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필사적으로 매달려 잘 놓으려 하지 않았던 형이 하나 있었다. 주말에만 집에 들어오는 엄마아빠때문에, 가족끼리 친한 이웃집 형이 아빠노릇을 한답시고 자주 집에 들락날락 거리던 형이었다. 사소한 거리로 많이 만나 자주 놀러가서는, 한시 틈도 없이 같이 붙어있었다. 그때의 나는 아주 어렸어서, 고작 해야 어렵게 놀이터에 있는 정글짐에 오를 수 있을정도의 키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작은 걸음을 최대한 형처럼 넓게 벌려, 늠름하게 걷고싶다고 늘상 생각하곤 했었다.
나와 몇센치 차이가 안나보이던 형은, 금세 나보다 훨신 커버려서는 거느샌가 교복을 입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형의 나의또래의 친구들과 모여서 축구를 하고 다니며, 가끔은 도서관에 가기도 하였다. 쫓아가려던 나를 귀찮다는듯이 바라보았을 때, 나는 그제서야 시무룩해져서는 집으로 뛰어들어가 한동안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형은 한밤중이 되어서 갑자기 큰 아이스크림통을 들고 와서는 깜짝 놀래켜주며 기분을 물어보곤 하였다. 나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럼 형은 당황하며 아니아니 그거 말고, 라고 말했고 나는 형에게 달려가 안기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다니게 되고, 나도 핸드폰을 가지게 된 뒤로부터는 형을 쫓아다닐필요 없이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연락을 하고, 점심때는 연락을 했다가 무시당하고, 저녁에 다시 연락해서는 왜 안받았냐고 추궁을 했다. 그러면 저 전화 건너편에서는 형의 쩔쩔매며 어찌할줄 모르는 목소리가 들려서 웃음을 참지 못하곤 했다. 새로사귄 친구들의 전화번호가 쌓이기 시작하고, 형의 번호보다 친구들의 번호를 더 많이 보게 되는 날이 오자, 나는 자연스럽게 그때의 형처럼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니며, 가끔씩은 땀을 내면서 친구들과 뛰어다니기도 하고 형처럼 학교 축구부에 들어가 축구를 했다. 한참 놀다가 한밤중에서야 집에 들어가면, 형이 우리집에서 누워있어서 나는 놀라서 형에게 달려가 때리면서 당장 나가라고 뭐하는거냐고 소리질렀다. 그러면 형은 오히려 지금까지 뭐하고 놀았냐고 나를 꾸짖었다. 나는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형을 바라보며 꺼지기나 하라고 웃으며 때렸다. 공부나 쳐 할것이지 여기서 지랄이라고 표정을 굳히면서 방을 나가려하면, 뒤에서 또 생리냐 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형에게로 달려가서 한대 때리는 시늉을 하고 그러면 형이 일어나서 다가와 내 머리를 두손으로 헝크리면서 얼굴을 쓰담쓰담 하면 또 어느새 형을 빤히 쳐다보면서 멍을 때렸다. 그러고 계속 있으면 좋겠지만은 형은 다시 왜 멍때리냐고 내 뺨을 툭툭 건드리고 나는 형의 손을 탁 쳐내고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시간이 흘러 형이 군대에 간다고 말했을때 나는 울부짖으면서 어디가냐고 형을 잡았다. 난감해하는 형을 보면 난 형이 무슨 나를 버릴것이라도 하듯이 엉엉 울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가지말라고 떼를 썼다. 떼를 쓰며 울며 잠자리에 들었을때, 형은 무슨 연애드라마의 한장면도 아니고 편지 한장을 남겨둔 채 집에서 사라져있었다. 나는 멍청하게 편지를 바라보다가, 편지를 꺼내 글자 하나하나 눈이 빠지도록 읽어보고, 좀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거실로 나와서 좀 서성이다가, 집밖으로 나가 형의 집에 들어가보았을때, 형의 옷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보고 또 펑펑 울었다. 당장 집으로 뛰어들어가 나도 편지를 쓰겠다고 편지지를 꺼내 펜을 꺼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펜을 던지고 책상위에 엎드려 책상을 벅벅 치며 화풀이를 했다.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가방에 있는 책을 털어서 수학문제집을 펴두고 푸는 시늉을 하다가도 서러워서 샤프심을 일부러 힘주어 부러뜨리고, 그 샤프심을 조심히 주워 버리면서도 화가나 휴지통에 퍽 하고 집어넣다가 빼는손이 휴지통에 걸려서 손간 아파 비명을 지르기도 하였다. 서러운 감정이 들었지만 가끔씩 하는 전화를 목메어 기다렸다. 그리고 전화를 했을땐 걱정이 다 사라지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매일 만나는것보다 전화가 더 감질맛나고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고, 나는 형을 잊어버리기라도 하겟다는듯이 공부에 빠져들었다. 집에서 일어나자마자 학교로 출발하고, 학교에 돌아와서는 바로 잠을 잤다. 점점 가방이 두께가 있어지고 학교갔다와서도 늦게자는일이 많아졌다. 핸드폰을 하다가 형의 사진을 봐도 시무룩하게 다시 두고는 공부를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나는 수능을 치렀다. 수능성적은 예상외로 꽤나 괜찮아서 나는 원하는 대학에 붙을 수 있었고, 떳떳하게 집에가서 부모에게 칭찬을 받았다. 나는 뿌듯하게 웃으면서 헤헤거리며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형이 제대하고, 나는 형을 보자마자 뛰어들어가 형에게 안겼다. 는 개뿔 사실은 보자마자 달려가서 형의 머리채를 잡고 마구 엉키며 미친듯이 얼굴을 구겼다. 이게 얼마만이야!!!!소리지르면서 형의 머리를 뒤흔드니까 형은 하지마라면서 내 머리도 잡아서 마구 잡아댕기면서 노라고 난리를 쳐서, 그 주변 사람들에게 이목을 샀다. 돌아오는 길에는, 수줍은 여자라도 되듯 조신하게 형의 옆에서 가방을 들어다주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만나면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안나오는거같다고 말하니까, 형은 그게 당연한거라고 사실은 너무 피곤하니까 말걸지 말라고 하길래 그때부터 집에 가는길까진 한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집에 와서 형보다 성적이 좋은 수능성적표를 휘날리면서 형을 놀리며, 나는 내가 형과 똑같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자랑했다. 형은 쇼파에 풀석 누워서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를 외치길래, 나는 그 옆에 가서는 형을 흔들며 선물을 주라고 했다. 그러면 형이 쇼파에 늘어져서 뽀뽀라도 해줄게 자 뽀뽀 하면서 쪽쪽을 외치고 있으니 나는 옆에서 소리지르면서 탄식을 했다. 그러다 형이 내 손을 덥썩 집어다가 손목에 빠르게 키스를 하고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펄쩍 뛰면서 거실 한복판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그거 말고!!!다른걸 주란말이야! 소리질렀다. 그러면서도 얼굴이 뜨거워서 미친듯이 뛰었는데, 아마 미친걸로 보였을것 같아서 나중에서야 후회했다.
아마 그날 저녁이었을 거다. 새벽에 야식이 먹고싶어서 형에게 야식먹는게 어떻냐고 연락을 했을때 얼마 안있어 집에 형이 들어왔다. 나는 거실에서 형을 기다리다가 잠이 와서 침대에 누워 형에게 라면좀 끓이라고 시켰다. 형은 손님을 초대했으면 음식은 네가 해야지! 라고 오열하듯이 소리쳤고 나는 침대에 누운채로 집을 제공했으면 먹을건 형이 해야지! 하고 반박했다. 형은 못마땅하다듯이 팔짱을 끼고 좀 서있다가, 내 옆으로 뛰어들어서는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인상을 찌뿌리면서 저리가라고 비좁다고 성질냈지만 형은 좀처럼 잘 비키지 않았다. 꿈틀꿈틀 거리다가 편한 자세를 찾자 형의 어깨쯤에 얼굴을 묻고 누웠다. 따뜻했다. 형은 웃으며 팔을 벌려 나를 자신의 쪽으로 오게 했다. 나는 질색을 했지만 피하지 않았다. 토닥토닥 하는 손길에 나는 이참에 말하자 싶어 보고싶었다고 말했다. 형이 그럼그럼 당연하지, 라고 말했을땐 다시 한대 때려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나는 형의 품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형은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계속 쓰다듬으니 편안해져서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 이 온기가 그리웠었다고 생각하자 눈물이 나올려했다. 눈물을 애써 참고 고개를 위로 해 형을 쳐다봤는데, 형이 나를 보고있어서 놀랐다. 그렇게 한번 깜짝놀라 눈을 피하고, 다시 쳐다봤을때에도 형은 나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나는 부담스러워 미칠거같은 심정이었지만 피하면 지는것 같은 느낌에 시선을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형이 흘러내려온 내 앞머리로 드러난 내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와 씨 탄식하며 나는 갑자기 혈압이 폭발할거같은 느낌에 형의 멱살을 쥐고 누운채로 앞뒤로 흔들었지만 형이 나를 껴안고는 그대로 뒹굴어 날 깔아뭉갰다. 나는 사람죽어가는 목소리를 내면서 나오라고 소리질렀다. 형은 나를 질식사시킬 생각인지 미친듯이 껴안으며 내가 목졸린 소리를 낼때까지 나를 죄었다. 그리고는 옆으로 돌아누워 나를 꼭 안아쥔 채로 잠에 빠져들어버렸다. 나는 나를 옭아맨 채 잠에 든 형을 치워낼수도 없고 착잡한 마음에 그냥 형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오랫동안 변한거같은데 나는 이렇게 컸는데 형은 아무 변화도 없는것같다고 생각하면서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충동적으로 형의 입술 옆에 뽀뽀했다. 그러고보니 또 쪽팔려서 얼굴이 뜨거워진채로 가만히 있는데 형이 눈을 뜨더니 푸스스 웃으며 내 입술에 깊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깜짝 놀랐으나 피하지 않고 조금 생각하다가, 결국 같이 푸스스 웃고는 손을 조심스럽게 빼내어 형의 목을 껴안았다.
+브금과 함께 들으면 좋아!
+엄청나게 우울한날에 이 글을 썼었는데, 그때 쓰면서도 굉장히 행복했던 것 같아 우리 지원한빈이 ^ㅇ^////헤헤
오래전에 생각해뒀던 글이라서, 쓸때 즐겁게 썼다 ㅎㅎ 나중에 한번 제대로 다시 써야겠어 으앙 근데 지금 모기물려서 다리가 팅팅 부었다 아 진짜 아ㅜㅜ
타자치다가 보니까 다리에 모기있어서 잡을려했는데 칠려고보니까 도망가고 없네.. 난 모기약뿌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