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청난 이웃
by. Abyss
12 |
12. Daydream
"와, 멋있다!! 성열아, 너 진짜 멋있게 나와."
성열이가 너무 멋있어서 나도 모르게 막 환호성을 질렀다. 주변의 스태프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촬영에 열중하던 성열이도 맥이 끊기는 지 허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짜져야겠다.....소금소금
daydream
모니터링을 하는 성열이 옆에 붙어 섰다. 이성열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감독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할 일에 열심히 였다. 넌 날 귀찮아 하지만 난 분홍 처자들처럼 니 옆에 꼭 붙어 서서 안 놔줄래. 하, 정말 이성열은. 키도 모델처럼 커가지고. 사진 찍으면 아주 그냥 그게 다 화보고 영화야. 오오, 이거 진짜 예쁘다, 멋있다!
"오, 이거 완전 잘나왔다. 뉴욕 같다 뉴욕." "뉴욕은 가 봤고? 뉴욕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뉴욕 같대."
이성열이 툭 핀잔을 주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다 픽픽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웃기다 이거지? 그래, 나 뉴욕 한 번 못 가본 사람이야. 소시민이 다 그렇지 뭐. 그러는 그 쪽들은 뉴욕을 안방 드나들 듯이 하나? 그냥 심심하면 비행기타고 글로벌 투어 하나? 아니잖아. 뉴욕 못 가본 사람들도 수두룩 할 거면서 왜 민망하게 그래. 기분이 언짢네.
"가...가봤어, 꿈에서. 수 백 번도 더 가 봤어."
내 하찮은 드립에 이성열이 나를 잠시 째려보더니 다시 모니터링에 열중한다. 닥치고 있어야 겠다. 아까 그 눈빛은 이제 한 마디만 더 하면 널 때려주겠다, 뭐 이런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지. 촬영분을 확인한 이성열이 메이크업을 수정하러 대기실로 갔다. 아침에 촬영가는 이성열한테 데려 가달라고 떼써서 같이 오긴 했는데, 화보 촬영은 지겹다. 내가 하는 것도 아니고 이성열이 찍는 걸 지켜보기만 하는 거라서 너무너무 심심하다. 여기 스태프들은 다들 바쁜 건지 분주하게 돌아다니는데 촬영 스태프도 아니고, 이성열 팀 스태프도 아니고, 그저 잉여인 나만 홀로 우두커니 서 있다. 이성열 나쁜 놈. 나 좀 챙겨주지. 계속 서 있으니까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서 근처에 있던 의자를 끌어와서 앉았다. 연락 올 곳도 없지만 괜히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어져서 꺼내보니 백 만 년 만에 문자가 와 있다. 내 칭구 명수네.
[뭐해? 집에 아무도 없네.] [어어어 나 지금 성열이 촬영하는데 같이 왔어.] [이성열? 걔 일하는데 니가 왜 같이 가] [그냥 보고 싶어서 데려가 달라고 졸랐어ㅋㅋㅋㅋ]
명수와 문자를 하고 있을 때 성열이가 메이크업을 고치고 나왔다. 이번 컨셉은...와, 진짜 말이 안 나온다. 아이라인 쩔어. 멋있어. 대바ㄱ. 나도 모르게 성열이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떠들었다.
"와, 이거 진짜 짱이다. 성열아 너 진짜 왜 이렇게 잘 생겼냐? 말도 안 돼. 하, 진ㅉ..ㅏ..."
이성열의 표정이 안 좋다. 내...내가 너무 시끄럽게 굴었나? 서서히 입을 다물자 이성열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
"조용히 입 다물고 따라 나와."
얼굴이 팍 굳은 이성열 뒤로 쭈그리마냥 졸졸 따라갔다. 집에 가라고 하면 어떡하지? 아 좀 조용히 할 걸. 어디까지 가는 건지 그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학다리 이성열님 쫓아가느라 뱁새 남우현 가랑이 찢어지겠어요. 사람들이 드문 스튜디오 구석으로 가자 앞서가던 이성열이 휙 돌아서 나를 봤다. 눈빛이 매섭다. 우리 성열이는...카리스마도 있지요.. 엄청 화 나 보인다. 경험상 이럴 땐 닥치고 비는 거다.
"너..." "성열아, 미안해. 시끄럽게 안 할게. 가라고만 하지 마. 응? 나 이제 조용히 있을게. 붙박이처럼 딱 붙어 있을게. 가만히 있을게." "조용히 좀 해." "미안 진짜 미안. 내가 말이 너무 많지? 이제 진짜 닥치고 암말도 안 할..." "아, 좀!!!!"
성열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찔끔,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나를 강렬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이성열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너 진짜 신경 쓰이니까, 입 다물고 가만히 앉아있어. 돌아다니지도 말고, 떠들지도 말고. 아니면 차에 가 있던지."
이러고서 먼저 왔던 길을 되짚어 가버리는 성열이. ....우리 성열이, 박력 터진다. 멋있다!!! 콩깍지란 게 이런 걸까. 쟤가 뭘 해도 멋있고 좋고. 짝사랑하는 주제에 난 이성열이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이성열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차로 들어왔다. 촬영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데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거기에 더 이상 서 있고 싶지가 않았어.... 역시 대 스타답게 이성열 차는 참 좋다. 쿠션도 폭신폭신하고. 차 시트인데 내 방 침대 매트리스보다 좋아... 잠이 솔솔 온다. 아, 자면... 안 되는데. 졸려.... 자면.. 안 ㄷ..ㅚ..는......ㄷ...ㅔ......
"깼냐?"
....여기가 어디더라... 여기는... 멍한 눈으로 옆을 쳐다 보니 이성열이 대본을 읽고 있다가 탁 덮었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여긴 어디?
"여기가 어디야?" "집 앞." "으아, 몇 신데 지금." "네 시." "....새벽 네 시?"
잠이 확 깼다. 으아, 지금 내가 얼마나 잔거야. 아르바이트도 못 갔네!!! 그것보다, 이게 무슨 민폐야. 촬영하고 와서 힘든 애 못 쉬게.
"왜 안 깨웠어!!! 피곤할 텐데!! 깨우지!!!" "니가 너무 곤히 자더라고."
....올ㅋ좀 감동인데? 근데 왜 이성열 답지 않게 다정하고 난리.
"너 좀 감동적이다?" "뭐가." "원래 막 틱틱 거리고 사람 개무시하고 그래야 되는데." "내가 언제." "요거 봐. 말도 다 끊어 먹고."
내가 따지자 이성열은 내 이마를 툭 밀치면서 그만 내리자고 말을 돌렸다.
"야 남우현." "응?"
차에서 내린 이성열이 나를 불렀다. 내가 돌아보자 이성열은 얼굴이 조금 빨개진 채로 나와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왜 부른 거여?
"듣고 놀라지 마라." "뭘?" "....나 너 좋아해."
.........???.....!!!!!!!!!!!!!!!!!!!!!!!!!!!!!!!!!!!!!!!!!!!!!!!! 응?????????????? 뭐다구 선녀라???? 내가 멍청한 표정으로 입을 헤 벌리고 서 있자 성열이가 재차 말했다.
"너 좋아한다고." "아........" "너도 나 좋아하지?"
이런 갑작스런 고백, 당황스럽잖아. 그것보다 어떻게 알았지, 이성열이?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거. 헐. 쇼크다. 저 좋아하는 거 알면서 그동안 모른 척 한 거야?
"너...너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티를 내는데 모르는 게 등신이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는 성열이.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충동적으로 이성열의 멱살을 잡고 입을 맞췄다. 그 다음은...... 님들의 상상에 맡기겠어요.
아침 햇살이 눈이 부셔서 눈을 떴다. 깨어나자마자 뿌듯하고 개운한 게, 와 진짜, 어젯밤은 진짜 좋았어. 우열 버전 I just have s....!!!! ㅠㅠ이불 속에서 꼬물꼬물 이성열이 움직였다. 흐응. 칭얼거리는 소리.
"일어났어?" ".....어어....."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병신아..."
눈도 못 뜬 이성열이 내게 짜증을 냈다. 그러다가 내 환한 얼굴을 보고 묻는다.
"그렇게 좋았어?" "응!!!"
내가 고개를 마구 끄덕이자 이성열은 픽 웃더니 이내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거 꿈이야 병신아." "어?" "꿈이라고, 꿈." "....에이. 장난치지 마. 설마. 이게 꿈이겠어? 이거 봐, 이거. 내가 내 살 꼬집는데 아프지가 않......네?" "내가 뭐랬냐. 꿈이랬지. 병신."
.....이성열이 웃는데, 오늘따라 저 잇몸이... 얄밉다.
허탈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망할. 이성열은 꿈에서도 너무 예뻤지만 꿈에서마저 매정했다. 그래도 I just have s....!! 하는 건 꿈꾸게 해줬으니 다정한 건가... 기립해 있는 아들내미를 내려다보고 터덜터덜 화장실로 갔다. 오늘도 수고 좀 해줘야겠어. 내가 Handsome한 이유...
|
더말하기 |
안녕 그대들?
덤으로 내가 stan 들으면서 싸댄 Fan도 드림....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당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