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연애 중
집에 상자들이 널렸다. 아, 이걸 언제 다 치우지.
"재환아, 옷걸이는?"
"두 번째로 큰 상자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이거 맞아?"
"어어, 다친다. 조심해."
김재환과 내가 같이 살게 되었다.
... 그러니까, 동거 말이다.
5년째 연애 중
사건은 몇 달 전으로 흘러간다.
집에 일이 생겨 자취방 재계약을 하지 않고 방을 빼서,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통학을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일이 다 해결되었지만, 다시 자취를 하려니 방 구하기도 힘들고. 뭐, 상황이 그렇다 보니.
집이 학교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살다가 집에서 통학을 하려니 힘든 건 사실이었다.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몇 시간 공강이 생겨 바로 다음 시간에 수업이 있는 친구를 보내고, 혼자 카페에 와서 시간을 때우던 중이었다.
수업 끝났어?>
수업이 끝났는지 김재환에게 문자가 왔고, 나는 바로 김재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끝났어?
"아까. 오늘 좀 빨리 끝났어."
-너 공강이지. 어디야?
"나 자주 가는 카페."
-혼자 있어? 가도 돼?
"응, 혼자. 와. 보고 싶다."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따 봐. 응.
전화를 끊고 몇 분을 기다렸을까, 내 앞에서 인기척이 들려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니 진동벨을 들고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 김재환이 보였다.
"뭐 주문했어?"
"비밀."
"나도 안 궁금해."
"거짓말."
한참 장난을 치던 도중 김재환의 진동벨이 울렸다. 그리고 김재환이 가지고 온 것은.
"어? 너 그거 잘 안 먹잖아."
"너 주려고."
휘핑 가득한 허니브레드.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하고 김재환을 바라보자, 김재환은 좋냐며 포크를 건네준다.
잘 먹을게, 고마워. 입 안으로 달달함이 퍼지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맛있다.
"힘들지."
"응?"
"통학하는 거."
"몸만 조금 피곤해. 아무래도 몇 시간은 덜 자니까."
"... 자취할 생각은 없어?"
"지금 방 구하기도 힘들 거 같아서. 근데 적응되니까 또 편해. 괜찮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재환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집에서 쉬고 있는데, 엄마가 나를 부르시더니 물으셨다. 혹시 자취하고 싶냐고.
그 말을 듣자마자 며칠 전 김재환의 말이 떠올랐다. 아, 나 그렇게 힘들어 보였나. 엄마도 물어보실 정도면.
"나 익숙해지니까 괜찮은데. 안 힘들어, 엄마. 그리고 혼자 살면 무섭기도 하고. 이게 편해. 진짜 괜찮아."
"그럼 둘이 사는 건 어떻고?"
"어? 친구랑?"
"아니, 재환이."
...?
순간 귀를 의심했다. 재환이? 엄마가 아는 재환이면, 김재환?
"김재환이 왜 나와...?"
"사실 어제 재환이가 집에 왔었는데."
내가 저녁에 약속이 있어 나가고 없을 때, 집에 왔었다고 한다. 아, 물론 엄마한테 전화는 미리 했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가다가 김재환은 진지하게 말씀드릴 게 있어 왔다고 했다.
물론 내 의견이 제일 중요하지만, 일단 우리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왔다. 곧 자취방을 옮길 생각인데, 만약 나만 괜찮다면 같이 지내고 싶다고.
"저희 고모께서 며칠 뒤부터 해외 출장 때문에 집을 몇 년 비운다고 하셔서, 제가 고모 오시기 전까지 그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그런데, 혼자 쓰기에는 방이 좀 넓은 편이에요. 방도 두 개고. 그래서 만약 같이 지내게 되면, 서로 돈 부담도 줄어들 거 같고. 혼자 있는 것보다 덜 위험할 것 같아서 한 번 생각해 봤어요."
"..."
"아직은 제 생각일 뿐이에요. 아직 말은 안 꺼냈고, 말하기 전에 부모님께 먼저 제 의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왔어요. 저희 부모님께도 따로 말씀드렸고, 아. 그리고 반대하시면 당연히 고집부릴 생각도 없구요."
김재환은 아직 잘 모르나 보다.
"아이구, 나는 완전 찬성이지!"
우리 부모님이,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 그리고. 혹시나 우려하시는 상황 절대 안 만들게요. 서로 항상 조심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말로는, 김재환이 그 말을 하면서 귀 끝이 조금 빨개졌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바로 찬성이었고?"
"당연하지."
"... 엄마 보면 나보다 더 김재환 좋아하는 거 같아."
"재환이 귀엽잖아. 너네 아빠도 너만 좋으면 괜찮다고 하시더라."
"아빠도?"
"응. 넌 어쩌고 싶은데?"
솔직히 내 입장에선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학교랑 가까워지지, 확실히 혼자 사는 것보다는 안전하지. 돈 부담도 줄어드는 것도 맞고.
워낙 어릴 때부터 봐서 그런가, 부모님도 긍정적인 입장이셨다. 그만큼 나와 김재환을 믿고, 재환이를 많이 예뻐하는 것도 있었지만.
"... 난 좋지, 편하고."
오래 만나기도 했고, 어렸을 때는 같이 잠을 잔 적도 많았으니 불편하지도 않을 거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얘기를 더 나누다, 김재환에게 전화가 걸려와 방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다.
-뭐 해?
"나 방에서 쉬는 중. 집이야?"
-응. 나 할 말 있어.
"뭔데?"
-일단, 그냥 부담 가지지 말고 들어 줘. 알겠지.
아, 얘기하려나 보다. 내 예상과 같이 김재환은 조심스럽게 그 얘기를 꺼냈다. 물론 내 의견을 제일 존중할 거고, 자신의 얘기에 놀랐을 텐데 미안하고, 며칠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해 보라고 하며.
-절대 강제 아니고, 너한테 부담 주려는 것도 아니야. 그냥 내 의견일 뿐이니까. 아, 그리고 부모님들께 내가 따로 말씀은 드렸어. 내 의견만 말씀드린 거니까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괜찮으시대?"
-응? 우리 부모님?
"응."
-응, 허락 다 받았어.
아, 밥은 먹었어? 김재환의 물음으로 몇 번 더 대화를 이어가다가 전화를 끊었다.
김재환은 내게 며칠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이미 내 답은 정해져있었다.
뭐, 그래서.
"여기 없는데?"
"잠시만, 이것만 치우고."
오늘부터 시작하게 됐다, 동거.
5년째 연애 중
몇 주 같이 살면서 느낀 건, 일단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거.
"나 왔어..."
오늘 수업이 유독 힘들어서 집에 오자마자 뻗었다. 김재환은 바닥에 앉아 접이식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보던 도중에, 소파 위로 뻗은 나를 보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고생했어."
"응... 뭐 하고 있었어?"
"그냥 노트북."
"안경도 썼네."
김재환은 쑥스러운 듯 안경을 만지작거리더니, 괜히 화제를 돌린다. 나 작업하고 있던 거 볼래? 응.
취미로 곡을 쓰는 걸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곡을 만드나 보다.
"어때?"
"아직 미완성이야?"
"응, 작업하고 있던 거."
"완전 좋은데. 중간에 기타 소리 진짜 좋아."
김재환은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다른 거 들려줄까? 응. 여러 폴더를 뒤적거리며 어느새 노트북에 집중을 한 김재환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알도 엄청 큰 거 쓰고, 귀여워. 나도 모르게 김재환의 볼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쪽, 김재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노트북을 바라보지만, 이미 입꼬리가 씰룩이는 게 눈에 보였다.
"너 입꼬리 올라가는 거 다 보여."
김재환은 내 말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더니, 민망한 듯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나를 바라본다.
"깜짝 놀랐네."
"안경 잘 어울려. 귀여워."
김재환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서로 짧게 입을 맞추며 장난을 치다, 어느새 입맞춤이 깊어진 상태였다.
고개를 돌리다 김재환의 안경이 걸려 놀란 탓에 입술을 떼어냈고, 동시에 김재환과 눈이 마주쳐 민망한 듯 웃었다.
따라 웃을 줄 알았는데. 김재환은 오히려 자신의 안경을 벗어 책상에 두고는 다시 내게 입을 맞춰왔다.
제 글에서 재환이는 2학년, 여주는 3학년입니당!!
그리고 말씀 안 드린 게 있는데 제 글에서의 재환이는 이미 제대를 한 상태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완결 뒤에 특별편? 번외로 재환이가 (제 글에서!!!!) 군대 갔을 때 이야기 쓰려고 했는데 일단 미리 말씀드려요! ^v^
그리고 벌써 30회가 되었네요...!! ㅋㅋㅋㅋㅋㅋ 목표는 일주일에 최소 한 편인데 ㅠvㅠ 노력할게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분들도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ㅎvㅎ♥♥♥
좋은 밤 보내세용 여러분♥