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민 호 X 남 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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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녀 -5-
w.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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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호는 내 눈치를 참 많이 봤다. 딱히 그럴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그는 내 눈치를 많이 보았다. 권희영은 내가 바랬던 대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선 방 안에 갇혀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고 방의 문은 언제 열릴지를 몰랐다. 아마 그저 정액받이용으로 쓰였다는 것에, 거기다가 덜컥 임신까지 해버렸으니. 뭐, 임신은 그녀가 바라던 것이니 상관하지 않는다해도 여자로써의 자존심이 다 밟혀버린 것에 힘들어하는 거겠지. 분명히 이 곳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나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여자로 살아왔었을테니까 이런 대접은 처음이였겠지. 쓰레기통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보았다. 들어서 보니 그렇게 안 바랬건만 결과는 두 줄.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것으로 권희영의 꼬투리를 잡아야 했다. 나는 그 새로운 생명을 알리는 그 순간,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트려야 했다. 물론, 김진아도 언젠간 같은 처지가 되어 있겠지만 우선 권희영 먼저이니.
나는 그 앞으로 평생을 못 볼 임신테스트기를 들고선 김진아에게로 갔다. 송민호에게 먼저 가도 됬겠지만 아무래도 김진아가 먼저 알아야 좋았을 것 같았기에. 문을 똑똑 두들기고 들어가니 김진아도 얼굴이 꽤나 수척해 있었다. 아무리 이 세상에 못 나올 아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산모가잘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김진아는 엄마로써 너무 나약한 것 같았다. 김진아는 나를 텅 빈 눈으로 쳐다보았다. 검은 동공이 뻥 뚫려서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서 사라질 것 같은 절망감이 보였다. 볼살도 많이 빠지고 수척해진 김진아가 내가 책상 위에 꽤나 소리있게 올려놓은 그것을 보았다.
"아... 드디어..."
모든 것을 체념한 얼굴, 그녀는 비참했다. 이미 이런 일이 잇을 것이라고 어느정도는 예상했던 모양이였다. 마른세수를 한 그녀가 완전히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뱃속에 아이만 없었다면 아마 술을 진탕 마셨을 것 같은 기분이였다. 김진아가 멍하게 테스트기를 쳐다보았다. 나도 또한 그것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내가 처음에 이 곳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떄를 회상하게 해주었다. 기뻐하던 김진아, 그 모습을 사랑하던 송민호. 그리고 그에 알맞지 않는 나의 모습. 살짝 씁쓸해졌다.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김진아를 사랑하는 송민호의 모습에서, 나에게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그런 것일거라 짐작하고 대충 넘기려 했다. 김진아의 눈빛이 변했다. 그녀의 변화에 침을 목 뒤로 넘겼다.
"조작하는 수 밖에 없겠다, 이렇게 되면"
"어...?"
"조작해야 한다고. 저 권희영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송민호의 아이가 아니라고, 해야지."
놀라웠다. 역시 내가 여자를 이길 수 없는 이유였다. 나는 그냥 돈 주고 물 뿌리고 내쫓을 줄 알았다. 충분히 그래도 됬을 법 했으니까. 항상 착해보이기만 했던 김진아의 눈빛이 많이 바뀌었다. 사람이 독해졌다, 나도 저정도로 독해져야 하는데 하며 동경심이 생길 판이였다. 김진아는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더니 임신테스트기를 가지고 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손에 들려있던 임신테스트기를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건넸다. 건네는 순간에, 딱 다시 김진아가 그 두 줄을 확인하는 순간에 김진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많이 기분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였다. 그리고는 다시 그것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한 발짝 물러나 그녀가 입을 떼기만을 기다렸다.
"그거 송민호한테 가져다 줘."
"내가 가져다 드리면 이 애가 도련님의 애라는것을 바로 알게 되지 않나"
송민호는 내가 송민호와 권희영이 몸을 섞은 것을 본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가서 말하게 된다면 송민호가 권희영을 받아줄 지, 안 받아줄 지는 미지수가 되지만 권희영이 간다면 그것은 다른 답이 된다. 100% 권희영은 나가게 된다. 굴러온 돌은 박혀있던 돌을 빼내지 못한다. 송민호에게 있어 권희영은 그저 섹파일 뿐이라면 김진아는 평생의 반려자, 조강지처였다. 그리고 그건 나하고 김진아는 확실히 알았고, 아마 권희영도 알지 싶었다. 그래서 저렇게 벌벌 떨고 있는 걸지도.
"... 그럼 나랑 같이 가. 내가 다 할테니까 가만히 옆에서 눈치만 잘 챙기고 있어"
그래, 하는 대답과 함께 김진아가 조금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나는 김진아에게 이것을 건넸지만 됐다며 조금 있다가 송민호의 앞에서 달라며 말했다. 그렇게 나는 김진아의 몇발 뒤에서 그녀를따라가고 결국 도착하게 된 송민호가 있을 서재. 나는 똑똑 문을 두드리고는 문을 열었다. 김진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김진아는 반가운 얼굴로 어여쁘게 웃으며 송민호에게로 다가갔다. 송민호도 기분 좋게 김진아를 맞았다.
"오빠, 나 이거 찾았어."
김진아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공손하게 그녀에게 건넸다. 김진아는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그에게로 건넸다. 순간 송민호의 얼굴이 굳었고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송민호는 그것을 뚫어져라 보더니 김진아를 보며 말했다.
"누구 꺼야? 너 꺼는 아닐 거 아니야.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벌써 하나 있는데"
"권희영 꺼야. 태현 씨가 쓰레기통에서 찾았대. 우리 외출해 있던 중에 밖에 나가는 것도 봤대"
"태현 씨, 그게 진짜에요?"
송민호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쯤이면 송민호도 제 아이인 것을 알아차렸겠지, 싶었겠지만 나를 보는 송민호의 눈빛은 뭔가 사나웠다. 어서 그렇다고 말해- 하는 표정이였다. 송민호는 김진아가 자신의 외도를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였다. 이런 눈치없는 사람. 나는 결국 눈치만 잘 챙기고 있으라던 김진아의 말에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야 내가 이 집에서 쭉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송민호도, 김진아도ㅡ 그리고 나도 연기를 시작했다. 모두 권희영을 보내야했다. 그간의 정이 있더라도 이런 게 이곳이다. 처음에 들어올 때부터 만만치 않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정말 맞닿고 보니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다리가 덜덜 떨렸다.
"흠... 밖에 나갔고 난 뒤에 이걸 찾았으면 나가서 애를 배어왔겠네. 나는 분명히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없는 사람을 필요로 했는데"
"오빠... 어떡해...?"
어떡하긴 어떡해 나가야지, 뭘. 김진아가 나를 보고선 송민호 몰래 씩 웃었다. 뒤로 간 손이 엄지만을 위로 올리고 있었다. 잘했어-라는 의미겠지. 김진아, 송민호는 정말로 가식적인 커플이였다. 둘의 사랑에는 가식이 없었겠지만. 이거랑은 저거랑은 다른 거니까.
"진아야, 일단 나가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몸 조심히 하고, 태현 씨는 나랑 얘기 좀 해요."
응- 하는 대답과 김진아가 나갔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잘 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나도 연기를 해야할 차례였다. 나는 송민호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송민호는 나에게 의심을 하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계속 송민호를 보고 있다가는 다리가 후덜덜 거려 쓰러져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왜 눈물을 흘리려는 지는 나도 모르겠다.
"너가 진아에게 이걸 건네줬다고"
네-하는 나의 대답과 동시에 그 긴 막대기가 날라왔다. 실망이 가득한 얼굴이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고개를 들었다.
"그 아이가 도련님의 아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밖에 나간 걸 보았다고 했습니다."
"너는 알고 있었겠네, 이 표시가 다른 내 아이의 표시라는 걸"
나는 송민호의 질문과 같은 평서문에 네-하고 조용히 말했다. 불안한 분위긴 계속 이어져 갔다. 한숨만 나올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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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짬나서 6화 아주 짧은 분량으로 올려요ㅠㅠㅠㅠㅠ 7화는 정말 길게 길게 올릴게요ㅠㅠㅠ
평소 분량의 반 정도 밖에 안되는 드슈ㅠㅠㅠㅠㅠ
위너 데뷔한김에 짧게라도 올려요ㅠㅜㅠㅠㅠㅠㅠ 다음에는 정말 제대로 올릴게용....ㅋㅋㅋㅋ
처음으로 수위가없당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