람도, 그 선을 보란 듯이 넘어버린 사람도. 그럼에도 우리 사이에는 아직 넘지 말아야 할 선 하나쯤은 두어야 한다고 훈수를 둔 것도 나였는데. 




“안아줘.”




그의 입술을 물어뜯다시피 깨물었다. 아랫입술이 내 잇새를 따라서 쭉 당겨졌다가 그대로 혀를 집어넣었다. 덕분에 통화를 하고 있던 옹성우는 급하게 홀드 버튼을 눌렀다. 하긴 이대로라면 입술을 빠는 소리가 그대로 들릴 테니. 뭐 하나 두려울 게 없는 그도 여자친구 앞에서는 잃을 게 많은 듯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래요. 씻고 난 뒤에는 하는 거 싫다면서. 그가 내게 자주 그러는 것처럼 귓불에 입술을 들이댔다. 너도 당해보라지. 반쯤 장난 식이었다. 그에게 계속해서 치대다가 그만하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면 그대로 그만둘 요량이었다. 안아달라는 건 눈에 다 보이는 훤한 수작질이었고. 선을 넘지 말자 해놓고선 내 앞에서 여자친구랑 통화는 하지 말라는 되도 않는 투정이었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싶어 안고 있던 손을 풀고선 기댔던 몸을 일으키자 다시금 그의 품에 안겨야만 했다.




“사람 애간장은 다 태워놓고선.”




그리고 내 몸이 붕 떴다가 침대 시트 위로 놓여졌다. 옹성우? 그를 부르던 말이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가운을 묶고 있던 끈이 손쉽게 풀려졌다.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위로 팔이 올려졌다. 왜 갑자기 투정을 부려. 야, 너. 언젠가부터 친숙하게 반말이 오갔다. 그가 스물여덟이었으니까. 나와는 세 살 터울이었다. 선후배를 제외하고 나서라도 나이로 따지면 동생이라고 봐도 무방한 옹성우는 이젠 나와 아주 맞먹으려고 한다. 이러다가 선배라고도 안 부르겠다, 너. 그러면 난 더 좋고. 그는 갑자기 날 일으켜서 제 몸 위로 앉히게 했다. 괜히 더 가까워진 기분에 얼굴을 틀면 그걸 대놓고 붙잡는 손이 날 옭아맸다.




“너. 아까 기분 안 좋았던 거.”

“응?”

“내일 여자친구 와서 그런 거야?”




내 말이 얼마나 우스울지 잘 안다. 여자친구가 와서 기분이 안 좋다니. 말이 가탕키나 하련지. 근데 왜 난 이런 말을 꺼냈고. 옹성우는 아니라고 부정을 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말고. 내 희망사항이야. 말을 잇고선 그대로 그의 어깨 위로 얼굴을 올렸다. 내가 옹성우를 좋아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처럼 그가 날 좋아할 리가 없었다. 이 세상에는 단순히 정의할 수 없는 관계가 존재한다. 내가 옹성우와 어떤 관계인지 정확하게 확립할 수 없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이 자꾸 뻗어 나가면 그 말로가 어떨지는 누구나 다 알 법했다. 아니다. 말하지 마. 나 네 여자친구한테 머리채 뜯기고 싶지 않아. 내가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며 말을 하자 실없이 웃던 그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그게 왜 희망 사항인데.”




선배는 그게 왜 희망사항인데요. 대체. 맥없이 탁 풀려버린 말투에 내 어깨에서 내쉬는 한숨이. 되려 내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게. 왜 그럴까. 해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그저 그 수많은 대답들을 다 물리치고 아무 말도 없이 그를 안았다. 멍한 눈빛으로 옹성우를 보면 고개를 틀어 내게 다가오는 그의 입술이 붉었다. 그와 키스를 하면 꼭 내 입술도 저렇게 붉어질 수 있을까, 싶은. 괜히 얼굴이 열기에 달아올랐다. 붉은 입술 대신 붉어진 귓가를 숨기기에 바쁜 밤이었다.




“그런 관계는 진즉에 끝내는 게 나아.”




그가 내게 던진 물음에 대해서 대답을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알면서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친구의 이야기라고 에둘러 꺼낸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내저었다. 고개만 내젓는 게 아닌 눈까지 크게 뜨며 그건 네 친구만 상처 받는 일이야. 세상에 권선징악이 괜히 있겠니? 남의 떡에 손대면 벌 받아. 거기다.




“결국 버려지는 쪽은 네 친구일 텐데.”




언니의 말에 반박을 못하겠다. 더군다나 버려지는 쪽은 내가 될 거라는 말은. 나조차도 다 알면서 남의 입을 통해 팩트를 들어버리니 좀처럼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하긴 네가 아무리 말려봤자 그 선택도 네 친구가 하는 거니까. 남들이 말리는 이유를 좀 알아야 할 텐데. 안타까운 얼굴로 말을 했던 언니가 생생했다. 선택은 자유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럼 내가 옹성우를 좋아하는가. 그만큼 내가 그를 좋아하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요근래 누군가를 사귄다는 게 유난스럽게 여겨졌는데. 내 일상에 절반이나 되는 몫을 그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괜스레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그만해야 할 것 같아.”




그의 여자친구가 온다고 한 날이 왔다. 원래대로는 저번 주에 오고도 남았을 그녀는, 제 일이 많이 밀렸다며 약속이 취소가 되었고. 그 덕에 난 옹성우와 더 많은 시간을 공유했다. 요즘엔 같이 잠을 자기도 했으니까 대실이 아닌 하루의 밤을 그와 온전히 보내게 되었다. 옆에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잠을 잔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불편했고 그와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안정감이 있었다. 내가 자다가 죽어도 발견해줄 누군가가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꽤나 심도 있는 생각까지 하다가 먼저 잠이 든 그를 안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일주일에 몇 번 만날까 싶었던 우리는 7일 중 5일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



사내에서는 여전히 어색한 사이었지만 퇴근을 한 이후에는 둘도 없이 다정한 사이가 되었다. 가끔은 저녁을 같이 먹기도 하고 그와 몸을 섞는 게 아닌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심야 영화를 처음으로 옹성우와 같이 본 날. 오는 길에 그의 차 안에서 뜻하지 않게 그에게 또 한 번 안겼다. 그저 파트너로 만났으면 그만하다고 그래놓고선. 점점 선이 뚜렷해지지 않는 기분이 종종 일었다. 그리고 언니의 말이 몇 번이고 되풀이 되었다.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해야 할 숙제를 밀어두고선 놀고 있는 아이가 된 듯했다. 정말이지. 무시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무시하고 싶었는데.




“선배.”

“아닌 걸 알면서도 내치지 못해서 미안해.”




불륜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언니의 말처럼 권선징악은 반드시 존재했고. 벌을 받게 될 사람도 내가 될 거란 것도 틀리지 않았다. 그 화살이 언제든지 날 향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했다. 오늘 네 여자친구 온다며. 일찍 퇴근 시켜달라고 팀장님한테 말해줄게.




“저 선배 좋아해요.”




내가 갈려던 비상계단의 문을 막고 서 있던 그가 별안간 말을 꺼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면 저 말인 것 같았는데 그걸 대뜸 꺼낸 사람은 옹성우였다. 좋아하면 뭐, 어떡하자는 거야. 나보다 몇 뼘은 더 큰 그의 키를 맞추어 눈을 치켜 올리자 그는 인상을 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울고 있는 건지. 구분이 잘 가질 않았다. 



다만 우리의 첫 만남이자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처음으로 했던 그 날에도. 매번 내가 그에게 져주고 넘어가는 때에도. 난 그의 저 얼굴에 넘어갔다. 처음 우리 회사에 입사했을 무렵 사내에 저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이라고 했던 말들이 거짓은 아니구나 싶었다. 숱하게 보았던 얼굴인데도 지금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는 건 그래서일거다. 옹성우는 잘생겼다. 내가 본 남자, 아니 사람들 중에서 제일 잘난 얼굴임은 틀림없었다. 짙은 눈썹이 일렁일 때마다 괜히 심장이 쿵, 하고 뛰어대는 착각에 빠지곤 했으니까. 




“선배, 제발.”




그가 날 붙잡았다. 어느샌가 우리가 좋지 않은 소문에 휩싸인다면 그를 붙잡은 사람은 분명 나일 것이라고 할 텐데. 어디까지나 나는 내쳤고 밀었으며 다시 당긴 사람이 옹성우였다. 꼭 무릎이라도 꿇고 애원이라도 할 요량으로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쿨한 척이란 척은 다 끌어 모아서 했던 내가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무쌍임에도 크고 뚜렷하게 자리 잡은 그의 눈가가 붉었다. 손을 뻗으면 그 말로가 어찌 될지 잘 안다. 머리채 잡히는 것에서 끝나면 다행이게. 근데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




“성우야.”




손을 뻗어 그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진득하니 입술을 물었다. 곧 내가 자주 바르고 다니던 립스틱이 그의 입가에 연하게 번져 있었고 그걸 닦아주다 보니. 닦은 게 무색하리만치 다시 키스를 해왔다. 내 일상 중 절반을 그에게 내어주고, 이게 아닌 걸 알면서 내가 세워둔 선을 넘는 일은 쉽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았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살아온 신념을 다 내던지고 나서라도 옹성우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저 얼굴이 울고. 날 붙잡고. 선배, 라는 말 대신 ㅇㅇ야, 라고 부르면.




“ㅇㅇ야.”




그까짓 신념은 개나 줘버릴 듯싶었다. 머리채야 수만번 잡혀도 상관이 없었고 벌을 받는 쪽이 나라면 그마저도 달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이나 큰 덩치를 어르고 달래면 비로소 이 남자가 내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웃기게도 장거리로 연애를 하며 겨우 여자친구와 만날 수 있다고 약속을 잡은 오늘 밤. 그는 내 집에서, 나와 함께 있었다. 최소한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백 번 양보해서 인정할 수 있다고 쳐도, 그가 날 좋아한다는 건 정말이지 거짓말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거늘. 새빨간 거짓말이 존재했다. 그것도 더없이 달콤했던 거짓말이. 꽤 오랫동안 그는 나와 이어져 있었는데 씻기 위해 잠깐 떨어질라 하면 그 찰나에도 그가 날 따라왔다. 뭐야, 너. 씻을 때는 줄곧 따로 씻자고 해놓고 샤워 부스 안에서 내 등을 껴안는 옹성우로 인해 부스 안은 새하얀 김으로 쉽게 뿌옇게 변했다. 강아지 같아. 목 근처를 간지럽히는 그의 머리카락으로 인해 잘게 몸을 떨다가 돌려서 그의 등을 있는 힘껏 안았더랬다. 나빴어. 진짜. 그가 내게 나쁘다고 하는 투정까지도 사랑스러워 보일 정도면. 




성우야.



“오늘 자고 가.”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워너원/옹성우]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 인스티즈


Guilty Pleasure 







추운 겨울이 거의 끝나가던 2월의 끝 무렵. 겨울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것처럼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왔던 그맘때쯤 회사에서 소문이 났다. 소문의 주인공은 역시나 마케팅 1팀 신입사원 옹성우에 관한 소문이었고. 여러 입들에 의해서 소문이 돌고 돌았다.




그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FIN













[워너원/옹성우]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 인스티즈

안녕하세요 라이터입니다ㅠㅠ



거진 두 달?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우리가 헤어져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 독자님들의 근황이 너무 궁금하네요

잘들 계셨죠? 저는 여행도 혼자 떠났다가 워홀 준비도 하다가 애들 막콘을 보고나서 벌써 일주일은 족히 넘었는데 기분이 울적했다가 또 괜찮아졌다가 하고 있어요ㅠㅠ

요즘 글잡이 너무 잠잠한데.....간만에 왔다가 매번 화력이 줄고 당황스럽..;;

언젠가는 회복이 되겠지요....?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보도록 하는걸로)


이 글은 가인의 Guilty를 듣고 썼습니다 뭔가 성우의 얼굴의 홀리함을 상상하다가....허허헣

조만간 공지로 한 번 더 독자님들 만나러 올게요


안뇽!


p.s. 우리는 천천히 오래도록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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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녕하세요 작가님 언제나 글잡 지박령인 독자에요 세상에 치명적인 성우라니..! 그 착한 얼굴에 그렇지못한 행동인가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거겠죠?
작가님 오랜만에 뵙게되서 반갑고 기뻐요ㅠㅠ 항상 제가 하는말이기도 하지만 저희 정말 오래봤으면 좋겠네요

5년 전
Lighter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우리 독자님 만나서 너무 기뻐요ㅠㅠ 항상 자주 만나러 오겠다고 해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지만 오래 함께하겠다는 약속은 꼭 지킬 수 있습니다💕 좋은 저녁 시간되세요😊
5년 전
비회원216.104
헉 작가님 안냐세요 심심해서 글잡 두리번거리다 호기심에 읽어본 타팬인데 분위기가 미쳤어요 저 옹성우님 입덕 각이에요 미쳔ㅅ어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ㅇ 아니 사랑합니다
5년 전
Lighter
안녕하세요 독자님❤️ 제 글로 입덕하신다면 저는 두 팔 벌려서 우리 독자님 환영하겠습니다!!! 저도 우리 독자님 많이 사랑해요☺️
5년 전
독자2
헐 세상에 요즘 글 잘 안읽다가 성우글인데 제목이 넘 끌리길래 망설이지않고 바로 들어왔더니 제가 좋아하는 치명적인 분위기ㅠㅠㅠㅠ완전 짱이에여
5년 전
Lighter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제목이 한 몫 단단히 했네욯ㅎㅎㅎ읽어주시구 예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5년 전
독자3
작가님 알림뜨자마자 바로 왔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가신 줄 알았지 뭐에요 ㅠㅠ 다른 곳 가시더라도 어디 가는 지 꼭 알려주고 가셔야 해요 글잡 흥하면 더 좋고...요즘 최애가 성우인데 성우 글이라 너무너무 반가워요. 작가님 필명처럼 지친 하루의 끝에 성냥팔이 소녀처럼 라이터 켜놓고 달콤한 상상에 빠졌다 나온 느낌이에요 ㅠㅠ
5년 전
Lighter
제 필명 뜻까지 아직 기억해주시다니ㅠㅠㅠ 저 어디안가요 아니 어디가더라도 우리 독자님들 한아름 다 업어서 데려갈겁니다💪 항상 제 글이 우리 독자님한테 작은 쉼터라도 되기를 바라요 오늘은 어떻게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밤도 예쁜 꿈 꾸면서 주무세요 감사해요💕❤️
5년 전
독자4
작가님ㅠㅜㅠㅜㅜ이 야심한 새벽에 너무 잘 어울리는 글이예요!
항상 작가님 글 보면 긴 여운이 남곤 한답니다.
이번 글 역시 마찬가지구요ㅎㅎ 수시로 기억나서 읽을거 같아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오래 자주 만나요!!

5년 전
Lighter
야심한 새벽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여운으로 독자님에게 오래 오래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부디 자주 오래도록 함께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

5년 전
비회원82.208
와 작가님 너무 오랜만이에요ㅜㅜㅜ 성우 글이라서 봤는데 작가니이름 써있어서 너무 반가웟잖아여>>헤헤 글분위기,성우 모두 치명치명해서 너무 좋습니다 꺄 새벽에읽길 잘한거같아요>< 항상 감사합니당♡
5년 전
Lighter
너무 오랜만에 찾아왔죠ㅠㅠ 이번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할게요 저도 항상 감사해용~^^
5년 전
독자5
안녕하세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요즘 글잡에도 가뭄이 들었는지 뉴글들을 볼 수 없어 글잡 들어오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엏는데 오랜만에 글 읽고꙼̈ 싶어 들어왔는ㄷ 이런 띵작이ㅠㅠㅠㅠㅠㅠㅠㅠ경악을 금치 못하고꙼̈ 급하게 타자를 두드리는 중임니다ㅠㅠㅠㅠ좋은 글 너무 감사하구 신알신 하구 가요!!! 이런 물 너무 좋아하는데 (성우의 섹시 모먼트ㅠㅠㅠ발리고꙼̈ 치인다구오ㅠㅠㅠㅠ) 앞으로 오래자주 봤으면 젛겠습니당ㅎㅎ(*´∇`*) 잘 보고꙼̈ 가요!!
5년 전
비회원14.250
마자요 요즘 글잡 가뭄이라 잘 안 오게 되네요ㅜㅜ 글 쓰긴 더더욱 힘들겠죠?ㅜㅜㅜ 글 넘 재밌구 성우 핸존미 때랑 잘 어울리네용
5년 전
독자6
아 좋다..ㅠㅠㅠㅠ 작가님 감사합니당 ;ㅅ; 성우야..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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