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면 마냥 자유로울 줄 알았더니, 더 힘들기만 할 뿐이었다.
일을 잘해도 인간관계가 엿같으면 더 있을 수 없는 곳이 직장이었고,
인간관계가 엿같아도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곳이 곧 사회였다.
우리 집안은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현생을 힘들게 살아가나.
괜히 신세한탄도 하며 다 닳은 신발을 억지로 우겨신고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가려던 참에 나는,
[오늘부터 안 나와도 된다 급여는 통장으로 입금해줄게.]
아등바등 버티던 회사도 아닌, 사업도 아닌,
알바에서 난생 처음 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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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노예처럼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갑자기 나오지 말래?
노동부에 전화해서 부당해고라도 당했다고 따질까 싶었지만 이미 피곤한 인생이었다.
급여도 넣어준다고 했고, 어차피 그 편의점엔 나 말고도 일하겠단 사람이 차고 넘칠 것이었다.
아무리 부당하고 억울해도 나같은 소시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악에 받쳐 열심히 살아야하고 돈을 긁어모아야 숨쉴 수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른 알바 자리를 찾아보는 것 정도.
친구가 오 년을 넘게 쓰던 걸 더 쓰고 싶지 않아 새 노트북을 장만했다고 했을 때,
버릴 것이라면 내 에코백에 버려주지 않겠니 라는 구질구질한 멘트로 얻어낸 이 노트북은
고작 내가 알바 자리를 찾으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이 전부인데도 달달달 곧 죽을 기계처럼 숨을 색색 내뱉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러다가 터져서 나도 같이 죽었음 좋겠다.
노트북아, 많이 힘드니. 나도 힘들단다.
수많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켜놓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뭐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라도 있어야 말이지.
지긋하게 눈을 감고 있자니 컴컴한 시야가 참 내 인생같아서 기분이 나빠졌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란.
불평불만은 그만하고 일자리나 알아보자 하고 눈을 떴을 때는,
"... ... 누구세요?"
"어, 어! 드디어 제가 보이세요?"
처음보는 남자가 눈앞에 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두 명인데 신세 좀 지겠습니다!"
"네?"
"우리 황제님하고 저하구요!"
"예?"
혹여나 실례가 될까 옆에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한참 모르시더라구요,
지금이라도 알아서 정말 다행이지 뭐예요, 저희 황제님이 인내심이 그닥 좋지 않아서.
속닥속닥, 귀에 대고 속삭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꽤 어리다.
하지만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황제고 나발이고 여긴 여자 혼자 사는 집인데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리고 내 성대는 나의 위험을 감지한 것인지 신호를 주고 있었다.
그래, 사람의 본능대로 이럴 때는...
"아아아아아악!!! 도둑이야아아악!"
"목청 한번 좋네. 합격이다. 넌 오늘부로 내 신하야."
"넌 또 누구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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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
저를 기다리신 분이 계실 거고, 혹은 없을 수도 있지만 몇 년만에 염치불구하고 돌아왔습니다.
기존에 일을 벌려놓은 작업들은 완결을 낼 생각이 있는 작품들이며,
이 썰 같은 경우에는 가볍지만 또 나름 비중있게 연재하고자 올려봐요.
돌고 돌아 참 오래 걸렸지만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